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덜트 전문점 ‘웰메이드’ 탄생
세정(대표 박순호)의 간판 브랜드 「인디안」이 이번 F/W시즌 편집숍과 SPA 장점이 융합된 리테일형 브랜드 ‘웰메이드(WELL MADE)’로 재탄생한다. 전국의 400개가 넘는 매장을 전면 리모델링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을 완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9월 말까지 110개점이 ‘웰메이드’로 탈바꿈하며, 2년 이내에 전 점이 교체된다. 패션부문 매출로 연간 8000억원 규모로 지금의 세정을 있게 한 「인디안」이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마켓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세정의 미래를 책임질 ‘웰메이드’라는 주사위가 던져진 것이다.
어덜트 마켓의 국민 브랜드라 할 만큼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인디안」을 버리고 ‘웰메이드’로 전환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인디안」은 가두상권의 지존답게 4000억원대(2012년 4200억원)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마의 5000억원을 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브랜드의 오랜 역사만큼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화돼 신규 유입이 정체됐다는 점이 가장 컸다.
이미 남성 캐주얼(「인디안캐주얼」)과 정장(「인디안리더스」), 여성복(「앤섬」), 아웃도어(「피버그린」), 트래디셔널 캐주얼(「앤클리프」) 등 다양한 PB가 있지만 「인디안」에 묻혀 개별 브랜드의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인디안」이 갖는 남성 어덜트 캐주얼이라는 한정적인 이미지도 성장의 걸림돌로 봤다.
전국 467개점 중 9월까지 110개점 리뉴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외부 환경도 꼼꼼히 따졌다. 가두점보다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쇼핑몰을 선호하는 소비자, 글로벌 SPA의 사세 확장에 따라 저렴하고 베이직한 제품의 경쟁력 약화, 로컬 마켓뿐 아니라 해외로도 유통망을 확장해야 한다는 점 등등을 짚었다.
이를 종합해 세정은 다양한 콘텐츠를 넘나드는 ‘어덜트 편집형 SPA’라는 밑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창업주인 박순호 회장의 경영 철학인 ‘나는 나의 혼을 심는다’의 의미를 담아 ‘웰메이드’라는 새로운 네임을 개발했다. ‘웰메이드’는 패션뿐 아니라 연계된 카테고리의 확장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에 밀착된 유통 브랜드로 새롭게 포지셔닝한다.
그렇다면 ‘웰메이드’는 「인디안」과 어떻게 다른 BM일까. 세정은 ‘웰메이드’ 리뉴얼 첫해인 2014년 5000억원 고지를 넘어 전 매장의 리뉴얼이 완료되고 콘텐츠가 보완되는 시점에 1조원대의 리테일형 브랜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매장당 평균 연매출이 9억원인데 콘텐츠 업그레이드에 따른 효과로 점당 연평균 11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어덜트 편집형 SPA’로 리뉴얼 첫해 5000억원!
‘웰메이드’는 미니 백화점의 컨셉을 따와 가족이 함께 쇼핑하는 공간을 만들고 각 브랜드를 개별적으로 인식하도록 매장을 구성한다. 장인정신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해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제공, 기존의 가두 브랜드 또는 SPA와 차별화하는 전략이다.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7개의 PB를 비롯해 자사 스포츠사업부가 직수입하는 러닝화 「써코니」, 캐주얼 슈즈 「캐터필라」, 아웃도어 슈즈 「고라이트」를 사입해서 구성한다. 또 벨기에 캐주얼 가방 브랜드인 「헤드그렌」은 위탁으로 입점시킨다. 고객 니즈에 맞춰 이 같은 사입 또는 위탁 브랜드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매출의 효율성이 떨어질 때는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게 각 브랜드 간 경쟁을 유도하는 평가제도 실시한다. 이는 곧 ‘웰메이드’의 업그레이드를 견인하는 파워가 될 것으로 본다. 지난해부터 이를 대비해 자체 기획 브랜드 7개를 똘똘하게 키우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남성복, 여성복~아웃도어, 잡화까지, PB ‘업그레이드’
기존에 「인디안캐주얼」과 정장라인인 「인디안리더스」로 분류했던 것을 남성 캐주얼은 「인디안」으로 정리하고 수트는 「브루노바피」를 새로 런칭한다. 「인디안」은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남성 캐주얼과 비즈니스와 오프타임용으로 스타일링했다. 보다 젊고 세련된 연출, 여기에 정우성을 모델로 이미지에 확실한 변화를 주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브루노바피」는 이탈리안 감각의 정장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이미지를 준다. 소재와 봉제 퀄리티를 높여 프리미엄 수트까지 출시하는 고급 정장 브랜드로 밀고나갈 계획이다. 향후 단독 브랜드로서 백화점 영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앤섬」은 유러피안 감성을 살려 편안하지만 잘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을 준다. 성유리를 모델로 기용해 페미닌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작년에 선보인 「앤클리프」는 네오 트래디셔널 캐주얼로서 「인디안」보다 젊은층을 타깃으로 해 핏감과 컬러감에 특히 신경쓰고 있다.
올 S/S에 출사표를 던진 아웃도어 「피버그린」은 핀란드를 모티브로 해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있다. 김종국을 모델로 액티브한 멋을 준다. 올 하반기 내놓는 「웰메이드프로덕트」는 시즌별 기본 아이템을 고품질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안하는 전략 상품이다. 단순히 싼 제품이 아니라 가치 있는 제품을 기획 중이다. 내년 S/S 전개 예정인 「듀아니」는 남녀 가방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레더굿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브루노바피」 「웰메이드프로덕트」 「듀아니」 런칭
똘똘한 PB가 제 역할을 해주는 가운데 부족한 콘텐츠는 사입 또는 위탁해서 확장해 나간다. 화장품으로 치면 CJ 올리브영 같은 리테일 브랜드인데, 세정은 제조의 기반을 닦아 놓았으므로 PB의 비중이 크게 자리잡았다. PB 역시 패밀리 고객층을 흡수할 수 있게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 모든 것을 담으려면 적어도 165㎡ 이상의 규모가 돼야 한다. 기존 「인디안」 매장 중에 확장 공사가 함께 들어가는 곳도 상당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상권별, 지역별 특성에 맞춰 MD를 해준다. 점포별 특징을 파악해서 콘텐츠를 달리 가져가는 세부적인 전략까지 세워놨다.
리뉴얼 프로젝트에 들어가기에 앞서 세정은 직능별(상품기획, 영업, 마케팅 등)로 나뉘었던 사업부를 브랜드 본부체제로 바꿔 각 사업부장의 책임경영제를 도입했다. 4000억원대의 「인디안」을 포함해 리뉴얼까지 성공시켜야 하는 중책을 김경규 본부장(상무)이 맡았다. 김 상무는 박이라 세정과미래 대표의 남편이자 박 회장의 둘째 사위로 이전까지 세정 전략기획실에서 5년간 근무했다.
‘CJ 올리브영’ 같은 리테일 브랜드 패션에 접목
김 상무는 “2011년부터 2년 이상 전문가들이 붙어 분석하고 컨설팅하면서 만들었다. 리뉴얼이 아닌 리런칭의 개념에서 봐야 맞을 것이다. 웬만한 브랜드 하나 새로 만드는 것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다”며 “‘웰메이드’의 비전은 개방형 플랫폼이기 때문에 앞으로 패션 마켓 트렌드에 콘텐츠를 바꿔 나가며 수익성을 보장할 것이다. 메이크의 장점을 가진 우리 기업의 노하우를 살리면서 패션 마켓 흐름에 자연스럽게 편승하는 것이므로 리뉴얼에 대한 위험요소보다 기대요소가 더 크다고 본다.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웰메이드’는 지난 8월 라디오 티저광고를 시작했으며 9월에는 TV광고를 선보인다. CM송을 만들어 대중적인 인지도를 단기간에 꿰차도록 마케팅 방향을 세우고 있다. 140여명의 ‘웰메이드’ 사업부 임직원이 의욕적으로 움직이자 세정 본사에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솟구친다.
박순호 회장은 경영 방침 중 하나로 ‘위기는 곧 기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IMF 외환위기를 맞아 기업들이 사업을 축소할 때 역으로 크게 투자해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었던 전례가 있다. 현재도 패션마켓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경기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불혹의 나이가 된 「인디안」이 회춘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 본 것이다. 1974년부터 40년 역사를 「인디안」 주축으로 달려온 세정이 ‘웰메이드’를 통해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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