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프랑스 란제리 리더는?

harlow|14.05.16 ∙ 조회수 1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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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의 종주국 프랑스의 란제리 산업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유럽의 경제불황과 더불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란제리 산업이 전 세계 패션산업과 더불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중이다. 현재 프랑스 란제리 산업은 독립 제조사들, 해외 기업들이 소유한 브랜드들, 디자이너 브랜드 3강 구도로 이뤄져 있다. 이중에서 비중을 가장 적게 차지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매년 그 수를 늘려가며 조금씩 마켓을 넓혀가고 있다.
이는 절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중국산 제품들에 대항하기 위한 나름의 대응책이라고 볼 수 있다. 무조건 제품의 단가를 낮추기만 할 것이 아니라 프랑스 란제리가 지닌 오랜 노하우와 테크닉, 디테일이 뛰어난 디자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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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프랑스’ 고가 디자이너 란제리 주목
고무적인 사실은 2013년 프랑스 여성 1인당 란제리 지출 비용이 99.40유로(약 14만원)로 작년에 비해 2유로(2800원) 이상 상승했다는 점이다. 이는 의류 구매에 지출하는 금액이 매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앞으로 고급 란제리 시장이 지닌 성장 가능성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수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신생 브랜드들은 대부분 고가 란제리 라인들이며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소재에 상품 대부분이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대는 팬티와 브라 세트가 평균 300유로(42만원) 대부터 시작하며 주로 프랑스 칼레 지방이나 샹티 지방의 최고급 레이스들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는 「메종클로즈(Maison Close)」 「보르델(Bordelle)」처럼 섹시한 컨셉을 앞세운 브랜드들부터 실크와 무슬린 등 최고급 소재를 사용한 수영복 및 란제리 브랜드 「미뉘두즈(Minut Douze)」 등 다양한 종류의 고급 브랜드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급 란제리 브랜드 설립 붐에는 유명 인사들도 한몫을 차지하는데 「프린세스탐탐」의 창립멤버인 아샤 히리지(Assya Hiridjee)가 홀로 나와 선보인 「모네트(Monette)」도 그중 한 예다.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이 시크하고 우아한 브랜드는 프레타 포르테와 란제리의 결합이라는 모티브로 독특한 제품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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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탐탐」 만든 아샤 히리지 등 유명인 참여
1980년대 칼 라거펠드의 뮤즈였던 톱모델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도 이러한 트렌드에 자신의 스타일을 남긴다. 80년 전통의 속치마 및 여성잠옷 전문 브랜드 「르샤(Le chat)」는 작년부터 이네스와의 콜래보레이션 컬렉션을 내놓고 있다. 이 컬렉션은 홈웨어와 잠옷이 주를 이루며 전부 실크로 제작됐다.
전문가들은 란제리 산업이 점점 고가 브랜드와 독특함으로 승부하는 규모가 작은 니치 브랜드들로 나뉠 것이라고 내다본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주를 이루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이다. 이 브랜드들은 레깅스, 라운지 웨어와 같이 란제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크로스 오버 제품들을 선보인다. 또한 디자인과 소재 면에서 차별화를 둬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난 1월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린 파리 국제 란제리 살롱에서는 총 550여개의 참가업체 중에서 약 10%에 해당하는 업체가 이런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이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이들 브랜드는 주로 프랑스·이탈리아·영국산이다.


「메종클로즈」 「보르델」 「미뉘두즈」 등도 주목
이들은 브랜드 특성상 소량 생산을 할 수밖에 없어 자국 내에서 모두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최근 프랑스에서 불고 있는 ‘메이드 인 프랑스’ 바람과 맞물려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브랜드들에는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브랜드들이 참가해 이목을 끈 이번 파리 란제리 살롱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로는 「오딜드샹지(Odile de Changy)」 「엘리스오쿠튀리에(Elise Aucouturier)」 「모드&마조리(Maud&Marjorie)」 「라피이도(La fille d’O)」 「바라장데(Barazandeh)」 등이 있다.
이중 「오딜드샹지」는 2009년에 생겨난 고급 란제리 브랜드로 런칭 5년째인 현재 주문량과 매출 면에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파리에서는 마레 부티크와 봉 마르셰 백화점의 코너숍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매출 신장은 더욱 눈에 띄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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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오쿠튀리에」 「모드&마조리」도 가세
앞으로 고급 란제리 브랜드들이 이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에 반기를 드는 이는 없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가 오래도록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미 커질 대로 커진 프랑스 시장을 넘어 전 세계로 유통망을 넓혀가야 한다는 데 모두들 동감한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과 판매가 반드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2012년 프랑스 란제리 산업 유통채널의 비중을 보면 이러한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데 대형 슈퍼마켓을 통한 판매가 2% 줄어든 반면 셀렉팅된 고급 브랜드들만을 취급하는 편집숍의 판매비중은 늘어났다. 인터넷을 통한 판매는 현재 전 세계 패션산업이 사활을 걸고 뛰어들고 있는 분야인 만큼 란제리 분야에서도 그 비중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리 국제 란제리 살롱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비중이 커진 남성 란제리 섹션이다. 특히 살롱 한쪽에 마련된 푸드트럭과 다트게임, 미니축구대 등은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남성복의 비중이 란제리 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는 영향을 반영한다. 프랑스 전체 란제리 매출액에서 35%를 차지하는 남성 란제리는 신생 란제리 브랜드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미래의 엘도라도다.


「르슬립프랑세」 등 남성 란제리 브랜드 늘어
아직까지는 「캘빈클라인」이나 「DKNY」 혹은 「제냐」와 같은 패션 브랜드들이 대부분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 생겨난 「르슬립프랑세(Le slip francais)」와 같은 남성 속옷 전문 브랜드들이 급속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남성 란제리 시장이 지닌 폭발적인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남성 란제리 매출액의 53%가 홈웨어를 차지한다는 점 역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여성 란제리 분야에서도 최근 들어 점점 라운지 웨어 혹은 홈웨어 시장이 눈에 띄게 커지면서 대부분의 란제리 브랜드들이 시즌마다 팬티·브라와 함께 내놓는 머스트 아이템이 됐다. 특히 남성 속옷이 지닌 디자인의 한계를 생각했을 때 홈웨어는 남성 란제리 브랜드들이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브랜드들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대표적 가족운영 독립 제조사들은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나름의 방법으로 불황을 이겨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샹텔」 「리즈샤멜」 「시몬느페렐」 등은 프랑스 란제리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브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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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샤멜」 「시몬느페렐」 등 리딩 브랜드도 진화
특히 프랑스 제1의 란제리 브랜드인 「샹텔」의 경우 경제위기에도 경영과 유통 측면에서 다양한 변화를 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란제리 브랜드로서의 명성을 지켜 나가고 있다. 경제불황에도 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샹텔그룹의 비결은 오래전부터 제조사에서 제조와 유통을 겸하는 토털기업으로 서서히 탈바꿈한 것이다.
이를 위해 「샹텔」 외에도 「다즐링」 「오르칸타」 등의 브랜드를 개발하며 자체 유통망을 넓혀 갔다. 직접 고객들에게 자사제품들을 판매할 수 있게 됨으로써 홀세일러들에 대한 매출 비중이 점점 줄어들어 재고에 대한 부담을 줄이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샹텔」은 2000년대 초반부터 모든 공장을 해외로 이주해 중저가 라인의 제품생산은 모두 해외 공장에 맡기는 등 과감한 비용감축을 단행했다. 국내에는 단 2개의 공장만을 남겨둬 이곳에서 신제품 개발과 연구개발 등을 하고 있다.


프랑스 제2의 란제리 「르자비」 2011년 법정관리
독립 제조사들 중 한때 「샹텔」 다음으로 가장 인지도 있는 브랜드였던 「르자비(Lejaby)」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프랑스 제2의 란제리 브랜드 「르자비」는 2012년 「샹텔」을 거쳐 「라펠라」 최고경영자 출신인 알랭 프로스트(Alain Prost)에게 단 1유로에 브랜드를 넘기기까지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2007년에서 2010년 사이 총매출이 25%나 감소했을 만큼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르자비」의 가장 큰 패인은 리테일 유통망이 없는 상태에서 제조단가를 낮추는 데에만 급급한 것이다. 1930년대에 생겨나 프랑스의 란제리 산업을 이끈 대표적 제조사였던 「르자비」는 그동안 주요 생산 공장을 프랑스에서 운영하다가 인건비가 치솟자 북아프리카로 대부분의 공장을 이전했다.
안타까운 것은 란제리 제조업이 테크닉과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임에도 「르자비」가 오랜 시간 쌓아온 생산경험을 비용 문제로 포기했다는 점이다. 더욱 큰 문제는 경제불황이 닥치며 홀세일러들의 주문이 뚝 끊겨 버렸다는 데 있다. 제조사였던 「르자비」는 리테일 판매비중이 10%밖에 되지 않아 대부분의 유통이 도매를 통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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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페렐」 해외생산, 「리즈샤멜」은 수출로
현재 「르자비」는 예전의 란제리 제조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급 란제리 브랜드로의 변신을 꾀하며 ‘쿠튀르’ ‘란제리’ ‘플라쥐’ ‘엘릭시르’ 등 란제리와 수영복을 포함한 4가지 라인을 선보인다. 여전히 전 제품의 97% 가까이를 북아프리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프랑스에 아틀리에 하나를 운영하며 쿠튀르 제품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
독립 제조사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시몬느페렐」의 경우도 일찍이 제조비의 70%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불가리아·튀니지 등으로 공장을 옮겼다. 그 결과 60유로(22만4000원)대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의 브라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최고급 레이스인 칼레지방 레이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리즈샤멜」은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방법으로 수출을 택했다. 여전히 총매출 7900만유로(1100억원) 중 60% 이상을 프랑스 시장에서 이뤄내고 있지만 매년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는 시장 성장률에 만족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 시장을 포함해 아시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패션비즈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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