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홍수에 ‘업사이클링 패션’ 반격
자연적으로 썩지 않는 화학섬유는 이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힌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패스트 패션의 홍수 속에 옷은 점점 쌓여간다. 연간 40억원의 옷들이 그대로 소각되고 있다. 자연을 가까이 하고 환경적인 소셜 활동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가 주목 받는다.
트럭 위에 씌우는 천으로 만든 스위스 가방 「프라이탁」을 비롯해 아름다운가게 4명의 디자이너가 만든 「에코파티메아리」, 헌옷 소파 폐지 등으로 만든 「리블랭크」, 버려진 현수막으로 만든 가방 「터치포굿」 등 친환경 디자인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영국의 「정키스타일」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리사이클링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프라이탁」 「에코파티메아리」 「리블랭크」…
국내의 경우 그동안 대부분 의식 있는 디자이너 몇 명이 모여 소소하게 시작한 소셜 활동이었다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대표 박동문)이 론칭한 「래코드」는 대기업이 실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만들어낸 브랜드로서 가치를 지닌다. 「래코드」는 지난 5월 11일부터 열흘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4층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리디자인(ReDesign) 브랜드라는 생소한 제품을 접한 소비자들은 기대 이상으로 높은 관심을 드러내며 곳곳에서 모여들었다. 매출을 떠나 대중에게 업사이클 브랜드에 대해 접할 기회를 주고 왜 이런 브랜드가 나왔는지 알리는 차원에서 「래코드」 측은 절반의 성공이라 평가했다.
소각직전 3년차 재고 ‘해체 후 재조립’
올 하반기에는 정식 매장을 오픈해 소비자들과 만남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온라인쇼핑몰 ‘바이시리즈’에도 입점해 선보이고 있다. 「래코드」는 코오롱의 3년차 재고를 갖고 만들어진 옷이다. 소각직전의 상품이 해체돼 전혀 다른 새로운 옷으로 재탄생한다. 남성 수트가 여성 롱베스트가 되고, 점퍼가 핸드백으로 변신하는가 하면 패딩점퍼가 가방으로 만들어진다.
텐트로 만든 점퍼나 청바지 뒷주머니를 활용한 핸드백은 발상이 재미있다. 재활용 옷이라 해서 디자인이 촌스럽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하나밖에 없는 리미티드 아이템으로서 희소성을 갖는다. 가격 또한 중고가대에 형성돼 있다. 환경적인 브랜드라는 이슈몰이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패션과 문화로 공감하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한경애 「래코드」 총괄 이사는 “패션의 사회적 참여에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있으며, 더불어 독립 디자이너들과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가능성 있는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기업이 적극 수용한다는 의미도 갖는다”고 말했다. 첫 론칭에 함께한 디자이너는 박윤희(여성복), 박기수(남성복), 이승예(가방), 박진(티셔츠) 등이다. 또 코오롱 소속인 「헨리코튼」의 박선주 디자이너와 「쿠론」의 윤현주 디자인실장도 참여했다. 더불어 해체 작업은 지적장애인 단체인 ‘굿윌스토어(2011년 4월 설립된 서울 시립 미래형 장애인 직업 재활 시설)’에서, 제작은 전문 봉제사를 통해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지속 가능한 가치를 파는 브랜드”
영국 런던의 동쪽 지역 브릭레인 거리에서 작은 옷가게로 시작한 「정키스타일링(JUNKY STYLING)」은 이제 환경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성장했다. 1997년 캐리 시거(Kerry Seager) 대표와 애니카 샌더스(Annika Sanders) 상품기획 디렉터가 론칭한 이 브랜드는 재활용 브랜드를 유니크한 리미티드 아이템으로 재탄생시켜 패션화했다. 런던패션위크에 6차례 참여해 전 세계 패션인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번에 처음 한국을 찾은 캐리 시거 정키스타일링 대표는 「래코드」와 연을 맺어 직접 상품을 보고 느끼기 위해서 왔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 유명 패션 기업과 협업하게 돼 영광이다. 앞으로 코오롱과의 콜래보레이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정키스타일링」은 코오롱의 재고를 받아 자신들만의 디자인으로 다시 만들어 「래코드」에서 판매한다. 영국에서는 원단 회사에서 무료로 자투리를 받아 옷을 만들기도 하고, 버려진 상품을 해체해 리디자인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도매상을 통해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등에 나간다. 캐리 시거 대표는 “코오롱의 제안을 받고 무척 기뻤다. 아시아 국가에도 우리 같은 브랜드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서다. 우리는 옷을 많이 팔아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재활용 브랜드가 얼마나 무궁무진한 디자인과 지속 가능한 패션인지 알리고, 사람들에게 환경문제를 다시 한번 인지시키는 등의 목적이 더 크다”고 말했다. 캐리 시거는 디렉터인 애니카 샌더스와 식스폼(six-form) 칼리지라는 전문직업학교에서 만났다.
둘은 새 옷을 사기엔 너무 비싸고 마음에 꼭 드는 디자인을 구하기 어려워 집에 있던 헌 옷을 갖고 재미 삼아 옷을 만들었다. 이렇게 고쳐 입은 옷을 본 친구들이나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칭찬해줬기에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이런 와중에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유기농 제품으로 만든 옷이나 공정무역 브랜드들이 비싼 값임에도 불구하고 팔리는 것을 발견했다. 둘은 집에 있는 옷을 재활용하는 것이야말로 환경친화적인 아이디어라 생각하고 「정키스타일링」을 론칭했다.
유행을 따르지는 않지만 감각적인 스타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현재의 위치까지 오게 됐다. “처음부터 친환경 브랜드를 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리사이클을 실천하고 이 같은 분야에 점점 더 몰입하게 돼 이제는 소셜 브랜드로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요즘 영국에는 「정키스타일링」 같은 업사이클 브랜드가 점점 늘고 있다. 서로 경쟁이라 생각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하나씩 변화하고 우리에게 오고 있음이 보람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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