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메이커 ‘얼반테이너’ 뜬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 주는 동시에 고객들을 스토어로 끌어모으는 ‘스페이스 브랜딩’의 강자 얼반테이너(대표 백지원)를 주목하라. 국내외에 넘쳐나는 브랜드와 백화점 쇼핑몰 스트리트 등 다양한 쇼핑공간이 펼쳐져 있는 요즘, 고객들을 매장에 집객, 체류하게 만드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만남의 장소 카페가 백화점 1층에 자리하고 체험형 MD와 엔터테인먼트 요소의 중요성을 부르짖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상품만을 판매하는 유통과 이를 머리에 두고 스토어를 꾸민 브랜드는 다채로운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더 이상 만족시킬 수 없다. 이곳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취향, 그것을 보여 주는 ‘공간’이 브랜딩의 키(key)로 떠오르면서 패션 & 리테일 브랜드들이 얼반테이너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도시를 담는 유쾌한 그릇’이라는 의미를 지닌 얼반테이너(Urbantainer)는 도시(Urban)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 컨테이너(Container)를 합성해 만든 이름처럼 건축은 물론 인테리어 그래픽 미디어 마케팅 브랜딩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재미난 일들을 펼쳐 내고 있다.
음악 패션 유통 등 전 방위 이슈 메이커
“무조건 재미예요. 어떤 공간이든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패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판매에만 몰입해서 만들어진 공간에 사람들이 올까요? 절대 아닙니다. 내가 놀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야 찾게 됩니다.” 얼반테이너의 수장 백지원 대표의 말이다.
지난 2009년 서울 강남 한복판, 서브 컬처를 만들어 낸 서울 플래툰쿤스트할레로 업계의 관심을 한곳에 모은 그다. RED DOT 디자인 어워드 수상, 독일 ‘Deutsches Architecktur Museum’,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물’, 한국건축가협회상 등을 받으며 국내외에서 이슈를 뿌렸다. 플래툰쿤스트할레는 오픈한 지 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역동적이고 에너제틱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스트리트 아트, 그래픽디자인, 클럽 문화, 음악, 비디오아트, 패션 등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각자의 분야를 새롭게 만드는 문화적 시도들이 이뤄지는 장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썸씽 뉴를 만들어 가는 것을 원한 백 대표는 예전부터 뜻이 맞은 정연진 디렉터와 함께 지난 2009년 얼반테이너를 설립했다. 1인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다양한 일을 해 보자는 뜨거운 마음이 일으킨 일이었다.
회사 설립 후 백 대표를 비롯해 얼반테이너 멤버들은 이듬해 터키 이스탄불로 날아갔다. 이스탄불에서 열린 「나이키」의 파빌리온 팝업 이벤트를 위해서였다. 스페셜 이벤트이던 ‘나이키 플랫폼’ 프로젝트의 공간 디자인과 전시 디렉팅을 맡은 얼반테이너는 버려진 조선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조선소 앞 공간과 크레인, 컨테이너가 만나 서브 컬처의 느낌을 주는 ‘공사중(UNDER CONSTRUCTION)’이라는 흥미로운 공간을 기획한 것.
「아디다스」 3만명, ‘카카오’ 3일간 1억
이 작업에서 그는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농구와 젊고 반항적인 느낌의 그래피티 퍼포먼스, 파티를 결합시켜 한층 유니크한 감성을 부각했다. 성공적인 팝업 이벤트가 끝난 후 이스탄불 시는 이 조선소를 문화 축제를 위한 장소로 일반 시민에게 오픈했다. 이후 더욱 다양한 브랜드와의 크리에이티브하고 성공적인 작업물로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한 네이버 앱스퀘어 시리즈, 공신력이 있는 영국의 디제이 맥(DJMag) 6위에 랭킹된 클럽 옥타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박동문)의 첫 쇼핑몰 유통 브랜드 ‘커먼그라운드’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온라인 세상이든 클럽이든 쇼핑몰이든 사람들이 몰리는 화제의 공간에는 그들이 있었다.
단순히 디자인적인 입장에서만 이들의 작업물의 성공 여부를 논하는 게 아니다. 카카오프렌즈 팝업스토어의 경우 오픈 3일 만에 2만여개 아이템이 판매되며 무려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아디다스」 슈퍼스타 홀 오브 페임에는 3만명의 고객을 집객시켰고 이 중 8000명이 구매로 이어졌다. 네 차례나 공중파 방송에 등장하며 이슈를 뿌렸다. 커먼그라운드는 주말 평균 1만명의 방문자를 불러 모았고 업체 측도 3년 차에나 이룰 목표치를 1년 안에 달성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문화 & 체험 팝업스토어, 젊은층 열광
프로젝트에 돌입할 때 어떻게 움직였는지 백 대표를 통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왜 이들이 만들어 내는 공간이 이슈 스토어가 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클럽 옥타곤은 유저들에게 맞춘 서비스 디자인이 반영된 좋은 예이자 이들이 추구하는 D.C.T(Design Culture Technology)의 완벽한 모델이다.
“20대의 오페라하우스가 바로 클럽이에요. 이들은 클럽에서 최신 음악을 최고의 사운드로 듣고 싶어 하죠. 오페라하우스가 최고의 장비로 꾸며지듯이 무엇보다 음향 장비와 기기 투자에 공을 들였죠. 또한 오픈 키친, 메뉴 개발 등에도 눈을 돌렸어요. 어떤 공간에서 사진을 찍든 어디에 왔는지 알 수 있게 공간마다 통일감을 주는 요소도 담아냈습니다.”
가상 공간 ‘네이버’까지 오프라인에~
「아디다스」 팝업스토어는 패션 브랜드 리테일 마케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40여년간 큰 사랑을 받아 온 ‘슈퍼스타’ 컬렉션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팝업스토어로, 얼반테이너는 브랜딩 건축 인테리어 그래픽이 조화된 체험 중심의 공간으로 전략을 짰다. 슈퍼스타의 가치와 이들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공간 안에 브랜드 콘텐츠 경험을 녹여냈다. 「아디다스」 본사는 러닝화 라인을 론칭할 때도 이 같은 프로젝트를 이어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브랜드와 이용자 모두 얼반테이너의 스페이스 브랜딩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눈에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가상 공간도 얼반테이너와 함께라면 달라진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고민이 많았던 작업이지만 RED DOT, IDEA, IF 등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하게 한 팝업스토어 프로젝트가 바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의 작업이다. 그린 컬러 하나가 전부인 온라인, 보이지 않는 가상 공간을 어떻게 실체로 보여 주면서 정확하게 브랜딩할 수 있을까.
얼반테이너는 하나하나 생각나는 단어나 이미지들을 나열하며 브레인스토밍을 해 나갔다. 지식검색.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묻든 친근하게 일일이 대답해 주는 곳으로 정의를 내리고, 럭셔리하고 나와 동떨어진 아무개가 아니라 편하고 쉬운 친구 같은 느낌이 바로 이들이 네이버를 두고 내린 결론이었다. ‘명동에 배달된 박스’라는 콘셉트 아래 미리 제작한 박스를 네이버 앱의 체험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첫 번째 앱스퀘어는 대성공을 이뤘고 이후 이동 가능한 ‘앱스퀘어 온 투어’로 이어졌다.
‘디자인 + 컬처 + 테크놀로지’ 로 승부
사실 패션업계에 얼반테이너를 가장 깊이 각인시킨 프로젝트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첫 유통사업 신호탄인 ‘커먼그라운드’다. 과거 주차장으로 쓰이던 유휴지 같은 곳을 생동감 넘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주역이다. 오픈하자마자 건대 상권을 대표하는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한 쇼핑몰로, 얼반테이너의 장기인 모듈러 공법*을 이용한 신개념 컨테이너 건축물*이다. 200여개의 컨테이너를 블록처럼 쌓아 올린 스타일의 ‘마켓’이다.
“젊은층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자 한다는 코오롱과 문제점과 해결점을 찾아 나가는 방법으로 커먼그라운드의 모습을 그려 나갔어요. CSV(Creating Shared Value)* 모델은 오너가 꼭 요구하는 조건이었죠. 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길 원하고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생각이 얼반테이너와 일치했어요.”
얼반테이너는 일종의 세련된 ‘현대판 재래시장’을 보여 주고 싶었다. 쇼핑 공연 재미가 더해진 복합문화마켓으로서 커먼그라운드를 찾는 고객들이 함께 즐기는 공간 ‘마당’을 가장 좋은 위치인 몰 중심에 풀어냈다. 가장 좋은 것을 고객에게 떼 주는 것이 파트너십이라고 백 대표는 언급했다.
지속 가능 컨테이너 건축, 세계서 주목하다
그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물건을 팔아 주는 대상만이 아니라 커먼그라운드 안에서 함께 즐기고 함께 커 가는 파트너가 돼야 해요.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의 액티비티가 일어날 때 상생과 융합이 가능해집니다”라고 덧붙였다. 얼반테이너는 코오롱과 함께 버려진 유휴지를 찾아 커먼그라운드 2, 3호점도 만들 계획이다.
“패션은 건축과 비교하면 최소한의 것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죠.” 스타일 디렉터를 아내로 둔 덕분일까. 백 대표는 건축 다음으로 관심 있는 분야이자 잠재성이 큰 업계로 패션을 언급했다. “제조업이 기반인 패션이 브랜드 기반이 되는 순간, 바로 혁신이 시작될 것입니다.” 너무나 단순한 한마디지만 그의 확고한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백 대표는 “한국의 패션은 제가 만난 모든 외국인 친구가 놀라는 부분이에요. 다만 문화 공부(?)가 아직 덜 되었다고 할까요. 문화 베이스로 시작해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감히 조언하고 싶어요.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파티가 더해지고…. 문화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을 염두에 두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였다.
그 예로 서울패션위크가 열린 DDP에서 본 모습을 설명했다. 세계적인 건축물로 손꼽히는 공간에서 패션쇼가 이뤄지고 10~20대의 수많은 친구들이 사진을 찍고 패션을 보여 주고 서로 놀면서 브랜드를, 디자인을, 공간을 공유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게 되었다는 것.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엄청 똑똑하고 문화적 감성도 날로 높아지고 있어요. 옷을 단순히 팔아야 할 제품으로만 보는 브랜드는 찾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는 앞으로 더 확실해질 거고요. 문화가 녹아든 패션, 이를 체험하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공간 속에서 한국 패션 브랜드가 더욱 성장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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