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네덜란드 브랜드 -남성복 「수트서플라이」
‘내가 대세’!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 수트시장이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남성 수트만을 고집하는 브랜드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패션과는 거리가 먼 튤립과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 브랜드인「 수트서플라이(Suitsupply)」! 기존의 다소 따분하고 올드한 분위기의 남성 수트를 충분히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로 바꾸며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수트서플라이」의 브랜드 철학은 퀄리티다. 100% 이탈리아산 고급 원단만을 사용하는데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인정한 「아르마니」급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자라」「 마시모두띠」보다 조금 높은 250~500유로(약 38만~77만원)의 리즈너블한 수준을 유지하며 밀라노 젊은 남성층을 공략한다. 일반적으로 제품 선택의 폭이 좁은 수트를 다양한 종류의 원단과 색상, 스타일로 구성해 남성에게도 쇼핑의 재미를 제공한다.
「수트서플라이」는 광고 포스터로 인터넷에서 큰 이슈를 뿌리며 주목 받았다. 깔끔하고 엘레강스한 수트 이미지 속에 밤에는 짐승(?)이 되고 싶은 남자의 감춰진 성적본능을 광고캠페인을 통해 묘하게 끄집어냈다. 다 보여주는 것보다 더욱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수트서플라이」 광고는 가톨릭 국가인 이곳에서는 비록 금지됐지만 짧은 시간에 브랜드 이미지를 강하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
품질은「 아르마니」, 가격은「 마시모두띠」 급
「수트서플라이」는 사회보장제도가 잘돼 있는 네덜란드 브랜드답게 공장 근무자들에게 더 좋은 업무환경을 제공하는 공정의류재단(Fair Wear Foundation) 멤버에 가입했다. 피고용자들의 불합리한 것을 내세우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국제 노동자조합(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에서 제시한 기준 사항들을 반드시 준수하며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약속한다. No 강제노동, No 차별, No 아동노동, No 과도한 초과 근무. 그러나 Yes노동조합의 자유, 단체교섭의 권리, 건강하고 안전한 작업환경, 법적 고용계약 그리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임금을 보장한다.
모든 제품은 100% 이탈리아산 고급원단으로 생산한다. 그러면서 통합생산시스템(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수트는 259~349유로(약 41만~54만원), 울과 캐시미어 혼방소재수트는 399~409유로(약 62만~64만원)다. 바지는 89~100유로(약 14만~16만원), 드레스셔츠는 59~69유로(약 9만~10만원), 벨트는 35~39유로(약 5만~6만원), 넥타이는 25~35유로(약 3만~5만원), 구두는 179~199유로(약 27만~30만원)대로 퀄리티 대비 저렴하다.
몇몇 경쟁브랜드와 비교하자면 좋은 퀄리티의 원단과 리즈너블한 가격을 제시하며 남성 수트만을 만들어온 이탈리아 브랜드
「버찌(Boggi)」나 「델마레밀레노베첸토운디치(Dell Mare 1911)」의 수트 가격대는 400~800유로(약 62만~124만원)다. 「자라」와 「마시모두띠(Massimo Duti)」는 170~300유로(약 26만~46만원)로「수트서플라이」보다는 다소 저렴하지만 퀄리티를 고려한다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트서플라이」가 월등하다.
오로지 품질주의, 100% 이탈리아산 원단으로 승부
실제로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선정한 6개의 남성수트 브랜드 중에서「 수트서플라이」는「 아르마니」와 어깨를 나란히 맞대며 최고 퀄리티 브랜드 1위 자리를 공동으로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가격대가 다양한 6개의 남성 수트 브랜드를 선택해서 남성 수트 디자이너 겸 패션기술학교(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인 살바토레자르디나와 디자이너 겸 뉴욕 파슨스 패션학교의 교수인 살바토레체자라니에게 퀄리티 선별을 요청했다. 이들은 블라인드 테스팅(어느 브랜드의 제품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바느질 상태, 마무리, 원단 퀄리티를 테스트)으로 순위를 매겼다.
살바토레자르디나가 선정한 1위는 공동으로「 아르마니」와「 수트서플라이」가 선택됐고 그 뒤를 이어 3위에「 제이크루(J.Crew)」, 4위「 H&M」, 5위「 하트샤프너막스(Hart Schaffner Marx)」, 6위「타겟(Target)」이다. 살바토레체자라니 역시 공동 1위에 「아르마니」와「 수트서플라이」를, 3위에「 제이크루」를 선택했다. 4위는「 하트샤프너막스」, 5위는 공동으로「 타겟」과「 H&M」을 선정했다.
덧붙여 두 교수들은 공동 1위에 오른「 아르마니」와「 수트서플라이」를 테스트한 수트 가격은 각각 3600달러(약 414만원)와 614달러(약 71만원)임을 강조했다. 이것을 통해「 수트서플라이」는 다시 한번 저렴한 가격이지만 퀄리티만큼은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브랜드임을 재증명했다.
블라인드 테스트서 「 아르마니」와 공동 1위에
「수트서플라이」는 올해 1월 패션으로 다소 생소한 코르소몬포르테(Corso Monforte)거리에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구성된 총 400㎡ 규모의 이탈리아 1호점을 오픈했다.「 수트서플라이」는 네덜란드 브랜드 이미지를 살려 오픈 당시 매장 앞에서 3000개의 생화튤립을 지나가는 이들에게 나눠주며 향기로운 홍보를 했다. 이곳은 밀라노 쇼핑 중심거리인 몬테나폴레오네, 코르소마테오티, 비토리오에마누엘레, 코르소베네치아와 함께 산바빌라 광장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으나 유일하게 패션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 거리를 중심으로 유명 가구점과 은행, 정부청사가 있어「 수트서플라이」가 고려하는 입지조건에 안성맞춤이다.
주요 고객 타깃은 정장을 입고 사무실에 근무하는 2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의 젊은 남성이다. 이들은 여성과는 달리 캐주얼도 아닌 정장을 구입하기 위해 주말이나 특별한 시간을 할애해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 1시간30분에서 2시간 동안 주어지는 다소 긴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에서 아주 가까운 매장을 통해 필요에 의한 구매를 한다.
주요 타깃은 점심시간 쇼핑하는 2040 젊은 남성
「수트서플라이」는 상점들도 점심시간에는 문을 닫는 이곳 분위기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점심시간 없이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오픈한다. 클로징 타임도 일반 상점보다 1시간~1시간30분가량 더 길다. 직장인들을 위해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 쇼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두고 2000년도에 런칭한「 수트서플라이」는 수트, 재킷, 바지, 드레스셔츠, 액세서리, 구두를 선보이며 남성 토털룩을 제공한다. 현재 네덜란드, 독일, 미국, 영국, 중국을 포함해 총 38개의 직영점을 전개한다. 올해 안에 상하이에 2개의 매장과 뒤셀도르프 등 10개점을 추가로 오픈한다.
「수트서플라이」는 지난해 총매출이 7000만유로(약 1085억원)로 2010년 대비 무려 35%의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은 새롭게 오픈할 10개의 매장을 고려할 때 1억만유로(약 1550억원)는 거뜬히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곳 이탈리아에서는 바지 밑단을 줄이는 데 1주일이 걸린다.「 수트서플라이」는 매장 안에 그것도 한구석이 아닌 중심에 수선 코너를 마련해 1시간을 넘지 않게 기다리면 전문 재봉사 손에 의해 완성!
고객 보는 앞에서 1시간 안에 꼼꼼한 수선 서비스
「수트서플라이」는 고객이 보는 앞에서 단 1시간을 넘기지 않는 짧은 시간에 빠르고 아주 꼼꼼하게 수선해주는 이탈리아 초특급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 서비스 코너는 의도적으로 총 5개의 커다란 쇼윈도 중 가운데를 차지해 테일러의 빠른 손놀림과 테크닉을 볼 수 있다. 이 수선코너에서는 또 다른 서비스로 로컬 전문 테일러를 통해 맞춤복을 제공한다. 전문가의 어드바이스로 원단과 스타일 그리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안감과 단추의 색상을 결정하고 신체치수를 재는 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30분, 길어야 40분이면 충분하다.
완성기간은 단 3일! 보통 빨리 해도 8~10일이 소요되는 생산기간을 고려한다면「 수트서플라이」의 신속성은 주목할 만하다. 노골적인 포스터보다는 상상하게 만드는 포스터가 더 야하다? 겉과 속이 다름을 표현하려는 것일까. 광고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은 말끔하게 수트를 차려입은 젠틀맨(?)이다. 그 주위를 맴도는 여자들은 살짝 벗고 있거나 가끔은 전신누드 모습을 흐릿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포스터 속 남자의 표정과 손짓, 여자의 도발적인 포즈가 보는 이에게 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게 만든다.
선정적인 광고로 주목받고 제품으로 승부 건다!!
남녀 모델 모두 누드라면 저속한 포르노 광고라 할 수 있지만「수트서플라이」 광고는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들지만 결코 저속하거나 추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수트서플라이」 광고는 특히 여성 단체로부터 선정성이 높고 여성의 성을 비하했다는 비난을 받은 반면 오히려 젠틀맨 모습 뒤에 감춰진 야성적인 남성미를 느낀다는 좋은 평가도 있었다. 앞으로「 수트서플라이」는 다양한 제품을 100% 고객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편집매장보다는 단독매장을 중심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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