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키 도시카즈 l
니와카 사장

esmin|15.11.10 ∙ 조회수 1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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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즈쿠리: 일본의 장인들이 물건을 만드는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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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에서 한 시간 반, 교토 거리는 마치 사진 속 풍경처럼 아름답고 청명하다. 어쩌면 세상의 도시가 이렇게 깨끗할 수 있을까 싶게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갈하게 정리돼 있는 곳, 전통과 모던이 잘 배합돼 있어서 그것이 더욱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
주변을 압도하는 큰 건물도, 화려함을 뽐내는 컬러감도 배제된, 나지막한 건물과 평화로운 공기 속에 개성 강한 「폴스미스」 매장도, 「맥도날드」의 간판마저도 이 도시의 컬러를 반영하는 곳. 도시 전체가 그레이시한 컬러를 은근히 뿜어내는 곳, 바로 교토다.
교토의 중심 거리인 산조거리 한가운데에 일본을 대표하는 주얼리 업체이자 오트쿠튀르 주얼리로 유명한 「루시에(LUCIE)」 브랜드 전개사 니와카의 본사가 있다. 한눈에도 ‘교토모던’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옥은 유명한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고 디자인했다.

디자이너이자 장인, 아티스트이자 경영인
이 건물에는 햇볕이 잘 들고 자연과 건물을 조화롭게 하려는 니와카 사장의 생각과 안도 다다오의 철학이 잘 반영돼 있다. 교토의 건축법은 고도 제한이 있고 전통을 잘 지키려는 이 도시만의 조건들이 있어 건축가에게는 매우 까다로운 편. 하지만 이곳에서 창업해 오랜기간에 걸쳐 브랜딩하고 있는 아오키 도시카즈 사장에게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주얼리 장인이자 디자이너, CEO인 아오키 도시카즈. 그의 첫인상은 기업인이나 경영인이라기보다는 학자(그것도 철학자나 인문학자)나 교수에 가깝다. 정갈한 옷차림에 감정이 배제된 표정,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나지막한 음성이나 간간이 보이는 미소는 영락없는 학자다. 말문을 연 첫 음성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그의 어조에는 진동폭이 거의 없다.
건물이 너무 아름답다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건물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 디자인했습니다. 물론 인테리어에는 저의 의견도 반영됐습니다. 지붕 외벽에 위를 향한 동그란 원을 뚫어놓은 것은 하늘의 에너지를 잘 받기 위한 디자인이죠(웃음).”

안도 다다오가 지은 사옥에도 철학 담겨
인터뷰 중 그와 나눈 대화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모노즈쿠리, 진심, 정신, 공감, 완성 등의 매우 추상적인 단어들이었다. 확고한 미션이라던가 창대한 목표, 성장과 관련된 지표나 화려한 숫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이 기업이 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의아할 정도로 그는 정적이다.
이 의문은 곧 풀렸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의 페이스로 진심을 다해 100% 완성을 향해 꾸준히 간다.” 언뜻 개념적으로 들리는 이 문장을 그는 자신의 하우스에서 잘 구현하고 있다. 한 치의 누수도 없는, 디자인부터 전 공정, 매장과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서 니와카는 외부의 변수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나아간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진심을 담은 모노즈쿠리(モノづくり) 정신으로.
이는 주얼리 디자인부터 제작 공정 일체를 엄격히 체크해 퀄리티를 콘트롤하고 있는 니와카의 시스템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사장은 물론 전체 직원의 10% 이상이 주얼리 디자이너이기에 가능한 것. 회사 전체가 철저하게 디자인과 품질 오리엔티드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결과 회사가 설립된 지 32년, 니와카는 아시아의 브랜드로서 명품 브랜드의 대열에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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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32년 아시아 브랜드로 명품 대열에
비결이 뭘까. “세계의 주얼리마켓을 보면 규모 측면에서는 중국이 1위, 미국이 2위 그리고 3위가 일본입니다. 따라서 일본에서 성공하면 세계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은 일본에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고, 각국의 특성에 맞게 하되 일본 문화를 베이스로한 모노즈쿠리로 기본을 다진 것이 비결입니다. 그 각각의 일에 성의와 진심을 가지고 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 주었다. 2014년(3월 법인 기준) 연매출은 61.3억엔(약 600억원), 2015년 77.8억엔(약 800억원)에 이어 2016년에는 85억엔(약 85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3개년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맞춰 진행합니다. 하지만 계획을 세울 때도 매출이나 숫자 위주로만 하지 않고 각 브랜드의 성장과 비전을 세우고 그에 맞춰 매출이 자연히 따라오게 합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창업할 때 비전은 누구나 성장성 위주로 할 수 있겠지만 그는 장인 타입이라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 즉 제조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탄탄하고 안정된 하우스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 가장 주력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니와카 안에는 수많은 일본의 장인이 놀라울 만큼 깨끗한 환경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의 전통적인 노하우가 고스란히 니와카의 상품에 녹아 나오는 것은 물론이다.

주얼리 디자이너 출신으로 1983년 창업
니와카를 관통하는 콘셉트는 ‘교토모던’ 그 자체다. 사옥에도 매장에도 상품에도 그 정신이 녹아 있다. “교토는 수도 1200년의 역사가 있는 도시로, 주변에 100년 이상 번영한 회사가 많습니다. 이들과 함께 니와카도 100년 이상 유지하는 회사로 키워 나가는 것이 저의 비전입니다. 그러기 위해 품위와 격을 갖추려면 100년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급하게 성장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기업을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
빠른 스피드와 대량생산, 거대함 등이 세상을 주도하는 이 시대에 아오키 사장과 니와카는 느린 걸음으로 자신만의 페이스로 걷고 있다. 이런 아오키 사장의 경영철학을 나타내는 한 가지 팩트. 니와카의 명함에는 회사명 위 한 귀퉁이에 한자 ‘俄’가 적혀 있다. 그 뜻을 물었다. “그게 바로 니와카라는 단어입니다. 사람 인(人) 변에 나 아(我) 자가 합쳐진 이 글자는 ‘타인과 내가 더불어 이루어진다’는 뜻을 갖고 있는 동시에 사명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주얼리를 통해 ‘사람들’과 ‘나’가 조화를 이루고 세상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다는 것. 이런 아오키 도시카즈의 경영 철학은 니와카의 모든 브랜드와 상품에 반영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주얼리’를 지향하는 「루시에」의 오트쿠튀르 시스템은 각기 다른 고객 취향을 존중해 누구나 ‘나만의�주얼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

2016년 매출 850억원, 꾸준하고 착실한 성장
이것은 「루시에」 고유의 맞춤 시스템인데 전 세계 모든 매장의 상품이 디자인 후 교토 디자인센터의 정교한 커스터마이즈 과정을 거쳐 고객에게 전달된다. 기존 제품 중에서 소재, 질감, 두께 등 디자인 요소를 변형해 맞춤 선택할 수도 있다.
니와카의 모든 메인 다이아몬드는 세계적으로 공인된 G.I.A. 감정의 다이아몬드만 세팅한다. 더욱이 동급 G.I.A. 다이아몬드 중에서도 최고 품질의 다이아몬드만을 엄선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또 G.I.A. 감정서가 첨부되지 않는 0.2캐럿 미만의 다이아몬드까지도 엄격한 검품 시스템을 통해 품질을 보증한다.
아오키 사장은 1983년 동양적인 디자인과 금속의 자연미를 살린 하이 주얼리 브랜드 「니와카(Niwaka)」를 론칭했다. 이후 여성미와 정교함이 조화된 새로운 브랜드를 갈망하던 그는 2002년 컨템포러리 오트쿠튀르 주얼리 「루시에」를 탄생시켰다. 그는 디자이너로 출발해 직장 생활도 했고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창업해 현재는 경영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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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디자인과 금속의 자연미 「루시에」
“한국도 일본도 ‘모노즈쿠리’를 하는 크리에이터와 경영인을 별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둘 다 같은 존재라 생각합니다. 창조성, 마케팅력 등이 크리에이터와 경영인에게 동일하게 요구되는 덕목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을 베이스로한 그의 경영방식은 니와카가 디자인 오리엔티트된 회사로 성장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는 경영인에게도 디자인적인 센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센스란 세상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아는 것이고 자사의 오리지널 DNA를 가지고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를 명확하게 아는 것입니다. 저희는 모노즈쿠리라는 일본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물건을 만드는 데서 그 센스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지요. 너무 숫자만 바라보는 경영인은 앞으로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이자 경영인으로서 그는 ‘디자인 경영’을 지향한다.
"우리는 모든 상품의 자사 제작이 가능할 만큼의 크리에이터들을 사내에 갖추고 있고 크리에이터를 키워 나가는 것이 또한 저의 중요한 업무입니다. 회사의 전 직원들은 인재를 키워나가는 의식이 높아 장인들 또한 젊은 장인들이 키워냅니다. 모든 과정에 컨센서스가 잘 이뤄지고 있고 그런 상품이 또 잘 팔리기도 하기에 전체적인 컨센서스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와 경영인은 창조성 면에서 동일
“회사는 매출을 올리고 성장하는 데 주력하지만 그 다음 단계가 되면 일하는 사원들이 기분 좋게 일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 또 그 다음에는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그런 것이 얼마나 회사에 반영돼 있느냐가 중요해집니다. 일본의 말 중에 ‘우리테요시 카이테요시 세케요시’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파는 사람도 좋고 사는 사람도 좋고 세상도 좋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것을 기본에 두고 하다 보니 모든 것이 잘됐습니다. 그것이 니와카의 가장 단순한 비결입니다.”
전통과 역사가 있는 유럽의 수많은 럭셔리 하이 주얼리 브랜드들과 니와카의 차이는 무엇일까. “다른 점이 있다면 브랜드마다 자기 나라의 문화 베이스를 갖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요. 우리는 교토의 문화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는 것. 크게 교토를 강조하지는 않지만 생활 속에 그 DNA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니와카가 지향하는 ‘교토모던’의 개념은 서양의 좌우 대칭적인 미의식에 비해 비대칭적인 것과 여백(공간)을 테마로 한다는 점이다. “교토에서 모노즈쿠리를 하고 있는 이상, 니와카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그 DNA가 녹아 있습니다. 「루시에」는 교토뿐만 아니라 도쿄 긴자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키워 나가고 있어서 그 안에 유럽적인 DNA도 흐르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내가 조화를 이뤄 세상에 도움을”
니와카는 브라이덜(웨딩 예물)과 패션 주얼리를 함께 시작, 브라이덜에서 먼저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패션 주얼리는 아직 전문 매장을 내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하이 주얼리와 파인 주얼리 쪽을 더 키워 나갈 예정이다. 시장에 발매되지 않지만 회사 내부적으로는 아주 높은 레벨의 주얼리들도 만들어진다. 일례로 한 네크리스 경우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상업적 상품이 개발되지만 한쪽에서는 미래를 위해 고도의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성장하려면 세계인이 동경할 수 있는 강한 디자인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명확하게 가지는 것이 필요하지요. 일본이나 세계의 고객들이 받아들여 준 덕분에 지금의 니와카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저 한결같이 모노즈쿠리를 계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나와카는 아시아 진출의 첫 단추를 꿸 장소로 한국을 택했다. 니와카코리아(대표 김남욱)는 지난 2007년부터 「루시에」 브랜드를 먼저 소개해 착실히 그 위치를 다져왔고 올해는 ‘프리미어 부티크’인 ‘라틀리에 드 레브(L'atlier du Reve)’라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니와카」 「 N.Y. 니와카」 「루시에」 세 브랜드를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패션비즈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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