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l 「헤리티지플로스」 대표 겸 디자이너
‘코튼에 관한 모든 것(All about cotton)! 좋은 실은 최고의 원단을 만들고 좋은 원단은 최고의 옷을 만든다.’ 스포츠 & 캐주얼웨어 「헤리티지플로스(Heritage Floss)」를 만드는 이윤호 대표 겸 디자이너가 정한 브랜드의 방향이다. 「헤리티지플로스」는 작년 S/S시즌 론칭해 원사부터 염색, 편직, 가공, 봉제까지 직접 진행하며 정성을 다해 옷을 짓는 브랜드다.
이러한 소재 경쟁력과 함께 이 브랜드는 1950~80년대의 스포츠 & 캐주얼웨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과거와 현재의 의복을 연구하고 2014년 지금, 편안하고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웨어를 만든다. 패션 산업 분야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는 스포츠 & 캐주얼 장르. 이 거대 환경 속에 과감하게 뛰어든 이 대표의 도전은 무모하기까지 하다.
그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반복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묵묵히 ‘마이 웨이’를 지킨다. 그의 고집이 공룡들 속에서 「헤리티지플로스」가 생존할 수 있는 이유다. 이 대표가 「헤리티지플로스」의 가장 두드러진 경쟁력으로 꼽는 완벽한 ‘소재’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일까.
英 「헤리스트위드」 등 소재 브랜드 포부
이 대표는 지난 2009년부터 「헤리티지플로스」로 독립하기 전까지 휴먼트리(대표 김종선)에서 「오리지널컷」 등 다양한 캐주얼웨어의 디자인을 총괄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통과 영업을 제외하고 옷을 만드는 모든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혼자서 여러 브랜드의 디자인 기획부터 생산까지 책임져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당시의 경험이 지금 「헤리티지플로스」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밑거름이 됐다.
포천 등 경기권의 생산 공장에 직접 다니며 품질 검수뿐만 아니라 소재 개발을 직접 하면서 울고 웃은 숱한 과정들이 그를 키웠다. 이처럼 「헤리티지플로스」는 대기업, 소재전문기업이 아닌 개인이 직접 발품을 팔고 열정과 정성으로 만든 브랜드다. 그래서 「헤리티지플로스」의 처음 방향은 ‘소재 브랜드’였다.
영국의 울 전문 「헤리스트위드」와 아트 패브릭 「리버티」, 이탈리아 캐시미어 「로로피아나」, 인디언의 전통 문양을 계승 · 발전시킨 미국 「펜들턴」처럼 「헤리티지플로스」도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소재를 공급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포부에서였다. 그래서 첫 번째 시즌인 2013 S/S 컬렉션은 ‘샘플’ 수준의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 후드, 저지 중심의 베이직 스타일 제품이 다수였다. 하지만 이 포부는 좌초됐다.
1950~80년대 스포츠 & 캐주얼웨어를 모티브로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좋은 소재를 만들고 싶어도, 결국 자가 공장으로 운영되지 않는 이상 그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자본가들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사연(?)이 있는 「헤리티지플로스」는 이번 S/S시즌을 기점으로 ‘디자이너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다. 그동안 보여 준 베이직에 이 대표의 디자인 감성을 듬뿍 담아냈다. 언뜻 보면 평범하지만 「헤리티지플로스」에는 빈티지 오브제를 수집하는 그의 비싼(?) 취미와 성향이 브랜드 DNA로 담겨 오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대표는 옛것을 좋아한다. 요즘 말하는 ‘빈티지’가 그를 열광하게 하는 코드다. 이러한 개인의 취향이 「헤리티지플로스」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 대표는 “빈티지 오브제 중에서도 단순히 아름다운 것보다 ‘이야기’가 있는 소품들을 좋아해요. 그 소품이 사용된 시대 배경, 용도 등을 알아가다 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접할 때가 많죠. 「헤리티지플로스」도 이런 개인적 취향의 접근 방식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라고 설명했다.
“1950~198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게임이 시작됐거나 스포츠가 대중적으로 보편화된 시점이죠. 그래서 ‘헤리티지’라는 명분을 뒷받침할 수 있는 팩트이고, 이를 브랜드의 개연성과 정체성을 완성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당시의 복식을 그대로 연구하고 복원하기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그 감성을 동시대에 맞게 표현하고자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향수 하나쯤 가진 소비자’부터 ‘대중’까지
「헤리티지플로스」의 제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평범하고 쉽다. 하지만 룩북에서 표출하는 분위기는 강렬하다. 그 때문일까. 「헤리티지플로스」가 입점된 유통 채널에서 말하는 평가를 살펴보면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 대표는 “그동안 캐주얼과 스포츠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장르였던 만큼 「헤리티지플로스」는 둘 다 편안하게 소화할 수 있는 제품을 시그니처로 삼고 있습니다”라며 “옥스퍼드 셔츠와 패키지 기본 티셔츠가 그것입니다. 굳이 스포츠와 캐주얼로 각각 나누기보다 각 유통 채널에 맞게 구성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지요”라고 설명했다.
현재 「헤리티지플로스」는 강남구 압구정동의 ‘잼스토어’, 강남구 신사동의 아웃도어 & 클라이밍 스토어 ‘자스’, 마포구 동교동의 ‘1984’, 마포구 서교동의 ‘맨하탄즈’, 부산 중구 남포동의 ‘발란사’ 등에서 판매 중이다. 그렇다면 현재 「헤리티지플로스」의 소비자는 누구일까. 그는 브랜드의 소비자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내가 쓰는 향수가 이런 거다’라고 할 수 있는 정도? 가격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알고 나를 위한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헤리티지플로스」의 고객들이죠”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작지만 한 기업을 이끄는 운영자로, 한 브랜드의 색깔과 감성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활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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