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SPA, 韓 패션 ‘희망 쏜다’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12.09.12 ∙ 조회수 18,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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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패션계의 주요 키워드는 누가 뭐라 해도 ‘SPA’다. 소비자들의 구매패턴부터 라이프스타일, 패션업계의 패러다임까지 바꿔놓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장르가 바로 SPA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경기 불황으로 중저가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SPA 브랜드는 더욱 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니클로」나 「자라」 얘기로 떠들썩했던 한국 패션계는 이제 「에잇세컨즈」 「미쏘」 등으로 그 이름이 뒤바뀌고 있다. 매일같이 업데이트되는 뉴스나 기사들은 이들의 무서운 반격(?)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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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패션 주요 상권이 아닌 대학로에서 3일간 무려 1억원이 넘는 놀랄 만한 매출을 기록한 브랜드는 이제 막 런칭한 「탑텐」이다.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는 않았으나 리테일형 SPA라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오렌지팩토리’는 마니아들을 양산해내며 글로벌 SPA와는 또 다른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간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한국 패션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수많은 내셔널 브랜드들이 경기 불황과 백화점 소비자 이탈 현상으로 울상을 짓고 있는 현재, 이들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해외 SPA 브랜드와 국내 내셔널 브랜드들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경기불황 & 비수기 남의 일, 토종 SPA 고공행진 !
올 초만 해도 제일모직(대표 박종우)의 「에잇세컨즈」 성공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예상이 적지 않았다. 신사복과 고급 여성복만 해온 제일모직이 「자라」의 디자인력과 속도, 「H&M」의 콜래보레이션 마케팅, 「유니클로」의 가격과 퀄리티 경쟁력 등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장을 오픈한 지 88일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현재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패션 상권 명동과 가로수길에서 모두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가로수길 경우에는 월평균 1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자라」 「포에버21」 등을 모두 제치고 가로수길 내 최고 매출을 올리는 점포로 이곳 핫스트리트를 평정했다.


이 여세를 타고 대구 동성로, 대전 은행동, 부산 서면 등 지방 구도심 상권의 상가주들도 매장 입점을 제안해 오는 등 서울 및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반응이 뜨겁다. 이 때문에 「에잇세컨즈」는 당초 5개 매장을 유지한다는 신중한 사업계획으로 출발했지만 올해 계획을 무려 12개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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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에잇세컨즈」, 「자라」 제치고 매출 1위
「에잇세컨즈」는 가두 매장 위주로 유통망을 확대한다는 전략 아래 하반기 강남역 뉴욕제과, 여의도 IFC몰, 인천 연수 스퀘어원, 부산 서면 등에 오픈할 예정이다. 이번 가을 3~4곳의 백화점 입점도 검토 중이지만 660㎡ 규모의 매장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백화점 입점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안선진 브랜드 매니저(BM)는 “매장 수가 확 늘어나니 사람이 모자라서 매일 면접을 보고 있다. 올해 말까지 약 50명을 더 뽑을 것”이라며 “기획팀은 사업계획서를 다시 쓰고, 생산팀은 공장에 가서 물량을 늘려 달라고 하느라 올해 여름휴가도 반납했다”고 말한다.


「에잇세컨즈」가 이 같은 호실적을 거둔 데는 집이나 집 근처에서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라운지웨어 제품군이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타깃으로 삼은 20~30대 여성이 외출복뿐만 아니라 실내복 & 가벼운 외출복도 스타일리시하게 입고 싶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주효했다. 컬러풀한 색상과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상품은 시선을 사로잡았다.


5개 매장 오픈 계획 변경, 30개로 공격적 확장 나서
국내에 라운지웨어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현재 라운지웨어와 언더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인 데 반해 매출 비중은 25% 달할 정도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내년 S/S시즌부터는 22%로 상품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또한 트렌디한 상품 비중을 높여 글로벌 SPA 브랜드와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시장에서 생산해 유통되는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국내 생산 비중이 25%인 「에잇세컨즈」는 시간, 공간적으로 우위에 있는 만큼 1~2주 단위로 생산되는 스폿 상품 비중을 현재 15%에서 F/W시즌에는 30%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에잇세컨즈」는 디자이너 수도 50명에서 연말까지 60명, 내년에는 150명까지 확충한다. 전 세계 매출 18조원 규모의 「자라」가 200명의 디자이너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디자인 면에서도 막강한 파워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러브콜 ~
또한 런칭 초기부터 ‘SPA와 컨셉스토어’의 결합을 부르짖었던 만큼 쇼핑공간을 뛰어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매장을 목표로 한다. 이미 가로수길 매장 한쪽에 자리한 ‘더화원’ 카페는 코지한 인테리어와 자연친화적인 매장 분위기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이곳은 별도의 장소가 아닌 「에잇세컨즈」의 숍인숍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다.


곧 오픈할 강남역 뉴욕제과 자리도 마찬가지다. ‘만남의 광장’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뉴욕제과’ 간판을 살려 매장 뒤편 공간에 카페를 함께 운영한다. 권오향 상품기획·디자인 총괄 전무는 “토종 SPA 대표주자로서 대량 생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SPA와 컨셉스토어의 결합을 보여주고자 한다. 「에잇세컨즈」는 가격이 합리적인 편집숍을 표방하는 만큼 창의적이고 펀(fun)하며 다양한 브랜드가 공존하는 진화된 SPA 브랜드이자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할 수 있는 매장”이라고 강조했다.


「에잇세컨즈」는 사우디아라비아 유통재벌과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대형 쇼핑몰 등 글로벌 시장에서까지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안 부장은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프랑스 등에서 매장 오픈 의향서를 보내며 큰 관심을 보여왔다”면서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패션 브랜드인 모 업체는 지난 3월 직접 찾아와 매장 오픈을 요청했다”며 “오는 2014년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에 5개의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해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후 2017년 유럽 등 패션 선진국으로 진출한다는 글로벌 전략 방향을 최근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에잇세컨즈」는 국내에서는 연말까지 매출 800억원, 내년 2000억원 돌파로 런칭 2년차에 글로벌 SPA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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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쏘」 명동 노른자 자리 확보, 신규 출점 확대
이랜드리테일(대표 박성경)에서 전개하는 「미쏘」는 SPA 본연의 역량 강화에 주력해 온 것과 달리 올해 초부터 명동 등 대표 패션 상권을 비롯해 신규 출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600억원을 달성한 「미쏘」는 올해만 20개 매장을 추가로 출점해 연 매출 1000억원의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 3월 명동 2가 티월드 자리에 오픈한 명동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기존가보다 2배 이상 높은 액수로 600㎡의 매장을 탈환할 정도로 명동점 오픈에 큰 의미를 부여해 온 「미쏘」. 이 매장을 시작으로 「미쏘」가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 SPA 브랜드 의류를 사러 온 고객들이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잠깐씩 들러 손쉽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동선을 고려해 매장 위치를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명동점의 경우 직장 여성과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전략 상품을 대폭 확대하며 상권별 특성에 따라 상품군을 조절해 가고 있다. 각 라인을 대표하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의 비중을 키웠다. 트렌치코트 재킷 야상점퍼가 4만9000~6만9000원, 블라우스 셔츠 카디건 바지는 2만9000~3만9900원 등으로 일반 상품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이랜드 30년 중저가 밸류 마켓 노하우 집대성!
「미쏘」의 경쟁력은 중저가 밸류 마켓에서 독보적인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이랜드의 30년 노하우가 농축돼 있다는 점, 가두상권 장악력과 NC백화점 등 자사 유통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부분의 SPA가 앞으로 섭렵해야 할 중국시장에서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점 등이다.


SPA는 이랜드 강점을 집대성한 시스템이다. 스피디한 패션 정보력과 합리적인 가격과 글로벌 소싱 능력, 대형 매장 전개 역량을 동시에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지난 1990년부터 SPA 모델을 준비해왔다. 이랜드는 원가×2.2의 낮은 배수율, 원부자재 대량 구입, 수출라인 소싱을 활용해왔고 1991년 유통사업부를 설립해 ‘라파밀리아’를 런칭하며 991㎡ 규모에 8개 브랜드를 입점해 최초의 편집숍을 시도하는 등 오래전부터 SPA와 편집숍을 스터디해왔기 때문이다.


한류 등에 업고 중국은 물론 일본까지 활약 기대
특히 「미쏘」는 「유니클로」와 「시마무라」로 중저가 SPA 맛을 본 일본 마켓에서도 러브콜을 하고 있어 중국을 넘어 일본까지 아시아 마켓에서 동시에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혜수와 서인영을 필두로 한 스타마케팅은 타 SPA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패셔니스타를 기용, 이들의 패션 대결 형태로 상품을 풀어내는 방식은 「미쏘」만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여성 체형에 맞는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으로 타 브랜드들과 차별화하고 있다.


런칭 2년차에 명동점을 오픈한 「미쏘」와 달리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은 브랜드 런칭 3주 만에 명동에 매장을 열었다. 오랜 시간 준비한 「에잇세컨즈」나 「미쏘」와는 달리 지난 2월부터 팀을 짜기 시작해 3~4개월 남짓한 준비시간밖에 갖지 않았지만 「탑텐」이 보여주고 있는 수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표적인 패션 상권도 아닌 대학로 매장에서 15일간 3억원 이상을 판매했을 정도다. 지난 7월 기준 대학로점과 명동점 매출을 합산하면 무려 월 12억원에 달한다.


부족한 준비 기간에도 이같이 높은 성적표를 보일 수 있었던 요인은 우수한 소싱력과 염태순 회장이 직접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열의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 자가 생산 공장과 회사 안에 마련된 봉제 시설을 갖춘 개발실 등 SPA 비즈니스의 가장 핵심키라고 볼 수 있는 소싱력이 「탑텐」의 최대 경쟁력이다.


「탑텐」 염 회장 진두지휘, 30대 젊은 맨파워 더해
스피디한 조직 구조도 강점이다. 슈퍼바이저 출신으로 영업 기획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섭렵한 김금주 사업부장이 74년생이고 각 팀의 헤드는 모두 30대 초·중반으로 아이디어가 넘치고 젊은 실무자들의 의견이 염 회장과 다이렉트로 연결된다.


김 사업부장은 “「탑텐」의 모터는 매 시즌 10가지의 필수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단정한 옷(?)이 아니다. 트렌디한 상품의 비중을 크게 가져가지 않는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컨템포러리 베이직을 추구한다. 효율성에 포커스를 두고 기본 상품군을 중심에 둔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전 연령대가 입을 수 있는 옷, 이것이 바로 「탑텐」이 추구하는 모습이다. 국내 브랜드는 대부분 우븐 쪽이 강하다. 그러나 「탑텐」은 니트의 비중이 80%에 달한다. 신성통상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니트류를 가지고 내건 전략은 「탑텐」이 타 SPA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요인이자 또 다른 강력한 무기다.


강력한 소싱력으로 매 시즌 10개 필수 상품 제안
특히 「탑텐」의 제품 구성은 「유니클로」를 연상케 할 정도로 캐주얼하고 베이직한 스타일이 전체 제품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캐주얼한 스타일의 베이직 라인, 트렌디한 그래픽 라인, 미니멀한 디자인과 고급 소재로 프리미엄 제품을 표방하는 플러스 라인까지 총 3가지다. 「에잇세컨즈」나 「미쏘」가 「H&M」 「자라」 등 트렌디한 스타일에 대적했다면 「탑텐」은 소재 퀄리티와 베이직한 스타일이 강점인 「유니클로」에 대항하는 격이 된다.


베이직한 디자인 못지않게 저렴한 상품 가격도 인기 요인이다. 3배수 이상의 마진폭을 가져감에도 불구하고 CVC 소재의 티셔츠가 7900원, 그래픽 디자인을 입힌 피마코튼 소재의 티셔츠는 2장에 1만5000원, 스키니한 바지 2만원 등으로 판매하고 있다. 플러스 라인의 제품 역시 3만~6만원대로 결코 비싸지 않다. 발주 대비 판매율은 이미 90%에 가깝다.


6만장을 기획한 상품은 이미 완판돼 무려 30만장을 리오더했을 정도다.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컬러별로 풀어낸 면팬츠와 셔츠가 8월 주요 매출을 끌고 갔고 9월에는 10가지 컬러의 스웨터 시리즈, 10월에는 파격적인 가격대의 패딩류가 컬러별로 투입돼 매출을 견인할 예정이다.


발주 대비 판매율 90% 육박, 30만장 리오더!
앞서 말한 「에잇세컨즈」 「미쏘」 「탑텐」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SPA 브랜드가 있다. 바로 리테일형 SPA인 「오렌지팩토리」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오렌지팩토리(대표 전상용)는 이미 59개의 직영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64개점, 2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종 SPA 가운데 진행속도와 매출규모 면에서 가장 앞서 달리고 있다.


100% 직영 유통, 최소 660㎡(200평)의 널찍한 규모의 매장, 여성복 남성복 캐주얼 골프웨어 아동복 이너웨어 패션잡화까지 전 장르를 포섭한 폭넓은 상품군은 SPA 브랜드들이 지향하는 모습과 닮았다. 단지 타 SPA 브랜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제조가 베이스가 아닌 유통이 기반이 됐다는 점이다. 이곳은 「오렌지팩토리」 스토어 이름 아래 조닝별로 특화된 PB가 전개된다. 여성복은 「아라모드」, 남성복은 「트래드클럽」, 골프웨어는 「조이」, 캐주얼은 「쿨하스」, 아동복은 「코너스」 등으로 구분돼 숍인숍 형태로 VMD가 구성된다.


「오렌지팩토리」의 힘은 20년 넘게 패션 유통 현장에서 몸소 부딪치며 쌓아온 전상용 사장과 OB멤버에게서 나온다. 10년 이상 된 직원만 20명에 달한다. 오너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SPA 사업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챙기며 진두지휘하는 전 사장의 열정과 내공이 이 브랜드를 키워왔다고 볼 수 있다.


「오렌지팩토리」 ‘리테일형 SPA’로 새 장 만들어
일례로 테헤란점 등 주요 매장 화장실에는 불만 사항 등이 있으면 문의하라는 전화번호 하나가 적혀 있다. 매장 대표번호가 아니다. 바로 전 사장의 휴대폰 번호다. 현장에서 들리는 소비자들의 소리에 제일 먼저 귀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는 모습은 「오렌지팩토리」가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브랜드의 이월 재고를 판매하는 ‘오렌지팩토리아웃렛’이 모태가 되기는 했지만 지난 5년 동안 PB의 디자인을 보강하고 생산을 늘려가면서 꾸준히 성장해가고 있다. 이동희 실장을 비롯해 20년 이상의경쟁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디자이너들이 각 팀을 이끌며 「오렌지팩토리」의 디자인과 상품력은 점점 보강돼 가고 있다.


「오렌지팩토리」의 강점은 단연 ‘가격’이다. 초저가를 지향하는 어떤 SPA 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대로 다가간다. 2배수 수준의 배수로 판매가를 낮췄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해외 협력공장에서 「오렌지팩토리」의 전용라인을 돌리고 100% 직영 매장 운영을 통해 유통마진을 절감하는 등 판매가를 낮출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100% 직영 매장, 용인 등 非패션 상권 선공략 히트
당연히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마케팅은 일절 사절이다. 매스 마케팅을 지양하고 일대일, 지역 기반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을 불러모은다. 지역 기반의 CRM을 통해 고객별 선호 브랜드를 도출하고 적립카드 발행 등을 통해 충성 고객을 늘려간다. 1년 이내 재구매한 고객이 이미 절반 이상이다. 한국 특유의 서비스 마인드와 혜택이 가미된 SPA다.


또한 판매량과 연계된 유동적인 판매 가격 책정을 통해 가격을 낮춘다. 많이 판매된 상품일수록 추가 제작을 하게 될 경우 더욱 낮은 가격으로 제안하게 되는 것. 이러한 박리다매로 「오렌지팩토리」는 판가율 94%에 시즌 판매율 98%라는 놀라운 수치를 유지하면서 회사의 수익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타 SPA 브랜드들이 패션 메인 상권에 먼저 자리를 잡는 것과 달리 용인 신갈 남양주 등 비패션 단지에서 효율을 내고 있다. 이들만의 틈새 상권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박강희 VMD 실장은 “「오렌지팩토리」는 ‘싸고 좋은 것을 소비자에게 제안하자’라는 미션만 정하고 출발했다. 메인 상권이지만 임대료가 높은 매장은 아무래도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외곽 지역 오픈도 같은 맥락”이라며 “하반기 익산 원주 전주 수지 등에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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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SPA 브랜드를 전개중인 CEO가 보는 토종 SPA는?
SPA 모델로 성공하려면 크게 2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오너의 의지’이고 두 번째는 ‘조직구조’이다.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가능할 수 있는 기업의 조직 문화와 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자라」의 경우 독특한 디자인과 컬러가 한국 소비자에게는 맞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한국 여성들은 「자라」의 신상품이 나오길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 「자라」의 경우 1개 매장의 성공 여부를 3년 이후에 평가한다.


지난 2005년 첫선을 보인 「유니클로」 매장은 롯데마트 구리점이었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아시아 최대 규모로 명동 중앙로에 매장을 오픈했다. 진출 초기 8곳에 그쳤던 매장은 이제 1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듯 시간이 필요하다. SPA 업태를 단순한 브랜드 런칭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자리잡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매장은 물론 브랜드 자체의 성공 여부를 너무 빨리 단정 짓는다. 2년 내로 이익이 안 나면 사업부장이 교체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오너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뛰느냐와 조직원들이 얼마나 창의적인 의견을 서로 나눌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늠하는 것이다.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에잇세컨즈」는 집객에 있어서 성공했다고 본다. 마케팅과 런칭발이라는 말이 있지만 마케팅만으로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것은 한 달 이상 가지 못한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에잇세컨즈」는 계속 성장 중이다. 좋은 상권에 오픈했고 VMD 등 매장 설계도 훌륭했다. 재미있는 디자인도 많다. 「탑텐」이나 「오렌지팩토리」 또한 자신만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다고 본다. 이들이 「유니클로」나 「프라이마크」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미쏘」는 「자라」를 벤치마킹해 탄생한 브랜드지만 고유의 디자인성을 갖춘 상품이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디자인력 보강이 필요하다.


황금률 따위는 없다. 기본은 디자인 싸움이다. 토종 SPA가 가격에만 집중하는데 6, 7년 전 SPA가 처음 한국에 진출했을 때는 가격 메리트가 가장 컸지만 날로 경쟁해야 할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제는 누가 얼마나 ‘다른’ 디자인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망고」의 경우 아웃렛까지 100% 직영매장에서 소진한다. 재고를 최소화하고 판매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얼마나 차별화되는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지가 우선이지 않겠는가. 현 소비자들은 비싸면 사지 않는다. 그러나 싸다고 무조건 사지 않는다.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TIP! 판매직원까지 토종 SPA로~
국내 SPA 브랜드에서 경력직 사원을 대거 모집하면서 해외 SPA 소속 직원들의 이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매장 판매 직원은 물론 매니저급의 경력직 ‘스카우트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브랜드가 스태프를 뽑는 게 아니라 스태프가 브랜드를 고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해외 SPA 소속 직원들의 이직에는 국내 대기업이 만든 신생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토종 SPA로 이동한 한 직원은 “해외 SPA 브랜드는 오랜 기간 근무해도 승진의 기회 없이 매장 관리직으로만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토종 브랜드에서 초창기 멤버로 근무하는 것이 더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옮기는 직원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잇세컨즈」 명동점 1층에서 근무하는 매장 관리직 5명은 모두 「유니클로」 출신이고 「미쏘」 역시 「자라」 출신의 직원을 대거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명동점에는 「유니클로」 출신이, 가로수길점에는 「자라」에서 옮긴 직원이 많다”며 “제일모직이 야심차게 런칭한 브랜드여서 성장 가능성이 높고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패션비즈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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