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사로잡는 영 파워 CEO
gihyangkan|16.01.01 ∙ 조회수 26,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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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새로운 막이 올랐다. 작년에도 수백개의 브랜드가 생기고 사라졌으며, 뉴욕의 연말 윈도에서 살아남은 디자이너들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셀렉트된 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뉴욕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버그도프굿맨의 화려한 연말 쇼윈도는 오프라인 쇼핑을 주로 하던 기성세대와 확연히 달라진 밀레니얼 세대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해시태그를 붙인 #Brilliant(눈부심)를 주제로 제품들을 선보였다.
바니스, 블루밍데일스 역시 해시태그와 텀블러 주소를 중심으로 홍보 활동을 전개하며, 이제 주요 고객이 2030 밀레니얼 세대로 교체됐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캐주얼 브랜드 「홀리스터」는 최초로 미국 캐나다 고등학교에 지오태그(Geotag)를 제공하며 스냅챗 속 필터로 홍보한다. 이처럼 콧대 높은 최고급 백화점에서 저렴한 영 캐주얼까지 너도나도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에 익숙하며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아닌 소셜 네트워크에서 수십만명의 팬을 가지고 있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텀블러, 유튜브 스타들의 파급력이 더 높았던 2015년 뉴욕에서 가장 눈에 띈 밀레니얼 CEO와 브랜드를 조명해 본다.
소셜 네트워크 완판 신화 주역 「만수르가브리엘」
버킷백은 하룻밤에 유명해진 소셜 네트워크 완판 신화의 주역이다. 12만3000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진 「만수르가브리엘(Mansur Gavriel)」은 2013년 초에 론칭한 브랜드다. 박음질도 배제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가죽가방과 절제된 색감의 가방들은 2010년도 이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잇 백(It bag)의 주인공이 됐다.
2013년 6월경 선보인 데뷔 컬렉션은 패션 블로거 가랑스 도레(Garance Dore)의 러브콜을 받고 7월에는 대기 리스트를 만들어 냈다. 9월에 론칭한 온라인 사이트는 판매 시작과 동시에 1시간 만에 95%의 물량이 동나며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구매 성공, 실패 후기를 가득 채웠는데, 그 열기는 사그라들 줄 모른다.
국내에서도 각종 대행 사이트와 셀러브리티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W 잡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은 브랜드의 아이디어와 미적 감각을 보여 주는 곳… 단순한 홍보 캠페인이나 상품 판매 용도로 쓰지 않는다”고 밝혔듯 그들은 밀레니얼 세대에 어울리는 소통 능력을 통해 1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패션 하우스로 자리 잡았다.
30대 여성 듀오 디자이너 CEO, 입소문 타고 인기
뉴욕, LA, 멕시코, 도쿄, 스페인과 같은 각국에서 촬영한 영감과 이미지를 공유하며 튼튼한 브랜드 미학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셀러브리티의 TV 광고가 아닌, 손바닥만 한 정사각형(인스타그램) 안에 담길 수 있는 사진 한 장으로 소통하며 거품 없는 브랜드를 만든다. 「만수르가브리엘」은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패션업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러한 성공 신화를 이끈 「만수르가브리엘」의 주역은 누구인가? 36세의 레이철 만수르와 37세의 플로리아나 가브리엘이 그 주인공이다. 서로의 성을 따서 만든 브랜드 「만수르가브리엘」은 지난 2010년 LA에서 열린 콘서트 XX에서 만난 인연을 시작으로 구상됐다.
LA에서 20대를 보낸 만수르와 베를린에서 패션 공부를 한 가브리엘은 젊은 여성 듀오로 자신들의 니즈를 중심으로 버킷백을 구상해 나갔다. 가격 대비 질 좋은 가방, 기존 기성세대가 선호하는 고루한 명품 브랜드가 아닌 현대적인 감성을 담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직접 채소 염색 개발, 사업 자금 조성, 이탈리아 가죽 공방을 찾아 나가는 등 참신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해 갔다.
CFDA 스와로브스키 액세서리 부문 대상 수상
2년의 개발 기간을 보내고 단돈 100달러로 첫 상품 카탈로그를 찍은 만수르, 가브리엘 듀오는 뉴욕과 LA 고급 부티크에 직접 카탈로그를 전달하며 브랜드의 첫 시작을 알렸다. 2013년 뉴욕에서 열린 캡슐 트레이드 쇼에서 바이어들에게 관심을 받으며 뉴욕 고급 부티크에 입점하기 시작했다.
기존 잇 백들이 1000달러를 상회했다면 버킷백은 400~800달러 사이로 2030 밀레니얼 세대가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가격 또한 플러스 알파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신예 여성 듀오는 올해 전미패션협회(CFDA)의 스와로브스키 액세서리 부문 대상을 받으며 뉴욕 패션업계 핸드백 부문의 스타로 인정받았다.
지금도 버그도프굿맨, 블루밍데일스와 같은 리테일러들을 통한 구매가 어려울 만큼 버킷백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론칭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브랜드인 만큼, 지난해 봄 처음 마케팅 관련 예산을 편성해 뉴욕패션위크에 참여했다. 인기에 편승해 무작정 브랜드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퀄리티와 자신들의 페이스를 컨트롤,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부분이다.
버킷백 인기 상상 초월, 뉴욕패션위크 참가 주목
이뿐만 아니라 완판 신화의 주역이라는 타이틀과는 다르게 회사 규모 역시 총 6명의 젊은 직원들이 이끌어 나간다. 신생 브랜드를 성공시키겠다는 사명감이 투철한 멤버들이 눈에 띄는데 전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판매 총괄자 앤 왈라시, 「레그앤본」 재정 담당자 파멜라 여를 보면 그들의 경력이 만만치 않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버킷백의 신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 3년 만에 새로 선보인 레이디백은 기존 버킷백보다 높은 1200~1500달러(141만~176만원)의 가격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5월11일 온라인에서 판매된 레이디백은 오전 11시에 판매를 시작해 오전 11시6분에 매진 공지를 띄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제2의 칸켄백 신화가 될 조짐이 보인다는 반응을 얻을 정도.
올해 이 밀레니얼 여성 듀오 디자이너에게 놓인 문제는 바로 재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에서 버킷백을 원하는 소비자는 자꾸 늘고 있으나 항상 재고 부족으로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버킷백의 신화를 만들어 내는 데 한몫했지만, 2030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은 이 때문에 각종 악성 댓글은 물론 브랜드 평가에 최하점을 주는 등 브랜드에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24살 「샵진(Shop Jeen)」의 에린 요가순드람
이에 대해 「만수르가브리엘」은 “가죽 공정상 제작할 수 있는 수량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매번 늘어나는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퀄리티와 제작 속도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이탈리아 공방을 항상 발로 뛰며 알아보고 있다. 재고 체계 역시 업데이트하고 있으니 새해에는 더 많은 소비자에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브랜드 확장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샵진(Shop Jeen)」은 24살의 여성 CEO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반항적인’ 밀레니얼 1020세대의 취향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기존 1020의 반항이 피어싱과 펑크 록이었다면 2015년의 반항은 스왜거(Swagger)가 담긴 솔직하고 상관관계가 전혀 없어 보이는 아이템을 믹스 매치한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CEO이자 인터넷의 여왕이라 불리는 에린 요가순드람(Erin Yogasundram)은 7만7000명의 팔로워와 「샵진」 인스타그램에 41만3000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20대 중반의 거침없는 의견을 속시원하게 써 내려가는 그녀는 다른 CEO들과는 달리 거의 셀러브리티에 가깝다. 스스로가 기꺼이 소문의 중심에 서고 홍보 대사가 되는 것이다.
스냅챗 톱스타, 텀블러의 여왕, 인스타그램 신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그는“내가 브래지어를 입지 않은 것이 싫다면 우린 같이 일할 수 없겠죠. 그런데 진짜 이해가 안 가네요”라고 말하는 등 밀레니얼 1020 소비자에게 기존 기성세대에 맞서는 쾌감을 느끼게 해 준다.
이렇게 당돌한 그녀는 어떻게 처음 브랜드를 설립하게 된 것일까.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 출신인 그녀는 밀레니얼 세대에 어울리게 어릴 적부터 유명인들의 사인, 샘플 세일 제품, 중고 패션 아이템을 저렴한 가격에 사서 이베이에 파는 것으로 온라인 시장에 발을 들였다. 뉴욕에서 「알렉산더왕」 인턴십을 시작으로 「보그」 「마리끌레르」에서 일하며 패션 홍보를 배웠고 조지 워싱턴 대학에 입학해 아르바이트로 3개의 리테일 스토어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대학생 시절 단순 판매 아르바이트생 이상의 직업을 원한 에린 요가순드람은 2012년 자신의 기숙사 방에서 「샵진」을 론칭했다. 자신의 「셀린느」 가방을 파는 것은 물론 직접 프로그래밍을 배워 시작한 작은 온라인 쇼핑몰은 이제 「샤넬」이 카피 문제로 고소할 정도로 온라인 쇼핑몰업계에서 잘 알려진 브랜드가 됐다.
‘어른은 몰라요’ 밀레니얼 세대가 밀레니얼에게 팔다
성적인 대사는 물론 대마초가 잔뜩 그려진 액세서리는 기존 기성세대를 불편하게 할지 몰라도 새로운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그저 쿨할 뿐이다. 브랜드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 CEO로 보도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브랜드 성공 원인을 묻자 “50대 아저씨들이 새로운 1020 밀레니얼 세대에게 옷을 팔려고 해 봤자 전혀 쿨하지 않다. 나는 24살이다. 내가 밀레니얼 세대이고, 그들의 문제와 기분을 이해한다. 나는 「샵진」이 기존의 패션 브랜드와는 다른 진정성이 있으므로 앞으로도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2011년 23만달러(2억7000만원)의 수익을 낸 온라인 쇼핑몰 「네스티겔」의 CEO 소피아 아모루소는 2013년 뉴욕 타임스에서 선정한 ‘테크놀로지의 신데렐라’로 불린다. 2014년에 출판한 자서전 #GIRLBOSS는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그녀의 불우한 유년기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온라인 쇼핑몰 CEO로서의 삶을 공개했다.
도둑에서 CEO까지, 「네스티겔」 소피아 아모루소
어릴 적부터 심각한 우울증과 집중력 장애에 시달리던 그녀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남자친구와 동거하며 돈이 필요해 훔친 책을 이베이에 팔기 시작하면서 「네스티겔빈티지」가 시작됐다. 빈티지, 중고 옷가게에서 찾은 제품들을 직접 모델이 돼 스타일링해 팔기 시작했다.
비즈니스는 점점 커졌고 팔리지 않은 재고는 새로운 모델과 스타일링을 통해 끝까지 판매해 나갔다. 잘 팔리는 스타일이 있을 경우엔 비슷한 상품을 사서 판매하는 바이어로서의 재능을 보였다. 그녀는 점점 커지는 이베이 스토어를 확장하기 위해 2000년대 초�페이스북보다 인기가 많던 소셜 미디어 마이스페이스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해 나갔다. 2007년도 마이스페이스에서 6만명의 팔로워를 가졌던 그녀는 2008년 이베이가 아닌 첫 「네스티겔」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소피아 아모루소는 이베이 ‘네스티겔 빈티지’ 시절부터 고객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2030 밀레니얼 세대, 소셜 네트워크와 친숙한 세대 그리고 소통이라는 문화 코드가 그것. 기존 기성세대가 대중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유행에 휩쓸려 가는 데 바빴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온라인상에서 자신들만의 음악, 감성, 문화, 패션이라는 코드를 만들어 나갔다.
라이프스타일 잡지 ‘슈퍼 네스티’로 커뮤니케이션
이베이로 시작한 그녀는 소비자들이 즉각 상품에 대한 반응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제품이 안 팔릴 경우 100% 떠맡아야 하는 재고 상황을 피부로 느껴 온 만큼 고객층을 좁혔다. 2030 밀레니얼 세대와 캘리포니아의 감성을 동경하는 힙스터들을 타깃으로 하며 소통의 창구로 소셜 네트워크는 물론 연간 매거진 ‘슈퍼 네스티’를 출간함으로써 「네스티겔」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정립해 나갔다.
소피아 아모루소가 직접 이 매거진의 편집자로 활동하며 아키코 마쓰우라, 찰리 XCX, 할리 월렌스와 같은 인디 뮤지션과 예술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전했다. 이는 밀레니얼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정립하고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매일같이 새로운 정보와 소식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는 더는 배울 것도 느낄 것도 없는 광고만으로는 브랜드 홍보 효과가 미미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이처럼 현 밀레니얼을 대표하는 CEO들은 기존 4050의 딱딱한 사회 관습과 정해진 길이 아닌 자신만의 방법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 고객들에게 확확 다가가고 있다.
**패션비즈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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