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개척 나선 캐주얼슈즈
IT 전문기업에서 개발 부문 업무를 맡고 있는 김민지씨(32)는 「수페르가」 스니커즈를 신고 출퇴근한다. H라인 스커트, 검정 스타킹, 재킷으로 연출하는 ‘출근 복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과거 펌프스를 신었다면 지금은 스니커즈로 바뀌었다. 그는 “편한 신발을 신으면 편하고 빠르게 걸을 수 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숨겨 놓은(?) 구두로 바꿔 신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붐비는 출퇴근길 비즈니스 맨 & 우먼의 복장을 유심히 살펴보면 마치 ‘뉴욕의 월스트리트’를 떠올리게 한다. 수트와 백팩, 노트북 가방 등을 매치한 연출뿐 아니라 이제 슈즈도 바뀌었다. 여성은 하이힐, 남성은 정장 구두에서 내려왔다. 이처럼 바뀐 풍속도는 출퇴근 복장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착장 문화를 슈즈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1인당 국민소득(2012년 기준)이 전년보다 257달러 증가한 2만2708달러를 기록하며 풍요로운 생활만큼이나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와 세분화가 이뤄졌다. 이 같은 현상과 함께 ‘캐주얼슈즈’가 소비자들의 라이프 곳곳에 침투했다(도표. 라이프 씬 캐주얼슈즈 현황). 캐주얼슈즈는 소득과 의식 수준이 높아진 배경과 함께 패션뿐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 등 복합적인 영향을 받으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레인부츠 총 판매량 67만켤레, 「락피쉬」 30% 점유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됐다’ ‘슈즈가 착장 문화를 만든다’는 겉으로 보이는 명제가 다가 아니다. 한 꺼풀 벗겨내면 새로운 시장을 활짝 연 주인공이 바로 슈즈임을 확인할 수 있다. 캐주얼슈즈는 착장 문화뿐만 아니라 ‘아이템 전문 시장’을 만들었다. 레인부츠, 스니커즈, 어그부츠, 워커, 패밀리 슈즈, 보트 슈즈 등 한 아이템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종적으로 ‘깊이’를 가진 브랜드 비즈니스를 펼쳤다.
LG패션(대표 구본걸)이 영국 「헌터」로 레인부츠를 트렌드 세터에게 알렸다면, 에이유커머스(대표 김지훈)가 영국 「락피쉬」로 대중화를 이끌어 ‘레인부츠 시장’을 만들었다. 작년에 국내에 유통됐던 제조 수입 레인부츠의 판매량은 67만켤레로 추정된다. 그중 「락피쉬」가 20만켤레를 판매해 국내 마켓에서만 레인부츠 시장의 30%를 점유했다.
「락피쉬」는 2013년 F/W시즌에는 레인부츠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슬래시(slush) 부츠로 가죽 슈즈 시장을 넘본다. ‘고무 소재로 부츠의 원조인 가죽부츠 시장을 잡아먹겠다’고 감히 덤비는 슬래시 부츠는 가죽 앵클, 롱부츠의 셰입과 똑같다. 소재만 레인부츠와 같은 고무일 뿐이다. 슬래시 부츠라는 이름도 고무로 부츠를 만드는 공법에서 유래했다.
플랫슈즈 「바바라」, 日 미쓰코시百서 인기몰이
그동안 레인부츠가 투박하고 유치해(?) 회사나 중요한 자리에 신고 가기 어려웠던 고민을 가진 3040세대를 겨냥해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락피쉬」는 올해 250억원 매출 목표를 세웠고 연말 미국 지사 설립을 계획 중이다.
김지훈 대표는 “특수화 시장은 초기 투자비용이 다른 품목 개발에 비해 3~5배 정도 비싸 진입 장벽이 높다. 레인부츠를 시작할 때처럼 슬래시 부츠는 당분간 경쟁자가 없어 「락피쉬」가 독점할 것”이라며 “이 같은 특수화 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니즈가 높다. 에이유커머스는 특수화를 취급하는 상품 차별화 외에도 생산과 소싱을 모두 직접 핸들링하고 있기 때문에 미니멈 수량을 조정할 수 있다. 또한 빠른 납기일을 제안할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새로운 마켓을 형성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이어 세계시장의 포문을 연 또 다른 장르는 플랫슈즈다. 바바라엔코(대표 이재정)는 플랫슈즈를 고집하며 국내에 이어 일본, 미국시장에도 진출했다. 이 브랜드의 전략은 슈즈 자체에 포커스를 두고 어필하기보다 ‘착장’을 집중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이다. 보다 강력한 효과를 위해 할리우드 스타 미샤 버튼을 활용했다.
「이자벨마랑」 하이톱 스니커즈 30% MS 점유
「바바라」는 이미 일본 미쓰코시백화점의 나고야점에 입점했고 이어 이와타야 2개점의 단독매장을 열었다. 현지 시장에 자리잡은 「바바라」의 경쟁력은 바로 일본 특유의 ‘가와이 문화’를 정확하게 적중시킨 점이다. 나고야점의 요시키 리사(Yoshiki Risa) 매니저는 “「바바라」 제품을 접한 일본 여성들은 도시적인 세련미와 소녀풍 감성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어 바로 구입한다”며 “구매자들이 「바바라」 특유의 사랑스럽고 세련된 디자인과 편안한 착화감, 플랫, 샌들, 뷰티힐 등 약 70종의 다양한 제품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 미시족의 착장 문화를 이끌었던 웨지힐 스니커즈의 바통을 이어 받은 LG패션(대표 구본걸)이 수입 전개하는 「이자벨마랑」의 하이톱 스니커즈는 ‘프렌치 시크’ 착장 문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이 제품은 108만원이라는 고가임에도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다.
2011년에는 전체 매출 중 슈즈 매출 비중이 3~5%에 그쳤던 반면 2012년에는 20%로 급등했고 올해는 3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자벨마랑」 프랑스 본사 측은 전체 바잉 물량 중 슈즈 부문의 바잉을 30%로 제한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판매 데이터는 솔드 아웃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벤시몽」, 신세계 강남점서 3일간 3000만원
하이톱 스니커즈 인기 비결에 대해 김정은 수입 개발사업부 수입기획 2BPU 차장은 “나이와 스타일의 경계를 허물었던 슈즈다. 차려 입었지만 차려 입지 않은 듯한 무심한 패션, 즉 프렌치 시크를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슈즈다. 「이자벨마랑」 의류 외에도 다양한 착장에 잘 어울리면서 「이자벨마랑」 의류를 어려워했던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하는 아이템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자벨마랑」의 하이톱 스니커즈는 6~7㎝ 정도 굽이 숨어 있어 키가 커 보이고 다리도 길어 보인다. 스니커즈 셰입의 라스트인 만큼 편안한 착화감을 갖췄다. 이 제품은 시즌당 4~5가지 스타일을 바잉하며 스타일당 2가지 컬러와 소재로 나눠 전개한다. 오는 F/W시즌에는 지금까지 선보였던 스타일보다 날렵하고 앵클부츠 셰입으로 완성한 하이톱 스니커즈로 제안할 계획이라 당분간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LG패션이 프랑스 ICD BENSIMON社와 국내 독점수입 영업 계약을 체결한 「벤시몽」도 지난 4월 5일부터 3일간 신세계 강남점의 ‘스트리트 슈즈 페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총 20여개의 캐주얼슈즈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기록하며 매출 3000만원을 기록했다. 3일간 열린 이 페어는 총 1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기간 동안 판매를 분석한 금윤섭 수입 개발사업부/수입기획1BPU 과장은 “금요일과 토요일 3040세대 여성 소비자들이 전체 구매 고객 중 80%를 차지했다. 이 여성 고객들은 10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엄마’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상품에 마음 & 영혼 담는 ‘착한 소비’도 확대
「벤시몽」처럼 엄마와 딸, 가족과 대화, 여가 문화의 라이프 씬을 만드는 슈즈 브랜드들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키즈 라인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구성 포지션도 확대했다. 코넥스솔루션(대표 강원식)이 전개하는 「빅토리아」의 키즈 컬렉션은 전체 수량 중 약 50%를 차지한다. 「벤시몽」과 「빅토리아」는 ‘1980년대생 엄마’들에게 패밀리 슈즈로 각광받고 있다. 이 회사에서 전개하는 또 다른 브랜드 「탐스」 역시 새로운 시장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비 의식을 만들었다.
「탐스」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셰입의 스니커즈였을 뿐 아니라 상품에 ‘마음 & 영혼(soul)’까지 담는 착한 소비문화를 이끌었다. ‘원 포 원(One for One)’이라는 일대일 기부 공식을 퍼뜨린 「탐스」는 작년 100만켤레 기부를 실천했다. 이어 서울시와 함께 이 같은 의식을 더욱 독려했던 행사 ‘신발 없는 하루’를 진행해 이슈를 모았다. 지난 4월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 행사는 1만5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탐스」와 함께했다.
이처럼 타인을 돕는 의식 소비에서 지구를 살리는 의식도 ‘마음 & 영혼(soul)’에 해당한다. 그린신드롬(대표 이창호)은 아마존의 원주민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친환경 슈즈 「원모먼트(One Moment)」를 제안한다. 스페인의 디자이너가 아마존의 원주민들이 헤비아(Hevea) 나무에서 얻은 천연 라텍스를 발바닥에 칠해서 다니는 것에 착안해서 디자인한 신발이다.
웰빙 열풍 6000억원대 베어풋슈즈 시장 열려
신발의 두께가 2㎜지만 인체 공학적인 디자인으로 자연스러운 워킹을 유도한다. 「원모먼트」는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가장 적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소개하며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했다. 신발부터 신발 케이스 모두 100% 생분해성 원료를 사용해 땅에 묻으면 분해돼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원리다.
체형교정이나 다이어트, 근육강화 등 ‘건강(Healthy)’이라는 라이프 씬이 중요해지면서 기능화 바람도 거세다. 이미 미국은 운동화 시장의 40%가 베어풋 전문 브랜드와 제품일 정도로 ‘맨발 느낌으로 뛰기’ 열풍이다. 국내도 이 같은 바람이 불며 베어풋(Barefoot, 맨발 걷기의 장점을 살려주는 신발) 슈즈시장이 열릴 조짐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능화 시장 규모는 2007년 1000억원, 2009년 3000억원대였지만 걷기와 웰빙 열풍으로 지난해에는 약 6000억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기능성 운동화 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새로운 변화가 불고 있다. 기능성에 패션이 가미되고, 문화, 이야기, 액션까지 갖춘 형태의 베어풋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선보이는 베어풋 슈즈는 스포츠 브랜드를 중심으로 선보였다. 1020세대 사이에서 히트 아이템이었던 「나이키」 ‘루나’ 바로 전 모델 ‘프리런’이 베어풋 슈즈였다. 이어 「헤드」 트레이닝화 ‘베어풋 매트 솔’도 합류했다.
맨발이 가장 훌륭한 신발, 「파이브핑거스」 런칭
무엇보다 기대를 모으는 브랜드는 코넥스솔루션의 「파이브핑거스」다. 미국에서 2007년 런칭한 이 브랜드는 ‘다섯 발가락’의 슈즈라는 독특한 셰입과 워킹 문화를 전파하며 빠른 속도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며 자리잡았다. 「파이브핑거스」는 5월 말 서울 강남구 신논현 사거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런칭 행사를 열었다. 특히 「파이브핑거스」 첫 매장에서는 건강하게 걷는 방법을 고객들에게 알려줬다.
신발을 신고 걸으면 발뒤꿈치가 제일 먼저 땅에 닿는다. 따라서 모든 충격이 발뒤꿈치에 집중된다. 그러나 맨발로 걷거나 달릴 때는 본능적으로 발가락 근처인 발 앞부분이나 중간부분부터 내딛게 된다. 이때는 몸무게가 자연스럽게 발바닥 전체로 분산된다. 또 맨발로 달리는 사람들은 다리를 보다 높이 들어올린다. 이는 발과 종아리의 근육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착장 문화에 이어 습관과 건강까지 이끄는 슈즈 브랜드의 진화가 기대를 모은다.
다양한 라이프 씬 속에 멋과 맵시를 놓칠 수 없는 니즈는 워커 & 부츠가 잡았다. 타임리스, 시즌리스로 보편화되고 있는 캐주얼슈즈인 워커 & 부츠도 주목할 만하다. 웨지힐 스니커즈로 ‘강남 스타일’을 만들었던 아이디엔컴(대표 조형우)의 이탈리아 슈즈 브랜드 「아쉬」는 ‘멕시칸 부츠’로 터닝했다.
여름에 부츠 팔아… 「마나스」 부츠 솔드아웃
조신혜 이사는 “유럽을 비롯한 패션 선진국의 소비자들이 유용하게 활용하는 부츠는 추울 때, 더울 때 모두 연출할 뿐 아니라 눈, 비에도 오히려 부츠를 신는다”며 “아직까지 웨지힐 스니커즈 ‘델마’를 비롯한 스포츠 라인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지만 이 같은 유럽의 착장 문화 이미지를 각 매장에 배치해 소비자들의 새로운 문화를 독려한다”고 설명했다.
「소다」의 그룹사인 DFD(대표 박근식)가 전개하는 이탈리아 슈즈 브랜드 「마나스」 역시 ‘서머 부츠’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마나스」는 올해로 서머 부츠 구성 3년차를 맞는데 3년 전 첫 바잉을 할 때만 하더라도 ‘여름에 누가 부츠를 신을까’라는 의구심이 컸다. 하지만 현대 본점과 코엑스, 신세계 강남점, 롯데 잠실점 등 강남 상권과 신도시 상권들을 중심으로 위치한 「마나스」 매장에서 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솔드아웃 사례가 빚어졌다.
윤영노 소다 전무는 서머 부츠의 인기를 실감할 만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는 “현대 본점에서 가죽의 상처로 반품이 들어온 서머 부츠가 한 개 남았을 때 이 부츠를 찾던 고객이 사이즈 확인을 위해 착화했었다. 당시 이미 시즌이 끝난 상황이었고 다음 시즌 서머 부츠를 구매하려면 3~4개월 정도 대기해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착화했던 한 개 남은 부츠를 기다릴 수 없다며 바로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마나스」는 매 시즌 2배씩 서머 부츠 오더양을 늘렸고 85% 소진율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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