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채널 & 고객집중’이 Key
grooveash|15.01.05 ∙ 조회수 8,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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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션산업의 주요 CEO와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리테일의 현재와 내일의 생존을 이야기했다. 어떻게 변화에 대처하고 어떤 생존 전략을 펼칠 것인가 그리고 ‘옴니채널(Omni-Channel)’ 시대에 어떻게 온라인 비즈니스를 구축해야 하는가, 오프라인 스토어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지난해 10월27일, 28일 양일에 걸쳐 ‘WWD 어패럴 & 리테일 CEO 서밋(Summit) 2014’가 뉴욕에서 열렸다.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산업 미디어 WWD가 주최하는 행사로, 연말마다 업계 주요 인사들이 모여 패션산업을 진단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역할을 해 왔다.
2014년엔 니만마커스, 삭스피프스애비뉴, 메이시스 등 유명 백화점과 「루이뷔통」 「리바이스」 「나이키」 「보노보스(Bonobos)」 「알투자라(Altuzarra)」 등의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구글, 인텔, 월마트, 마스터카드 등 소비자/리테일 관련 기업들의 주요 인사들이 발표자로 나서 패션산업, 리테일, 소비자와 관련된 다양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해마다 패션산업 진단하고 인사이트 공유
올해의 주제는 ‘R/Evolution’. 이는 변화의 시기, 급진적 혁명(Revolution) 혹은 점진적 진화(Evolution), 혁신 혹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니만마커스, 삭스피프스애비뉴, 메이시스의 경영자들은 저마다 직면한 상황과 이 변화에 어떻게 전략적으로 반응할 것인지를 소개했다.
미국의 고급 백화점 체인 ‘니만마커스그룹’의 CEO 캐런 캐츠(Karen Katz)는 조직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 기억해야 할 점들을 소개했다. 이는 크게 5가지로 요약된다.(오른쪽 박스 참고)
니만마커스는 1907년 댈러스에서 문을 연 이래 1971년부터 미국 내 다른 주로 진출을 시작, 100여년이 지난 지금은 미국 전역에 41개 스토어를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1972년 뉴욕의 최고급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을 인수하며 미국의 럭셔리 쇼핑을 책임지게 됐다.
캐런 캐츠는 달라스에서 태어나고 자라 1985년 입사한 이후 30여년간 근속한, 그야말로 ‘니만마커스 우먼’이다. 1996년 니만마커스 스토어 디렉터를 시작으로 스토어 수석 부사장, 그룹 자회사 CEO, 그룹 수석 부사장을 차례로 거쳐 2010년부터 그룹사 전체의 대표이사 CEO직을 맡아 왔다. 오랜 시간 몸담은 만큼 니만마커스의 고객들을 잘 이해하는 점과 풍부한 럭셔리 리테일 전문성이 그녀의 최대 강점.
30년이나 한 회사에, 그것도 15년 이상을 사장, 부사장급 포지션에서 근무하며 ‘고인 물’에 갇히기 쉬웠던 상황에서 오히려 이 100년 넘은 기업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녀는 M&A와 리테일 트렌드의 급변에 따라 재정적, 전략적 변화의 시기를 겪은 니만마커스를 지난 4년간 잘 이끌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CEO가 제안하는 변화에 대한 원칙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니만마커스의 캐런 캐츠, 럭셔리 리테일 전문가
새로운 리테일 패러다임으로 부상한 ‘옴니채널(Omni-Channel)’에 대한 논의는 역시 계속해서 다뤄졌다. 옴니채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쇼핑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고객이 어떤 채널을 사용하든 동일한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한 매장 쇼핑환경을 말한다.(본지 2014년 11월호 기사 ‘온-오프 옴니채널 시대 본격 개막’ 참조)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착용해 본 뒤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해 구매하는 변화된 쇼핑방식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탈하는 것을 우려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모든 채널이 하나로 통합되고 어느 채널에서나 동일한 구매환경을 조성할 것인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고객의 쇼핑방식 변화에 따른 최적의 쇼핑경험 제공은 리테일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그리고 오프라인 스토어의 기능은 온라인, 모바일이 강조되는 옴니채널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직접 스토어를 방문하고 상품을 착용해 보고 느끼는 것은 가장 강력한 쇼핑경험이기 때문이다. 고가의 제품,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고급 스토어일수록 더욱 그렇다.
온-오프라인 통합 옴니채널 화두, 행복한 쇼핑경험
“1980년대에는 그저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면 됐다. 1990년대에는 퍼스널 쇼핑을 이야기했다. 오늘날의 백화점은 집과 같아져야 한다. 우리 입점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기 위해 고객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는 것과 같다.” 뉴욕의 유명 백화점 삭스피프스애비뉴의 사장 마리게이 맥키(Marigay McKee)는 기본으로 돌아가 쇼핑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매력적인 것에 자연스레 반응하기 마련인데, 백화점이 커질수록 이런 감성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리테일의 성공 공식은 사람들이 제품과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 쇼핑경험과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시원한 성격의 영국인 리테일 우먼 마리게이 맥키는 2014년 1월부터 삭스피프스애비뉴의 사장으로 출근했다.
1999년부터 15년간 런던의 유명한 해로즈(Harrod’s) 백화점에서 근무했고, 뷰티 디렉터에서 최고운영자 자리에까지 오르며 해로즈를 성장시킨 공을 인정받았다. 고객, 머천다이징, 세일즈까지 꼼꼼히 챙기는 ‘뼛속까지 세일즈 우먼’으로 알려졌다.
마리게이 맥키, 해로즈에서 영입된 삭스의 구세주
삭스를 소유한 캐나다의 거대 리테일러 허드슨 베이(Hudson’s Bay)의 CEO 리처드 베이커(Richard Baker)는 마리게이 맥키를 영입하는 한편 뉴욕 5번가에 있는 삭스 스토어를 리노베이션하는 데 2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삭스의 오프라인 스토어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메이시스의 사장 겸 최고머천다이징담당자(CMO, Chief Merchandising Officer)인 제프리 지네트(Jeffrey Gennette) 역시 리테일 게임의 승부처로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스토어 전략을 더욱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우린(메이시스) 스토어가 너무 많다. 각 스토어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쇼룸 역할을 하는 매장의 경우 고객 경험에 집중하되 매장 규모는 줄여도 좋고, 정말로 구매가 활발해서 매출을 극대화해야 하는 매장의 경우는 모바일 사용에 능숙한 고객들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직원을 잘 훈련시키는 등 쇼핑경험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
쇼룸 역할의 매장, 경험에 집중하되 규모는 줄여
제프리 지네트는 메이시스 그룹 전체에서 회장 겸 CEO인 테리 룬드그렌(Terry Lundgren)을 제외한 최고결정권자다. 리테일의 변화를 오래 지켜본 그는 온-오프라인이 통합되는 옴니채널 중심의 조직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스토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관리하는 팀 사이의 갭이 존재한다. 최고의 스토어들은 이것이 통합돼 있다. 우리는 직원들이 고객들과 같이 생각하도록 훈련시켜야만 한다. 특히 우리 직원들에게 옴니채널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토어에서 소비자의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니만마커스는 다소 보수적인 방식을 택했다. 다수의 미국 스토어들이 유럽식 비즈니스 모델인 컨세션(Consession, 임대 입점)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에도 니만마커스는 「루이뷔통」 등 극히 소수의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아직 컨세션 모델에 반대한다.
메이시스, 옴니채널 중심의 조직과 직원 교육
“우리는 니만마커스에서 컨세션 모델을 시행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 우리 고객은 엄청나게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겐 각 고객이 중요하다. 우리는 각 고객이 스토어나 웹사이트에서 특별한 쇼핑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브랜드에서 공간을 임대해 입점하는 방식인 컨세션은 그 관계에 지장을 준다. 여러 면에서 브랜드의 직원들 손에 우리 고객을 맡겨야만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에서 교육을 받고 백화점으로 보내진 직원들은 백화점 소속으로 직접 교육을 받고 그들의 고객을 이해하는 직원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최고의 쇼핑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백화점 직원들이 고객을 직접 만나고 관리해야 한다는 깐깐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이렇듯 보수적인 니만마커스는 온라인에서는 오히려 더 개방적으로, 럭셔리 쇼핑에서 기회를 보고 집중해 왔다. 이는 CEO 취임 초기부터 캐런 캐츠가 강조한 부분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2010년 당시에는 온라인, 디지털과 럭셔리 쇼핑을 함께 연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테크놀로지가 아무리 발전해도 럭셔리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온라인 마케팅, 디지털에 덜 민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니만마커스, 컨세션 매장 반대, 고객관리는 직접
그러나 캐런은 오히려 이 점을 기회로 봤다. 온라인 럭셔리 쇼핑에 집중하는 리테일러는 세계에 많지 않다고 보고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온라인 웹사이트(neimanmarcus.com과 bergdorfgoodman.com)에서 올리는 매출이 이제 니만마커스그룹 총매출의 24%까지 차지하게 됐다. 작년 9월 뮌헨의 온라인 럭셔리 편집 쇼핑몰 마이테레사(mytheresa.com)까지 사들여 연말까지 인수를 진행 함으로써 더욱 막강한 럭셔리 쇼핑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캐런은 온라인, 특히 SNS(Social Network Service)는 고객들에게 쉽게 접근해 패션과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교육하기에 좋은 채널이라고 말한다. 고객 개개인의 쇼핑경험을 중시하는 니만마커스의 정신이 고객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이다.
SNS와 모바일의 덕을 본 것은 「나이키」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 스포츠, 레저 브랜드 등 수많은 경쟁자의 출현으로 주춤하던 「나이키」 여성 러닝(Running) 라인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
「나이키」, SNS와 모바일 덕 여성 러닝 라인 확장
“테크놀로지에서 앞서 가는 요즘 고객들에게는 전통적인 방식의 광고가 통하지 않는다.” 「나이키」 사장 트레버 에드워즈(Trevor Edwards)는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것이 「나이키」의 여성 소비자들에게 피트니스 라이프스타일이 녹아들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이것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다. 문화적 변화다. 스포츠와 피트니스가 삶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나이키」 여성 라인은 여성 소비자 6500만명과 매일 커넥션을 주고받고, 소비자 1800만명이 「나이키」 여성 트레이닝 앱(Nike Training Club)을 다운로드했다. 17개 언어로 100개의 다른 운동법을 소개하는 앱으로, 이제 운동 80만회, 프로그램 20만회가 매달 이용될 정도로 성장했다. 「나이키」는 현재 여성 사업부 매출 50억달러에서 2년 내 70억달러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소비자들의 구매 현상을 분석해 온 마스터카드 마켓 인사이트 수석 부사장 세라 퀸란(Sarah Quinlan)은 매출이 줄어든 오프라인 스토어들을 옴니채널이 구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옴니채널은 모든 채널을 자유롭게 활용하게 한다.(Omni-channel gives you flexibility.)”
**패션비즈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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