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 엘바즈도 「랑방」 떠났다

이영지 객원기자 (yj270513@gmail.com)|15.11.02 ∙ 조회수 8,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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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측하건데 향후 몇일동안 문(스튜디오)들이 쾅쾅 닫히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디오르」의 라프 시몬스가 떠난 자리를 두고 이것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 마치‘의자 뺏기 놀이’를 하는 것과 같은 강력한 경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패션계 많은 이들의 눈은 LVMH그룹의 메인 브랜드 「디오르」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극소수의 아티스트(디자이너)들에게 돌아가 있는 상태다.

지난 10월 28일, 이미 많은 이들이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 발표됐다. 랑방그룹의 직원들이 이날 오후 소집됐고 이날 알버 엘바즈의 최측근 콜래보레이터들이 뉴스가 사실임을 다음과 같은 전문으로 컨펌했다.: 우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럭셔리 프렌치 메종 「랑방」에서 지난 14년간 근무하면서 오너인 마담 왕 샨란과 조화를 이루어 훌륭한 콜래보레이션으로 메종을 부활시켰고 이제는 그동안의 임무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 소식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공식화되기 이전에 이미 다수의 소스들은 파브르그 상토노레가(rue du faubourg Saint Honoré)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이 정리됐다고 전했다. 랑방 그룹의 오너인 마담 왕은 지난 2001년 알버 엘바즈를 영입했다. 그녀가 로레알 그룹으로부터 「랑방」을 인수한 직후의 얘기다.

인수 당시 「랑방」은 20년 넘게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이후 마담 왕과 알버 엘바즈 듀오가 손잡고 브랜드의 부활을 위해 노력한지 6년만에 청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7년 마담 왕은 「랑방」 향수와 코스메틱 라인을 ‘인터퍼퓸(InterParfums)’사에 2200만 유로(약 286억원)에 매각한다.

그녀는 이것이 패션에 더 포커스하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후회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알버 엘바즈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프렌치 메종이 판매에 있어서 독자적인 유통망(매장)을 구축하는 등 새로운 전략과 투자자가 들어오기를 원했고 결국 이러한 요구가 충족되지 못하면서 그가 떠날 것이라는 루머는 계속 됐다.

2001년 추락하던 영광을 제대로 부활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알버 엘바즈는 「기라로쉬(Guy Laroche)」 「이브 생 로랑」 「크리지아」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기라성 같은 「샤넬」의 칼 라거펠드를 이을 만한 인재로까지 인정받을 만큼 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가장 촉망받는 디자이너가 됐다.

디자이너들이 이미지 메이커가 돼버렸다?

WWD에 의하면 이스라엘 출신의 이 디자이너는 갈리아노가 정리된 2011년에 이미 「디오르」의 컨택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일은 알버 엘바즈와 「랑방」과의 계약 관계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이렇게 유혹(?)을 물리치고 그동안 「랑방」에 올인해온 그는 작년에 125주년을 맞이한 메종의 오너 왕마담에게 회사를 오픈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받아 단독 매장 유통망(매출의 30%를 차지)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가죽 제품 라인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등 전략적인 아이디어를 간곡히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프랑스 체류 기간이 더 줄어든(랑방의 경영 위임을 2013년 미셀 위방에게 넘겼다) 마담 왕은 「랑방」이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올해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매각액을 지나치게 높게 부르는 등 브랜드를 투자자에게 넘기는 것에 대해서 망설였다. 알버 엘바즈는 현금 투자의 부족과 한국, 일본에서 진행하는 일부 라인의 라이선싱 등 이같은 운영 상황이 임시 변통적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엘바즈가 이번에는 「디오르」행을 선택할 것인가?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직업적인 부분에서 하고자 하는 경고, 즉 일종의 조건이 붙을 수 있다. 그 경고는 최근에 「디오르」를 물러나면서 라프 시몬스가 설명했던 것과 근본적으로 맥락을 같이한다. 알버 엘바즈는 현재 패션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패션 서커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그의 '매니페스토(Manifesto)' 전시회에서 숨김없이 밝혔다.

«우리는 화면(screen)을 넘기며 살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보려하지 않고 찍기(filming)만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듣지 않고 레코딩만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운로드만 한다.» 그는 지난주 뉴욕에서 ‘패션 그룹 인터내셔날’이 주관한 'Night of the Stars' 30주년 갈라에서 메릴 스트립으로부터 수상하면서 소감을 이렇게 풀어놨다.

그는 디자이너들의 고민에 대해 «우리는 꿈과 직관, 감성을 가지고 패션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우리가 그 당시 스스로에게 물었던 것들은 여성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성의 삶이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이러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직업은 변화를 맞이했고 우리는 아티스틱 디렉터가 됐다. 또 시간이 지나 롤은 바뀌었고 지금 우리는 이미지 메이커가 됐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작품이 화면(screen)에서 좋게 보이는 지다. 우리는 화면을 통해 '대박'을 내야하고 그것은 새로운 룰이 돼버렸다. 하지만 나같은 외침 아니 중얼거림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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