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형지, 魔의 1조 벽 돌파?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13.10.14 ∙ 조회수 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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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그룹형지(대표 최병오)가 최근 1년6개월 사이 통 큰 M&A를 4차례 성사시키며 마침내 1조 클럽에 입성할 전망이다. 몇 해 전부터 기업의 로망인 1조를 목표로 정하고 고군분투했지만 7000억원대(2012년 7300억원, 실판매가 기준)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러다가 지난해 4월 우성I&C, 올해 4월 ‘바우하우스’에 이어 6월에 에모다, 최근 에리트베이직까지 품에 안으면서 창립 30여년 만에 꿈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요즘 같은 경기 불황에 형지의 공격적인 M&A는 패션업계에서 대단한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우성I&C 120억원, ‘바우하우스’ 777억원, 에모다 145억원, 에리트베이직 246억원 등 M&A 자금으로 1288억원(추정치)을 투자한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가 됐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M&A 시장에 뛰어든 형지는 기존에 뛰어 넘지 못했던 기업의 한계를 인수 합병을 통해 커버하면서 패션유통종합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형지는 남성복 전문기업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우성I&C를 손에 넣으면서 남성복 마켓에 자연스럽게 진출했다.
‘바우하우스’ 인수는 유통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호탄이다. 형지는 계열사 포함 현재 13개나 되는 브랜드를 자사 유통망을 통해 전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변화하는 유통 패러다임에 대응해 복합쇼핑센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장안동 ‘바우하우스’를 리뉴얼 오픈했으며 부산 2호점 신축을 준비 중이다. ‘바우하우스’ 부산점은 다음달 11월 착공해 2015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앞으로 2년 내 5개점까지 확대한다는 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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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성장동력 마련, 이제 종합패션유통기업!
‘바우하우스’ 인수 뉴스를 터트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에모다도 합병했다. 백화점 영업을 중심으로 한 커리어 여성복 「캐리스노트」의 주인이 된 것이다. 런칭 16년차의 인지도 있는 고급 여성복이라는 점과 백화점 25개점을 전개하고 있는 것에 메리트를 느낀 것으로 추측된다. 그동안 가두상권에서 중저가 어덜트 캐주얼 위주로 성장해온 형지는 유통 다각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지난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9월 17일 학생복 시장 1위 기업인 에리트베이직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 985억원을 올린 에리트베이직은 학생복 외에도 유니폼사업을 안정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스포츠웨어 「리클라이브」와 「에나」도 전개 중이다. 또 이번 F/W시즌 여성 어덜트층을 겨냥한 팬츠 전문 브랜드 「나인핏」을 런칭해 신시장을 개척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형지는 에리트베이직을 통해 신규 사업을 모색하고 1318세대층을 흡수해 패션시장 내 지배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또 에리트베이직이 2010년 설립한 인도네시아 공장을 활용해 기존 의류 브랜드와도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전했다.
이렇게 M&A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사이 패션그룹형지는 아웃도어 마켓 성장에 눈을 뜨고 작년에 「노스케이프」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미 2010년 여성 전용 아웃도어 「와일드로즈」의 라이선스권을 따내 전개하다가 2011년 스위스 본사로부터 국내 상표권을 사들여 아웃도어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런칭한 브랜드는 「노스케이프」가 처음이다.
런칭 초반 공중파 TV CF를 내보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노스케이프」는 형지가 여성복이 아닌 다른 장르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는 모델이 됐다. 현재 역삼동 사옥에는 「노스케이프」가, 맞은편 별관에는 「와일드로즈」의 대형 광고판이 걸려 있다. 이것만 봐도 형지가 아웃도어 마켓에 얼마나 욕심을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롯데 출신 권경렬 부사장 영입 등 조직 변화 물결
형지는 기업을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스」의 뒤를 이을 볼륨 브랜드를 갈망한다. 전국 매장 470개, 매출 3500억원의 「크로커다일레이디스」는 지금의 형지를 있게 한 주역임이 분명하지만, 언제까지 이 브랜드 하나에 의존할 수 없다. 또 「올리비아하슬러」 「샤트렌」 「라젤로」 「CMT」 등 서로 추구하는 감성은 다르지만 가두상권 여성복이라는 점에서 소비자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자칫하면 나눠 먹기식 매출이 될 수 있으며, 요즘 같이 가두상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업 전체가 위태해질 수 있는 위협적인 요소다.
이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아웃도어 마켓 진출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패션 전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대로 아웃도어 「노스케이프」와 「와일드로즈」는 당분간 꾸준한 투자가 이뤄질 계획이다.
이같이 사업영역이 다양해지면서 패션그룹형지 조직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롯데백화점 출신의 권경렬 부사장이 영입됐으며 「CMT」를 총괄해온 김명호 사장은 에모다 대표로 이동했다. 또 회사 키맨인 김영만 상무(마케팅팀 총괄, 「노스케이프」 사업부장)와 김인규 우성I&C 대표이사 상무를 각각 전무로 승진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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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트렌」 「본지플로어」 「캐리스노트」 해외 진출
권 부사장은 지난 25년 간 롯데백화점에 몸담았던 유통 전문가로서 현재 전략기획본부를 지휘하고 있지만 ‘바우하우스’의 선진화된 MD 구성과 안정적인 사업 확장에 대한 업무도 조력한다. 형지는 바우하우스 인수와 함께 신규점 개발과 점포 MD 구성을 아우르는 신규사업팀을 신설했으며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바이어를 지낸 홍장현 이사도 불러들였다.
김명호 사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형지의 부사장으로 재직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잠시 떠나 있다가 작년 11월 「CMT」 사장으로 컴백했다. 이와 함께 R&D센터와 해외사업부문을 총괄해왔다. 현재 에모다 사장을 맡으며 「라젤로」 사업부장을 겸하고 있다. 기존의 R&D센터와 해외사업부문 역시 그대로 유지한다.
형지는 김명호 사장이 이끄는 해외사업부문을 통해 「샤트렌」 「본지플로어」 「캐리스노트」를 대표 선수로 글로벌 마켓을 노크한다. 2005년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앞으로 중국 시장은 내수의 한계를 극복할 핵심 마켓인 만큼 현지에서 확고히 뿌리내리기 위해 상품 및 유통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샤트렌」 「본지플로어」 「캐리스노트」는 중국시장에 직진출해 글로벌 마켓에서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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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F/W 대만 스타트… 내년 S/S 중국서 본격 영업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지난 6월 방중 경제사절단에 중견기업위원장 자격으로 참가해 중국 현지 기업 및 단체와 수차례 미팅을 가졌다. 최 회장은 중국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구성을 마치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빠르면 내년 S/S시즌부터 중국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샤트렌」과 「본지플로어」가 대만 시장에 깃발을 꽂는다. 현재 대만의 대표적인 패션유통기업과 수출유통계약에 대해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이번 F/W시즌 1호점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대만 주요 백화점 중심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13개 브랜드의 물량을 우수한 품질,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려면 탄탄한 소싱력이 기반이 돼야 한다. 그동안 중국을 메인으로 해외 생산을 해온 형지는 올해 7월 베트남 C&M 공장을 인수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킨다.
올해 베트남 자사 공장에서만 160만장을 생산하며 점차 라인을 증설해 물량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올해 베트남에서 200만장을 제조하는 형지는 중국 생산 비중을 이쪽으로 옮겨오고 있다. 베트남 또한 현지 소비자를 겨냥해 형지가 공략해야 할 국가로서 베트남 공장을 이용해 도화선을 만드는 것이다.

베트남 C&M 공장 인수, 올해 160만장 여기서 생산
종합패션유통기업을 선언한 패션그룹형지는 ▲브랜드 사업 영역 확장 ▲유통업 진출 ▲중국 등 글로벌 시장 공략 ▲생산 소싱력 강화 ▲ERP를 기반으로 한 경영시스템 완성 등 일련의 과정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여성 어덜트 밸류 지존으로서 90년대와 2000년대를 풍미했지만 다가올 패션시장 변화에 맞서 기초체력을 다시 한 번 다지고 있다.
1982년 서울 동대문 광장시장에서 출발한 형지는 창업주인 최병오 회장 중심으로 뭉쳐진 불굴의 의지로 파죽지세로 성장해 왔다. 1990년대에 패션시장에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3050 여성을 패션의 중심으로 초대했고 혁신적인 상품 기획과 골목·변두리 상권부터 치고 올라오는 역발상 유통전략으로 여성 어덜트 밸류 마켓이라는 신시장을 열었다.
1996년 런칭한 「크로커다일레이디스」는 현재 여성복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매출액과 가장 많은 매장 확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크로커다일레이디스」의 성공을 보고 여러 후발주자들이 달려들었지만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1조 달성 이후 준비됐는가, 다음 행보 더 주목
하지만 이제 형지는 여성 어덜트 전문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벗고자 한다. 종합패션유통기업이라는 새로운 비전에 가까이 와 있다. 하지만 그 다음이 준비됐는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1년 새 4번의 M&A는 분명 회사 자금 운영을 타이트하게 할 것이다. 또 숫자를 향해 앞만 보며 달려오다 보니 내부 조직 시스템이 아직 탄탄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제 막 최병오 회장 1인 체제에서 계열사 간 사장을 두고 권한을 넘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안정화됐다고 말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1조 달성 이후 패션그룹형지가 좀 더 성숙된 모습으로 다른 패션업계 중소기업들에게 희망을 주는 모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조 패션기업 형지의 다음 행보를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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