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이 甲, 알바가 임원되는 시대!
직무에 상관없는 높은 학력과 어학성적이 꼭 필요할까? 아직도 스펙을 중시하는 곳이 더 많기는 하지만 공기업은 물론 사기업에서도 토익, 해외연수 등 이른바 9대 스펙 대신 직무에 필요한 역량 평가로 채용을 진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의미없는 스펙보다는 직무에 꼭 필요한 역량이나 열정에 점수를 매기는 기업 어떤 곳이 있을까. 패션기업 중에서는 에이비씨마트코리아(대표 이기호)와 에프알엘코리아(대표 홍성호)가 대표적이다.
ABC마트는 'NO스펙' 고용을 원칙으로 한다. 학벌·성별·나이와 관계없이 능력 위주로 사람을 뽑는다. 전 직원 중 전문대학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직원이 90%에 달한다. 본사에는 현장, 곧 매장 출신 본부장이 많다. 최근에는 5개 본부 중 2개 본부의 리더로 매장 출신 본부장이 선임됐다. NO스펙 고용과 현장 출신 임원 배출은 ABC마트 매장에 고용되는 직원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말단에 있는 영업직 직원도 마음만 먹으면 리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능력만 있다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조직문화는 ABC마트의 자산이다.
이같은 문화의 시작점에는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매장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영업현장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 때문이다. 이는 창업주인 강정호 회장의 경영철학에 맞닿아있다. 강 회장은 평소 “전략을 짜는 머리 역할을 하는 직원은 몇명만 있어도 된다”며 “가장 중요한 건 실행하는 조직”이라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BC마트에 입사하면 무조건 매장근무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장관리, 고객소통 등을 통해 사소한 것이라도 스스로 감지하고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이런 원칙은 매장의 판매사원, 점장, 심지어 본사 임직원에게 적용한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본사 직원은 매주 일요일 현장근무에 투입된다. 공휴일도 예외는 없다. 현장에 투입된 직원들은 해당 매장의 점장 또는 매니저를 팀장으로 삼고, 그 지시를 따르며 영업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이 매장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고객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등 현장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회사경영과 마케팅 등 브랜딩 전략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통찰력도 얻는다. 다양한 현장의 경험을 통해 각자의 직책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답을 찾아간다.
「유니클로」도 능력만 인정받는다면 아르바이트(매장 스태프)로 시작해 매장을 책임지는 점장까지 진급할 수 있다. 「유니클로」는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주 40시간 근무가 가능한 지원자에게 매장 스태프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중 경영자의 목표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승진의 기회를 노려 점장직 후보에 도전할 수 있다. 점장직 이후에도 계속 승진해 슈퍼바이저까지 진급한 직원들의 숫자도 적지 않다. 6개월마다 승격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면 빠른 시간 내 승진이 가능하다.
이종 계통에서는 글로벌 외식 브랜드 맥도날드를 꼽을 수 있다. 맥도날드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를 수 있는 열린 채용 시스템을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실제 맥도날드 미국 본사 매니저급의 70% 이상이 크루(매장 직원) 출신이며, 역대 글로벌 최고경영자 8명 중 6명도 크루 출신으로 유명하다. ‘크루’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새내기 매장 직원들은 밝은 미소와 친절로 고객을 대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은 레스토랑 매니저가 되기까지 매장 운영 방식, 서비스 정신, 그리고 장비 관리 기술은 물론, 리더십, 경영 기획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된다.
근무 경력이 쌓이면 크루 트레이너(크루를 교육하는 코치), 스윙 매니저(크루 관리)로 진급할 수 있다. 그리고 이후 진급하게 되는 단계부터는 정규직원으로 인정한다. 실력과 열정이 있다면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정규직인 세컨드 매니저, 퍼스트 매니저(부점장), 레스토랑 매니저(RM·점장)로 승진할 수 있다. 이후에는 OC(Operations Consultant·여러 개 매장을 관리하는 직원), OM(Operations Manager·지역담당), DO(Director of Operations·영업팀 이사) 등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다.
국내에서는 CJ가 ‘뉴 파트타임 잡’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 능력 있는 ‘알바생’들에게 정규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CJ푸드빌·CJ올리브영·CJ CGV 등 3개 계열사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제도는 일정 기간 근무 후 정규직 점장이 될 수 있는 채용 트랙이다. 각 지점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입사한 후 3개월이 지나면, 점장의 주관 하에 행동평가와 면접을 거쳐 전문 인턴으로 승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후 3개월간 전문 인턴 기간을 거친 뒤 같은 방식의 평가를 통과하면 정규직 점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3~6년 후에는 경우에 따라 본사 이동도 가능하다. 하지만 근무 기간만 채운다고 해서 모두에게 정규직 채용의 혜택이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동료들과의 협업,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정해진 기준을 토대로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노력과 실력을 검증해야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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