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아나필리피」, 니트 1인자로!
‘가화만사성.’ 가정이 화목하면 일도 잘된다? 이탈리아 니트웨어 마켓에 혜성처럼 나타나 주위를 긴장시킨 「파비아나필리피(Fabiana Filippi)」, 이 브랜드를 이끄는 젊은 CEO 마리오 필리피(Mario Filippi). 피를 나눈 가족과 서로를 가족이라 부르는 직원들이 이탈리아 특유의 패밀리 비즈니스로 급성장시킨, 카리스마와 열정 넘치는 기업이다.
이 기업의 2011년 총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35% 성장한 4000만유로(약 620억원)다.「파비아나필리피」 여성복 라인만으로 창출된 결과임을 고려한다면 과히 적은 매출이 아니다. 이 가운데 30%는 이탈리아 국내 매출이고 40%는 유럽, 나머지 30%는 아시아를 포함한 그외 나라의 매출이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독일 영국이 강세를, 그 외 한국과 미국 일본 러시아에서 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등 생소하지만 가능성이 높은 마켓을 발굴할 계획이다. 27년 전 마리오 필리피가 친형인 자코모와 함께 니트웨어 생산업체를 설립한 것이 이 기업의 출발이다. 「엠포리오아르마니」 「라스콰드라」 「리포터」 등 여러 브랜드의 니트라인을 생산 공급한 것. 이어 90년도에는 자사브랜드 「파비아나필리피」를 런칭해 현재 이탈리아 니트웨어를 선도하는 「브루넬로쿠치넬리」 「아뇨나」 「피아차셈피오네」 「로로피아나」 「말로」 「버버리」 등 브랜드를 바짝 추격하는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비아델라스피가 매장 오픈, 연매출 35% 성장 go!go!
최근 이 브랜드는 지난 2월 밀라노 여성컬렉션이 열리는 기간, 많은 관심과 기다림 속에 비아델라스피가(Via della Spiga) 42번지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블루마린」 매장이 있던 곳으로 총 2개층으로 이뤄져 있다. 주위에는「프라다」「 토즈」「브루넬로쿠치넬리」 「돌체앤가바나」 등 쟁쟁한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다.「 파비아나필리피」 매장은 브랜드 컨셉처럼 화려한 소품과 다양한 색상보다는 미니멀한 소재와 화이트톤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세련된 느낌을 준다.
매장 내 인테리어 가구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20세기 최고 디자이너의 모던한 제품을 사용해 고객에게「파비아나필리피」 컨셉을 쉽게 이해하도록 풀었다. 밀라노는 세계 패션의 트렌드를 거머쥔 중요한 도시다. 이 때문에 이곳에 매장을 빨리 오픈하면 할수록 광고 효과도 크다. 「파비아나필리피」 정도면 매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는 밀라노 럭셔리 쇼핑의 핵심 5대 거리인 몬테나폴레오네, 비아제수, 비아델라스피가, 산타안드레아, 만조니를 쥐었다 폈다 하는 거물급 부동산 업체에서도 ‘어서옵쇼~’ 대우를 받는다.
브랜드 인기도나 성장에 비해 매장 오픈이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제품 퀄리티와 디자인 개발의 완벽한 하모니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배짱과 고집이 이 회사에 있다.
「브루넬로쿠치넬리」 「로로피아나」와 어깨 나란히
CEO인 마리오 필리피는 “오랫동안 우리가 즐겨 먹는 과자나 초콜릿이 언제부터인가 양도 줄고 크기도 작아졌다. 이런 현상은
패션에서도 볼 수 있다. 비용 절감의 첫번째 과제는 비싼 원단을 잘 대체하는 것이다. 누구나 퀄리티의 중요성은 알지만 현실과 부딛치다보면 실제로 한두 단계 낮은 품질의 비슷한 원단으로 대체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더군다나 이미 유명한 브랜드 자리를 굳혔으니 가격까지 조금씩 올린다.
하지만 보고 만져보고 입어보면 분명 달라진 퀄리티를 과연 소비자가 눈치채지 못할까? 「파비아나 필리피」는 눈속임이 아닌 신뢰를 쌓는 브랜드”라고 설명한다. 단골 고객층이 탄탄한 「파비아나필리피」는 밀라노의 콧대 높은 멀티숍 지오모레티(Gio Moretti)와 베네치아의 풋푸리(Potpurri), 파리의 아르누드마리냑(Aranud de Malignac), 뮌헨의 마엔들러(Maendler) 같은 럭셔리 부티크와 런던의 해로즈(Harrod’s), 한국의 현대, 일본의 이세탄과 미츠코시와 같은 대형 백화점에서 선보인다.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니트웨어 생산의 중심지는 바로 이 패밀리가 태어나고 자란 움브리아(Umbria) 지방이다. 「파비아나필리피」는 이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품질 우선주의의 꼼꼼하고 까다로운 장인기술을 담은 오리지널 ‘Made in Italy’의 니트웨어'를 고집한다. '니트는 할머니웨어’라 불리는 올드하고 트렌드에 뒤떨어지며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깨고 「파비아나필리피」는 니트만의 독특한 터치감과 색상을 연구 개발했다.
멀티숍 지오모레티, 풋푸리, 마엔들러, 해로즈, 이세탄 등서
결국 일반적인 니트와 전혀 다른 젊은 취향의 트렌디한 스타일을 가미해 세련되고 젊게 탈바꿈했다. 핵심 타깃도 보통 니트웨어브랜드보다 한층 젊어진 20대 중반에서 40대 후반. 인위적이지 않은 시크함을 바탕으로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는 독특한 개성을 연출하고 선도하는 여성이 이들이 바라보는 주 소비자층이다.
「파비아나필리피」는 젊다! 동종 브랜드 중에서 가장 젊은 브랜드로 꼽히는 「브루넬로쿠치넬리」보다도 더 젊다. 대신 가격은 럭셔리 브랜드만이 누릴 수 있는 거품을 과감하게 뺐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파비아나필리피」는 보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터치감을 느껴보고 입어봐야 알 수 있다.
가격대는 코튼 소재 카디건이 210유로(약 32만원), 실크소재 톱이 170유로(26만원), 캐시미어 롱카디건이 380유로(59만원), 실크로 프릴 장식한 코튼소재 스커트가 220유로(34만원)다. 네크라인을 실크로 처리한 실크 혼방의 긴소매 티셔츠는 190유로(29만원)다.
고퀄리티, 세련된 디자인, 리즈너블 가격? 관건은 소비자!
「파비아나필리피」의 퀄리티, 디자인은 그 어떤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다. 게다가 경쟁 브랜드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가격을 올리면 지금보다 훨씬 더 유명해질 수 있다는 조언도 있지만 「파비아나필리피」는 이런 거품을 거절한다. 소비자가 좋아하고 인정해주는 브랜드가 명브랜드이며 이를 위해 변치 않는 퀄리티와 디자인을 고집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제품의 다양성을 강조하기보다는 「파비아나필리피」만의 페미닌 스타일을 제안하지만 전혀 올드하지 않고 우아하고 세련된 젊음을 표현한다. 부드러운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에 편안함까지 더했다. 디자인, 패턴, 소재의 3박자 명하모니로 퀄리티에 중점을 둔다. 울, 캐시미어, 실크, 코튼 등 100% 이탈리아 최고급 원단에 생산 역시 ‘Made in Italy’에 올인한다.
혼방섬유가 있지만 캐시미어와 울, 캐시미어와 실크, 실크와 코튼 등 천연소재를 사용해 여성의 민감한 피부를 보호한다. 「파비아나필리피」는 이 매력이 옷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거나 또는 과장되지 않게 전체적으로 심플하지만 작고 섬세한 디테일을 사용해 전체적인 밋밋함에 약간의 독특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을 선보인다.
캐시미어 등 천연소재 사용 ‘메이드인 이탈리아’ 주력
볼륨 마켓보다는 디자인과 패턴, 소재의 차별화, 고급화 정책으로 확고한 「파비아나필리피」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
축한다. 이것은 컬렉션마다 뚜렷하고 일관성 있는 테마와 컨셉으로 보여지고 나아가 고객의 신뢰도를 쌓는 첫걸음이 됐다. 캐시미어 등 천연소재 사용, ‘메이드 인 이탈리아’ 주력 「파비아나필리피」라는 네이밍의 진짜 주인공은 회사를 설립한 연도인 85년도에 태어난 마리오 필리피의 친형 자코모의 딸, 바로 그의 조카 파비아나다.
조카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런칭한 것은 회사 창립연도와 조카가 태어난 해가 같기 때문이고 그에게 있어 이 두 가지가 갖는 의미는 더욱 깊고 새롭다. 브랜드의 실제 인물인 파비아나 필리피는 패션공부를 모두 마치고 8개월 전부터 회사에 입사해 현재 디자인 파트에서 그의 왼팔 역할을 담당한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경영권과 금전적인 부분으로 피를 나눈 형제 사이라도 갈라질 수 있지만 「파비아나필리피」의 경우는 오히려 반대다.
형 자코모는 회사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남부럽지 않은 스피드와 강한 추진력을 내세우며 생산부터 물류작업을 담당하는 역
할을 충분히 해내왔다. 동생인 마리오 필리피는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을 담당한다. 대외적으로는 CEO의 얼굴이 많이 알려졌지만 그는 회사의 원동력이 자신의 형과 또 다른 가족인 직원이라며 고마움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 자상함과 겸손함을 겸비했다.
동생 마리오는 경영과 마케팅, 형 자코모는 생산과 물류
움브리아는 니트웨어의 조상이라 불리는 「루이자스파뇰리(Luisa Spagnoli)」를 시작으로 작은 규모지만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니트웨어 생산 업체가 밀집된 곳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니트공장과 농사를 짓는 밭밖에 없었던 이곳에서 캐시미어의 황제 「브루넬로쿠치넬리」가 탄생한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당시 니트웨어 붐이 인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것이 니트였고 대부분의 부모들이 농사 아니면 니트공장에서 일을 할 정도로 온통 니트문화 속에서 자라왔다.
마리오와 형 자코모는 함께 그들이 태어나서 자란 페루자에서 50㎞ 거리에 위치한 지아노(Giano)에서 니트웨어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큰 주목을 받던 「레포터」 「라스콰드라」 「엠포리오아르마니」와 일을 시작했고 이것은 그에게 지금 「파비아나필리피」의 퀄리티와 디자인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중요한 노하우를 배웠다. 마리오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의 도움이나 은행, 기관으로부터 어떠한 재정적인 뒷받침도 없이 회사를 설립했다. 고등학교에서 5년 동안 테크니컬세일(Technical Sales)을 공부하면서 틈틈이 파트타임으로 일을며 모아온 돈을 모두 투자한 것이 그의 미래였다.
캐시미어 밸리 움브리아, 황제 브랜드 탄생 요람으로!
「파비아나필리피」의 첫번째 바이어는 오사카에서 개최된 ‘모다이탈리아’ 박람회를 통해 알게 된 닛쇼이와이였고 이어 럭셔리멀티숍을 운영하는 11명의 고마운 고객들이었다. 뉴욕의 ‘Fashion Coterie’와 밀라노의 ‘Modit’, 뒤셀도르프의 ‘CPD’, 파리 ‘프레타포르테’ 박람회에 참가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박람회는 한곳에서 전 세계의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각 나라의 바이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소비성과 시장성을 파악할 수 있다.
박람회에 참석하면 기업가로서의 비전이 한 나라, 한 대륙에 멈추지 않고 세계를 향하게 된다. 이탈리아에는 패션을 가르치는 대학교가 없다. 전문학교(이스티튜트)에서 패션전문인을 양성한다. 마리오는 대학교에서 경영이나 마케팅을 배운 것도 아니고
‘예술가의 아들’로 기질을 물려받은 것도 아니다. 아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한 우물 파기’로 한곳에 전념해 현재 그의 위치에 도달하게 된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광고보다 더 무서운 소비자의 입소문으로 승승장구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역사, 문화, 지리, 음식 심지어 패션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이 속담이 담고 있는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세계 패션을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흔드는 이유는 미국의 뉴욕과 일본의 도쿄와는 분명 다르다. 바잉 파워는 미국을 앞서갈 수 없다.
그러나 각 지역의 특성과 문화, 환경에 맞물려 함께 성장해 온 텍스타일 산업의 발전이 현재 이탈리아를 패션의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파비아나필리피」는 특별한 광고나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연예인에게 무료로 제품을 선물하거나 연예인 할인으로 큰 광고효과를 내는 스타마케팅조차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명인들이 마니아 고객이다. 「파비아나필리피」가 유명인을 위한 브랜드가 아닌 단지 유명인도 입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장수는 수없이 강조되는 이 부분을 지켜나가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달려 있다. 이것은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는 기업가 자신에게 무엇보다도 소비자를 속이지 않고 신뢰감 있는 브랜드로 이어가기 위함이다.
전통을 이어온 흉내낼 수 없는 수작업, 고품질의 섬세한 섬유를 다루고 변형하는 기술력, 크리에이티비티, Made in Italy를 지켜나가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고 전략이다.
(단위 유로 : 1550원)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