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 향한 '워터 프루프 전쟁'_뉴욕

grooveash|13.10.14 ∙ 조회수 7,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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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텍스는 이를 개발한 창업주 빌 고어(Bill Gore)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빌 고어는 1958년 W. L. Gore & Associates, Inc(이하 ‘고어’사)를 창업해 초기 전자제품 시장에 진출해 신소재, 혁신제품을 늘 강조했다. 1969년 고어텍스 소재를 소개하고 1973년 발명 특허를 받은 이래 40여 년간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 해왔다.
국내에는 1991년부터 ‘W. L. Gore & Associates(Korea) Ltd’로 진출했다. 이 회사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등이 고어사를 수식하는 이름들이다. 고어는 ‘포춘(Fortune)’지가 선정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리스트에 16년 연속 랭크됐다.
2005년에 2위를 기록한 이래 해마다 줄곧 상위권에 랭크돼 왔다. 미국 본사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각 국 지사들도 각 나라에서 선정한 같은 리스트에 선정됐다. 비즈니스 매거진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는 지난 2004년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America’s Most Innovative Company)’ 리스트에, 2009년에는 ‘The Fast Company 50’ 리스트에 각각 고어사를 선정했다.

40년 독주해온 선두 주자, 시대변화 적응할까?
성장을 거듭해온 고어텍스의 매출만큼 성장을 거듭해온 고어사의 혁신적인 경영 전략은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에 단골로 등장한다. 빌 고어가 1958년 회사를 창립한 이래로 어느새 지천명에 들어선 이 중견기업이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루며 성장해 올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혁신을 일으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고어사의 경영방식과 조직문화가 고어텍스의 지속적인 혁신과 경쟁 우위를 가능하게 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창업주 빌 고어 역시 다음 한 문장으로 회사의 성공 비결을 소개한 바 있다. “우리 기업은 사람을 관리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을 관리하게 한다.”
우선 고어사엔 상하 위계체계가 없다. 직급도 없다. 위아래가 없으니 명령을 내려 보낼 수도 없다. 직급이 생기는 순간 직급이 더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명령을 할 자격이나 권위가 생긴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더 오래 근무한 직원이 덜 일한 직원보다 유능하거나 권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가장 혁신적 기업’ 평가
직원들의 자유만큼 책임이 크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할 일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할 일을 찾아야 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능력과 관심에 따라 어떤 일을 해서 조직에 공헌할 것인지(‘Make an impact’)를 기준으로 자신이 착수할 일의 계획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 계획과 약속을 철저히 수행하며 달성했는지, 조직에 공헌했는지에 대한 책임을 진다.
의사결정 방식에 직원들이 참여된다는 것 또한 다른 조직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방식 중 하나다. 이미 리더십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부하 직원들에게 내려 보내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혁신을 장려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이런 방식에서는 이미 결정된 사항을 직원들에게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잘할지 혹은 인센티브를 얼마나 줄 것인지 정도를 고민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 내 ‘서로간의 신뢰’라고 말한다. ‘옳고 그른 것,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닌 조직 전체를 위해 의견을 모은다는 신뢰, 기본적으로 자신이 능력대로 존중 받고 있으며 쉽게 서로 간에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되는 문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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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상하체계 없이 조직에 공헌하는 수평 문화
또한 동료들의 평가에 따른 보상체계도 중요하다. 직원들은 한 직원이 ‘얼마나 조직에 공헌했는가’를 기준으로 20~30명의 평가를 받고, 자신도 20~30명을 평가한다. 철저히 이것을 기준으로 개인의 급여가 책정된다. 이렇다 보니 조직에 얼마나 공헌하는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상시로 직원들 사이에서의 관계가 중요해진다. 모두가 모두를 지지해주고 협력하는 동시에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늘 평가의 상위에 랭크되거나, 혹은 사람들이 많이 따르는 리더들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 수렴과 평가를 거쳐서 조직의 리더가 된다. 기업에서 일방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 유능한 사람을 리더로 뽑고 직급에서 나오는 권위를 주는 방식이 아니다.
이렇게 어렵게 선별된 리더는 다른 조직원을 가르치기 위한 역할이 아닌, 지속적으로 혁신이 일어나고 동기 부여와 신뢰가 축적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집중하게 된다. 외부에서 리더를 데려오는 경우에도, 리더의 역할을 맡기기 전에 이런 독특한 조직문화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생산 공장 = 캠퍼스’ 혁신 위한 클러스터 사업장
1983년부터 고어사에서 일하고 22년만에 2005년 CEO가 된 테리 켈리(Terri Kelly)는 이런 조직문화가 직접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젊은 직원들은 ‘make an impact’ 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한다. 그들은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일하기를 원한다. 또한 정보가 쉽게 공유되는 협력적인 조직 안에서 일하기를 기대한다. 조직이 이런 것들을 제공할 수 없다면 경쟁할 수 없을 것이다. 재능 있는 이들을 회사로 불러 오지도 못하고, 데리고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Wall Street Journal, 2010)
고어사의 생산 공장 부지를 선정하는 방식도 혁신적으로 알려져 있다. 본사를 도심에, 부지와 인건비가 적게 드는 곳, 자원 이동이 원활한 곳에 생산지를 따로 두는 것과 달리 본사와 생산 설비를 함께 배치하는 클러스터를 구축한다(고어사는 이를 ‘캠퍼스’라 부른다). 미국, 독일, 중국 등 어느 나라에 진출하건 마찬가지다.
연구개발·생산·영업관리, 이 세 가지 기능이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혁신이 일어난다는 이유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이 서로 부닥쳐야 한다는 것. 그들은 이런 환경에서 리더십도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연구개발 생산 영업관리 한 공간서 이뤄져야
이뿐만 아니라 고어사가 진출해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의 사업부도 한 클러스터에 모아둔다. 서로 다른 인더스트리의 사업부가 다 같이 있으면, 한 산업이 쇠퇴할 때 다른 비즈니스로 직원들이 옮기는 데에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서로 먼 곳에 위치해 있을 경우, 자기가 진행 중인 비즈니스나 인더스트리가 쇠퇴하고 있을 때 회사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위해 붙잡고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직원 수 250명 이상으로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조직을 작게 나눈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 이상의 직원이 생기면 개인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아지며 직원 스스로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정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다. 그래서 새롭게 회사를 구성하고 성장 가능한 모델을 구축한다고 한다. 이처럼 비즈니스 운영의 전면에 혁신과 참여, 공헌이 중요하게 강조된다.
이런 고어사의 사업장은 뉴저지·캘리포니아·애리조나 등 미국 내 6개 지역 외에 독일·프랑스·영국·네덜란드 등 12개 유럽 국가와 중국·인도·일본 등 9개 아시아 국가, 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 등 중남미 3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그러나 이런 고어텍스의 기업적 성공비결과 경영방식에 비해 아웃도어 마켓의 경쟁자들과 고어텍스 이용 업체들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고어’사가 그동안 불공정 거래를 통해 폭리를 취해 왔다는 것이다. 고어텍스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에서 다른 방수소재와 거래를 할 경우 ‘고어’사에서 일방적으로 고어텍스 공급을 중단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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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영업정책? 고어텍스 프리미엄과 독점
몇몇 경쟁자들은 이를 두고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다른 경쟁자나 고어텍스의 덕을 보고 있는 아웃도어 업체들은 그마저 쉬쉬해 왔다. 고어텍스의 시장 지배력이 워낙 강하고 업체들도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고어텍스와 지속적으로 거래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마켓 상황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고어텍스 프리미엄 때문에 고어텍스냐 아니냐로 아웃도어 제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디자인, 스타일, 유행을 기준으로 제품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웃도어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전에는 그야말로 등산 등 스포츠를 위한 목적으로 아웃도어 제품을 구입했다면 이제는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구매할 정도로 시장이 성숙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디자인, 스타일과 함께 가격에 더 민감해지며 고어텍스 대비 약 40%까지 저렴한 비슷한 성능의 경쟁 제품에도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신소재 개발 및 출시가 이어졌다. 안에서 땀을 흘리면 밖으로 완전히 배출되지 않고, 외피와 고어텍스 사이에 습기가 생겨 무거워지는 고어텍스의 문제점을 개선한 제품들이 시장에 나왔다. 실질적인 기능 차이와 가격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경쟁사 신소재 개발 추격과 소비자 변화 급물살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고어텍스 의존도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업체들은 가격이 더 저렴하면서 고어텍스의 단점을 보완한 소재들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고어텍스를 채택하던 브랜드가 줄어들거나 한 브랜드 내에서 고어텍스 상품 비중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은 고어텍스의 시장지배력이 우세하다. 국내외 고어텍스를 채택하는 브랜드에서는 여전히 고어텍스를 사용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비싼 값을 주고 고어텍스를 사용하고 있으니, 이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즈빔(Visvim)」 「나나미카(Nanamica)」 「파타고니아(Patagonia)」 「아크테릭스(Arc’teryx)」 등이 좋은 예다.
이들은 디자인과 스타일, 브랜드 이미지로도 고객들을 사로잡는 제품들이 고어텍스로 기능성까지 갖췄다고 강조한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고, 고어텍스 소재와 고어사의 꼼꼼한 품질관리로 가격이 더 비싸다고 하면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고어텍스 소재 프리미엄이 브랜드나 제품 자체에도 ‘제대로 만들었다’는 프리미엄을 가져오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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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텍스 의존도 줄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는 건재’
물론 아웃도어 브랜드 입장에서는 고어텍스만으로는 경쟁할 수 없다. 고어텍스를 앞세운 소재 기능성과 프리미엄을 강조하기 이전에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과 감성, 제품 디자인으로 일찌감치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임을 기억해야 한다.
고어텍스가 집중 공략해온 아웃도어 슈즈 마켓에서도 역시 경쟁사 컬럼비아의 견제가 매섭다. 아웃도어 슈즈의 공식처럼 여겨지는 고어텍스의 방수, ‘비브람(Vibram)’의 밑창, ‘폴라텍(Polartec)’의 보온, 이 삼합(三合)의 아성을, 세 영역에서 모두 전문성을 가진 컬럼비아가 무너뜨릴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주목된다.
뉴욕 현지에서 안성호(Sungho An) 리포터 grooveash@naver.com


**패션비즈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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