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 밸류 마켓 알짜기업으로

inkk|15.09.22 ∙ 조회수 20,677
Copy Link

‘A&H’ 밸류 마켓 알짜기업으로 3-Image




‘A&H’ 밸류 마켓 알짜기업으로 82-Image



“디자이너들은 아침에 회사가 아닌 동대문 시장으로 출근해요. 시장에서 낮 12시에 돌아오면 그때부터 업무가 시작되죠. 바잉 외에 자체 제작하는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는 모든 아이템을 동대문 현장에서 셀렉트하고, 바로 오더해요. 늦은 오후에는 전 직원이 본사 1~3층에 있는 물류센터에 내려가 포장 작업을 해요. ‘스피드’ ‘페어’ ‘터프(추진력)’ 세 가지가 저희 에이앤에이치인터내셔날(이하 에이앤에이치)의 원동력이죠.”

박찬욱 에이앤에이치 회장의 말이다. 이 회사의 일상은 타 패션기업보다 훨씬 액티브하게 돌아간다. 디자인팀부터 관리팀, 심지어 박찬욱 회장과 박경희 사장까지 전 임직원의 책상 위에는 물류 작업을 위한 태그와 옷핀이 놓여 있다. 이곳에는 “내 일은 이것뿐이야”라고 고집을 피우는 직원이 없다.

박찬욱 회장부터 노동(?)을 아끼지 않으며 뛰는 모습에서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포장 작업에 일손이 필요하면 우르르 몰려가 순식간에 일을 해치우기도 한다. 저녁 7시 운송차량이 상품을 싣고 가면, 그때 제자리로 돌아가 본연의 업무를 시작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거의 365일 출근하는 박찬욱 회장과 박경희 사장. 이를 따르는 팀장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리테일형 브랜드에 최적화된 업무 문화 ‘유연성’ OK

에이앤에이치는 5개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며 올해 매출은 전년비 170% 신장을 예상한다. 2003년부터 「데스틸」(현재 「디컬렉션」으로 리뉴얼)」이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할인유통에서 성장해 온 이 회사는 2009년 동대문 기반의 사입 체제로 시스템을 전환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 패션만 5개 브랜드를 전개 중이며 올해 유통망 수는 174개에서 400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어덜트 여성을 공략한 「디컬렉션(D collection)」, 영캐주얼 「라티움(latium)」, 잡화 편집숍 「더시크엠(the chic M)」, 코스메틱 「라티움뷰티컬렉션」, 복합편집매장 「A&H컨셉(A&H concepts)」까지 포트폴리오 또한 다이내믹하다. 코스메틱을 제외하고는 아우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템을 동대문에서 소싱한다.

현재 할인유통뿐만 아니라 백화점에도 동대문 사입 체제의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또 기존 자체 생산을 고집하던 메이저 브랜드들이 동대문 상품 편집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상당수다. 많은 패션기업과 브랜드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향해 가고 있지만 에이앤에이치가 높은 신장률을 보이며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5개 브랜드, 의류 잡화 코스메틱까지 망라

그것은 바로 ‘사람과 기업문화’다. 시스템은 같을지 몰라도 이에 최적화된 문화를 갖추고 모든 직원이 이 구조를 이해하고 간다는 것은 분명히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에서 앞서 뛰는 디자이너들, 업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유연하게 상부상조(?)하는 직원들. 에이앤에이치의 인력들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특히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에이앤에이치는 회사의 손익 구조를 투명하게 직원들과 공유한다. 철저한 비용 절감이 핵심인 편집형 브랜드 비즈니스에서 단계마다 개입되는 손익에 대해 직원들이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에이앤에이치는 타 브랜드에 비해 디자이너들이 원가절감에 대한 이해와 영업력까지 갖추고 있다.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디자인은 기본, 전체 상품에 대한 물량기획과 출고시점 파악, 매장 구성, 비용 구조를 맞춰 가는 생산 능력까지 요구된다. 에이앤에이치 디자이너들은 동대문 현장에서 모든 업무를 마무리하고 돌아온다. 스마트폰으로 아이템 정보를 주고받으며 현장에서 셀렉트한다.

멀티 디자이너, 바잉 기획 생산영업 ‘다 한다’

생산 오더도 현장에서 이뤄지는데, 원가절감에 대한 영업력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원가 5000원의 블라우스라면 3500원까지 30% 낮추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 자리에서 결정을 짓고 현장에서 피팅을 하고 수정을 본다. 상품 사진을 본사 직원에게 보내면 수정된 사항에 맞춰 작업지시서를 그려 내 바로 생산에 들어간다. 모든 상품은 당일 출고를 목표로 기획부터 매장 입고까지 최대 3일을 넘기지 않는다.

본사에 돌아와서는 상품 퀄리티 체크와 아우터 등의 일부 자체 제작 상품에 대한 작업을 진행한다. 에이앤에이치 디자이너들은 매주 2~3개의 신규 매장 오픈, 연간 1000스타일이 넘는 아이템을 소화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까지 회사의 지원도 아낌이 없었다. 우선 박 회장의 운영 철학에 따라 모든 권한을 실무자들에게 넘겨 준 것이 주효했다. 물량에 대한 기획, 생산가 픽스 등 대부분이 박영민 상품총괄 이사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큰 자금의 움직임이나 영업 파트의 일은 박경희 사장에게 전부 위임했다. 상품 셀렉팅은 각 MD가 주도한다.

회사 손익 구조 전 직원 공유, 투명성 강조

에이앤에이치는 2003년 첫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부터 독특한 시스템으로 주목받아 왔다. 브랜드별 2~3명의 디자이너만 두고 핵심 프로모션 파트너를 중심으로 상품을 기획했다. 할인점을 집중공략하며 유통 수수료와 비용을 절감해 알짜기업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때문에 기업문화 자체가 외부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능통하다.

박경희 사장은 “원래도 오픈 마인드의 회사이긴 했다. 당시에도 프로모션업체 사무실로 디자이너들이 직접 방문해 그곳에서 퀄리티 컨펌을 할 정도로 외부 업체와의 소통이 남달랐다”면서 “하지만 작업지시서에 익숙한 디자이너들을 시장으로 보내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초창기에는 회장님이 일주일에 2~3번씩 12시에 시장에서 나오는 직원들을 픽업해 가장 맛있는 밥을 사 주기도 했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만큼 모두가 회사를 이해하고 문화를 형성해 가는 과정에 투자가 아낌이 없었다. 박 회장은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 동대문 시장 소싱에 비전이 있다고 확신하고, 이에 대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 왔다. 삼성물산 출신인 박 회장은 유럽 수출을 담당하며 16년간 삼성맨으로 근무했다. 지난 1992년부터 1999년까지는 뉴욕 지점에서 일했다.

홈플러스 아시아드점 등 日 1200만원 기록 호응

당시 삼성이 홈플러스와 유투존 등 유통을 시작하던 때라 「DKNY」 「오스만」 월마트 삭스피프스애비뉴 등과 접촉하며 미국 유통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경험을 쌓았다. 박 회장은 철저히 제조 중심, 백화점 중심으로 돌아가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2003년 회사를 설립할 당시 앞으로 유통 중심의 패션사업 시대가 올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바이어들은 ‘제조 상품’만 내놓으라고 할 뿐이었다. 유통의 요구에 따라 당시 프로모션 전문가와 협업하는 것으로 혜안을 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동대문 소싱 상품을 확대, 구조를 바꾸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숫자를 밝힐 수는 없지만, 흑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부터 합류한 박경희 사장의 추진력도 뒷받침이 됐다. 수산업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던 그녀는 패션 전문가는 아니지만 재고와 소진율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내부적으로는 제조하는 패션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시스템 개혁을 주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다. 그녀는 패션상품 하나의 유효기간을 짧게 보고 총 95%의 소진율을 기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에이앤에이치는 전 브랜드가 S/S시즌을 기준으로 총 95%, F/W시즌 90%의 판매율을 기록한다.

패션 부문 + 수산 + 축산까지, A&H 1300억대로 점프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판단할 때는 거침없이 프로모션을 걸어 매출을 일으킨다. 지난 7월4일 홈플러스 아시아드점에서 진행한 행사에서는 39㎡ 남짓한 공간에서 하루 만에 1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 브랜드를 통합 편집 구성한 숍 브랜드 「A&H컨셉」으로 일으킨 수치다. 또 같은 주 김해점에서 「A&H컨셉」은 일매출 최대 800만원을 기록하며 파워를 입증했다.

바이어들 사이에도 입소문이 나 신규 매장 오픈도 수월하게 진행 중이다. 상반기에는 롯데마트에 132~264㎡의 대규모 매장을 10개 확보했다. 또 홈플러스에도 세종점을 포함해 7~8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했다. 올해 연말까지는 앞서 언급한 대로 5개 브랜드를 합쳐 총 400개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에이앤에이치의 올해 패션 부문 목표 매출은 700억원이다. 지난 금융위기 때 사업을 100억원대로 축소한 것에 비하면 7배의 성장이다.

여기에 패션 부문 외에 별도법인으로 전개 중인 축산업과 수산업 외형까지 더하면 올해 총 13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축산과 수산업에서는 웰빙 돼지 브랜드 ‘녹야돈’, 굴비, 김 사업 등에 성장 가속도가 붙었다. 리테일형 산업 구조에 최적화된 문화로 조용히, 빠르게 성장 중인 에이앤에이치. 지속 성장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그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A&H’ 밸류 마켓 알짜기업으로 4690-Image











**패션비즈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Comment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
댓글 0
로그인 시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