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br>백화점 유통 34년 경력... 스피드 & 현장 중시하는 CEO

김숙경 발행인 (mizkim@fashionbiz.co.kr)
12.06.07 ∙ 조회수 10,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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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br>백화점 유통 34년 경력... 스피드 & 현장 중시하는 CEO 3-Image



굉장히 소탈하고 서민적인 모습이었다. 국내 백화점 유통의 넘버 2 매출파워를 자랑하는 현대백화점을 이끌어 가는 하병호 사장은 귀족적이며 화려할 것이라는 편견을 한방에 날려 버렸다.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출발해 재계 20위권의 현대백화점그룹의 최고 전문 경영인 자리에까지 오른 만큼 우쭐댈 수도 있을 텐데 그에게선 이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말에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산행을 즐기는 그의 인간적인 성향은 집무실 분위기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8인용 테이블과 의자의 한쪽 면에 컴퓨터와 전화기가 놓인 조그마한 책상에서 그는 주로 업무를 본다. 물론 단독 책상과 의자가 있는 방이 따로 있지만 전국 13개 백화점 체인을 거느린 하 사장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소화해 내고 있었다.

테이블 유리 아래에 2개의 쪽지가 눈에 띄었다. 모두 ‘겸손(humility)’을 강조한 내용이었다. “겸손은 다른 사람을 나 자신처럼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배려하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봉사하려고 합니다. 누구도 완전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여깁니다.” 하 사장은 이러한 문구를 늘 접하면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섰을 때 자칫 범할 수 있는 교만함과 우월의식을 스스로 정화하는 듯싶다.

‘건너뛰는 결재’로 빠른 의사결정을

백화점 유통업에서 34년 잔뼈가 굵은 하 사장은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하루 일과의 절반은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경쟁사 암행에 나선다. 혼자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배울 점이 있는지 관찰하고, 있다면 과감하게 도입한다. 대형마트나 재래시장도 종종 방문하며 명동 이태원 등 길거리 시장조사도 즐겨 한다. ‘모든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현장 중심 경영원칙을 몸소 실천에 옮기고 있다.

빠른 업무 스피드도 하 사장이 강조하는 경영원칙 중 하나다. 내부 결재 지연으로 일이 추진되지 못하면 스피드 시대에 경쟁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작년부터는 중요사안을 결정해야 하는 경우 미리 날짜를 예고하고 상품본부장 임원실로 관계자들이 모두 모이도록 했다. 그 자리에서 함께 토의하고 의견조율을 거치면 결재를 받기 위해 일주일씩 걸리던 일이 20분이면 끝난다고.

일반 회사에선 생각할 수 없는 ‘건너뛰는 결재’ 개념도 도입했다. 하 사장이 자리를 비울때면 경청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에게 먼저 결재를 받고 사후에 보고를 받는 식이다. 권위의식을 내세우기보다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스피드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혁신과 개혁은 윗사람이 먼저 해야지만 밑에 사람이 뒤따라오므로 항상 새로운 변화를 먼저 받아들이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 한섬 ‘전략적 제휴’ 이끌어

빅3 백화점 가운데 가장 늦게 백화점 업태에 진출한 현대백화점그룹이 올해 초 빅 이슈를 터트렸다. 바로 국내 최고 패션기업으로 손꼽히는 한섬(대표 정재봉)을 4200억원에 전격인수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한섬 인수를 계기로 상호 고품격 이미지를 바탕으로 양사의 강점을 활용해 패션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포부다. 하 사장은 “한섬 인수를 계기로 현대는 빅3 백화점과의 경쟁구도에서 소프트웨어를 크게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A 4개월이 경과한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에 의한 한섬 껴안기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한섬 직원들의 복지혜택을 크게 개선해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가 된 것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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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쿠튀르」 「아돌포도밍게즈」 등 이관

라이선스브랜드인 「랑방컬렉션」을 포함해 총 7개의 로컬브랜드 매출도 M&A 작업 이후에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한섬이 전개해 왔던 수입 브랜드의 이탈. 대주주가 바뀐 것을 이유로「지방시」 등 몇몇 브랜드는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거나 직진출 형태로 선회했다.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해 현대백화점은 최근 한섬과의 전략적 제휴를 선언했다.

“현대백화점은 그간 쌓아온 해외 패션 브랜드 개발 및 운영 노하우와 백화점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섬의 해외 패션 브랜드 사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해외 패션 브랜드의 현지 시장조사와 정보수집으로 MD를 발굴하고, 거래조건을 협상하며, 계약체결 단계에서 자문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신규 해외MD의 유통망 확보, 마케팅 등 투자, 영업단계에서 협력함은 물론 사후 계약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한섬을 적극 지원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두 회사는 서로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공유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현대백화점그룹 전체의 이미지 상승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며 하 사장은 이번 전략적 제휴에 대해 설명했다. 이 일환으로 현대백화점이 독점 수입 전개권을 갖고 있는 「주시쿠튀르」 「아돌포도밍게즈」 「오일카일리」등을 한섬으로 이관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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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 해외사업 & 로컬사업 적극 지원

덧붙여 “현대백화점은 한섬의 해외 브랜드 사업 육성에 일조함은 물론 국내 브랜드 영업과 신규 런칭에 있어 유통망뿐만 아니라 CRM을 통한 마케팅 지원도 적극 추진한다. 또한 한섬의 디자인, 마케팅 인프라를 공유하고 한섬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상품과 브랜드를 개발하는 등 현대백화점 패션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확고하게 할 계획이다. 한섬이 보유하고 있는 자체 우수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며 앞으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현대백화점에 입점된 한섬 브랜드의 매장은 총 몇 개나 될까? 한섬 보유 7개 브랜드의 현대백화점 내 매장 수는 총 56개로 나타났다. 여성복 「타임」 「마인」 「랑방컬렉션」이 총 26개, 영캐주얼인 「시스템」 「SJSJ」가 총 21개 가동되고 있다. 남성복 「타임옴므」 「시스템옴므」는 매장 수가 9개에 머물렀다.

현대백화점은 이들 브랜드의 컨셉과 가치 등을 고려하고 점포별 특성에 맞춰 상호 윈윈할 수 있도록 선별적으로 매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섬이 전개하고 있는 편집숍 ‘무이’와 ‘톰그레이하우드다운스테어즈’ 등도 현대 주요 점포에 전략적으로 배치해 빅3 백화점과의 확실한 점차별화의 키로 활용할 복안이다.

현재 13개 점포 수 2020년 23개 목표

이번 한섬 인수가 현대백화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에 대해 유통업에서 34년 잔뼈가 굵은 하 사장은 “현대백화점은 1985년 압구정본점 개점 시부터 고급 백화점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후 무역센터점, 목동점 등 점포를 주요 거점에 개점하면서, 현재까지 고품격 백화점의 이미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주 고객층이 한섬과 마찬가지로 중상류층 이상의 우량고객임을 감안할 때, 한섬 인수는 현대백화점이 고품격 백화점이란 위상과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6월 초 현재 전국 13개 백화점 체인을 진두지휘하는 그에게 회사의 중장기 계획을 물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을 포함한 복합쇼핑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일산 킨텍스점에 이어 2011년 대구점을 오픈했으며, 오는 8월에는 현대백화점 14번째 점포인 충청점이 문을 연다. 충청점의 경우 청주·청원뿐만 아니라 세종시와 충남 연기군까지 아우르는 광역점포 로서, 영패션 전문관을 포함한 영업 면적 약 4만㎡(1만2100평) 규모의 복합쇼핑몰 형태로 개발된다.

현재 대규모 증축 중인 무역센터점은 내년 상반기 증축이 완료되면, 매장면적이 50% 이상 늘어나고 명품매장이 기존 2개층에서 3개층으로 확대되는 등 국내 최고백화점으로 탄생하게 된다. 오는 2015년 개점을 목표로 판교 알파돔시티 복합쇼핑몰도 진행하고 있으며 광교점 등의 출점도 계획하고 있다.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 경상이익 2조원 달성이라는 현대백화점그룹 비전 2020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백화점 부문에서도 점포 수를 23개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측면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는 현대백화점의 미래를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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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비즈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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