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네트웍스 M&A 파장은?
‘차이나머니’의 국내 패션기업 인수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서양네트웍스(대표 서동범)가 세계적인 소비재 유통업체인 홍콩 리앤펑(Li&Fung)그룹(대표 빅터펑)에 마침내 팔렸다. 6개월 동안의 정밀 실사작업을 거쳐 리앤펑사는 백화점 위주로 유아동복을 전개하는 서양네트웍스와 ‘오프라벨’ 이름으로 아울렛숍을 전개하는 서양인터내셔날(대표 서동범)의 지분 70%를 1960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양사의 최대 주주였던 서동범 사장은 2대 주주로 남게 되며 향후 5년간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는 조건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패션 유통업계는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주목을 끌었던 대목은 2000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 비슷한 시점에 이뤄진 중국 위해방직 기업에 지분 36.9%를 132억원에 매각한 아비스타(대표 김동근)의 경우나 연승어패럴(대표 변승형)과 중국 산룽루이 기업 간 진행된 M&A와 견주어 봐도 서양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높게 평가 받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서양을 인수한 홍콩에 본사를 둔 리앤펑그룹으로 옮아갔다. 과연 어떤 기업이길래 한국의 패션기업을 2000억원이란 거금을 들여 선뜻 인수한 걸까? 또 리앤펑은 서양의 어떤 측면을 높게 평가한 것일까? 이번 리앤펑과 서양네트웍스 간 M&A는 중국을 비롯,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유아동복 사업을 제대로 키워보자는 양사의 목적이 의기투합해 이뤄진 결과물이지만 국내 패션기업 경영자들에게 ‘기업가치’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게 하는 버터플라이 효과를 낳고 있다.
21조원 리앤펑, 유아동 NO.1 서양 매수
리앤펑은 1906년 무역 중개업체로 설립된 회사로서 연간 외형만도 20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에 달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 회사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의류를 포함한 각종 공산용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공급망을 관리해서 하는 일을 한다. 최근에는 해외 브랜드를 사들이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2010년에 프랑스 남성복 브랜드인 「체루티」를 M&A한 데 이어 지난해 1월에는 ‘니트의 여왕’이라는 불리는 프랑스 브랜드 「소니아리키엘」의 지분 80%를 매입해 커다란 화제를 낳았다. 글로벌 브랜드의 여성복과 남성복 브랜드를 인수한 데 이어 이 회사는 유아동복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 중국은 연평균 15%씩 소비를 늘려 오는 2015년에는 전체 소비재 판매액 규모를 32조위안(5760조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특히 1979년 덩샤오핑에 의해 시행된 독생자녀제 이후 출생한 바링허우들이 본격적인 소비 주체 세력으로 떠오르면서 고급 유아동복 시장 역시 부상하고 있다. 「트윈키즈」 「포인포」 「알퐁소」 등 한국 유아동복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리앤펑이 서양네트웍스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아동복의 한섬’ ‘아동복 사관학교’로 불려
지난 91년 설립된 서양은 ‘아동복의 한섬’으로 불릴 정도로 유아동복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기업이다. 서양네트웍스의 연간 매출은 1500억원 규모이며 연간 8~9%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서양의 자체 브랜드인 「블루독」 「블루독베이비」 「알로봇」 「밍크뮤」는 백화점 유아동 매장에서 감도와 매출파워 모두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올해 S/S시즌에는 ‘리틀그라운드’라는 아동 편집숍을 선보여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이곳 편집매장에는 PB인 「룰라비」 「데님인더박스」 「비베어」 「포니폼폼」 「테일스코프」를 비롯해 수입 브랜드인 「스텔라매카트니키즈」 「AO」 「벨로즈」 등에 이르기까지 총 30여개 브랜드로 MD가 구성돼 있다.
계열사인 서양인터내셔날을 통해 전개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오프라벨(Off Label)’ 이름으로 전개하는 아울렛 유통. 서양네트웍스 소속의 4개 브랜드의 이월재고 물량과 5개 PB의 정상물량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전국적으로 10개가 가동되고 있다. 점당 매출이 연간 50억원에 달하는 알짜 점포들이다.
작년 매출 1900억, 영업이익 100억 실현
이처럼 서양은 비즈니스 모델구조가 탄탄하게 짜여 있다. 자체 보유 브랜드가 유아동복 시장 내 A급에 포지셔닝돼 있고, 백화점에서 가두 아울렛, 그리고 차세대 편집숍 모델에 이르기까지 유통 포트폴리오도 탄탄하다. 이들 수익모델로 작년에 올린 성적표는 매출 1900억원에 영업이익 100억원. 불황으로 대다수 패션기업들이 마이너스 실적을 보인 것에 비하면 우수한 성적이다. 리앤펑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 시장조사를 의뢰해 서양이 보유한 브랜드가치와 유통 장악력에 대한 검증을 받을 정도로 철저했다. 여기에 브랜드에 대한 연속 발전 가능성도 체크했다.
이 대목에선 서양이 꾸준히 투자해온 인프라가 크게 한몫했다. 20년 동안 유아동복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온 서양은 ‘아동복의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탄탄한 맨파워를 자랑한다. 정보실을 관장하는 최선정 수석과 비주얼팀을 맡고 있는 송현빈 실장은 각각 20년, 15년 동안 서양의 감도를 이끌고 있다. 영업은 김홍근 상무가 맡아 진두지휘한다. CMD(Commercial Merchandiser)와 BMD(Brand Merchandiser)로 구성된 탄탄한 MD 체계도 서양이 갖고 있는 강점이다. 한마디로 서양이 보유한 R&D 인적 인프라는 웬만한 패션 대기업 수준을 능가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 수가 90명이 넘을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 본사 직원만 240명에 달하며 총 직원 수가 900명에 달한다. 배송만 아웃소싱을 맡겼을 뿐 판매 물류까지 모두 본사 소속의 정직원이다. 대다수 패션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아웃소싱으로 돌리는 데 반해 이 회사는 역행(?)을 한 것. 인건비 부담을 줄여 패션 비즈니스의 본질인 인적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 서동범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연간 1조원 글로벌 아동복기업 목표
판관비를 줄이려는 노력 대신 이 회사는 원가경쟁력 확보와 생산경쟁력 확보에 투자했다. 중국 웨이하이에 현지법인 위해서양복장공사를 만들고 우븐 공장을 건립한 것. 이곳에 근무하는 인원은 300명이며 연간 80만 피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서양의 PB 물량을 중점 생산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곳에 의뢰할 수 없는 소량 아이템을 생산한다. 서양이 만드는 연간 물량의 30% 정도가 이곳에서 소화 가능하다(이곳 현지법인은 이번 M&A 대상물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리앤펑은 서양이 갖춘 브랜드파워와 유통지배력 그리고 연속 발전 가능한 인프라 등을 높게 평가하고 2000억원이라는 기업가치를 인정했다. ‘절대 손해 볼 장사는 하지 않는다’는 중화기업의 투자를 받은 서양은 연간 1조원 규모의 세계적인 유아동복기업으로의 성장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서양이 갖고 있는 유아동복 최강의 소프트웨어와 리앤펑이 보유한 강력한 자본과 글로벌 생산,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세계 넘버원 유아동복 전문기업으로 점프하겠다는 포부다.
최근 들어 중국 기업의 직접 투자를 받아 상호 경쟁력을 배가하는 형태가 늘고 있지만 이 대목에서 국내 패션기업 경영자들은 각사가 갖고 있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직파워를 갖추든 차별화된 R&D기획력을 갖추든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중국시장에서 ‘제2의 이랜드 신화’를 꿈꾸는 것은 신기루에 불과할 뿐이다. 중국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다면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만들어 놓았는지 먼저 자신을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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