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편집숍 브랜드, 과연?

김숙경 발행인 (mizkim@fashionbiz.co.kr)|16.02.01 ∙ 조회수 1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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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포스트 SPA’로 주목받던 제도권의 편집숍 브랜드들이 점점 빛이 바래고 있다. 비제도권의 편집숍 브랜드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승승장구하는 것과 커다란 대조를 보이며 제도권 편집숍 브랜드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특히 국내 패션유통의 핵심 축인 백화점이 자주MD 차원에서 선보였던 자체 편집숍과 제도권 패션기업들이 백화점의 종용(?)에 의해 시도했던 조닝별 편집숍 역시 점점 계륵화돼 가는 실정이다.

백화점 유통에서 전개하는 편집숍 브랜드들은 그야말로 유명무실 상태. 롯데백화점(대표 이원준)은 ‘엘리든’ ‘아카이브’ ‘바이에트로’ 등 총 7개에 달하는 자체 편집숍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NPB 개념으로 전개하는 ‘파슨스’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대표 주자가 없다. 브랜드명도 낯설지만 어떤 콘셉트의 편집숍인지 성격조차 모호한 경우가 태반이다.

현대백화점(대표 김영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편집숍 브랜드 ‘데님바’를 비롯 ‘로얄마일’ ‘라뚜슈’ 등은 작년 연말 기점으로 계열사인 한섬(대표 김형종)으로 전개권이 넘어갔다. 오랜 시간 공을 들였음에도 관리 주도형 운영에 익숙한 현대백화점 내부 인력으로는 고도의 집중력과 민첩한 대응력이 요구되는 편집숍 비즈니스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백화점 소속 편집숍 브랜드 ‘유명무실’
패션전문기업인 한섬의 경우 해외 명품 브랜드 위주의 ‘무이’와 컨템포러리 브랜드 중심의 ‘톰그레이하운드다운스테어즈’ 등을 운영하면서 편집숍에 대한 경험치와 노하우가 축적된 만큼 현대백화점보다는 훨씬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그룹의 판단이다.
백화점 3사 가운데 신세계백화점(대표 장재영)이 전개하는 ‘분(BOON)’ 시리즈의 편집숍 브랜드만이 그나마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인식된 정도다. 그러나 이곳 역시 계속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 제대로 수익 모델로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AK플라자(대표 정일채)도 하이엔드 명품 중심의 ‘쿤’은 살리고, 컨템포러리 브랜드 위주의 수입 편집숍 ‘쿤위드어뷰’는 정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백화점 주도의 편집숍 브랜드들은 각 사가 보유한 자금력 덕분에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패션유통시장 내에서 존재감과 역할은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이 뿐만 아니다. 제도권의 패션기업들이 전개하는 편집숍 브랜드들도 별반 차이가 없다.

제도권 패션기업, 명분 놓고 실속 챙기기
비제도권에서 출발한 난다(대표 김소희)의 ‘스타일난다’와 원더플레이스(대표 김영한)의 ‘원더플레이스’ 등이 편집숍 개념을 뛰어넘어 브랜딩 단계까지 성장했고, 중국을 비롯 동남아시아권으로 쑥쑥 뻗어 나가는 것과는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비제도권 출신의 ‘난닝구’ ‘트위’ ‘ID’ ‘나무’ ‘어라운드101’ 등도 패션유통시장에 한파가 몰아친 지난 2013~2015년 사이에 오히려 강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수입 명품 포함 현존하는 100여개 넘는 편집숍 브랜드 가운데 시장을 이끌어 가는 대표 주자들은 비제도권 출신들이 분명하다.

문제는 패션 대기업들이 전개하는 수입 명품 편집숍은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명분 차원에서라도 전개하지만, 중견 중소 패션기업들은 경기불황이 장기화하자 각자 실속 챙기기에 나서면서 편집숍 브랜드를 중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북마켓’을 비롯 ‘스마일마켓’ ‘스파이시컬러’ ‘매그앤매그’ ‘데일리프로젝트’ ‘30데이즈마켓’ ‘씨에클’ ‘웍앤톡’ ‘코인코즈’ 등 수많은 제도권 편집숍 브랜드들이 화려한 론칭 작업 이후 불과 2~3년 만에 속속 문을 닫은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선점 후 절대 물동량 확대가 승부처
한마디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투자 대비 결과물이 너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구동성의 지적이다. 독점 전개권이 없는 해외 수입 브랜드나 동대문 바잉 중심의 상품 구성은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제도권의 브랜드 개념과 달리 독자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유일한 비책은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내놓을 수 있는 구조를 짜 내는 것. 누구보다 빨리 시장을 선점한 상태에서 유통망을 빠르게 늘려 절대 물동량을 키우는 것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결국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승부처인 셈이다. 그러나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보증금, 인테리어 등 많은 투자비용이 요구되는 유통망을 쉽게 전개하지 못하게 돼 제도권 패션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음 단계로 내부 판관비 비중을 확 낮추는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치열한 경쟁구도 때문에 마크업에 한계가 있는 만큼 내부 판관비 비중을 최대한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입 브랜드의 경우 온라인 직구가 일반화된 상태에서 현지가 대비 국내 판매가가 2배를 초과하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2~3배수 마크업에 80~90% 판매율 실현
결국 동대문 바잉이든 해외 수입이든 유통 마진을 비롯 인테리어 비용, 본사 인건비와 판매사원 비용 등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해야지만 그나마 이익 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도권의 편집숍 브랜드 담당자 가운데 이런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마지막 단계로 마크업이 낮은 만큼 빠른 회전율로 승부를 걸어 절대판매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과거 5~7배수 가격정책에 50% 판매율을 가져가는 것이 백화점 위주 유통을 전개하는 제도권 브랜드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바잉 중심의 편집숍 브랜드들은 2~3배수 가격정책에 80~90% 판매율을 실현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결국 이 세 가지 요소가 완벽하게 맞물렸을 때 지속성장이 가능한 편집숍 모델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제도권 브랜드 중에서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는 동대문 바잉 편집숍 브랜드가 있다. 동광인터내셔날(대표 이재수)에서 전개하는 ‘플러스에스큐’가 주인공이다. 이곳 사업부를 맡고 있는 조춘호 전무는 1년 반 만에 적자 구조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좀처럼 쉽지 않은 제도권 소속의 적자 편집숍 브랜드를 어떻게 흑자로 돌렸는지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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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MD VMD, 비제도권-기동성 조화를
“편집숍 브랜드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이냐, 즉 가치의 중심점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플러스에스큐’는 제도권의 강점인 MD VMD 개념과 비제도권의 강점인 기동성을 절묘하게 접목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궁극적으로 2배수 마크업으로 10% 영업이익률을 실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덧붙여 “제도권의 브랜드 개념과 달리 동대문 바잉 편집숍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템별 가격대를 먼저 정해 놓고 이후 퀄리티와 이미지를 잡아 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직원들은 1일 2교대로 근무하면서 스피드의 강점을 살려 나가고 있다. 사입 MD들이 저녁 8시 출근해 판매 데이터를 분석 후 3개 바잉팀에 정보를 전달하면 어느 정도 아이템별로 가격이 정해진 선상에서 최고의 상품을 찾는다. 상품 배분도 총 24개 매장 중 핵심 3~4개 매장에 먼저 상품을 뿌리고, 반응이 올라오면 일주일 내 전 점으로 확산하는 단계별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무의 설명은 한 치의 막힘 없이 술술 이어졌다. “한 달이면 1000개 모델 정도가 매장에 투입된다. 매니저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전체 물량의 80%를 본사에서 공급하고, 20%는 매장에서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서 상품에 대한 안목이 높아지고 전체 프로세스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마침내 작년 12월부터 월 단위 운영이 흑자로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지속성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야
“이제는 브랜드 간 콘셉트 경쟁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간 경쟁시대다. 플러스에스큐는 현재 2.3배수 마크업에 금액 기준 판매율이 88%에 달한다. 더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2.0배수 마크업에 금액 기준 판매율 9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앞으로 포부를 밝혔다.

‘플러스에스큐’의 사례를 보더라도 누가 어떻게 지속성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제도권 편집숍 브랜드도 상승세를 탈 수 있다. 문제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이다. “패션의 모든 요소를 혁신해야 한다. ‘플러스에스큐’는 하루 100개 모델이 출고되는 만큼 신속한 전산처리가 필수다. 그런데 처음 사업부를 맡았을 때 확인해 보니 1개 스타일당 코드 입력에 5분이 소요됐다. 담당자 1명이 꼬박 8시간 걸려 해내는 구조였다. 지금은 1개 스타일당 25초면 가능해 한 시간 안에 모든 입력 작업을 끝낼 수 있다. 과거의 성공기억과 비즈니스 모델을 모두 지워야만 지금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조 전무의 따끔한 일침이 계속 뇌리에 맴돈다.




**패션비즈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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