비브람, 컴포넌트* No.1 기업으로!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16.08.22 ∙ 조회수 3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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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포넌트(Component) : 일반적인 부품이 아니라 특성이나 기능을 가진 것으로, 다른 부품과 만나 특징적인 장치를 만드는 부품을 뜻함. 고어텍스나 보아클 로징 다이얼 등 파트너사와 시너지를 내는 부품회사들도 포함.

좀 타는 사람들이라면 ‘고어텍스’만큼 신뢰하는 기능성 부품 브랜드가 있다. 바로 노란 팔각형으로 대표되는 비브람(Vibram, 대표 마르코 브라마니)의 아웃솔 「비브람」이다. ‘땅’과 만나는 모든 지점과 환경에 걸맞은 아웃솔을 선보이기 위해 과감한 도전과 테스트, 혁신을 지속해 온 이 기업이 그 신뢰를 기반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한다. 새로운 도약의 시작은 IT를 도입한 스마트 솔(smart sole)과 완제품 브랜드 영역이다.

국내의 많은 소비자를 비롯해 심지어 업계 관계자들도 「비브람」이라고 하면 등산용 신발이나 운동선수를 위한 기능성 신발용 아웃솔 브랜드를 떠올린다. 이미 1984년 드레스 캐주얼 슈즈 분야로 진출해 캐주얼 스니커즈를 비롯해 정장화, 하이패션 슈즈에도 「비브람」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노스페이스」나 「라스포르티바」 같은 아웃도어 브랜드는 물론 「반스」 「컨버스」, 국내의 「라이풀」의 캐주얼 슈즈, 「돌체앤가바나」 「지미추」의 로퍼와 구두까지 영역도 다양하다.

이제 아웃솔에서 끝나지 않고 좀 더 기능적으로 소비자의 삶에서 현실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툴로서의 ‘스마트 슈즈’로 시각을 넓힌다. 아웃솔의 기능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펑셔널 애플리케이션과 소셜 미디어, 게임과도 연결 가능한 스마트 아웃솔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트너사는 중국-미국의 다국적 민영 기업이자 IBM, 모토로라 등을 인수하며 파워를 키운 레노버그룹(Lenovo Group Ltd.,)이다.

‘땅’과 만나는 모든 환경에 걸맞은 아웃솔을!
「비브람」이 일렉트로닉 분야에 관심을 보인 것은 약 7년 전,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위조품 방지 택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스마트 슈’ 첫 프로토타입 제조를 위한 레노버와의 합작이 이뤄진 것이 2014년이다. 현재 아웃솔은 물론 슈즈의 형태까지 샘플이 개발된 상태다. 신발 자체가 휴대폰 앱과 연결돼 헬스 케어는 물론 위(wii) 같은 형태의 게임도 가능하게 한다. 아직 배터리 충전 문제나 내구성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어 꾸준히 테스트하며 개발 중이다.

더 많은 액티비티에 적합하도록 테스트하고, 휴대폰을 충전하듯이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GPS 수신 기능이나 센서 송수신 기능을 더해 신발을 신고 움직이는 동안의 칼로리 연소 정도, 피트니스 효과 등의 케어 내용을 분석해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안전을 위한 단순 신발 산업에 일렉트로닉을 직접적으로 접목한다는 면에서 그룹 내에서도 굉장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 슈에 앞서 「비브람」의 전문성과 혁신 기술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부품이 있다. 바로 신발 밑창의 중앙에 박혀 있는 그들의 심장과도 같은 노란 팔각형 마크다. 「비브람」 아웃솔의 대부분은 중국 광저우 테크니컬 센터 주변의 공장에서 제작한다. 유통 과정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음에도 알리바바 등 중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모조품이 대량 유통되는 경우가 발생해 브랜드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새로운 옐로 마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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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솔은 물론 IT 도입한 ‘스마트 슈’ 분야까지
보기에는 그저 브랜드의 로고로 보이지만, 이 로고에 쓰인 소재는 기계로 확인이 가능한 특수 물질이다. 일반 고무에 직접 제조한 특수 화합물을 섞어 만든 것으로 디바이스를 사용해 읽으면 제조일시와 함께 정식 상품인지 아닌지를 금방 확인할 수 있다 6~7년 전부터 진행한 ‘퀄리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소비자와의 신뢰도 지키고 모조품이 제작된다 해도 제조국 밖으로 반출될 수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실제로 수많은 형태와 재질을 가진 아웃솔 브랜드 중에서 무엇보다 「비브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아웃솔의 핵심 재료가 되는 ‘컴파운드(compound 화합물)’다. 「비브람」은 아웃솔 제작에 기본적으로 천연 고무를 사용하지만, 기본 원료인 고무에 목적에 따라 다르게 배합한 화합물을 섞어 기능을 갖추도록 제작하는데 그것을 ‘컴파운드’라고 부른다.

「비브람」은 현재 24개의 컴파운드를 갖고 있다. 다양한 기계와 화학적 테스트, 실제 환경이 있는 현장에서의 실험을 거쳐 검증된 소재들이다. 만드는 슈즈의 목적과 디자인에 따라 패턴과 디자인, 색상 등을 새롭게 제작한 후 완제품을 만들고 이후 또 한 번의 현장 테스트를 거쳐 기능성을 검증한다.

연 2개 컴파운드 개발 & 극한 테스트로 품질 보증
비브람 내에서도 스스로를 ‘컴포넌트(부품)’ 브랜드라고 할 만큼 하나의 완성된 아웃솔을 제안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특허받은 아웃솔 소재나 기술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체 로고를 박은 최고 품질의 아웃솔을 판매한다는 생각에서다. 이 자부심의 크기는 직원들 스스로 자신들의 핏줄에 ‘노란색의 피가 흐른다’는 농담을 수시로 한다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파트너사가 되는 슈즈 브랜드들이 종종 「비브람」의 로고는 빼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는 과감하게 파트너십을 포기한다. 부품 업체의 이름도 밝힐 수 없을 만큼 품질에 자신 없는 파트너사와는 일하지 않겠다는 뜻도 있지만, 「비브람」의 로고를 달고 나가는 만큼 파트너사의 이름과 품질을 저해할 만한 아웃솔은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내년이면 첫 번째 아웃솔을 개발한 지 80주년, 그동안 신발 파트너사들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기 위해 유사한 신발 완제품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신념도 지켜 왔다. 그런 의지에 변화가 있던 것일까. 비브람은 「파이브핑거스(five fingers)」와 「후로시키더래핑솔(furoshiki the wrapping sole, 이하 후로시)」이라는 완제품 브랜드를 운영하며 점차 완제품 영역을 키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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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회사’의 성공적인 완제품 「파이브핑거스」
이에 대해 마르코 브라마니 비브람 대표는 “비브람이 아웃솔 부품 제조 업체라는 것은 변함없다. 「파이브핑거스」나 「후로시키」는 우리가 발견한 아웃솔에 대한 아이디어를 반영할 만한 슈즈 브랜드가 없었기 때문에 자체 제작한 완제품이다. 게다가 이들의 핵심은 여전히 아웃솔이다. 발을 감싸는 부분이 있는 특수한 아웃솔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비브람 테크놀로지 센터를 맡고 있는 마테오 크로베토 센터장은 “「파이브핑거스」와 「후로시키」는 기업 내에서도 ‘미친 짓’이라고 표현하던 프로젝트다. 아웃솔을 연구하고 개발하다 보니 베어풋이나 부피가 없는 신발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겼는데, 어디서도 이 바보 같은 형태의 신발이 갖는 가능성을 믿지 않았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고 테스트하고 팔아 보면서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업그레이드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파이브핑거스」는 2005년 론칭한 다섯 개의 발가락 모양을 가진 독특한 슈즈다. 미니멀 러닝, 베어풋 러닝의 시작을 예감한 비브람이 인체공학 기술을 아웃솔에 적용해 최대한 자연스러운 발의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아웃솔을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초반에는 발가락 5개를 모두 끼우는 특이한 착용감과 세련되지 못한 디자인을 낯설어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그러나 신어 보고 편안함을 경험한 사람들의 바이럴 마케팅이 이어지면서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는 브랜드가 됐다.

연 200만 켤레, 1억9000만유로 규모 급 성장
특히 브랜드를 처음 선보인 2005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혁신’상을 수상하며 그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이 해는 타임지가 ‘올해의 베스트 아이템’으로 ‘아이폰’을 선정한 해로 혁신과 디자인, 기능성 등 다방면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일반 운동화를 신었을 때 뒤꿈치와 두세 번째 발가락 사이 중족골 부분이 힘을 많이 받는데, 「파이브핑거스」를 신으면 발바닥 전체로 힘이 분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기준 연간 판매량은 100만켤레이며, 소비자 판매가로 총 9000만달러에 달한다.

마테오 센터장은 “비브람 전체 사업 파트 중 「파이브핑거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량으로 따지면 크지 않지만 매출액만큼은 「비브람」 아웃솔의 규모를 거의 따라잡았다. 「비브람」은 연간 4000만개 이상의 아웃솔을 생산하고, 「파이브핑거스」는 100만켤레의 신발을 만들 뿐이지만 매출액은 비슷한 규모로 완제품 사업의 수익성이 대단하다는 것도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브핑거스」로 비브람은 아웃솔 파트와 슈 파트를 함께 운영하는 계기를 얻었다. 그리고 지난해 봄, 발등까지 감싸는 아웃솔 슈즈, 일명 보자기 신발 「후로시키」를 론칭했다. 이 신발 브랜드는 소중한 물건은 보자기에 싸서 나른다는 일본식 미학에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휴대가 간편하고, 착용이 수월하며, 다용도, 어떤 발에도 맞는 핏이라는 4가지 주요 콘셉트를 갖고 있는, 모든 환경에 적합한(in between) 신발이다.

보자기 신발 「후로시키」, 인 비트윈 슈즈 개척
화려한 보자기 느낌의 천이 발을 보드랍게 감싸는 디자인으로, 특이하게 발바닥의 아웃솔이 발등 위 밴드를 따라 발 전체를 감싼다. 사이즈는 S, M, L 단 세 가지지만 자유롭고 유연한 아웃솔 형태와 부드러운 섬유 소재로 모든 형태와 사이즈의 발을 커버할 수 있다.

2년 전인 2014년 온라인을 통해 프리 셀링을 해 2만켤레를 팔고 작년 봄부터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유럽과 미주를 중심으로 유통하고 있으며 대형 온라인 채널을 우선으로 해 움직인다. 중국 등 아시아는 아직 유통 전이지만 T몰 등 대형 온라인 전문 쇼핑몰의 벤더를 통해 정식 유통을 시작할 예정이다. 브랜드에 대한 피드백이 오면 향후 각 지역의 「파이브핑거스」 디스트리뷰터를 통한 오프라인 유통도 생각하고 있다.

아웃솔 브랜드 「비브람」을 비롯해 완제품인 「파이브핑거스」와 「후로시키」 모두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간다. 컴파운드 단계에 있는 소재부터 화학적, 기계적 테스트를 거쳐 다양한 기후 환경과 화학적 환경에서 내구성에 변화가 생기는지를 지속적으로 실험한다. 컴파운드 단계를 거쳐 완성된 아웃솔은 동일한 화학적 기계적 테스트에 현장 실험이 더해진다. 젖은 땅, 이끼가 덮인 바위, 얼음, 자갈로 가득한 비탈 등 수많은 지면 환경을 만들어 실험한다. 이후 브랜드와 협업해 제작된 완제품도 현장 테스트를 다시 거친 후 유통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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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비브람 테크놀로지 센터’, 연구 & 혁신 허브로
비브람이 이렇게 테스트에 집착(?)하는 것은 이 브랜드의 탄생이 ‘안전’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비브람의 창립자인 비탈레 브라마니(Vitale Bramani)는 1936년 산악회에서 가죽 등산화를 신은 동료 6명이 미끄러져 사망하는 사고를 겪었다. 사고의 원인은 빙벽과 폭설, 극심한 추위 속에 나타나는 혼합형 지형에 대응할 수 있는 적합한 신발이 없던 것이었다.

비탈레 브라마니는 미끄러움을 방지하는 타이어 제작 기술에서 영감을 얻어 신발 밑창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1937년 고무에 가황 처리를 한 첫 번째 아웃솔 ‘카라마토’를 론칭했다. 이후 연 2회 새로운 컴파운드를 제작하며 다양한 지형에 맞는 아웃솔을 개발해 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현장에서의 대응 정도. 이를 위해 비브람은 1999년 가장 어렵고 극한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목적으로 ‘비브람 테스트 팀’을 창설했다.

원제품의 최종 샘플은 이 테스트 팀으로 보내져 다양한 현장 테스트를 거친다. ‘소비자가 신게 될 바로 그곳에서 검증한다’가 이들의 모토. 현재는 본사에 소속된 10여명의 직원을 중심으로 100여명의 프로선수와 스포츠 마니아가 테스트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실시하는 테스트 거리만 연평균 100만km에 달하며, 실제 등반가들이 가는 극한 환경의 산도 서슴지 않고 찾아다닐 만큼 ‘극한 직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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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th 기념 ‘아크틱 그립’×20개 글로벌 브랜드 콜래보
현장 테스트와 함께 2009년에 설립된 중국 비브람 테크놀로지 센터(VTC)에서는 상품 개발 단계부터 화학적, 기계적 테스트와 아웃솔 샘플의 성능 테스트가 가능한 선진 기계와 환경을 갖추고 매일 검증을 진행한다. 현지에 가지 못하는 테스트 팀이 실시간으로 상품 검증을 할 수 있도록 VTC 내에는 ‘퍼포밍 테스트 센터’라는 이름의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내부에 다양한 경사로 얼음, 자갈, 이끼, 바위, 젖은 흙, 금속 등 여러 가지 지질 환경을 갖추고 있어 언제든 신발 테스트가 가능하다.

단순히 고퀄리티의 아웃솔 브랜드라고만 생각한 「비브람」은 80년이라는 긴 세월을 지내 오면서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혁신해 솔 컴포넌트에서 슈즈 비즈니스로, 단순 부품에서 IT를 결합한 스마트 디바이스까지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들의 기반은 자체 테크놀로지와 계속되는 리서치, 피드백. 이 기반을 토대로 크리에이티브, 새로운 것의 제작, 퀄리티 컨트롤이라는 3가지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 이룩한 성공사례들이다.

비브람은 내년 80주년을 맞이해 글로벌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올해 새롭게 출시한 컴포넌트 ‘메가 그립(megagrip)’과 ‘아크틱 그립(arcticgrip)’을 중심으로 각 20개 글로벌 브랜드와 조인해 창조적인 신상품을 출시할 예정. 특히 아크틱 그립의 경우 오로지 ‘고무’만으로 얼음 위에서의 우수한 접지성을 확보한 아웃솔로 비브람의 혁신 기술을 120여개 판매국에 다시 한 번 증명할 제품이다.

중국 광저우 현지에서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


**패션비즈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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