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야욕(?)에 격노한 「에르메스」
럭셔리 제국의 황제, 기업사냥꾼 LVMH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공격적 인수방식에 대해「에르메스」가 불편한 심기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최근 LVMH그룹이 「불가리」지분 50.4%를 LVMH 주식과 맞교환 방식으로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 매입을 밝히면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불가리」의 M&A가 가족경영 체제를 고집하는 「에르메스」의 인수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LVMH그룹은 작년 10월 「에르메스」지분 14.2%를 새로 매입하여 이전에 보유한 주식까지 합쳐 20.2%를 인수했다고 밝혔고 「에르메스」는 이에 반발, 경영권 보호를 위해 가족들의 지분 51%를 모아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기업방어에 나섰다.(지주회사는 정부의 승인은 받았지만 소액주주의 반발로 주주총회에서 마지막 승인을 앞두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이번 르 피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불가리」와의 파트너십이 LVMH와의 M&A가 어떤 의미인지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면서 LVMH사는 작년에 203억 유로(약 32조원)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19% 증가했고 순익은 처음으로 40억유로(약 6조3000억원)을 넘긴 최대 럭셔리 업체이며 그가 정말 원하는 회사에 대해서 얼마나 단호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에르메스」에 대해서는 나는 단지 평화를 원하는 주주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에르메스」의 CEO 패트릭 토마스는 2010년 실적보고회에서 “아름다운 여성을 유혹하고 싶으면 뒤에서 강간으로 시작하면 안 된다”라고 공격적 언어를 사용했고 “LVMH의 아르노 회장은 자신이 말하는 ‘평화’적 의도를 증명하려면 당장 「에르메스」의 주식을 팔라”고 강조해 말했다. 또한 패트릭 토마스 CEO는 “에르메스는 아르노 회장이 언급한 ’건설적이고 서로에게 이로운 파트너십’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시너지 효과도 전혀 생각이 없다”면서 “LVMH와 우리의 상호관계는 없다. 이후에도 전혀 계획이 없다”라고 딱 잘라 언급했다.
「에르메스」 CEO의 거친 언사는 켈리백, 버킨백, 실크 스카프를 만드는 프랑스 정통 클래식, 우아함의 상징인 「에르메스」의 이미지와는 너무 상반된 것이다. 그러나 「에르메스」 눈에 비친 LVMH사는 불황을 틈타 기업을 공격하는 기업사냥꾼에 다름 없는 것으로 보인다.
LVMH사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1984년 파산직전 부삭 생프레리스(Boussac Saint-Freres) 텍스타일 회사를 매입하면서 럭셔리 비즈니스에 처음 들어섰다. 그는 이 회사의 자산 중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봉 마르셰 백화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 매각했으며 이 둘을 곧 건강한 상태로 되돌려놨다. 1987년에는 「셀린느(Celine)」를 인수하고 「크리스티앙 라크르와(Christian Lacroix)」를 런칭했다.
다음으로 프랑스 기업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진 LVMH 인수전이다. 아르노 회장은 1988년 처음에는 헨리 르카미에(76세 루이뷔통사의 회장, LVMH그룹의 2인자)의 투자자문으로 개입을 했고 모엣 헤네시 쪽을 몰아내는데 수훈을 세웠다. 그러는 동안 최대주주가 될 지분을 매입했고 1990년 초에는 숱한 소송을 겪으면서 루이뷔통사의 헨리 르카미에를 몰아내고 결국 자신이 회장으로 취임했다. 프랑스는 엄격한 상도를 지키는 경제시스템이었는데 LVMH 인수로 아르노 회장은 ‘기업사냥꾼’ ‘침입자’ ‘양의 탈을 쓴 늑대’의 모습으로 언론의 포화를 받았다. 그는 LVMH 인수 당시를 묻는 월 스리트와의 인터뷰에서 “그 일에 개의치 않는다. 나는 단지 미국식 새로운 경영스타일을 실행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1999년에는 경쟁사 PPR그룹과 「구치」인수를 둘러싼 구치전쟁을 벌였다. 지분 34%를 매입해 적대적 인수를 시도했던 LVMH사는 이에 맞서 「구치」의 후원자로 40% 지분을 매입한 PPR 그룹과 격돌했고 법률적 분쟁 속에 2001년 9월 PPR 그룹에 지분을 양도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구치」 인수에 실패한 것이다. 「구치」의 흑기사로 전략적 제휴를 맺은 PPR 그룹은 2004년 4월 지분 100%를 모두 매입했다.
LVMH사는 「펜디」 「태그호이어」 「쇼메」 「에밀리오 푸치」 「도나카란」 등을 인수해 현재 주류와 패션부문에 60여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최대 업체로 성장했다. 전세계 럭셔리 시장 2000억달러 규모 중 LVMH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15%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200억 유로 매출을 돌파해 전년대비 19% 성장한 203억유로(약 32조원)를 기록했고 순익은 29% 상승한 43억유로(약 6조8000억원)라고 밝혔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기업사냥꾼이라는 돈만 중시하는 비즈니스 맨으로 평가를 받는 동시에 그의 탁월한 경영능력과 럭셔리 제국을 이끄는 파워는 ‘빛 바랜 헤리티지 브랜드에 영혼을 불어넣었다’ 또는 ‘취향 메이커’라는 찬사를 동시에 받는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루이뷔통」 「크리스티앙 디오르」 「지방시」 「펜디」 「셀린느」 등 당시 역사는 길지만 사람들에게 잊혀져 갔던 럭셔리 브랜드들에 최고의 상품성, 이미지 마케팅을 접목해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되살려 냈다. 그는「루이뷔통」에는 마크 제이콥스, 「크리스티앙 디오르」에는 존 갈리아노, 「지방시」에는 알렉산더맥퀸, 존갈리아노에 이어 현재 리카르도 티시까지, 「펜디」에는 칼 라거펠트, 「셀린느」에는 피비 필로를 기용해 그들의 창조성을 전적으로 보장해 주고 이를 상품성에 연결시키는 탁월한 비즈니스 능력을 보였다. 럭셔리 대중화 시대를 개막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편 「에르메스」는 여전히 LVMH에 편입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패트릭 토마스 CEO는 “럭셔리 세계에는 부유함, 화려함, 글래머에 기반한 부분이 있고 다른 한편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대상, 세련된 것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있다.”라면서 “우리는 돈의 세계, 회사를 좀먹고 사람들을 상품이나 재료처럼 다루는 세계가 되고 싶지 않다. 우리의 싸움은 돈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문화전쟁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르메스」의 가족적 단결이 강하고 지주회사를 설립하면서 LVMH에 편입되는 것을 완강히 반대하기 때문에 아직은 LVMH그룹의 인수가 어려울 것이지만 세대가 내려가면서 결국에는 편입될 것으로 보는 입장이 많다. 또 럭셔리 비즈니스의 세계에도 마케팅과 리테일 점포 등에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가 적용되면 수익성이 좋고 LVMH그룹의 멀티브랜드 전략이 위험을 분산하는 측면에서도 무한경쟁시장에 적합한 모델로 받아들여진다. LVMH의 한 관계자는 “아르노 회장은 「에르메스」를 내일 당장 사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는 한 세대, 또는 두 세대에 걸쳐 서서히 시도할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왔다”라고 말했다.
• LVMH의 2010년 매출은 203억유로(약 32조원), 순익은 43억유로(약 6조8000억원)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은 19%, 순익은 29% 증가한 것이다.
• 에르메스의 2010년 매출은 24억 유로(약 3조8000억원), 순익은 4억2170만 유로(약 6660억원)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은 25%, 순익은 46%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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