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제이엔지코리아 사장
디자이너 출신 패션 경영인... '지프' 등 4개 창조
“늘 새로운 것이 궁금해요. 여전히 일이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저는 70대가 넘어서도 현장에서 뛰고 싶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고 있어요. 제 아이덴티티가 우리 브랜드의 색을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스스로 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더라구요. 「지프브랜드」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가 알고 보니 「애스크」 「크리스크리스티」 등 제가 과거에 몸담았던 브랜드를 좋아하던 사람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디자인’, ‘브랜드의 맛’이라는 게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죠.” 디자이너 출신 경영자, 김성민 제이엔지코리아 사장의 말이다.
김 사장은 패션시장에서 보기 드문 디자이너 출신 경영인이다. 사실 그 전의 경력까지 보자면 미술학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독특한 베이스도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여러 브랜드를 거치며 경험치를 쌓고 2008년 자신의 회사를 설립한 이후, 이런 남다른 경험들은 어려운 패션 환경 속에서 「지프스피릿」 「홀하우스」 「시에로」 「지프브랜드」라는 성공 브랜드를 만드는 탄탄한 기반이 됐을 것이다. 가격, 가성비를 넘어서 ‘디자인’이 다시 한 번 주목받는 패션시장에서 그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제이엔지코리아는 작년 그 어렵다는 시장 상황 속에서 2개 브랜드를 론칭했다. 「지프브랜드」와 「시에로코스메틱」이다. 시장에서는 이 도전을 무모하다고 하기도 했다. 아웃도어시장은 지는 분위기였고, 코스메틱시장은 패션기업에는 새로운 먹거리지만 이미 쟁쟁한 기업들이 장악한 레드오션이라는 평이 많았다. 그럼에도 두 브랜드 모두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비패션계 ‘이단아’에서 성공한 패션 CEO로
「시에로코스메틱」은 패션회사가 론칭한 뷰티 브랜드 중 유일하게 1층 화장품 코너에 입점한 브랜드가 됐고, 실제 사용후기 등으로 수분 쿠션파운데이션, 립새틴 등 입소문을 탄 시그니처 아이템까지 생겼다. 수분 쿠션파운데이션은 론칭 반년 만에 4차 리오더에 들어간 인기 상품이 됐다. 2월 중순부터는 파트너사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도 판매를 시작한다.
올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시에로」와 함께 구성하기보다 진정한 화장품 브랜드로서 백화점 1층에 포지셔닝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지프브랜드」 역시 지난 F/W 한 시즌을 보내면서 ‘아웃도어 다음 시장에 대한 새로운 답’이라는 바이어들의 평을 얻었고, 소비자들로부터는 브랜드만의 ‘베스트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오픈 에어 룩(open air look)’이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로 현재 백화점 중심 18개 유통을 확보했고, 올 상반기에 30개까지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두 브랜드 모두 유통 위주가 아닌 변화한 소비자의 니즈에 영민하게 대응한 결과다. 김 사장은 “2015년은 우리에게도 힘든 해였습니다. 전진보다는 미래에 대한 준비와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죠”라고 운을 뗐다.
2015년 「시에로코스메틱」 등 새로운 도전 눈길
“모두가 뛰어드는 시장에 후발 주자로 들어가는 것은 무모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될 만한 시장에 모두가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만큼 그 시장이 매력적이고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죠. 아이디어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다면 얼마든지 소비자들이 알아봐 주는 시대잖아요.”
제이엔지코리아 내부에서도 안 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그럼 신사업을 이끌어 간 것은 김 사장의 독선이었을까? “경영자의 의견에 대한 반대는 더 좋은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입니다. ‘사장 본인이 책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무작정 따르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죠. 시장에 대한 예측과 함께 매일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면서 직원들과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모았어요. 내부 직원들이 공감을 해야 외부에 보이는 브랜드도 더 잘 표현되니까요.”
“세월호 사건, 메르스, 북한 문제 등 사회적 정치적으로 패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일들은 늘 예측할 수 없이 벌어집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의 목표가 무조건적인 ‘전년대비 성장’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매일 저는 매장 환경과 매출 수치 등을 파악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간대별, 일별, 주별, 월별 등 점차 큰 그림의 예측이 가능해요. 그렇기 때문에 나올 수 없는 무조건적인 매출 증가를 요구하지 않아요.”
MD형 브랜드 NO, 디자이너형 브랜드 지향!
브랜딩은 길게 보되 움직임은 짧은 텀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지 못한 상황이 와도 빠르게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상품 판매와 일부 기획의 변동도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이런 회사의 업무 시스템과 미래 시장의 가능성을 가지고 직원들을 설득했고, 그 결과 2개 브랜드의 성공적 론칭이 가능했다.
김 사장은 “제이엔지코리아의 브랜드들은 지난 시즌 대비 물량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MD형 브랜드가 되는 것을 지양합니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아니지만 오너의 마인드와 정체성이 브랜드와 긴밀히 연결된 디자이너형 브랜드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브랜드마다 맛과 색이 확고하면서도 트렌드에 따라 변형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브랜드별 디자인과 감각을 놓치지 않는 것이 큰 강점”이라며 자사 브랜드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이어서 “SPA 브랜드의 경쟁력이 커지면서 언젠가부터 패션시장이 ‘가격 경쟁’에 치우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가성비’라는 새로운 이슈가 등장했지만, 이 역시 ‘가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패션은 공산품이 아니에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가격이 중요한 구매 결정 요소이긴 하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거든요. 가격이 아무리 좋아도 예쁘지 않으면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가치와 퀄리티가 더 우선이기 때문이에요”라며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를 강조했다.
2016년 ‘가성비’보다 ‘디자인과 가치’ 강조한다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김 사장은 직접 상품 기획 전반을 관장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옥 4층에 있던 사장실에서 3층 디자인 기획실 중앙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그 때문이다. 기획 총괄자인 나근영 이사와 나란히 앉아 매일 디자인과 원부자재 선정, QC(Quality Confirm)까지 전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수정•보완 사항을 짚는다. 전산상 수치만으로는 패션을 만드는 맛, 디테일 등을 캐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매일 시간대별로 나오는 전국 매장 매출 상황도 수시로 체크한다. 하루하루의 매출 마감 현황을 통해 내일의 매장별 상품 운용이나 주간 물량 운용 등 영업적 부분까지 컨트롤하며 회사의 헤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자신이 수많은 브랜드를 경험하면서 몸소 체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늘 경우의 수를 예측하며 일을 진행한다. 그의 영향력은 디자인 기획, 생산, 협력업체 관리, 유통, 영업, 사내 시스템, 인력 관리까지 뻗어 있다.
업무는 日 단위로 짧게, 브랜딩은 ‘시간 축적’이 필수
한 회사의 CEO로서, 경영자로서 정말 회사 내 모든 일을 속속들이 다 알고 관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찌 보면 회사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매일 잘 짜인 톱니바퀴처럼 신속하게 돌아가는 회사 모습을 보면 그것이 기우임을 알게 된다. 오히려 최근까지 디자이너 출신 경영자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능력이나 회사가 저평가된 경향이 더 크다.
김 사장은 타 회사와의 매출 비교나 비방 대신 “스토리를 만들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듯이 회사 역시 결과로 보여 주면 됩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고 그 속에 녹아 있는 제 아이덴티티를 좋아하니까요”라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요즘 ‘개천에서는 용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출신 배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쓰이고 있는데요. 전 이 말 별로예요. 저는 미술에서 메이크업으로, 또 패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계속 도전하면서 제 스토리를 쌓아 왔습니다. 처음에는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렇게 차곡차곡 하나씩 미래를 그려 나가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에요.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브랜드로, 상품으로 표현되는 것은 정말 기대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신 하루하루 게을러선 안 되죠.”
공부하는 CEO, 신입사원보다 왕성한 호기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촉을 바짝 세우고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김 사장은 매일 공부하는 대표자로 직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회사에 갓 입사한 신입보다도 회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운동, 요리, 인문학, 문화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그 생각을 패션과 결부시켜 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세련된 외모와 마인드 역시 이런 그의 부지런한 성향 덕일 것이다.
“대표자가 모든 것을 관장하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브랜드들이 시장 내에서 참신한 이미지를 선보여 성공 브랜드가 된 만큼 이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일관된 운영을 위해 회사 전반의 일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감각적인 부분에서 혼란이 오면 브랜딩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거든요. 저의 생각과 정체성이 곧 상품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늘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편 2015년에 전진보다는 미래를 위한 준비에 몰두하던 신규 포함 4개 브랜드의 2016년 방향성은 ‘성장을 위한 변화’다. 브랜드별 키워드도 확실하다. 「지프스피릿」은 변화, 「지프브랜드」는 라이프스타일형 브랜드로 안착, 「홀하우스」는 ‘스포츠’를 기반으로 새로움을 보강한 캐주얼로 변화, 「시에로」는 코스메틱을 통해 브랜드의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프브랜드」의 론칭과 함께 브랜드 네임을 변경한 「지프스피릿」은 좋은 반응을 이어 가고 있다. 노세일 정책과 고른 상품 퀄리티, 신뢰할 수 있는 아이템 가격 등으로 브랜드의 한 시즌 평균 상품 판매율 60% 이상을 고수하고 있는 것. 백화점을 중심으로 유통 구조도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있으며, 브랜드 수익도 점차 높여 가는 중이다.
“소비자에게 가치 없는 ‘브랜드’는 없다!”(?)
「홀하우스」는 이번 상반기부터 상품 디자인은 물론 매장 인테리어까지 확 변신했다. ‘스포츠’로부터 나오는 건강한 에너지와 세련된 컬러를 상품과 콘셉트, 인테리어에 반영한 것이다. 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FUN(즐거움)을 위한 변화무쌍한 캐주얼웨어’다. 이를 위해 시류를 반영해 가며 정체성을 보강해 올해 더욱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 줄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김 사장은 가격 혹은 매출에 밀려 저평가되고 있는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의견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소비자에게
‘브랜드’는 모두 가치가 있습니다. 신규든 오래된 것이든, 저가 행사 브랜드이든 고가 수입 브랜드이든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모두 목적과 가치가 있어요. 당장 동네에 있는 백화점만 가 봐도 고가품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저가 브랜드가 은근히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속 브랜드별 등수는 확실할지라도 구매할 때만큼은 모든 브랜드가 가치 있는 것이죠.”
이어 “유통사들은 매출 기준 1등에서 10등까지의 브랜드에만 가치를 매겨 입점시킵니다. 매출이 조금 줄어들거나 대중 트렌드와 조금 방향이 달라 그 등수가 11등으로만 떨어져도 당장 교체 대상이 되죠. 매출이라는 가치만을 보기 때문이에요. 매출이 떨어졌다고 그 브랜드의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닌데 말이죠. 그 브랜드의 포지션에 대한 이해와 가치 존중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국내 브랜드를 대하는 유통사들의 태도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PROFILE
1984년 강릉대 미술대학 한국화 전공
1991년 이탈리아 밀라노 Locattelli, BCM, Marangoni 수료
2003~2004년 리얼리더스 대표
2005~2007년 세정과미래 대표
2008년~現 제이엔지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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