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유통 아울렛 확대, 정답인가?

shin|15.03.04 ∙ 조회수 1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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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빅3 유통의 아울렛 개점 소식이 이어지며 패션업체들이 아울렛 한판 승부에 나서고 있다.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와 달리 아울렛은 불황 속에서도 두 자릿수의 신장률을 보이며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남는 재고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장소라고만 여겨졌던 아울렛은 이제 백화점보다 더 중시해야 할 업태가 됐을 정도다. 이에 따라 패션 업체들의 영업 전개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백화점과 함께 성장해 온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빅3 유통의 방향 선회에 맞춰 아울렛에 속속 입점하는 추세다.

일단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빠지는 백화점 매출을 아울렛 점포가 채워주고 있어 다행이라는 안도의 소리까지 들려온다. 그러나 과연 이게 정답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쉽사리 답하는 업체들은 없다. 지금은 좋지만 끝까지 봄날일 것이라 기약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백화점의 신사업 아울렛이 백화점 고객을 도리어 빼앗는 결과로 이어지며 ‘제로섬 게임’ 현상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 것.

25년 동안 주요 여성복 기업에서 일해온 현 A사의 한 전무는 “과거 아울렛은 이월 재고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빅3가 도심형 아울렛, 교외에 프리미엄아울렛을 과다 오픈하면서 지역 상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강남 뉴코아아울렛 등 중대형 아울렛의 단위당 매출이 빠지면서 수익이 떨어지는 상황입니다”라며 기존 상권의 위기상황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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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빅3의 초대형 아울렛들이 주변 상권을 장악하면서, 그 여파로 근처 중소 규모의 아울렛들이 폐업을 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100여 개 브랜드 매장이 입점해 인기를 끌던 경기도 파주의 아울렛 단지는 텅 빈 매장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점주들은 “지역민과 상생이라는 대기업들의 말은 다 허울 좋은 거짓말이죠. 현재 대다수의 아울렛 매장은 매출이 거의 40~50% 꺾였습니다. 주말엔 교통 대란이 일어나는데 정작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은 없어요. 대기업으로 아울렛 진출로 중소 상인들은 이제 살아갈 방법이 없어요”라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수수료 문제도 대두된다. 백화점(평균 33~35%)에 비해 저렴한 수수료(18~25% 수준 )로 아울렛을 선택했던 업체들도 하나 둘 수수료 인상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다. 해외 소싱을 통해 풍부한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한 여성복 업체의 영업 이사는 “물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아울렛 비중을 높여가며 현재 백화점 아울렛 가두점 등 다채널을 활용한 영업을 진행 중인데요. 아울렛을 통해 확보하는 수익도 큰 편입니다. 그러나 유통가 생리상 상권 장악력이 커짐에 따라 아울렛 수수료도 계속 오르겠죠. 이미 관리비 전가 등이 시작됐으며 과거 백화점 영업만을 할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상품 운용이다. 아울렛 매장이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백화점의 재고 상품만으로는 아웃렛 매장을 다 채울 수 없게 되면서 패션 브랜드들은 고민이 많아졌다. 현재 아울렛은 이월 재고를 판매하는 본 업태의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다. 아울렛 전용 기획 상품이 늘어나고 백화점보다 수수료가 낮은 아울렛으로 신상품이 들어오는 일도 허다하다. 20만 원짜리 가격의 의류에 50만~60만 원의 가격표를 붙여 놓고 할인을 해주는 척하는 이른바 '업태그(up-tag)' 상품도 종종 눈에 띈다.

여성 커리어와 영캐주얼 등을 전개하고 있는 패션 전문 기업의 한 사업본부장은 “상품 운용이 가장 어렵습니다. 비정상적으로 아울렛 매장이 너무 많아 이월 물량이 부족해요. 때문에 아울렛 전용 상품, 즉 인기 있던 상품을 저렴한 소재를 써서 만드는 수준의 기획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업태그해서 재고라고 말만 하는 거지, 60% 이상이 기획 상품이에요“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여성복 전문 기업의 임원은 “이월 물량도 부족할 뿐 더러 유통가에서는 아울렛 전용 기획 상품을 당당히 요구합니다. 디자인력이나 비용 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기 있던 상품을 소재만 저렴한 것으로 바꿔 만드는 수준이죠. 시즌 트렌드나 인기 품목은 대다수 동일하기 때문에 거의 전 브랜드가 비슷비슷한 상품을 내놓습니다”라며 아울렛 MD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이어 “당연히 소비자들은 디자인이나 품질을 비교하기보다 가격 1만~2만원 더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는 식이에요. 아울렛 기획 재고가 남으면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죠. 창고 스페이스도 부족해 매대 행사 등 어떤 형태로든 소진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지고 백화점이나 정상 매장까지 타격을 입게 됩니다”라며 악순환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돌파구가 없다’는 말은 유통사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백화점 매출을 올릴 돌파구가 없어 선택한 아울렛인데, 그들 입장에서는 MD 면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재간이 없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현재 매출이 나니 아울렛 입점을 진행하고 있지만 어차피 백화점이 하는 거, 얼마 안가 ‘제 2의 백화점’이 될 것을 알면서도 다른 유통 전략이 없다. 뾰족한 해법 없이 올해 내년, 빅3 유통의 아울렛 출점 계획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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