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아이콘 정구호, 一毛 안녕~
esmin|13.11.15 ∙ 조회수 10,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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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이콘 정구호, 그가 10년 동안의 제일모직 생활을 끝내고 디자이너이자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지난 2003년 제일모직에 합류한 이후 10년만이다. 몇 개월전부터 정구호씨가 제일모직을 떠난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나돌았던 터다.
정구호씨는 2003년 당시 70억원에 불과했던 「구호」의 매출을 10년 만에 10배 이상 끌어올린 것은 물론 대기업은 여성복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대기업의 패션사업을 멋지게 성공시켰던 주인공이다. 더불어 ‘감도있는 디자이너는 대기업을 기피한다’는 고정관념 역시 그의 존재감으로 인해 많이 깨졌다. 정구호 이후 한상혁 정욱준 등 대표급 디자이너들이 제일모직과 손을 잡았으며 장안의 이름있는 디자이너들은 제일모직을 입사희망 1순위의 기업으로 이미지를 변신케 했다. 이런 제일모직의 변화는 다른 대기업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물론 이서현 부사장의 적극적인 패션 사업 의지가 그 배경에 있었지만.
그는 「구호」에 이어 「르베이지」 「에피타프」 「헥사바이구호」 에 이르기까지 제일모직의 여성복을 이끌었으며 한때 「빈폴」과 캐주얼 「후부」 액세서리 「니나리치」 디렉팅도 했다. 안타깝게 중간에 접었거나 전개되지 못한 「컨플릭티드텐던시」와 「구호플러스」도 지금 만날수 없지만 아까웠던 그의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적잖은 주니어 CD들도 키워냈다.
디자이너이자 제일모직에서는 전무라는 타이틀로 임원 생활을 했던 정구호씨는 영화 무용 등 다양한 문화 부문에서 아트디렉터로도 활동해왔다. 영화 '정사' '황진이' ‘스캔들’ 등은 그가 아트디렉팅과 영화의상을 담당했던 영화들. 특히 '스캔들'은 2004년 대종상 영화제 의상상과 MBC 영화대상 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부터는 국립발레단의 ‘포이즈’와 ‘단’과 같은 무용 작품의 무대 디자인과 연출을 맡는 등 패션 뿐 아니라 국내 문화 전반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지난 97년 정구호씨가 F&F에 합류해 만들었던 브랜드 「구호」는 지난 2003년 자신이 제일모직에 합류하면서 제일모직이 인수했다. 이후 「구호」는 국내 여성복 시장을 리드하는 것은 물론 제일모직의 간판 여성복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정구호씨와 오너인 이서현 부사장의 만남은 40년간 남성복 중심의 기업문화를 갖고 있던 제일모직을 감성과 감도가 강한 패션 대기업으로 변화시킨 핵심 요소였다. 대기업은 여성복을 성공시킬수 없다라는 불문율을 깨고 보수적인 삼성에 패션 감성을 불어넣은 것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은 충분하다.
한편 정구호씨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뉴욕에서 활동하다 귀국 독립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이후 쌈지 CD겸 대표를 거쳐 F&F에 이어 제일모직에 합류했다. 디자이너, 대기업 임원을 거쳐 앞으로 펼쳐질 그의 다음 행보는 어떤 이름일까. 지난 10년간 숨가쁘게 달려온 그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지 벌써 궁금해진다.
*사진; 얼마전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렸던 「구호」 10주년 기념 패션쇼에서의 정구호씨. 이 컬렉션이 그의 제일모직에서의 고별 컬렉션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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