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리스形 신세대 CEO 화제!
sky08|12.07.16 ∙ 조회수 9,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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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복, 캐주얼, 디자이너 브랜드 등 패션 산업에서 규정하는 어떤 카테고리에 붙여도 손색없는 주인공들을 만났다. 그들이 전개하는 장르를 편의상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라 부른다. 하지만 그들은 이 타이틀을 거부한다. 과거 마니아를 대상으로 하드코어 컬처 브랜드를 지향했던 세대와 달리 이들 보더리스형 신세대 CEO들은 ‘오리지널리티의 끝’을 옷으로 완성했고 브랜드 컨셉으로 표현했다. 풀 컬렉션은 기본이고 브랜드 컨셉, 테마, 시즌 기획 등이 탄탄하게 구성돼 재미있다. 디자인, 원단제조, 봉제 방법 등 퀄리티 수준도 뛰어나다. 오늘날 그들은 확실히 다르다. 그 다름이 무엇인지 찾아 인물과 브랜드를 조명했다. 주인공들의 브랜드 컬렉션은 심플하지만 탄탄한 내부 구조를 가졌다. 주인공들과 꼭 닮아 있다. 심플하게 생각하고 털털하게 행동하지만 복잡한 속내를 가졌다. 그 속엔 절차탁마(切磋琢磨)가 자리하고 있었다. 4개의 신예 기업, 6명의 주인공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박근배 ㅣ더블유어크러치 대표
섬세한 디테일 「W.A.C」 강점
박근배 ㅣ더블유어크러치 대표
섬세한 디테일 「W.A.C」 강점
자전거를 타다 패션에 몸담은 「W.A.C」 브랜드의 박근배 더블유어크러치 대표는 디테일에 강점을 가진 인물이다. 덕지덕지 붙인 장식적인 디테일이 아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디테일이 주목할 만하다. 박 대표는 “옷마다 제품에 따라 알맞은 원단이 있고 봉제 방법이 따로 있다. 이 원칙을 무시한 옷은 완성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이템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진짜 오리지널리티일 것”이라며 「W.A.C」의 베스트 아이템을 가져와 디테일을 설명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셔츠 안쪽의 꼼꼼한 마무리에 감탄할 정도다. 진동 둘레를 3줄 스티치로 마무리했고 셔츠의 밖과 안의 실 색깔이 다르게 이중 작업을 했다. 목선, 어깨, 암홀 등의 마감 처리를 오바로크로 처리한 것이 아니라 셔츠 컬러에 맞춘 색으로 말아 접어 올려 마감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Without a Crutch’라는 풀 네임처럼 완벽함을 위한 흔적을 옷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W.A.C」를 규정하는 코드다. 「W.A.C」를 대표하는 컬러는 초록색이다.
이 때문에 모든 옷의 스티치가 초록색이다. 셔츠의 단추 구멍, 바지의 여밈 구멍 등이 로고와 함께 초록색이다. 「W.A.C」는 김 대표와 함께 감성 에너지를 수혈하는 인물이 또 있다. 하지메 다카기(Hajime takagi)다. 김 대표가 20살 때부터 자전거 타던 시절에 만난 친구이자 형이 하지메다. 당시 하지메가 패션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었고 함께해보자는 권유에 지금까지 오게 됐다.
하지메가 브랜드의 컨셉과 디렉팅으로 방향을 제시하면 김 대표가 아이템마다의 ‘오리지널리티’에 충실한 옷을 제작하고 관리하며 블로그를 통해 디테일을 설명한다. 올 FW시즌 둘은 남성 구두에 도전한다. 이와 함께 미국 모자 브랜드 「쿠퍼스타운」 디스트리뷰터로 활동한다.
1839년 미국 야구가 처음 창안된 뉴욕주의 지명으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선수만 입회하는 명예의 전당이 있는 곳의 이름을 딴 브랜드다.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자 하는 노력이 「W.A.C」의 오리지널리티를 다지는 원동력이다. 옷에 이어 구두, 수입 브랜드 등 「W.A.C」에서 담는 모든 브랜드와 제품은 헤리지티와 오리지널리티로 담금질한 그들만의 콘텐츠로 진화 중이다.
이상배 ㅣ라클리크 대표
“우리들 이야기로 컨셉 풀어”
익살스러움과 수줍음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가 인상적인 이상배 라클리크 대표는 영락없는 한량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엔지니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박차고 나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좇아 2009년 5월 「라클리크」를 론칭했다. 어엿한 회사라며 어깨를 펴는 그는 3명의 파트너들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웹 홈페이지 담당자, 컨셉을 옷으로 표현하는 디자이너, 생산을 핸들링하는 관리자, CS와 재무 회계를 담당하며 살림 책임자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청소하고 정리하고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답했다. 재치 넘치는 그의 태도는 「라클리크」의 구심점이기도 하다. 브랜드의 의미도 이 대표와 구성원들의 성향을 닮았다. 즐거움을 뜻하는 락(樂)과 집단이라는 의미의 clique 단어를 합성해 ‘즐거운 일을 하는 무리’라는 뜻이다. 즐거운 그들의 이야기는 매 시즌 업데이트된다. 이 대표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매 시즌 구성원들의 이야기로 시즌을 풀어간다.
이 대표는 “첫 시즌에는 ‘망배(이 대표의 별명)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다 왜 나오게 됐고 어떤 생각, 가치관 등을 상품에 풀었다. 두 번째 시즌에는 「라클리크」를 시작한 이야기, 세 번째 시즌은 시작한 이후 현실과 마주한 현재, 네 번째 시즌은 또 다른 무언가를 찾는 이야기, 이번 시즌은 새로 영입된 뮤지션의 이야기로 ‘미드나잇’이 키워드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과거 전공(?)을 살려 ‘데이터’ 작업 중 이다.
지난 3년 동안 자체 사이트에 방문자 유입 수에 대한 통계다. 주간 단위, 월별 통계를 집계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구현된 프로모션을 진행했을 때 유입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점검 중이다. 이 대표는 이번 F/W시즌에 ‘올스타전’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시즌 이야기의 주제가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며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자는 취지다. 처음보다 한 뼘 성숙해진 테크닉으로 그동안 베스트 아이템으로 꼽혔던 ‘선수’들만 모아 최고로 멋진 컬렉션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다.
최종규•박인욱•조나단 ㅣ 디스이즈네버댓 공동 대표
비움과 채움의 실용주의 美
디스이즈네버댓의 「디스이즈네버댓」 컬렉션은 군더더기가 없다. 심플하고 깔끔한 맛이 최고다. 겉으로 보여지는 디자인을 비운 대신 퀄리티를 채웠다. 알차게 채운 완성도는 세 명의 역할에 기인한다. 컬렉션과 다른 이미지(?)의 세 명의 공동 대표는 같으면서도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모두 디자인에 참여하지만 생산 관리는 따로다. 100% 국내 생산을 진행하지만 공장은 아이템과 디테일 공정에 따라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역과 아이템별로 나눠 품질을 관리한다. 세 명의 대표는 “뺄 것 다 뺀 것이 「디스이즈네버댓」의 강점이다. 겉으로 간결하지만 원단 선정부터 봉제까지 우수한 품질의 조건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최근 잘 팔리는 티셔츠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줄무늬의 간격이 색다른 이 브랜드만의 티셔츠는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티셔츠는 몇 번 입고 세탁하면 버리는 옷이 된다.
초기 작업으로 사이즈를 XXL로 크게 만들어 가공을 통해 점점 줄여갔다. 이 과정을 통해 원단의 밀도가 높아졌고 땀 흡수와 건조가 뛰어난 기능성을 갖게 됐다. 원단 자체를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채도와 명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컬러도 뽑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흔하지만 「디스이즈네버댓」만의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특별할 수 있었다.
그들은 “소재와 후가공에 관한 다양한 공정을 염두에 두고 현재 남성복과 캐주얼 시류에 부합하는 ‘단단한 옷’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탄탄한 컬렉션 구성은 사진전과 영상을 통해 이야기로 만들어 노출했다. 세 공동 대표의 인연은 친구와 형 사이에서 출발해 지금은 동고동락하는 ‘가족’이 됐다.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가족이 될 수 있었던 교집합은 보는 옷과 입는 옷의 괴리감을 좁히자는 의식에서였다.
그들뿐 아니라 모든 소비자들의 고민이 ‘편하고 쉽게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이 무엇일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세 명의 대표는 “현재의 장르가 ‘ㅇㅇㅇ 캐주얼’ 등의 이름으로 묶이기 싫다. 소비자들은 신경 안 쓴다. 그냥 입는 사람에 따라 캐주얼이 될 수도 있고 아웃도어, 회사 갈 때 입는 옷 등 다양하게 해석될 뿐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그들이 집중하는 요소는 완성도다. 이름도 ‘이것은 그것이 아니다’라는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디스이즈네버댓」은 여성 라인까지 갖춘 유니섹스 캐주얼로 성장하려 한다. “자체 사이트를 통해 구매하는 고객 중 30~40%가 여성 고객이다. 백화점이나 ‘에이랜드’를 통해 팝업스토어를 진행했을 때도 비슷한 수치였다”며 “보기에도 예쁘고 입어서도 예쁘고 수십 번 빨아도 원형을 유지하는 옷은 남녀 공통의 니즈다”라고 당연하지만 놓치고 있을지도 모를 지론을 말했다.
손희락 ㅣ리타 대표
“실용적 디자인 「리타」에 담아”
리타의 「리타」 로고를 보면 LEATA 이름 아래 최적화된 유니폼(optimal uniform)이란 작은 글씨를 발견할 수 있다. 로고가 브랜드의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아이콘이라면 「리타」의 로고는 역할에 충실했다. 「리타」의 유니폼은 동시대의 밀리터리다. 손희락 리타 대표는 “현대사회의 기성복은 유니폼이라는 통일된 복장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했다. 제복 성격을 가진 밀리터리, 워크웨어, 스포츠팀의 팀복 등 실용적인 디자인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리타」는 두드러지게 잘 팔리는 특정 아이템이 있기보다 다양한 아이템의 스코어가 비슷하다. 이 같은 이유는 「리타」의 옷이 말 그대로 최적화된 유니폼이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유니폼을 한 가지로 입을 수는 없으니 골고루 판매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컬렉션을 풀어가는 방식의 중심이 유니폼이라면 매 테마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2010년 F/W 첫 시즌 선보였던 ‘정전(black out)’은 어둡고 깜깜한 단어의 이미지를 브랜드의 출발과 동일선상에 놓았다.
손 대표는 “뭔가 시작은 했는데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할지 막막함에 대한 이야기다. 이어 ‘숨겨진 신비로움(hidden mystique)’은 이제 하나둘 어둠이 걷히고 확실하고 정확하진 않지만 「리타」의 실체를 보여주기 시작한 컬렉션이었다”고 말했다. 2011 F/W시즌은 동의를 향해(forward by degrees), 그리고 2012 S/S시즌 치고 나가자는 히트 앤드 런(hit and run)까지 왔다. 복식뿐 아니라 거칠고 외설적인 표현을 옷에 녹이는 것도 「리타」의 속성 중 하나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말할 수 있지만 하지 못하는 말이 ‘Fuck’이 아닐까 싶다. 기업에서 하지 못하는 말, 작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표현하고 싶은 그대로 할 말 다 하고 사는 손 대표. 그의 삶의 목표는 단순 명료하다. 좌우명이 ‘나 하나쯤이야…’라고 한다. 단추 하나 풀어놓은 것 같은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게 그가 지키는 인생의 수위다. 손 대표는 “지난 20대를 회상했을 때 치열하게 일만 했던 기억뿐이다.
추억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들도 일과 관련된 것들이다. 많이 살진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어느 정도 버릴 줄도 알아야 되지 않았나 싶다. 누구나 자기의 그릇은 있다. 바둥거리기보다 여유가 있을 때 더 많은 걸 볼 수 있다. 그때 그릇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손 대표의 장래 희망(?)은 부자 아빠다. 여유를 찾고 버릴 거 버리고 언제 부자 아빠가 되느냐는 반문에 손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꿈이다. 지금만큼만 하면 대단한 부자는 아니지만 조금은 여유를 가진 부자 아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소박한 희망을 말했다.
**패션비즈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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