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품 안긴 한섬 1년 지금은?

김숙경 발행인 (mizkim@fashionbiz.co.kr)|13.04.11 ∙ 조회수 16,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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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했던 한섬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이후 1년 동안 너무나 조용해 오히려 숱한 화제를 낳았던 이 회사가 새로운 경영진으로 진용을 구축하고 신규 사업모델도 선보이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선언했다. 87년 설립 이래 24년 동안 개인기업이었던 틀을 벗고 재계 35위권인 대기업의 시스템과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놓여 있는 한섬에는 지난 1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가장 큰 변화는 경영권이 완전 이관됐다. 한섬은 3월 말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 자리에 김형종 부사장을 선임했다. 그동안 경영권을 맡아 왔던 정재봉씨는 부회장 직급으로 한섬의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문미숙 감사와 함께 「타임」 「타임옴므」 등 기존 6개 브랜드에 대한 품평회와 리뷰에 참석해 상품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업무 조율이 이뤄졌다. 기업 경영의 실권은 실질적인 주인인 현대백화점그룹으로 넘어가고 정 부회장은 상품기획에만 전념하게 된다.

경영권의 바통을 이어 받은 김형종 대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을 인수한 직후 투입돼 지난 1년 동안 COO(Chief Operating Officer)로 활동해 왔던 인물. 이번 주총 결과 본격적인 CEO(Chief Executive Officer)로서 역할을 맡게 됐다. 그는 한섬에 들어와 특유의 기업문화에 적응하면서 동시에 이를 그룹과 융화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 노력을 쏟아 부었다.


한섬 경영권 김형종 대표 맡아 진두지휘
그 결과 M&A 이후 흔히 나타나는 피인수 기업의 우수 인력 이탈현상은 최소에 그쳤고 반신반의했던 한섬 직원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신뢰 구축이 이뤄졌다. “한섬은 디자인그룹이 최대 장점인 만큼 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키워 나가겠다. 힘들더라도 조직 안으로 스며들어가겠다”는 김 대표의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패션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한섬에는 디자이너와 MD만 200명에 달하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섬의 디자인 조직은 국내 패션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커머셜 라인을 책임지는 디자인실과 판매성은 낮아도 패션성이 우수한 상품을 출시하는 디자인개발실을 브랜드별로 따로 두고 운영할 정도로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매출이 잘 나오더라도 상품의 독창성이 없다면 잘했다고 인정받지 못하고, 반대로 매출은 별로이지만 브랜드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면 매우 잘한 컬렉션으로 평가되는 독특한 한섬의 기업 문화는 M&A 이후에도 변화 없이 유지됐다.

디자인을 최우선시하는 한섬의 기업 가치가 잘 유지됐다는 평가 속에 이 회사는 2단계 작업에 돌입한다. 정체된 기업 이미지를 과감하게 벗고 역동적이며 의욕적인 사업 비전을 수립한 것. 한섬은 4년 후인 오는 2017년 1조원 외형의 패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지금의 4000억원대 매출을 4년 후 더블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오는 2017년 1조원 규모 컴퍼니로 도약
기업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볼륨과 이미지, 성장과 내실을 조화롭게 추진해야 한다. 한섬은 최고의 패션기업이라는 이미지는 잘 다져왔으나 급변하는 패션시장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정체된 모습을 보여왔다. 기업매출은 지난 3년 동안 4000억원대에 머물렀고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패션기업이라는 수식어도 빛이 바랬다.

극심한 불경기 여파로 대다수 패션기업들이 힘들었던 작년 한 해 한섬 역시도 매출이 둔화됐다. 지난해 매출은 4895억원으로 2011년 대비 제자리걸음을 걸었고, 영업이익은 26%나 감소했다. 이를 놓고 ‘M&A 이후 한섬의 파워가 예전만 못해졌다’ ‘정재봉 회장과 문미숙 감사의 오너십이 빠진 한섬이 예전과 같은 영광을 누리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등 어려운 경영환경일수록 더욱 빛났던 한섬의 저력을 놓고 볼 때 작년 한 해 보여준 경영성적표는 다소 실망스럽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M&A 이후 현대백화점그룹과 한섬의 이질적인 기업문화가 서로 융합해 가는 과정이고 시장의 선도기업마저 위기로 몰아넣는 불확실한 현실 상황을 놓고 볼 때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1조 목표 중 수입사업 비중 28%로 확대
한섬은 국내 최고 패션기업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공격 앞으로!’를 선언했다. 기존 럭셔리 이미지를 토대로 규모(볼륨)를 균형 있게 잡아야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 최대 강점인 만큼 이를 토대로 볼륨을 키울 생각이다. 이에 따라 1조원 패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도메스틱브랜드로 5900억원, 라이선스브랜드로 1300억원, 수입사업으로 2800억원을 각각 설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장 영역은 수입사업 부문이다. 수입사업 매출이 정점이었던 지난 2011년 매출규모가 738억원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해 볼 때 한섬이 수입사업을 얼마나 의욕적으로 키우겠다고 하는 것인 지 가늠이 된다.

이 회사는 M&A 이후 결별했던 「셀린느」 「지방시」 「발렌시아가」 대신 현대백화점 소속의 「쥬시꾸뛰르」와 「올라카일리」를 넘겨받았다. 추가로 이번 S/S시즌 뉴욕 베이스의 「엘리자베스 & 제임스」를 현대 본점에 오픈한 데 이어 F/W시즌 프렌치 무드의 「이로」를 본점과 무역점에 개점해 여성 수입 컨템포러리 조닝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 30~50대 남성을 겨냥한 이탈리아 감성의 머추얼 캐릭터캐주얼 「일레븐티」에 대한 독점 판매 계약도 연초에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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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스사업도 1300억원 규모로 키워~
이로써 한섬은 기존 「랑방」 「끌로에」를 포함해 총 7개의 수입브랜드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확보한 데 이어 계속 수입사업을 키워 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전국 A급 상권에 13개 백화점 체인을 거느린 현대백화점이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맡고 있어 해외브랜드와 접촉하는 데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한섬이 수입브랜드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하이엔드 명품 수입편집숍 ‘무이’와 캐주얼 명품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 등을 적극적으로 키워 나갈 의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이 점차별화 MD로 이들 수입편집숍을 적극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인 만큼 이곳을 채울 콘텐츠인 수입 브랜드 도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톰그레이하운드’를 위한 자체 PB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시스템」과 「SJSJ」 디자인실에서 시즌별로 쏟아내는 다양한 디자인 가운데 편집숍 성격에 맞는 상품만 선별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랑방」 라이선스 사업도 적극적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여성복 「랑방컬렉션」은 현재 10개 유통망이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서 지난해 2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점당 매출이 연 20억원(월매출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알토란 실적이다. 가장 매출이 높은 곳은 현대백화점 본점과 신세계 강남점으로 월평균 매출이 2억7000만~2억8000만원을 올린다.

런칭 초기 서울 강남권 중심으로 전개해온 데 이어 올해는 부산 등 지방상권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부산상권만도 신세계 센텀시티를 비롯해 현대 부산점 현대 울산점 등에 입점하게 된다. 연내 6~7개 매장을 추가해 브랜드 볼륨화의 시금석을 다진다. 라이선스사업을 키우기 위해 한섬은 여성복에 이어 추가로 프리미엄캐주얼과 패션잡화 등의 직접 전개도 염두에 두고 파리 본사와 조율 중에 있다. 서브 라이선시 품목은 우성I&C(대표 김인규)를 통해 셔츠를 전개하고 있다.

도메스틱 브랜드 사업 ‘先안정 後확대’
이들 수입사업과 라이선스사업은 김형종 대표가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수입사업부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제일모직 출신의 전찬웅 이사를 영입해 전권을 위임했다. 라이선스사업부 역시 프랑스 본사와 긴밀하게 조율하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김 대표가 직접 이끌고 있다. 이들 수입과 라이선스사업부는 성수대교 남단의 한섬 소유 유성빌딩에 집결해 있다.

도메스틱브랜드 사업은 브랜드력을 더욱 다지는 데 우선키로 했다. 그래서 매출규모도 지금의 4000억원대에서 5900억원으로 다른 사업부문에 비하면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도메스틱브랜드를 키우는 것은 라인 익스텐션으로 펼칠 생각이다. 「타임」과 「시스템」은 여성복에 이어 이미 남성복을 출시했고 추가로 패션잡화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마인」과 「SJSJ」는 브랜드 컨셉 재정비에 우선하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 한섬 인수 후 조직상에서 나타난 변화는 경영기획실 등과 같은 스태프 부서에 대한 인원이 대폭 보강된 점이다. 그동안 한섬은 디자인 조직은 막강했지만 스태프 부서 기능은 약했다. 전형적으로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라인을 가져왔기 때문에 시스템 부서 기능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것. 그룹차원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우선 경영기획실이 강화됐다. 경영기획실은 이종호 이사를 축으로 코오롱FnC 출신의 김정아 부장을 비롯해 과장급과 대리급 인원이 보강되면서 총 5명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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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 조직 강화, 대기업 시스템 도입
이곳에서의 목표는 패션(의류)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 우선 패션잡화 영역을 키우기 위해 시장조사 중이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F&B(Food & Beverage) 브랜드 개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한섬은 지난 1년 동안 개인기업의 틀을 바꿔서 대기업의 시스템 체제로 전환하는 준비과정을 거쳤다. 전 영역에 거쳐 총 80명의 인원이 보강된 가운데 의욕적인 사업계획도 수립했다.

오는 6월이면 4곳으로 흩어져 있던 사무실이 도산대로에 위치한 신사옥(우성빌딩에 자리잡은 수입과 라이선스사업부 제외)으로 집결된다. 그 어떤 패션기업보다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한섬이 현대백화점그룹 둥지 아래에서 1년 동안의 적응기간을 거쳤다. 대기업인 현대백화점그룹의 자금력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섬의 디자인 장점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지금까지 국내 패션시장에서 탄생한 거물급 M&A 사례에서 가장 성공 케이스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패션비즈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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