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홀하우스 사장
‘존화이트’로 편집숍 도전... 부드러운 패션 경영인 성공

김숙경 발행인 (mizkim@fashionbiz.co.kr)|11.11.07 ∙ 조회수 12,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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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홀하우스 사장<br>‘존화이트’로 편집숍 도전... 부드러운 패션 경영인 성공 3-Image



캐주얼 「지프」를 빅 브랜드로 키워낸 김성민 홀하우스 사장이 최근 남성 컨셉 스토어 ‘존화이트(John White)’ 오픈으로 또다시 패션시장에 이슈 메이커로 등장했다. 2000년대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수많은 히트 브랜드를 탄생시킨 그는 소비자가 가치를 주도하는 지금의 리테일 시대에 꼭 맞는 패션 비즈니스 모델로서 새로운 개념의 편집숍을 선보인 것이다. 신규 브랜드 런칭 때마다 항상 센세이션한 컨셉 제안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그가 해외진출까지도 염두에 두고 그의 영어 이름을 따서 자신 있게 선보인 ‘존화이트’는 과연 어떤 매장일까?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존화이트’ 매장은 이상적인 개념보다는 현실에 토대를 둔 컨셉스토어(Concept Store)로 문을 열었다. 400㎡(120평)에 가까운 1층에는 스타일리시하고 감각적인 아이템들이지만 리얼웨이룩(Realway look)으로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남성복과 패션잡화들로 매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된 2층 매장은 11월 초에 오픈할 예정이다.

내년 2월이면 총 42개 브랜드로 ‘존화이트’ 편집숍은 완성된다. 김성민 사장은 올 S/S시즌 「홀하우스」 런칭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곧바로 ‘편집숍’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20년 전 이탈리아 유학 시절부터 지켜봐왔던 ‘편집숍’에 대한 개념을 비즈니스 모델로 구체화했다.헤어와 메이크업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가며 이탈리아 밀라노 소재 패션스쿨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3년8개월 현지 젊은이의 생활을 눈여겨 지켜보면서 향후 한국에서도 편집숍이 큰 흐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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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의 손’이어 ‘경영의 귀재’로 평가

패션에 대한 소비자 의식이 높아지고 자체 코디능력과 편집능력이 생겨나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각각의 테이스트에 맞는 상품들로 가득한 ‘편집숍’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금 국내 패션유통시장은 ‘편집숍’ 열풍에 푹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엔드 소비자층을 겨냥한 ‘10꼬로소꼬모’ ‘분더숍’ ‘무이’로부터 편집숍을 대중으로까지 확대한 ‘에이랜드’ ‘프론트로우’ ‘플로우’의 성공…. 메이커가 제안하는 원브랜드 원숍의 단조로운 매장보다는 소비자 니즈에 부합된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들로 가득한 편집숍을 찾는 소비자 발길이 늘어나자 ‘블리커’ ‘라움’ ‘일모’ ‘랩’ ‘스파이스’ ‘라파레뜨’ ‘코인코즈’ ‘맨온더분’ ‘로얄마일’ ‘메이페어’ 등 다양한 이름의 편집숍이 속속 선보였다.

그뿐 아니라 MK트렌드 에이션패션 등 중견 패션기업들도 편집숍 오픈을 위한 TF팀을 가동하는 등 지금 패션기업과 유통업체들은 편집숍 열공 중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내느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선보여온 편집숍은 브랜드 개념과는 다른 ‘차별화’에는 성공했지만 비즈니스 개념으로 성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모델은 아직까지 보여지지 않는다. 그가 생각한 편집숍 개념은 단순히 보여주는 차원이 아니라 비즈니스화할 수 있는 데 포인트를 뒀다.

이 때문에 숍네이밍 작업도 누구나 쉽게 연상할 수 있도록 그의 영어 이름인 ‘존(John)’과 ‘순수함’을 연상할 수 있는 화이트 컬러를 조합해서 만들었다. 지난해 상표등록 작업까지 끝내 놓고 그는 상품MD 방향을 결정했다. 철저하게 웨어러블한 옷에 포인트를 두고 바잉과 자체 기획을 병행하는 것으로 기본 골격을 세웠다.

경영인 CD 디자이너 바이어 1인4역 ‘거뜬’

8월 중순 그는 상품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나근영 이사와 함께 일주일 일정으로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시기는 분명 내년 S/S시즌 상품 바잉을 위한 트레이드 페어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사장과 나이사는 이번 F/W시즌 상품 바잉까지도 완벽하게 해치웠다. 독일에서 열린 ‘브래드앤버터스쇼’와 ‘프리미엄쇼’에서 총 40여개 브랜드와 상담한 뒤 곧바로 이탈리아로 넘어가 쇼룸을 직접 방문해 오더를 발빠르게 진행했다. ‘토할 정도로 일했다’라고 할 정도로 강행군을 거듭했으나 그래도 신명이 났다. 두 사람을 상대하는 이탈리아 업체들이 처음에는 뻑뻑하게 응대했지만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두 사람의 상품 바잉 능력에 감탄한 이들의 태도는 곧바로 달라지기 일쑤였기 때문. 심지어 한국 패션기업과 이미 독점 파트너십을 맺은 업체들도 세컨드 또는 서브라인이 나오면 김사장에게 맡기겠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한편, 유럽 출장길에 오르기 직전에 김사장은 비장의 무기로 계획한 「존화이트」에 대한 작업지시서를 생산처에 넘겼다. 남성 캐릭터 「카루소」와 「토오루옴므」를 통해 국내 패션시장에 첫발을 디뎠고 10년 전에는 F&F에서 「어바우트」 남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만큼 수트를 비롯해 패딩 아우터와 조끼 니트 팬츠 스웨터 가방 등을 직접 디자인하는 것이 그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전체 상품MD의 25~30% 비중을 자체 PB로 구성해 완벽한 실루엣을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동시에 리오더 대응으로 매출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백화점 환경에 따라서는 남성복 「존화이트」 단독 전개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머릿속에 그려온 일이었기에 남성 컨셉 스토어 ‘존화이트’는 2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홀하우스의 경영인이면서 「지프」와 「홀하우스」두 브랜드의 CD(Creative Director)인 김사장은 ‘존화이트’의 디자이너이자 바이어로서 1인4역의 일을 거뜬히 해치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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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3년 만에 1000억대로 성장

‘존화이트’ 매장 오픈을 준비하면서 김사장은 본사 기능도 청담동으로 옮겼다. 매일 ‘존화이트’ 매장을 들여다보며 고객들 반응을 살피고 곧바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4층짜리 건물 전체를 임대해 1층과 2층을 ‘존화이트’ 매장으로 꾸몄고, 홀하우스의 헤드쿼터는 3층과 4층에 자리잡았다. 3층은 홀하우스 전 직원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는 공간이며, 4층은 김사장의 집무실과 동시에 탁 트인 회의실이 위치한다.

이곳 4층에서 10월 중순 사흘 동안 대리점주와 매니저 220명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리점주들과 매니저들은 김사장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고 갔다. 화려한 사생활을 즐길 것처럼 보여지는 그의 외향적인 모습과 달리 주 5일 오전 9시 정시 출근해 직원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하루종일 일을 하는 그의 하루 스케줄을 듣고서는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CEO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고.

또 감성과 감각이 발달한 만큼 상대적으로 내부 살림살이나 관리는 허술할 것으로 비쳐지는데, 4층짜리 건물을 청담동의 랜드마크로 만들어낼 정도로 관리력 역시 뛰어나다는 점이다. 직원들을 위한 자리도 직급과 역할에 맞게 레이아웃을 직접 그리고 배치했다. 구석구석을 돌며 인테리어 공사를 독려하다가 떨어진 유리창문에 양팔을 다쳐 수십바늘을 꿰매기도 했다. 이런 과정 속에 단장된 홀하우스 보금자리는 어떤 패션기업 본사 건물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외관의 하드웨어뿐 아니다. 브랜드 운명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보면 홀하우스의 순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올해로 런칭 3년차에 접어든 「지프」는 지난해 720억원 매출 달성에 이어 올해는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S/S시즌에 런칭한 「홀하우스」는 300억~32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두 브랜드로 올해 1400억원 매출은 거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상판매율 68%, 판가율 99.8% 순도 탁월

더욱 놀라운 것은 출혈 가격경쟁이 난무하던 유니섹스 캐주얼 조닝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음에도 상품력을 무기로 노세일 정책을 실천에 옮긴 점이다. 「지프」의 경우 시즌아웃 시점에 평균 68%의 정상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연마감 이후 70%를 상회한 결과물을 얻어내고 있다. 판가율은 99.8%에 달해 세일판매 자체가 없다. 영업이익률은 2009년 20%대, 2010년에는 18.7%를 실현했다.

아웃도어 브랜드와 글로벌 SPA의 맹공으로 캐주얼시장이 침체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홀하우스가 만들어 낸 수치는 경이롭다. “「지프」 「홀하우스」 두 브랜드로 올해 10월부터 월매출 100억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신생 주자임에도 「지프」와 「홀하우스」의 상품력을 믿고 주저없이 구매해 준 소비자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진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시한다면 고객은 반드시 존재한다. 경기가 아무리 안 좋아도 시장 내 1~2등은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날씨만이 최대 변수다”며 당당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경영자의 포스를 뿜어냈다.

10월들어 월매출 130억 , 올해 1400억 예상

18명으로 시작한 본사 직원들도 이제는 25명으로 늘었다. 한 사업부에도 못 미치는 적은 인원으로 ‘존화이트’를 포함해 3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그는 알토란 경영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콕스」런칭 때도 그랬고 이번 「지프」 런칭 때도 영업 첫 달부터 바로 매출이익이 나왔다. 소비자 반응이 곧바로 올라온 결과다. 행복한 기업, 규율과 규범이 존재하는 패션기업으로 홀하우스를 만들어 가겠다”고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김사장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뒤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 강원도에서 태어나 강릉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사회에 나와서는 헤어와 메이크업 기술을 배운 뒤 뒤늦게 패션으로 전향해 이탈리아에서 의류 디자인을 공부했다. 뛰어난 손재주와 감성 덕분에 무엇을 배우든 남보다 훨씬 앞서 나갔지만 패션필드에 연고가 전혀 없는 그는 이단아 취급을 받기도 했다.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아웃사이더로 견제를 받았고, 디자이너 출신 CEO로 올라섰을 때는 조직을 제대로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그렇지만 20년에 걸친 여러 브랜드 경험을 통해 그는 이제 감성경영과 조직경영이 조화를 이룬 부드러운 패션 경영인으로 성장했다. 70세가 돼도 디자인을 계속 하고 싶다는 그는 “선천적인 감성보다 우선하는 것이 긍정적인 사고와 성실성이다. 뭔가를 시작하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절대 미뤄서는 안된다. 뿌리부터 튼튼하게 다져야만 대성할 수 있다”는 조언을 무엇보다 아끼는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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