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으로 400억, 젠틀몬스터 주목

fcover|14.11.03 ∙ 조회수 36,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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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수많은 200~300달러대 아이웨어 브랜드 중 1등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비즈니스 목표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브랜드가 얼마나 될까. 상품 판매로 일어나는 수익금을 광고 대신 온전히 상품 개발에 다시 쏟아붓고,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마케팅의 방식을 뛰어넘는 「젠틀몬스터」.

2011년 론칭한 「젠틀몬스터」는 국내 어느 패션 브랜드보다 빠르고 강하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지만 그 방식을 살펴보면 ‘도대체 저걸 왜 하지?’라는 물음표만 찍힌다. ‘과연 돈이 될까’하는 의문을 갖고 지켜보는 가운데 「젠틀몬스터」는 3년 만에 모든 패션 브랜드가 ‘콜래보레이션’ 하고 싶은 브랜드가 됐다. 우리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까?하는 관심조차 갖지 않던 안경으로 말이다.

“저는 지극히 상업적인 사람이에요. 아티스트 같은 퍼포먼스를 보이지만 경영자의 모습도 동시에 갖추고 있죠. 「젠틀몬스터」 가 추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작업은 오랜 기획과 전략에서 나오는 겁니다. 동시에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럼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대기업과 너희의 차이는 뭐냐고. 이건 꿈의 차이에서 갈린다고 생각해요. ‘이 브랜드로 돈을 벌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 「젠틀몬스터」는 후자예요”라고 김한국 사장은 말했다.

200~300달러 아이웨어 중 1등 하겠다

내년이면 안경 하나로 400억원을 올리는 이 회사의 사무실에 김 사장의 책상은 따로 없다. 거대한 공방을 연상케 하는 이 공간 한가운데에 테이블 몇 개가 놓여 있고 그 중간에 컴퓨터 한 대만 갖다 놨다. “지금도 디자인 하나하나 신경 써요. 전체적인 디렉팅도 하고, 최근에 만드는 컬렉션 안경은 안경테에 조각을 하나씩 하고 있는데 이게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랍니다”라고 웃으며 말한다.

수십개의 안경 샘플 디자인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화이트보드에 ‘에어비앤비’ ‘아트’ ‘퀀텀’ 등의 단어가 적힌 것을 보고 있을 때 김 사장이 말했다. “에어비앤비*가 왜 성공했을까요? 에어비앤비가 등장하면서 원래 있던 애들이 아주 뻔해졌기 때문이에요. 내 집을 공유한다, 이 개념의 등장 자체가 기존의 호텔을 뻔한 비즈니스로 만들었죠.” 보드판에 왜 에어비앤비가 적혀 있는지, 당신의 안경 사업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젠틀몬스터」도 마찬가지예요. ‘너희 안경 브랜드지?’ 했는데 막상 매장에 가면 안경이 없는 거죠. 사람들이 ‘이 브랜드는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틀을 하나씩 돌파해 가고 있어요. 그래서 다음이 궁금해지고 기대치가 계속 높아지는 것, 그게 「젠틀몬스터」입니다”라고 물음표에 답한다.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 최초 공장 설립

대신 상품에 대한 집착은 남다르다. “안경에서만큼은 미에 대한 집착이 엄청납니다. 그리고 항상 생각해요. ‘소비자가 왜 이 디자인을 살까?’ ‘이 안경에 1mm 변화를 주면 어떨까?’ 이렇게 머릿속으로 고민하고 직접 만들고, 또 전문가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 답답해서 작년에 중국에 공장을 지었죠. 현재 200명 정도가 일하는 이 공장에서 「젠틀몬스터」의 안경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우리는 아이웨어 브랜드지만 카테고리는 제조업으로 시작했으니 공장을 설립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안경을 일주일 만에 샘플로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한계 없이 우리 브랜드의 상상력을 아이웨어로 표현할 수 있고, 좋은 퀄리티에 합리적인 가격도 장점이고요”라고 말했다.

「젠틀몬스터」 공장은 국내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 중에선 최초로 자가 공장을 설립한 경우다. 특히 아세테이트 전문 공장은 국내에 전무해 상품 퀄리티에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젠틀몬스터」 안경이 점점 알려지기 시작하며 김 사장은 다음 스텝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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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컬렉션 여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2015년 S/S시즌에 40가지 스타일의 아이웨어를 준비 중이다. 의류와 비교했을 때 많은 숫자가 아닐 수 없고,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도 시즌에 3~4가지 스타일을 출시한다고 할 때 더더욱 놀라운 숫자다. 더불어 디자인도 약간의 변형이 아니라 ‘과감한 혁신’이라면 40가지 스타일이 예사롭지 않은 숫자로 다가올 것이다. 이 컬렉션 또한 범상치 않다. 뱀 뼈로 하나하나 안경테를 조각하거나, 과학적인 뼈대로 안경으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테를 만들기도 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점은 컬렉션 라인과 커머셜 라인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1년에 두 시즌의 컬렉션을 준비하는 하이엔드 브랜드처럼 아이웨어로 컬렉션을 준비한다. “미적 수준에도 임계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가 열광하는 브랜드는 매 순간 미의 임계점을 돌파했기 때문이에요. 가장 좋은 예로 스티브 잡스가 있죠. 그렇다면 우리도 이 수준을 한 단계씩 끌어올려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김 사장은 “전 안경을 공부하지 않아서 제가 생각한 건 다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거든요. 상상력에 한계를 두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전문가들은 안 된다고 했죠. 그래도 해 보기로 마음먹은 거, 잘 만들고 싶었어요. 안경 기술자는 물론 조각가, 컴퓨터 공학박사, 아티스트 등 많은 사람을 쫓아다녔어요. 우리 재미있는 안경 만들어보자며.”

컴퓨터 공학박사에게 “우리 안경 만듭시다”

“저희는 앞으로 안경 기술자보다 이런 창조적인 사람과의 작업이 더 많고, 앞으로 더 많아질 거예요. 지금의 소비자들은 그냥 재미있는 것 말고 ‘수준 높은 재미’를 원해요. 그런데 매일 만들던 방식 안에선 고정관념을 깨기에 한계가 있죠. 오히려 안경 밖의 사람들을 불러모아 창조력을 마음껏 펼쳤을 때 소비자를 감동케 하는 아이웨어가 나올 수 있어요. 허투로 만든 ‘그냥 재미있는 상품’ 말고 갖고 싶고 내가 써 보고 싶은 아이디어와 철학이 있는 작품 같은 안경 말이죠”라고 말했다.

이런 김 사장의 철학 덕분에 「젠틀몬스터」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이웨어 크리에이티브 팀이 있다. 매 시즌 컬렉션을 열기 위해서 구두 디자이너, 무대 디자이너, 컴퓨터 공학박사와 함께 안경을 만든다. 마치 럭셔리 브랜드의 정수를 보여 주는 ‘오트쿠튀르’ 컬렉션을 준비하는 것처럼 컬렉션을 준비한다.

3년 반 차에 접어든 이 브랜드는 몇 번의 폭발력 있는 순간을 만들어 냈고 내년에는 더 많은 총알을 준비하고 있다. 브랜드 밸류 완성에 이어 세일즈 네트워크 부문에선 엄선된 유통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늘려 갈 계획이다. 한 예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10일간 팝업 스토어를 열어 2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아이웨어로 기록적인 매출을 올려 이후 입점 요청이 쇄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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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명품 브랜드, 빅 브랜드가 없느냐는 질문을 던질 때도 패션이라면 무조건 ‘옷’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 점, 여기서부터 한계를 긋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제는 ‘애플’ 로고가 패션이 됐고 하다못해 ‘소프트리’ 같은 아이스크림도 패션 매장보다 멋진 매뉴얼을 보여 주지 않는가.

그는 “훗날 제가 사장직에서 물러났을 때 「젠틀몬스터」가 어떻게 성장했으면 좋을까 생각해 봤어요. 지금의 「젠틀몬스터」 색깔이 변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시작이었던 ‘혁신’, 레볼루션 정신은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그 혁신의 방향을 알맞게 설정하고 직원들과 함께 일궈 나가는 게 저의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미래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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