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민 샌프란시스코마켓 대표
1인3역(경영인 • 디자이너 • 바이어) 척척 ‘수퍼CEO’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13.08.01 ∙ 조회수 15,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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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민 샌프란시스코마켓 대표<br>1인3역(경영인 • 디자이너 • 바이어) 척척 ‘수퍼CEO’ 3-Image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심지어 가수든 개그맨이든 간에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시대다. 진정성 없는 정치인의 유세는 가식적인 멘트로 찍히고, 진정성 없는 개그는 결코 대중을 웃길 수 없다. 패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태민 샌프란시스코마켓 대표는 스스로 “진정성 있는 패션인이고 싶다”고 말한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숍 경영인이자, 디자이너, 바이어가 되겠다고.

그냥 옷에 미쳐서 무작정 뛰어든 패션사업이 어느덧 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국내 대표 남성 편집숍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한 대표는 “예나 지금이나 ‘한태민=샌프란시스코마켓’이고, 난 나를 가꾸고 성장시키고 좀 더 멋있게 보이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운을 뗀다. 그는 최근 운동과 식사조절로 3~4kg 정도 체중을 줄였다. 또 라식수술을 해 안경을 벗었다. 한 대표를 알고 지낸 지 4년 정도 됐는데, 처음 봤을 때 보다 조금 과장하자면 10년은 젊어 보인다.

그는 좀 더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적어도 패션인이라고 말하려면 더 많은 옷을 입고 느껴봐야 감각이 무르익는다고 생각한다. 한 대표는 옷은 세어보지 않아서(너무 많아 포기) 모르겠지만, 신발은 140켤레가 있으며 값어치로 따지면 무려 2억원 어치란다. 개인 드레스룸은 물론 슈즈룸도 따로 있다. 옷을 입는 것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고 수집하는 것도 병적인 수준이라며 웃어넘긴다.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일’이 일이 아닌 것이다. 매일매일 패션을 공부하고 패션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얘기하고 이걸로 돈까지 버니 즐겁지 않을 수 없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표본 모델이 바로 한태민 대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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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 대표의 고민은 「이스트하버서플러스(East Harbour Surplus)」를 어떻게 키워나갈까에 있다. ‘샌프란시스코마켓’의 PB로 시작해 이제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 걸음 나아간다. 지난 상반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남성복 트레이드쇼인 ‘피티워머(Pitti Uomo)’에 참가해 당당히 20여개 편집숍에서 오더를 받았다. ‘피티워머’는 전 세계 900개가 넘는 남성복 브랜드가 각국의 바이어를 만나 계약을 성사시키는 치열한 비즈니스 장이다.

「이스트하버서플러스」 지난 6월 18~21일까지 열린 2014 S/S 박람회도 나갔는데 2번째 참가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찾아온 바이어가 있어 새삼 뿌듯함을 느꼈다. 한동안 사업가로 매진하면서 무뎌졌던 내면의 꿈이 다시 꿈틀대는 순간이다.

「이스트하버서플러스」 ‘피티워머’ 2번째 참가

「이스트하버서플러스」는 100% 한 대표가 디자인한 브랜드다. 한국 디자이너가 만든 아메리칸 캐주얼인데, 메인드 인 이탈리아라는 점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재밌어 한다. 이번 시즌 가장 큰 수확이라면 이탈리아 톱3 편집숍이라 할 만한 곳에 입점한 것이다. 「이스트하버서플러스」는 국내외 합해 100개 편집숍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그 정도가 돼야 흑자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마켓’은 3호점 오픈 계획이 있다. 현재 도산공원 메인점포와 명동에 아울렛숍을 운영하는데 조금 다른 느낌의 숍을 운영해 보고 싶어진다. 최근 그의 관심사가 ‘라이프스타일’에 꽂혀있기 때문에 그쪽 방향의 숍도 구상해 본다.

한 대표는 요즘 잘 먹고 잘 사는 데 있어서 좀 더 멋있게 사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리고 나만의 스타일로 의식주를 다 꾸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상상한다. 하고 싶은 것은 하고야 마는 성격인 그는 결국 일을 벌였다. 얼마 전 강남 사무실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집을 정리하고 용인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좋아서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고 자연을 벗삼아 살고 싶다는 욕구를 조금이나마 충족시켰다. 이렇게 ‘자유로운 영혼’ 한 대표의 젊은 시절은 어땠을까.

해외 20개 편집숍서 오더, 세계 무대로 뻗어

한태민 대표의 인생은 크게 3번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것이 제 1막, 현지 디자이너로 3년간 일하다가 한국에 돌아와 ‘샌프란시스코마켓’을 오픈한 것이 2막, 자체 브랜드 「이스트하버서플러스」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3막이며 현재 진행형이다. 패션에 미쳐 있던 20대부터 마흔을 막 넘긴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일을 따라오다 보니 그것이 바로 꿈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이탈리아에는 ‘숍을 좀 할 줄 안다’는 말이 있어요. 그건 ‘장사를 잘한다’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죠. 그저 물건을 가져다 적정가격에 잘 판매해서 매출을 올리는 ‘장사를 잘한다’와는 많이 달라요. 숍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온도, 흘러나오는 음악, 향기, 조명의 크기와 밝기, 처음 보이는 옷들과 스태프들의 위치, 스태프들이 바라보는 눈빛과 인상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을 말하죠.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어떤 부분들은 매출과 크게 연결되진 않지만 그런 것들이 숍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열정이 느껴져야 돼요.”

팔리는 제품 위주로 하면 단기적으로 매출이 오르겠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한 대표는 ‘샌프란시스코마켓’의 VIP 니즈를 충족시켜줄 새롭고 가치있는 브랜드와 상품을 계속해서 공급해왔다. 이것이 바로 고객과의 신뢰가 됐고, 이제 여기서 제안하는 브랜드는 믿고 살 만하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것이다.

‘장사’가 아닌 ‘숍 좀 할 줄 아는’ 사업가 OK

이젠 ‘디자인 좀 할 줄 안다’는 평도 듣고 싶다는 한 대표는 “「이스트하버서플러스」에 제대로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우영미, 최범석, 정욱준 등이 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해외에서 인정받을 겁니다. 정부 지원이나 기업 스폰서도 없기 때문에 나만의 스타일로 승부를 볼 참이에요. 바이어에게 호기심을 주는 상품을 만들어 가면 길이 열릴 것 같아요.”

한태민 샌프란시스코마켓 대표<br>1인3역(경영인 • 디자이너 • 바이어) 척척 ‘수퍼CEO’ 3355-Image





「이스트하버서플러스」는 ‘샌프란시스코마켓’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크지만, 일부러 조금씩 줄여나갈 계획이다. PB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어서다. 국내에서도 한섬의 ‘무이’, 갤러리아백화점의 편집숍 등 8개점에 입점해 있는데 반응이 꽤 괜찮은 편이다. 제일 자신 있는 것은 이탈리아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할 시절 전공분야였던 니트다. 그리고 셔츠는 한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계속해서 퀄리티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마켓’은 오픈 2년 반 만에 BEP를 넘었다. 런칭 첫 해에 2억8000만원을 벌었는데 8년 만에 30억원의 규모로 키웠다. 매출이 큰 건 아니지만 부채 없이 회사를 성장시켰으며 현재 판매직원을 포함 14명이 근무하는 기업이 됐다. 그는 직원들에게 좀 더 후하게 급여를 올려주고 ‘샌프란시스코마켓’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게 하려면 회사의 규모를 조금 더 키워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3호점 오픈, 「이스트하버서플러스」의 볼륨화를 이뤄야 한다. 그렇지만 절대 무리해서 매장을 열거나 매출을 쫓아갈 생각은 없다.

트렌드 따르기보다 ‘히스토리컬 숍’ 만들고파

트렌드도 절대 따르지 않는 그다. “이탈리아에 있을 때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고유의 카테고리로 운영되는 숍을 보고 신세계를 경험한 것 같았어요. 한국에도 이런 숍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죠. 트렌디한 숍 보다는 히스토리컬(Historical)한 숍을 만들자고 결심한 거예요.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죠. 스토리텔링을 중시하고 시대가 지나도 가치 있는 것, 그게 바로 진정성 아닐까요?”

‘샌프란시스코마켓’은 ‘이탈리언의 시각에서 바라본 아메리칸 캐주얼 스타일’이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시작했다. 이후 이탈리안 클래식과 아메리칸 클래식을 넘나드는 숍으로 발전했다. 초반에는 이탈리아 브랜드를 위주로 전개했으나 현재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브랜드를 바잉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마켓’이라는 이름은 80년대 후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활동하던 Romano Ridolfi의 셀렉숍 이름이기도 했던 ‘샌프란시스코’를 계승한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샌프란시스코마켓’을 이탈리아에서 오픈할 계획은 없는지 던져봤는데, 그는 “물론 있다”고 답한다. 그리고 성공할 자신도 있다고. 이탈리아에는 시골 곳곳까지 잘 만들어진 편집숍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이탈리아 브랜드 위주의 셀렉트이거나 유럽 정도에서 그친다. 그렇지만 ‘샌프란시스코마켓’은 유럽에서 미국, 아시아까지 전 세계를 돌면서 바잉한 브랜드라 현지 편집숍과 차별화 된다고 본다. 그리고 편집숍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해 본 값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 아무리 옷 잘 입는 이탈리언이라도 내 고객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 짓는다.


**패션비즈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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