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스」 리테일 비즈 ‘새 판 짜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 일명 ‘삼거리 포차’ 삼거리에 위치한 「반스(Vans)」 홍대점은 대리점이다. 직영점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반스」의 DNA가 흐트러짐 없이 인테리어부터 상품 구성까지 완벽하게 담겼다. ‘하우스 오브 반스(House of Vans)’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새겨진 스케이트보드 전시부터 어패럴 라인까지, 이 매장에는 미국 익스트림 스포츠의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반영한 ‘체험형’ 매장이 구현돼 있다.
작년 「반스」의 미국 본사 브이에프그룹은 한국 시장에 직진출을 선언하고 브이에프코리아(대표 로라 미거)를 설립했다. 현재 24개 매장을 전개 중이고 그 중 12개의 매장을 대리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점주들 다수가 3040대이고 그 중 절반은 30대다. 신세대로 구성된 「반스」의 점주들은 소비자층에 비유하자면 ‘트렌드세터’층이다. 그들 중에는 한 때 액션 스포츠 선수로 활약한 인물도 있다. 운영도 알차게 한다. 홍대점은 월평균 7000만원, 부평점 8000만원, 동성로점은 1억5천만원 매출을 기록했다. 직진출 첫해의 부족한 물량을 가만한다면 고무적인 수치다.
신세대 점주로 구성, 월평균 1억5000만원
이처럼 「반스」가 ‘대리점 비즈니스’의 판을 새로 짜고 있다. 그 동안 대리점 비즈니스는 거상들을 상대로 물량공급과 프로모션이 운영의 키(key)로 꼽혔다. 하지만 「반스」의 정책은 다르다. 「반스」는 패션 산업의 기본 요건인 ▲유통 ▲머천다이징 ▲마케팅 세 가지를 「반스」만의 방식으로 배치해 오늘날 패션 시장에 도래한 리테일 비즈니스 환경에 적합한 툴로 전개하고 있다. (도표1. 「반스」 대리점 비즈니스 위한 ▲유통 ▲머천다이징 ▲마케팅 전략 참조)
먼저 「반스」의 유통 방식은 기존 브랜드 비즈니스에서 봐 왔던 운영과 다르다. 「반스」의 유통은 면적과 형태에 따라 각각 매뉴얼이 있다. 66㎡이하, 66~99㎡, 99㎡ 이상 3가지로 나눠 면적 별로 제품 카테고리, 인테리어 등을 각각 다르게 구성한다. 또한 ‘숍인숍’ 이름으로 백화점 중심으로 영업할 수 있는 형태가 있고,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스탠드얼론스토어(stand alone store 이하 SAS)’를 전개한다. 대리점은 SAS에 속한다.
이 같은 매뉴얼은 주어진 공간에 제약 받지 않고 자유자재로 매장을 구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SPA 브랜드에 대항해 차별화를 가질 뿐만 아니라 단일 브랜드지만 마치 멀티숍 같은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California) 라인’은 캘리포니아를 표현하는 컬러와 우드 소재, 디테일, 그래픽, 영상 등이 있으며 슈즈와 어패럴 제품 라인도 ‘캘리포니아 라인’ 제품을 구성한다. ‘프로스케이트(Pro-Skate) 라인’ ‘서핑(Surfing) 라인’ 등도 마찬가지다. 제품 라인을 비롯해 각각의 인테리어 요소와 집기들이 매뉴얼화돼 있다.
이번 F/W 아시안핏 아우터 등 라이선스 전개
머천다이징은 ‘피라미드’ 방식이다. 유통 채널에 따라 알맞은 「반스」의 제품 라인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 같은 매뉴얼은 「나이키」등에서 볼 수 있다. 특히 매출 볼륨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브랜드가 노후화되지 않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머천다이징으로서 트렌드세터부터 후기 수용자까지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 방식의 핵심은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를 수 있지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지는 못한다’라는 지론이다.
일례로 「반스」의 프리미엄 라인인 ‘볼트(Vault)’는 수입 멀티숍인 ‘분더샵’과 수입 스트리트 편집숍인 ‘카시나’에서 판매할 수 있지만 ‘ABC마트’에서는 판매할 수 없다. 한편 「반스」의 클래식 라인은 ‘ABC마트’에서 판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카시나’도 판매할 수 있는 식이다. 이 같은 피라미드 머천다이징은 선별적 유통 채널을 전개할 수 있도록 했고 고객층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반스」만의 노하우로 꼽힌다.
또 한 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 F/W부터 아우터 중심의 라이선스를 전개하게 된 점이다. 캘리포니아 태생의 브랜드인만큼 S/S에 강하지만, F/W 상품 기획이 국내의 한파와 폭설이라는 기후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 회사는 작년부터 미국 본사를 설득했다. 이를 통해 아우터를 중심으로 일부 컬러와 소재 등 아시아인들의 선호도에 맞춘 ‘아시안핏’을 별도 라이선스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쿽턴오더’ ‘리턴투오더’로 수입 한계 극복
뿐만 아니라 수입 브랜드의 한계로 꼽혔던 오더 시스템도 정비했다. 「반스」는 정기적으로 1년에 4번 오더가 이뤄진다. 매출을 견인하는 주요 상품군은 2~3개월내로 입고되는 주문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날씨, 고객의 니즈 등을 그 때 그 때 반영한 ‘리오더’ 개념으로 「반스」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적중률이 높은 기획이다.
유통과 머천다이징에 이어 마케팅도 「반스」의 성장 비결 중 하나다. 「반스」는 ‘연예인’이 아닌 ‘놀이터’를 만드는 마케팅을 선택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놀이문화는 ‘하우스오브반스’다. 「반스」의 대표적인 글로벌 컬처 플랫폼이다. 「반스」 브랜드 문화의 4가지 핵심 요소 액션스포츠, 아트, 뮤직, 스트리트가 결합된 이벤트다.
「반스」는 ‘벌커나이즈(Vulcanize)’ 공법을 이용한 전 세계 스니커즈의 홍수 속에 더 이상 경쟁을 벌이지 않는다. 「반스」는 타깃의 삶 속에서 얼마큼의 비중과 경험을 차지할 것인지를 놓고 ‘셰어 오프 라이프(Share of life)’라는 타이틀로 공감하며 플레이한다. 「반스」의 방향은 예전처럼 브랜드 컨셉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다. 오해하지 않을 수준의 프레임을 만들어 준 뒤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해석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무난하다’ ‘오래되고 식상하다’라는 고루한 평가가 아닌 브랜드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관점을 바꾸는 열쇠가 됐다.「반스」는 소비자들의 관점을 바꾸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대리점주들의 관점까지 바꾸며 리테일 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속도’ 보다 ‘방향’ 중요하다”
“속도에만 집중하다 보니 브랜드가 가야 할 방향성을 잃게 되고, 설사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해도 얼마 못 가 동일한 속도로 퇴보하게 되는 것을 시장에서 많이 보았다. 지금 한국 패션, 그리고 유통시장은 공급과잉의 시대다. 속된말로 ‘그 나물에 그 밥’ ‘네맛도 없고 내 맛도 없는’ 그저 그런 브랜드는 시장 퇴출 0순위다. 즉 ‘우유부단하고 특색이 없다’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면 해당브랜드는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해야 고객의 눈에 들 수 있을까?’ ‘고객으로 하여금 「반스」를 택해야 할 이유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반스」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키 포인트(KEY POINT)라 생각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면 모두로부터 외면당한다.’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반스」만의 차별화 또는 특장점을 전술화하고 한국 시장에 뚜렷하고 확고한 「반스」만의 캐릭터를 선보이는 것만이 매출 달성의 첫 번째 일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했다. 앞으로도 계속 「반스」만의 차별화란 개념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치열한 고민을 할 것이다. 10 · 20대와 함께 「반스」를 수식하는 핵심 오리지널리티인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요량이다. 스케이트보드와 서핑을 타고 즐기는 1020세대, 그리고 이런 플레이를 할 때 신고 입는 패션의 상징이 바로 「반스」다. 이 같은 타깃과 방향은 「반스」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지표다. 브랜드와 고객이 함께 성장할 수 있고, 그들이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놀이 방식이다.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라 깊숙하게 들어가 문화와 액션이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구체적인 방향을 조준하고 있다. 이러한 자산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낳고 유통 채널도 선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마케팅 역시 천편일률적인 ‘연예인 입히기’가 아니라 ‘놀이터’를 지향한다. 1020세대와 트렌드세터들로부터 지속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핵심은 「반스」의 콜래보레이션이다. 현재 「겐조」와 콜래보레이션한 스니커즈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쿤위드어뷰’에서 판매 중이고 해외 구매 대행을 통해 리셀(re sell)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처럼 8만원과 18만원의 스니커즈가 공존하고 가격에 상관없이 가치를 인정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브랜드가 「반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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