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백팩&스니커즈
#1 이정희씨(40)는 워킹맘이자 ‘백도녀(백팩을 멘 도시의 여자)’다. 회사에선 임원이지만 중학교에 입학한 딸이 있다고 하면 놀랄 정도의 어려 보이는 외모로 부러움을 받는 이씨는 최근 백팩에 꽂혔다. 종영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남주 패션이 이씨의 스타일 가이드 역할을 했고, 한파로 인한 ‘패딩 패션’도 백팩의 관심을 부추겼던 요인 중 하나였다
#2. 직장인 김정훈씨(32)는 작년부터 걸어서 출퇴근하는 ‘걸출족’ 트렌드에 맞춰 정장에 스니커즈와 백팩 차림으로 출퇴근한다. “논현동에서 역삼동까지 걸어 다닐 만하다”며 그가 선택한 백팩은 깔끔하고 단순한 디자인의 다양한 수납 기능을 갖춘 제품이다. “정장으로 갖춰 입었기 때문에 백팩과 슈즈가 캐주얼해도 회사 다닐 때 문제되진 않는다.” 10년 전만 해도 백팩은 등교할 때 메는 가방이었다. 운동화는 운동할 때 신는 신발이었다. 2013년, 백팩과 스니커즈가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들어왔다. 연령대, 성별을 불문하고 백팩과 스니커즈가 인기다. 백팩과 스니커즈의 인기는 패션의 트렌드를 비롯해 사회 문화적인 영향을 받았다. 스마트폰과 각종 IT제품의 대중화가 백팩의 기능성을 업그레이드했고 ‘출근복=정장’이라는 공식이 깨졌다. 출퇴근 시에도 멜 수 있는 ‘도시남녀’의 1순위 제품으로 백팩이 꼽히면서 나일론과 PVC 소재에서 가죽으로 소재가 고급화됐다.
「투미」 백팩, 2030 직장인 겨냥 연 40% 신장
공항패션과 드라마 속 패션이 트렌드를 촉진했고 스트리트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 자전거를 타거나 각종 거리공연을 즐기는 등 거리에서 활동하는 젊은이들에게 백팩만큼 편한 가방이 없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문화가 대중에게 급속도로 전파되고 아웃도어 열풍까지 더해지며 다양한 백팩과 스니커즈가 등장했다. 최근 백팩과 스니커즈는 정장부터 캐주얼, 아웃도어 룩까지 활용할 수 있어 그 인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이 같은 인기는 백팩과 스니커즈의 ‘세분화’를 촉진했다. 과거 ‘신학기’와 ‘운동’에만 그쳤던 분류에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기호와 기능에 따라 백팩과 스니커즈 브랜드 제품이 등장했다. (도표.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백팩과 스니커즈 분포도) 그중 가장 확대된 라이프스타일 씬(Scene)은 ‘패션 &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다. ‘신학기’에 치중했던 백팩의 수요가 라이프스타일로 옮겨와 패션잡화 조닝의 브랜드들의 백팩이 주목 받았다.
백팩과 스니커즈는 실용성과 브랜드들만의 코드를 무기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투미코리아(대표 신현방)의 「투미」는 2012년 여성 백팩 판매율이 전년 대비 40% 신장했다. 올해는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쌤소나이트코리아(대표 서부석)의 캐주얼 가방 브랜드 「쌤소나이트레드」는 전체 매출액 중 54%가 백팩이 차지한다.
「쌤소나이트레드」 백팩, 전체 매출 중 54%
서부석 대표는 “메가트렌드로 분석되는 정장과 캐주얼 스타일의 공존, 보더리스된 착장 문화에 어울리는 아이템이 백팩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전 라인마다 백팩을 구성했으며 매출 비중은 10%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디에프(대표 김웅기)의 「보르보네제」는 작년을 기점으로 올해 백팩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6월부터 8월까지 아데마로 백팩 덕분에 전년 대비 30% 신장률을 기록했고 이 시즌에만 4000여개를 판매해 97% 소진율을 기록했다.
또한 2012년 전체 매출 구성비 중 40%를 차지하며 효자 상품으로 꼽혔다. 올해 「보르보네제」는 백팩을 업그레이드해 또 한 번의 매출 견인차 역할을 기대한다. 사이즈와 컬러 등을 조절해 49만9000원에 판매한다. 기존 블랙 브라운 레드 3가지 컬러였던 구성에서 네이비와 버간디 컬러를 출시하고 가로 사이즈 3㎝ 정도를 늘렸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대표 박동문)의 「쿠론」은 남성 라인으로 출시됐던 백팩이 작년부터 남성 고객보다 여성 고객의 구매율이 앞지르면서 올해 여성 라인을 출시했다. ‘스테파노 백팩 지오닉’과 ‘에릭 백팩’이다.
특히 이 백팩에 사용된 소재는 기업에서 독려하는 업무 미션이었던 ‘크로스 펑션’의 일환으로 코오롱글로텍과 개발된 소재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지오닉(Geonic) 소재는 자동차 시트에 사용되는 특수원단을 이용해 가방에 사용될 수 있도록 개발한 원단으로 원단에 패턴을 입히고 압축 가공해 가볍고 방수 효과가 뛰어나다. 가격은 48만5000원이다.
*위 도표는 'DATA'에서 다운로드 받을수 있습니다.
「후부」 「NBA」 「탑텐」 등 신학기 노려
신학기를 겨냥해 1020세대를 타깃으로 삼은 백팩은 캐주얼 브랜드로 확산됐다.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의 SPA 브랜드 「탑텐」은 백팩을 ‘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제시했다. 한 가지 스타일이지만 40가지 컬러를 제안한다. 엠케이트렌드(대표 김문환)의 「버커루」는 액세서리 전문점을 현대 신촌점과 롯데 구리점에서 전개 중이다. 이 액세서리 전문점에서 백팩은 전체 매출 중 50%를 차지한다.
이 회사는 이 같은 스코어를 고무적인 데이터로 해석하고 “액세서리 전용 매장을 늘려감과 동시에 이 경험을 살려 이너웨어 브랜드도 런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업의 또 다른 스포츠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NBA」의 백팩 역시 기대를 모은다. 황영광 「NBA」 상품기획 팀장은 “브랜드가 가진 역동적인 이미지와 스트리트 문화의 대중화로 백팩 판매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의류 비수기로 꼽히는 2월과 3월, 7월과 8월에 백팩 매출은 호황을 누린다. 간절기 매출을 보완해 주는 효자 상품”이라며 “신학기 시즌과 맞물린 지난 2월에는 매장별 디스플레이도 백팩을 중점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패션부문 대표 윤주화)의 「후부」는 백팩을 ‘브랜드 대표 아이템 중 하나’로 만들 계획이다. 백팩과 스니커즈 모자 등으로 구성된 액세서리 비중에서 백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다. 향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가격도 6만~15만원까지 라인별로 구성했다. 「후부」의 백팩이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는 ‘후’와 ‘부’라는 캐릭터 디자인을 비롯해 힙합 음악을 기반으로 패션과 문화를 공존시킨 상품기획과 퍼포먼스가 기대를 모으기 때문이다.
「소렐」 착장 문화 바꿀 슈즈 기대주
‘걸리기만 해라, 무조건 대박이다!’ 「나이키」 「탐스」 「뉴발란스」 「소렐」에 이어 포스트 잇슈(it shoe)가 될 2013년의 스타는 누구일까? 작년에는 「프라다」의 남성 윙팁 구두, 「소렐」의 방한부츠 캐러부 등이 슈즈 시장을 뒤흔든 뉴 스타로 급부상했다. 착장 스타일에 맞춰 신발을 고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액세서리에서 벗어나 패션의 중심으로 이동한 잇슈는 착장 문화마저 바꾼다. ‘기능성’을 기반으로 유니크 디테일 & 컬러의 아이템으로 무장한 브랜드들이 다음 스타탄생을 예고한다.
「뉴발란스」가 계사년 한정팩으로 신상품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푸마」 「컨버스」 「나이키」 등 신발로 유명한 대형 브랜드들이 차례차례 올해의 신상품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이와 함께 「반스」가 올해 직진출하면서 유통에 따라 어떤 새로운 상품 구성을 선보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슈마커, 브랜드네트웍스, 세정 등 다양한 업체들이 올해 새로운 브랜드를 대거 쏟아내며 슈즈 시장을 뜨겁게 달군다.
슈마커(대표 이창렬)는 「박스프레시」와 「버터플라이트위스트」를 추가해 총 10개의 PB를 대중화시키겠다는 포부까지 밝힌 상태다. 슈즈 멀티숍 전개 업체답게 기능성을 겸비하면서도 유니크한 디자인의 상품을 선보여 벌써 다양한 홀세일러들로부터 다음 시즌 수주까지 받아놓은 상태다.
대박 아이템의 필수 조건은 ‘기능’!
「수페르가」 「마이앙스」 「루랄」 「사니타」 등 독특한 히스토리와 디자인이 특징인 10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네트웍스(대표 변영욱)는 ‘더 셸프(the shelf)’라는 신발 편집숍을 오픈했다. 셸프는 ‘선반’이라는 의미로 브랜드네트웍스가 수입 전개 중인 브랜드들은 물론 전 세계의 다양한 신발들을 꾸밈없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이 브랜드들을 대중에게 알리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대비한다. 세정(대표 박순호)은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스포츠사업부를 조직했다.
올해 「써코니」 「캐터필라」 「고라이트」 3개의 글로벌 슈즈 브랜드를 전개하기 위해서다. 세정 스포츠사업부는 올해 이 3개 브랜드의 인지도를 쌓아가면서 홀세일 비즈니스를 주로 펼치다가 내년부터 유통망을 전방위로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써코니」는 국내에서 이미 스니커즈로 인기를 얻고 있던 브랜드로, ‘러닝화’에 강한 본연의 장점을 살려 연간 2000억원대의 메이저 브랜드로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 작은 수입 업체서부터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까지 새로운 스타를 목표로 신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만큼 최근 슈즈계의 스타가 가지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말일 것이다. 과거 신발의 종류라면 정장 입을 때 신는 구두, 샌들, 겨울 부츠, 그 외 모든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운동화 겸 스니커즈 정도로 구분될 뿐이었다. 그나마도 남성은 구두 하나 운동화 하나면 1년이 끄떡없었다. 신발은 목적에 맞는 위한 액세서리에 불과했다. 언제부터인가 구두를 먼저 고르고 그에 맞는 옷을 고르거나, 신발의 기능성에 따라 운동복의 스타일을 바꾸는 등 신발을 중심으로 스타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ABC마트 등 멀티숍, 타깃 & 컨셉 세분화
신발의 중요성이 대두하면서 ABC마트를 시작으로 슈즈 멀티숍 시대가 열린 지도 벌써 12년.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겼던 슈즈 멀티숍들도 시행착오와 진화를 거듭했다. 그저 한 곳에서 여러 종류의 신발을 비교해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다. 이제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라 멀티숍들의 정체성도 다양해졌다.
10~30대 초반의 트렌디한 신발을 찾는 사람이라면 ‘폴더’에 10~20대 중후반의 편안하면서도 유니크한 디자인의 스니커즈를 찾는 소비자는 ‘슈마커’에, 연령불문 스니커즈부터 다양한 종류와 목적의 신발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고 싶다면 역시 ‘ABC마트’다. 소비자 니즈와 업체들의 공급이 다양해지다보니 예전처럼 모두가 한 아이템에 열광하는 식은 아니지만 아직도 신발의 인기에는 쏠림 현상이 강하다. 다만 특정 디자인이나 브랜드에만 반응하던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대박 신발의 조건에 ▶기능과 ▶유니크한 디테일 & 대중적인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가 추가된 것.
브랜드네트웍스, 신발 편집숍 ‘더 셀프’ 오픈
편안한 착용감은 기본이다. 장마철이나 한파에 대비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시즈널 아이템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 장식이나 컬러, 아웃솔 등 디자인상 유니크한 디테일이 있으면서도 누구나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디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히스토리 마케팅이나, 친근하고 재빠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브랜드 이미지가 더해지면 완벽하다.
히스토리 마케팅에는 「나이키」 「탐스」, SNS 마케팅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든 경우는 「뉴발란스」가 대표적인 예다. 현재 30대가 학생 시절에는 신발의 인기에 흐름이 있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3~5㎝ 통굽 캔버스화, 「리복」 클래식 화이트, 원래 사이즈보다 훨씬 큰 「컨버스」, 「나이키」 맥스 시리즈, 「아디다스」 슈퍼스타, 흰 양말에 「닥터마틴」 등 특수한 디자인이나 특정 브랜드에 국한돼 있었다. 당시 유행하던 교복 스타일이나 인기 브랜드에 따라 달라졌다. 요즘 신발의 경우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명목으로 카테고리가 넓어져서인지 이런 한 가지 스타일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은 조금 덜 해진 분위기다.
그만큼 스타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는 기회 역시 넓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그저 소비재가 아니라 패션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다양한 스타일을 찾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신규 브랜드들만 봐도 기본 캔버스 스니커즈부터 러닝화, 워커, 구두, 아웃도어화 등 카테고리가 다양하다. 과연 2013년을 뜨겁게 달굴 새로운 스타는 어떤 브랜드의 어떤 상품이 될지 기대를 모은다.
<함민정 기자 sky08@ 곽선미 기자 kwak@ 임송하 기자 show@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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