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아웃도어 판 바꾼다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15.11.09 ∙ 조회수 3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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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폰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재킷 원단이라니! 웨어러블 디바이스 없이 티셔츠만 입어도 내 운동량을 체크할 수 있다고?! 스케이트보드 등 스트리트 컬처와 만난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라니…. 게다가 아웃도어 매장 내에 로스팅 커피숍이? 가장 놀라운 것은 이런 활약을 보여 주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블랙야크」라는 것!
블랙야크(대표 강태선)가 혁신적인 소재뿐 아니라 상품부터 유통 전략, 마케팅까지 R&D의 힘을 발휘하며 반전미(美)를 발산한다. 불과 1년 만에 이 브랜드는 40살 먹은 고리타분(?)한 브랜드에서 40년의 노하우로 미래를 개척하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변신했다. 지난 몇 년간의 글로벌 경험과 저성장에 대한 부지런한 고민으로 빚어낸 성과다.
언젠가부터 아웃도어시장은 자타공인 재미없는 곳이 됐다. 몇 년째 바뀌지 않는 1인 스타 마케팅, 다운 아니면 냉감 티 같은 한결같은 상품들, 어제의 60만원짜리가 오늘 20만원짜리가 되는 신뢰할 수 없는 가격은 소비자들이 아웃도어를 외면하게 하는 이유가 됐다. 테크 트리(tech tree)라도 타듯 당연하게 전년도와 유사한 상품기획, 영업,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브랜드들에 소비자가 등을 돌린 것이다.

*테크 트리(tech tree) :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 게임에서 어떤 기술에 포인트를 투자하거나 배워서 결과물까지 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계통도. 테크 트리를 탔다는 것은 특정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

기술 혁신, 유통 차별화, 컬처 콜래보까지
얼마 전까지 보이던 「블랙야크」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2014년 매출 5724억원, 영업이익 81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4%, 26.7% 감소했다. 물론 2014년은 세월호 사건, 2015년은 메르스 확산 등으로 아웃도어에 치명적인 시간이었지만 「블랙야크」는 내부적으로 변화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9월 「블랙야크」가 IT와 의류 결합 부문 연구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해 R&D팀을 새로 꾸미면서부터다. 이 회사가 외부 인사를 주축으로 팀 이름을 정해 대대적인 조직을 꾸린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다. 이 조직의 임무이자 목표는 ‘기술 혁신’이다.
이명호 상품기획본부 총괄 상무는 “지금 아웃도어시장은 단순한 상품의 기능, 디자인 경쟁만으로는 승기를 잡을 수 없다. IT 등 이종 산업과의 융합으로 미래 시장을 선점할 생각이다. 팀은 9월에 공개됐지만, 이 작업은 독일 ISPO에 나가기 시작한 4년 전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작년 1월 ISPO에서 ‘야크온’을 선보이고 지난 5월 실용화한 상품을 선보인 것이 첫 성과다. 정말 똑똑한(smart) 아웃도어 상품을 보여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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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스마트웨어 관련 R&D 투자 시작
강태선 회장 역시 스마트웨어 개발 등 기술 혁신 임무를 맡은 R&D팀을 이번 하반기부터 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강 회장은 이 팀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연구실도 자주 찾고 있다고 전해진다.
「블랙야크」가 지난 5월 선보인 스마트 티셔츠 ‘야크온P’는 입으면 가슴둘레에 있는 소재가 자동으로 심장 박동 수를 체크하고 모바일 기계로 송신해 운동량을 체크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웨어러블 스마트웨어로 티셔츠에 장착된 심전도 측정기는 기계가 아니라 은사 섬유를 활용한 원단이다. 섬유 소재이기 때문에 땀을 흘려도 문제가 없고 세탁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측정된 데이터는 스마트폰의 ‘야크온 앱’에 전송돼 일일 단위부터 주간, 월간까지 운동 정보를 누적할 수 있다.
하반기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야크온H’ 재킷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광발열 소재인 야크히트 내에 은사 섬유를 활용한 발열 기기를 넣은 것으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외투 내 발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재킷 원단 자체가 전기장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역시 섬유 소재로 개발됐기 때문에 세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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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 가능 웨어러블 스마트웨어 ‘야크온P’
이 상무는 “「블랙야크」가 ‘야크온’을 시중에 선보이기까지 1년의 시간이 걸린 것은 실용적이면서도 정말 똑똑한 스마트 소재를 만들기 위한 테스트 때문이다. 기계적인 면이 들어갔다 해도 의류인 이상 눈이나 비 같은 환경에의 노출과 잦은 세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블랙야크」 중심으로 IT 전문가, 원사 전문가 등 의류와 IT 기술을 융합하는 파트너사들을 모아 소재와 상품을 실용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며 스마트웨어의 조건을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는 또 다른 기능의 스마트웨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한 기능과 소재 역시 현재 개발 테스트 단계를 거치고 있다. 지금 연구 중인 스마트웨어용 기능이 꼭 상품으로 상용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테스트 중에 실용성이 떨어지는 점이나 결함이 발견되면 단호하게 폐기한다. 현재 상용화된 야크온 P와 H 역시 수백 가지 테스트를 거쳐 살아남은 기능이다”라고 말했다.
아웃도어 본연의 기술력을 혁신함과 동시에 상품 디자인에도 변화를 줬다. ‘히말라야 오리지널’이라는 브랜드의 근원적 감성을 지키면서 차별화된 브랜드 컬러를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한다. 이번 하반기 「블랙야크」 상품 디자인의 키워드는 ‘듀얼 엣지’다. 기술 혁신과 트렌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것. 각각의 상품 카테고리에 업그레이드된 기술력과 디자인을 입힌다.

‘듀얼 엣지’ 테크놀로지 & 트렌디 모두 잡는다
김기현 디자인실 이사는 “특히 라이프스타일군의 변신을 눈여겨봤으면 한다. 지난 8월 다녀온 독일 아웃도어 전시회인 ‘프리드리히샤펜’에서도 라이프스타일 상품군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를 봤다. 소재 역시 하이 퍼포먼스 소재가 개발되고 있는 한편 울라이크 소재, 면 감촉의 소재, 데님 같은 짜임의 소재도 많이 보였다. 물론 경량화도 당연하다. 「블랙야크」 역시 아웃도어 정통의 기능성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상품도 늘린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상품들은 특히 컬러에 변화를 준다. 기존에 다소 낮은 채도의 상품을 선보였다면, 봄 상품은 채도를 높여 밝은 느낌을 강조한다. 프리미엄 시티 캐주얼군인 ‘B.P(Blackyak Prestige)’ 라인은 베이직한 디자인을 적용해 세련된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로 제안한다. 윈드스토퍼 언라인드(unlined) 소재를 적용해 경량성도 강화한다.
스포츠 라인은 실제 스포츠 활동을 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입고 움직이는 데도 무리 없는 디자인으로 변신했다. 간결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팬츠 핏과 사이즈를 슬림하게 변형해 도시적인 세련미를 더했다. 브랜드의 세컨드 모델로 발탁한 육성재(아이돌 그룹 비투비 멤버)를 통해 1020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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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잡는 라이프스타일 상품군 강화
모든 아웃도어 브랜드가 걱정하는 올겨울 다운 판매. 「블랙야크」는 어떨까. 이 상무는 “다운 대체 상품을 고민 중이다. 불과 재작년만 해도 ‘아이스버그’라고 하면 무조건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브랜드마다 대표 다운 점퍼가 있어서 마치 ‘잇 아이템’처럼 팔리던 시절이다. 최근에는 패션처럼 아웃도어도 ‘스타일’ 싸움이 됐다. 익스트림 상품에서는 막강한 기술력을 보여 주고, 라이프스타일 상품군에서는 우리만의 스타일 상품을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보여 주는 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R&D는 꼭 소재 개발이나 디자인 혁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따로 팀을 구성하지는 않았지만 유통과 마케팅 전략에서도 기존과 색다른 방식을 고안해 선보이고 있다. 유통 전략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자체 카페 브랜드 ‘롯지201’을 론칭해 아웃도어 매장 내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작년 말 서울 강남구 양재동으로 사옥을 이전한 블랙야크는 지난 5월 사옥 1층과 2층에 「블랙야크」 「블랙야크키즈」 「마운티아」 「마모트」 등 4개 브랜드의 복합매장을 오픈했다. 본사 사옥이지만 양재천을 오가는 소비자들이 매장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리스타가 상주하는 ‘롯지201’이라는 이름의 카페테리아를 오픈했다. 이어 지난 9월 말에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마모트」와 ‘롯지201’의 복합매장으로 입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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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지201’ 카페 론칭, 소비자 소통 공간 활용
김창식 영업본부 총괄 상무는 “카페와의 결합을 통해 매장을 단순 쇼핑 공간보다는 소비자들이 아웃도어 트렌드는 물론 편안한 분위기를 즐기며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제안하려고 한다. 젊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높이고 매장 내부로 고객이 유입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형복합점이나 백화점 매장 내에 입점해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오두막’을 뜻하는 카페 이름에 맞춰 고객과 소통하고, 쇼핑 중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오두막처럼 나무를 활용한 깔끔한 디자인이며, 커피와 소프트 드링크, 과일 음료 등 음료 중심의 메뉴를 선보인다.
가두점 환경 개선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지난 2013년 「블랙야크」 인천 구월동점이 165㎡에서 495㎡로 확장하고 매장 내 VMD와 인테리어 개선을 시도한 결과 연매출 20억원대 매장이 6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이 매장은 지난해에도 6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는데, 유통 컨디션이 그만큼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다.
특히 환경 개선이 폭발적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주변 상권에 있는 소형 매장들에까지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블랙야크는 올해도 대리점들의 컨디션 개선에 투자를 많이 할 계획이다. 대형 상권의 전략 육성 매장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고, 주변 소형 상권으로 그 영향이 선순환되도록 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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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두점 환경 개선, 아울렛팩토리 등 신유통 전략
또 범람하는 아울렛 유통 속에서 재고 상품 관리의 중심을 잡기 위해 자체적으로 ‘아울렛팩토리’라는 직영 유통을 기획했다. 김 상무는 “매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재고 총알도 더욱 많아지고 있다. 1000억원대 브랜드의 30%와 6000억원대 브랜드의 30%는 차이가 크다. 기존 가두점의 정상 판매율을 높이고, 프리미엄 아울렛에서도 판매하지 않는 다년 차 재고의 처리를 위해 직영 아울렛팩토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1호점이 있다. 2층 규모의 큰 매장이지만 직원은 캐셔 1명뿐이다. 상품 가격이나 사이즈가 궁금하면 소비자가 직접 매장 내에 있는 스캔 기계에 태그를 찍어 알아볼 수 있다. 최소 인력으로 재고 처분 매장으로만 활용하며 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서 상권이 쇠약해지고 대체 매장이 필요한 곳에 이 매장을 오픈해 운영할 계획이다. 매장당 연 1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한다.
색다른 마케팅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상품 내 라이프스타일군을 늘리고 육성재를 모델로 추가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젊은층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패션 매거진과 함께 ‘라이프스타일 북 크루 라이프(crew life)’를 발간했다. 여기에 인스타그램 계정(@blackyak.lifestyle)과 마이크로 사이트를 오픈해 스타일리시한 이미지와 영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블랙야크」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아웃도어 + 스트리트 액티비티, 컬처 콜래보를
최근 젊은층에게 사랑받는 롱 보드, 전동 휠, 접이식 자전거 등 다양한 스트리트 액티비티를 소개하고 그에 적합한 기능성을 갖춘 「블랙야크」 아이템을 제안한다. 특히 자사 브랜드만으로 구성한 코디가 아니라 여러 스트리트 브랜드와 믹스 매치한 스타일링으로 좀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데일리 패션 스타일을 연출한다.
‘라이프스타일 북’은 일반적인 스타일링 화보집과 달리 3개 업체의 컬처 콜래보레이션 프로젝트다. 「블랙야크」와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다이아몬드서플라이」 전개사(다이아몬드서플라이코리아), 남성 스타일 매거진 ‘긱(GEEK)’의 협업이다. ‘문 밖’을 의미하는 아웃도어와 도전적인 스트리트 문화의 리얼한 만남으로, ‘세상은 문 밖에 있다’는 「블랙야크」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를 패셔너블하게 전달한다.
​남윤주 마케팅본부 팀장은 “아웃도어와 스트리트 문화는 억압된 시대 속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층으로부터 태동한 문화로 다른 듯하지만 동시에 공유하는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앞으로도 아웃도어와 스트리트 패션을 재해석한 상품을 선보일 것이며, 라이프스타일 북을 시작으로 다양한 컬처 마케팅을 통해 ‘크루 라이프’에 담긴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패션비즈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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