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지존, 역시「샤넬」
*얼티메이트 럭셔리
(Ultimate Luxury)
명품 중의 명품,
소비자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향유하는
궁극적인 명품을 뜻함.
럭셔리의 절대 지존 「샤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25%라는 충격적인 가격 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지 않는 매출. 샤넬유한회사(대표 로버트 스타브리데스)에서 전개하는 「샤넬」의 파워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격이 오르기 전 「샤넬」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로 백화점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샤넬」백을 중고로 팔아 차익을 거두는 일명 ‘샤테크(샤넬+재테크)’ 열풍도 식지 않는다. 도도하기로 유명한 「샤넬」의 영향력은 면세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신라면세점이 「루이뷔통」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 자존심을 구긴 「샤넬」은 롯데면세점과 손을 잡았다.
브랜드 속이 드러나지 않아 「에르메스」와 함께 명품계의 ‘시크릿 가든’으로 불리는 「샤넬」은 도대체 왜 가격을 올려가며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일까.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글로벌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서, FTA를 앞두고 미리 가격을 크게 올린 후 살짝 내리기 위해서, 혹은 명품 성장률이 높은 한국을 얕잡아 봐서 등 각종 관측이 쏟아지지만, 명품 관계자들이 「샤넬」의 가격 인상에 대해 공통적으로 말하는 한 가지는 “다른 명품 브랜드들과 차별화된 ‘얼티메이트 럭셔리’의 길을 걷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적어도 콧대 높고 자존심 센 「샤넬」이 ‘돈을 더 벌기 위해 가격을 올린 것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다. 명품 중의 명품 「샤넬」이기에 일반 대중의 시장 논리가 아닌 럭셔리 마켓의 시선으로 이 브랜드를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연 「샤넬」은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이로 인해 명품계는 어떤 영향을 받는지, 주변 명품 브랜드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최근 쉼 없이 이슈화되고 있는 「샤넬」은 ▲가격인상과 그 의미 ▲샤테크의 허와 실 ▲면세점 ▲명품계에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의 방향이라는 4가지 관전 포인트로 나눠볼 수 있다.
가격 인상에도 매출 유지, 고객은 선별
「샤넬」가격이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명품 브랜드들이 경제 신장률에 따라 평균적으로 매년 5~10%까지 가격을 인상하지만, 「샤넬」은 지난 5월 글로벌 가격 인상 정책의 일환으로 핸드백 가격을 평균 25%나 인상했다. 대표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 2.55 빈티지 점보 사이즈 제품은 558만원에서 698만원이 됐다. 그럼에도 「샤넬」의 매출은 고공행진이다. 5월 가격 인상 소식이 미리 알려지며 4월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지난 4월 한 달간 5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현대백화점 본점도 4월 한 달간 49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브랜드의 상반기 누계 매출액은 1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8%나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까지 길게 이어진 한파와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회복, 지난해 명품 매출 신장률이 워낙 저조해 이에 대한 반등 효과가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요소지만, 「루이뷔통」이 24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2% 증가한 것과 대비해서도 큰 폭으로 신장했음을 알 수 있다.
「샤넬」이 가격을 계속해서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루이뷔통」 「구치」와 같은 ‘매스 명품’이 아닌 「에르메스」급의 ‘아무나 살 수 없는 최고급 하이엔드’로 굳건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다. 「샤넬」은 「루이뷔통」화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데, 쉽게 말해 “여자들의 로망으로 남아 있을 때 「샤넬」의 가치가 있는데, 2.55백을 들고 지하철을 타는 것은 말이 안되는 ‘범접할 수 없는 명품’으로 남겠다”는 논리다. 명품의 경우 ‘나만의 특별함’을 잃고 일상화가 되는 순간 VVIP고객들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VVIP만을 위한 명품중의 명품 정책
「샤넬」의 가격 인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히 전 제품의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2.55나 타임리스라클래식 라인 등 꾸준히 출시되고 판매되는 기본 상품의 가격만을 올렸을 뿐이다. 「샤넬」을 처음 구입하는 고객들이 선택하는 러닝 상품의 가격을 올림으로써 접근성을 차단한 반면, 시즌백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췄다. 이미 「샤넬」의 기본 아이템을 모두 갖고 있는 고객들에게 「샤넬」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도록 배려(?)한 셈이다.
이는 「샤넬」은 상위 20%의 고객이 60~70%의 매출을 이끌고 있는 브랜드이기에 가능하다. 지금처럼 「샤넬」이 매스화된다면 이 톱클래스 고객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일반 직장인 여성들은 「샤넬」의 가격 인상에 “예전에는 크게 마음먹으면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웬만해서는 구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VVIP 고객들은 25%의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 후 고정 고객들의 반응을 알아봤는데 ‘어머 또 올랐네’라고 말할 뿐 구매를 꺼리지는 않았다. 1년간 구매하는 상품수가 예를 들어 5개에서 4개로 주는 경우는 있어도 「샤넬」에 소비하는 총구매액은 오히려 늘어나지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이 브랜드는 한-EU FTA의 발효에 따라 일부 상품의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지난 5월 25%나 가격을 인상해놓고 일부 품목을 소폭 인하한 것은 좋게 보면 똑똑하게 영업하는 것이지만 ‘대중을 의식한 눈 가리기식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강하다. 「샤넬」이 가격을 인하하는 상품 중 기존에 나와 있는 중복 상품은 기존 물건이 소진되는 시점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샤테크’에 담겨 있는 허와 실
「샤넬」로 재테크를 한다는 ‘샤테크’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샤넬」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스테디셀링 아이템을 구매해 몇 달 들고 다니다 중고로 판매해도 이득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25%의 가격 인상 직전인 지난 4월 「샤넬」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이를 잘 뒷받침한다. 가격이 인상된 만큼 사재기 현상은 어느 정도 진정됐지만, 해외에서 상품을 구입해 밀반입하는 입국자들은 많아 관세청은 비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여행자 면세한도를 초과해 몰래 들여오다가 세관에서 적발된 주요 물품 중 핸드백이 2만건이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603건과 비교할 때 89% 증가한 수치다. 세관에 적발되지 않은 경우까지 감안하면 실제 밀반입을 시도한 사례는 2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긴장한 관세청은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여행자 정보분석과에서는 명품 구입자에 대한 정보 분석을 통해 해당 항공편에 대한 전수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명품에는 시리얼 넘버가 있기 때문에 ‘평소 들고 다니던 상품이다’라고 발�해도 바로 들통이 난다. 새로 산 백을 사용하는 제품인 척 메고 들어오는 경우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사재기? NO! 샤테크 효용 가치는 ‘글쎄’
그렇다면 ‘샤테크’의 효용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샤넬 가격의 국내 판매 가격과 프랑스 현지의 판매 가격은 20~30%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이는 유통업체 마진과 한국 지사 인건비 등이 포함됐기 때문으로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들이 20%선의 차이를 보인다.
즉 「샤넬」 가방이 한국과 파리에서 100만~150만원의 차이가 나더라도 이는 「샤넬」의 판매가격이 높아서이지 다른 명품 브랜드에 비해 한국에서만 비싸게 판매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신고를 하지 않고 명품 가방을 구입해 들어온다면 물건 가격의 20%에 해당하는 세금과 불성실신고에 따른 30% 가산세를 내야 한다. 100만원 상당의 물건을 신고하지 않고 들여왔다면 26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셈으로 한국 현지에서 구입한 것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 관세청의 단속이 강화된 상황에서 뒤늦게 ‘샤테크’를 해보겠다고 덤볐다가(?) 오히려 화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샤테크가 이슈화되면서 오히려 잘못된 소비문화와 과소비를 조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샤넬」 등의 명품을 구입하고 신고하는 것은 문화 시민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에 심기 불편한「샤넬」
「샤넬」은 매출보다 이미지를 중요시 하는 브랜드다. 자신들이 쌓아둔 ‘럭셔리’ 이미지에 해가 된다면 로컬과 면세를 통틀어 매출과 별개로 매장을 충분히 뺄 용의가 있는 브랜드라는 것. 이는 「루이뷔통」의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과 관련된 특혜를 두고 심기가 불편해진 「샤넬」이 신라면세점을 등지는 사건으로 나타났다.
「루이뷔통」은 신라면세점과 세계 최초로 인천공항 면세를 확정지으며 10~20%의 수수료에 매장도 타 매장보다 4배 이상 큰 500㎡(150평)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구치」에 이어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 1, 2위를 지켜오던 「샤넬」은 이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매장 면적과 위치를 이동하고 수수료율도 현재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바꿔달라는 것. 아무리 「루이뷔통」이더라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샤넬」은 인천공항 내에 40%의 수수료를, 신라호텔 등 도심에서 20%대의 수수료를 내고 있었다.
호텔신라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고 「구치」는 가장 먼저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에서 철수를 알리고 롯데면세점과 손을 잡았다.
「샤넬」역시 계약 만료 시점 이후인 오는 9월 1일자로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서 매장을 철수하겠다고 알렸다. 신라면세점은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지만 「샤넬」이 내년 S/S 상품을 발주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는 F/W 상품 바잉도 상당수 줄인 만큼 이는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알려진다.
「샤넬」, 최소 5년은 승승장구
「샤넬」의 이러한 행보에 명품 업계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우선 다른 명품 브랜드들은 “부럽기도 하지만 가격을 너무 올리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전까지는 다른 명품 브랜드들이 「샤넬」과 어느 정도 고객이 겹쳤지만, 이제는 얼티메이트 명품을 지향하며 온니 웨이(Only Way)를 향해가기 때문이다.
다른 명품 브랜드들은 「샤넬」을 따라서 가격을 올려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도 계속된다. 그러나 사치품 가격은 더 많이 올려야 더 많이 팔린다는 ‘베블런 효과’가 늘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크리스티앙디오르」와 「펜디」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가치를 더욱 돈독히 하기 전 가격을 올렸다가 몇 년째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선례를 두고 ‘부럽지만 섣불리 따라갈 수 없다’는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유통가에서는 ‘초갑(갑을 초월한 갑)’의 입지를 다투고 있는 「샤넬」이 편한 상대는 아니다. 가격을 올린다는 통보조차 없는 「샤넬」이지만, 혹시라도 「샤넬」이 입점돼 있는 매장을 빼겠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통 관계자들은 “샤넬이 영업은 매우 깔끔하게 진행한다”고 입을 모은다. 「샤넬」이 요구하는 몇 가지의 조건만 들어준다면 약속을 어기거나 브랜드 파워를 갖고 유세(?)를 떨지는 않는다는 것. 자존심은 세지만 협상은 가능한 브랜드라는 평이다.
2000억 거뜬, 「에르메스」 시장 먹나?
가격을 올리는 부분에 있어서 유통가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백화점은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가격은 오르지만 수익률이 그만큼 올라가지는 않고 오히려 매출이 점차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최근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환율로 면세점 신장률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도 이를 더욱 걱정하게 만드는 요소다. 반면 가격이 오르더라도 고객 수가 주는 것일 뿐 매출이 줄어들지는 않기에 유통가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다는 입장도 있다. 실례로 5월부터 신장폭이 낮아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샤넬」은 신장 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샤넬」은 얼마큼 더 성장할 수 있을까. 현재 9개 유통망을 갖고 있는 「샤넬」은 이달 현대백화점 대구점 오픈을 마치게 될 경우 10개 볼륨의 브랜드가 된다. 향후 추가 오픈이 있더라도 1개에서 많게는 2개 정도 선에 그칠 계획이다. 10~11개 정도의 볼륨으로 내실을 키우고 추가 오픈이 있더라도 기존 매장을 빼고 신규 매장을 내는 방식의 MD진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샤넬」이 연매출 2000억원은 몇 년 내에 거뜬하게 이뤄낼 것으로 보고 있다. 「루이뷔통」과 달리 맨즈 라인이 없어 상품 카테고리는 조금 작지만 시계 보석 등 주얼리 영역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매출은 유지하고 고객은 선별하는 고도의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샤넬」. 이 브랜드가 진정 ‘얼티메이트 럭셔리’를 표방하며 「에르메스」의 시장을 빼앗아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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