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미친 존재감’을 찾아라
제조와 소싱을 넘어 무형의 브랜드 & 숍의 가치를 주조하고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
브랜드 & 숍만의 유니크 코드를 제안할 수 있는 패션의 패러다임이다. 1차원적인 수준을 넘어
패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과도기 시점에서 획기적이고 기발한 브랜드, 숍, 페스티벌 등을 이른다.
브라운관에서 ‘티베트궁녀’가 센세이션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못생겼지만 존재감이 아름다운 주인공보다 뛰어나 ‘미친 존재감’이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획기적인(?) 감초 역할을 해 누리꾼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 다음날 ‘티베트궁녀’는 스타가 돼 있었다. 이처럼 사회·문화적인 이슈가 패션 분야에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패션 브랜드, 패션숍의 주인공은 아름다운 옷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옷만으론 주목받을 수 없는 세상이다.
‘티베트궁녀’처럼 아름답지 않아도 획기적이고 기발해 ‘미친 존재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쇼킹한 코드가 필요한 때다. 아직도 제조와 소싱의 문제에만 골몰해 있는가? 이는 메이커 주도적인 발상일 뿐 소비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안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소비자를 위해 무엇을 제시해야 하나? 제조와 소싱을 넘어 무형의 브랜드 & 숍의 가치를 주조하고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 브랜드 & 숍만의 유니크 코드를 제안할 수 있는 패션의 패러다임 바로 ‘쇼킹 브레이커’를 찾아야 할 때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다수의 패션 브랜드와 패션숍은 옷만 판다. 그렇다면 옷 말고 무엇을 팔아야 할까? 모두가 이 딜레마 속에 허우적대는 건 아니다.
이미 앞서 나간 주인공들이 있다. 국내에서도 찾을 수 있고 해외 브랜드, 숍의 디테일을 통해 ‘쇼킹 가이드’를 엿볼 수 있다. 이들의 플레이를 통해 우리 브랜드, 숍에 맞는 ‘쇼킹 코드’를 찾을 수 있다. 다소 엽기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엽기적인 코드는 트렌드 전기 수용자인 ‘리더’들을 사로잡았다. 그들의 한 손에 쥘 수 있었던 히든카드는 무엇일까. 이들의 공통점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다. 그야말로 쇼킹하게 승부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템에서 컨셉으로 보여준다는 점, 평면적 구성에서 입체적인 구성으로 편성했다는 점이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선, 만져지고, 들을 수 있으며, 향이 나는 말 그대로 오감만족이다.
일본의 셀렉트숍 ‘Wut베를린’은 셀렉트숍이 가져야 할 하나의 목소리를 정확히 표현했다. 아이템 구성부터 인테리어까지 ‘화나다, 깨부수다’라는 의미를 정확히 포착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숍에서만 볼 수 있고 살 수 있는 구성과 이에 대한 소비자 호응도 눈여겨볼 만하다. 도쿄걸즈컬렉션은 ‘모바일 연동’으로 센세이션했던 자극뿐 아니라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이 일본 소비자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져 소비자를 위한 페스티벌로 진화 중이다.
막대한 비용을 마케팅으로 쏟아부을 수 있는 자금력이 된다면 괜찮다. 하지만 저예산으로 마니아를 불러모으는 「프로케즈」의 방법 또한 재미있다. 대세는 영상이다. 이제 정지된 이미지는 더 이상 입체적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다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진 「프로케즈」의 영상이 리더들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매그앤매그’ 온라인에서도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던 ‘매그앤매그’가 실체를 드러냈다. 이제 ‘온라인 태생’이라고 색안경을 끼지 않음을 증명한 공간이었다. 2030세대가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꿰뚫고 있는 그들의 구성과 표현하는 기발한 방식에 접근했다.
사진_(좌측부터) 신사동 가로수길 ''매그앤매그'' / 도쿄걸즈컬렉션 현장 / 「프로케즈」2011 S/S 동영상 중 일부
톡톡! 발랄한 에너지 필요해
이 제 동전을 넣고 콜라만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패션 아이템도 자판기에서 골라 갖는 재미가 있다. 매장에서 레일을 타고 이동하는 선반이 마치 로봇을 연상케 한다. 행거 한 칸을 보고 나니 위치가 바뀌어 있는 선반, 두리번거리며 시선도 이동한다. 광고 비주얼을 이제 아무리 아름답게 찍어도 감동이 없다. 브랜드의 DNA부터 추종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이 동영상에 담겨 전 세계를 누빈다.
프레스, 바이어, 일명 ‘패션피플’이라고 불리는 이들만을 위한 컬렉션은 이제 없다.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에 의한 컬렉션이 일본 도쿄를 시작해 지역마다 돌며 3만명을 넘기는 가공할 만한 동원력을 자랑한다. 지금까지 패션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희귀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패션 매장, 패션 브랜드가 예쁜 옷을 팔고 아름답고 스타일리시한 이미지를 보여줬음 됐지’라고 생각하는 패션 브랜드, 패션 관계자가 있다면 고리타분함을 버려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소비자의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고 엽기적인(?) 수요에 따라 시장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와 생산량에 골몰하는 사이 신선하고 팔딱거리는 브랜드와 운영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저 앞에서 ‘리더’로 불리는 소비자들을 끌어당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예측불허의 매뉴얼과 상황들이 연출되며 기발한 현상이 패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3만명 동원, ‘페스티벌’ 한계를 넘다
소비자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소비자의 변화의 발신지인 대중문화를 통해 성향과 태도가 기성세대와 확연히 다름을 엿볼 수 있다. 인기그룹 빅뱅의 지드레곤이 노래한다. “나도 어디서 꿇리지 않아. 아직 쓸 만한 걸. 죽지 않았어(하트브레이커 중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다. 그래도 이 정도 가사는 요즘 대세라는 걸그룹에 비하면 겸손한 편이다. “날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싫지 않아. 나는 예쁘니까(씨야의 여성시대)” “너보다 잘록한 허리 쫙 빠진 매끈한 다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난 항상 핫이슈(포미닛의 핫이슈) “스키니한 바디라인과 눈부신 내 미소 pretty sweety sexy 모두 바라보는 난 스타(레인보우의 가십걸)” 일일이 예를 들기 숨이 벅찰 정도다.
최근 가요계를 휩쓴 신세대 아이돌 그룹의 히트곡 가사는 하나같이 자신을 자랑하기 바쁘다. 자랑을 넘어 자기도취적 가사와 무척 잘 어울린다. 1020세대에게 이제 겸양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그들의 히트곡은 모두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 있게 자기를 표현하고 싶어하는 신세대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다. 바꿔 말하면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시스트 소비자들이 이런 당찬 가사에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엽기적 소비자, ‘식스포켓’ 세대 잡아라
또한 이들은 소비문화의 세례를 받은 행운아들이다. ‘개인’으로 자라난 첫 세대이자 ‘여섯 주머니(One mouth, six pockets)’ 세대라고 부른다. 아이 하나에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용돈을 준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돈 많고 시집 안 간 고모와 이모가 합세해 ‘여덟 주머니’로 늘었다. 이처럼 가족의 지원 속에서 풍족한 소비를 누려온 세대가 ‘나는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소중해!’라고 외치는 소비자들은 더욱 빠르고 획기적이며 나 혼자만 가질 수 있는 물건과 재미에 집중하는 성향은 당연하다. 이 소비자의 가치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시장 환경이 현주소다. 이 같은 변화 앞에 국내 패션은 다시 쓰여지고 있다. 옷이 아니라 문화를 팔고 아이템이 아니라 컨셉을 팔아야 한다.
그동안 패션 현장은 평면적인 구조였다면 입체적인 구조로 만져지고 느껴지는 공간이자 무형의 생명체가 된 것이다. 식상하리만큼 꼬집어 온 이 현상 앞에 우리네 현주소는 어떤가? 뭔가 변화의 조짐은 알겠는데 실천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실천했어도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日 ‘Wut berlin’ 소비자 넘어 ‘컬렉터’ 집결
벌써부터 이 같은 시장 환경에 적응하고 꿈틀거리는 매장과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가까운 나라 일본은 이미 이 모든 환경에 성숙해진 현장을 목도할 수 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셀렉트숍의 부흥기를 맞아온 일본은 ‘유니크’ 코드라는 수식어가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독창성을 가진 숍이 가득하다. 국내도 이미 신사동 가로수길의 ‘플로우(FLOW)’나 ‘에이랜드(A.Land)’가 선두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똑같은 매뉴얼로 속속들이 생기고 있는 아류숍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정홍 플로우 대표는 “최근 지하 1층을 오픈하며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보다 넓은 공간을 내어주고 다양한 브랜드를 유치하겠다는 취지로 숍의 확장을 꾀했다. 내부적으로 또 한 번의 도전이었고 시도였지만 늘 ‘다음’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며 “뭔가 편집숍들은 생기는데 그것이 숍들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디자이너 브랜드와 수입브랜드 등 MD 구성의 획일화가 이어지면서 서로가 경쟁력을 잃어간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셀렉트숍 ‘Wut베를린(Wut berlin)’은 패션을 ‘깨부쉈다!’ 독일어로 ‘화나다’ ‘깨부수다’라는 의미를 가진 숍 ‘Wut’는 공간 연출부터 아이템 구성, 인테리어 등이 하나의 코드로 일관된 색깔을 갖는다. 이 때문에 이곳의 구성 요소들은 화나거나(?) 깨부술 정도로 실험적이고 획기적인 시도가 눈에 띈다. 이 숍의 얀 대표는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권을 돌며 재미있는 의류와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구성한다. ‘판매’의 공간을 넘어 전시 활동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구성하는 MD 역시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가수미 다카하시(Kasumi Takshashi) 매니저는 “이곳을 찾는 소비자는 기성복을 사기보다 전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통해 본인만 입을 수 있는 옷이라 믿고 찾는다. 또한 옷만 사는 것이 아니다. 아티스트의 작품과 패션의 연결고리를 찾은 아이템은 옷만 사는 소비자가 아닌 ‘컬렉터’인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색깔이 뭐야? ‘매그앤매그’ 가로수길점
일본 패션 시장은 숍뿐 아니라 컬렉션 성격을 띤 페스티벌도 소비자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 대표적인 컬렉션이 ‘도쿄걸즈컬렉션’이다. 특히 이 컬렉션은 이 무대에 오른 의상은 이곳에서만 살 수 있다는 한정판 컬렉션으로 모바일과 연동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센세이션한 하드웨어로 주목받는다. 국내 현황은 어떨까? 국내 패션시장 역시 패션 르네상스 물결 속에 획기적인 시도가 이어진다.
먼저 매그앤매그(MagandMag). 매그앤매그는 정확한 범주를 규정하지 않았다. 브랜드이자 온라인쇼핑몰이고 제조하며 옷을 생산하는 기업의 성격도 띠고 있다. 지난 2월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매장을 열며 뚜렷한 정체성을 전달했다. 매그앤매그는 일본의 ‘Wut베를린’처럼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시도를 구현했다. 기존의 띄엄띄엄 위치해 있던 마네킹의 위치를 한데 모았다. 이로써 보여주려는 의상 컨셉을 하나로 모으는 효과를 주었다.
자판기에 코인 넣고 아이템 사는 세상
패션의 아이템도 확장시켰다. 어패럴과 백&슈즈가 패션의 다가 아님을 보여줬다. 덴마크 이어폰 브랜드 「AIAIAI」부터 다양하고 아름다운 디지털 장비를 구성했고 픽시 바이크, 팬시너리, 인테리어 용품 등 다채로운 구성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이 매장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매장에 레일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 레일 위를 움직이는 것은 투명 아크릴 선반이었다.
이 선반 위에는 세컨드 백과 파우치, 레깅스 등이 있었고 매장 가운데를 천천히 돌며 소비자의 시선을 이동시켰다. 비슷한 시점에 명동에서 문을 연 「스파이시칼라」의 판매 방식도 이슈였다. 바로 자판기에서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는 방식 때문이다. 「스파이시칼라」에서 유통하는 코인을 구매해 그 코인을 자판기에 넣어 원하는 아이템을 누르면 된다. 지금 이 자판기 안에는 텀블러와 형형색색의 우산이 판매 중인데 향후 티셔츠 등 의류 아이템으로 확대해갈 예정이다. 이처럼 패션시장은 더 이상 새롭거나 획기적이지 않으면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패션 르네상스 앞에 선 현재, 앞서 방향을 실천하는 국내 브랜드와 숍부터 해외 사례까지 보다 구체적인 매뉴얼로 살펴보자.
‘패션+@’ 새로운 방정식을~
패션의 플러스알파! 이제 이 알파가 ‘딴짓’으로 완성되고 있다. 이제 패션은 얼마나 예쁜 옷, 얼마나 퀄리티가 높은 옷을 만드느냐는 기본이 됐다. 여기에 입혀야 하는 알파의 즐거움을 고민하라! 재미있는 매장 이야기와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한정판을 가진 일본 셀렉트숍 ‘Wut berlin’, 소비자를 위한 컬렉션인 도쿄걸즈컬렉션 속에 숨은 관전포인트, 미국 스니커즈 브랜드 「프로케즈」의 동영상 속에 전 세계 마니아가 열광하는 이유가 있었다. 어떤 카테고리에 해당되는지 알쏭달쏭한 ‘매그앤매그’! 최근 신사동 가로수길에 매장을 열며 딴짓(?) 거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도대체 어떻게 깨부수지!? ‘Wut berlin’
다양한 아이템을 구성하는 셀렉트숍의 특성상 숍의 이미지와 아이템이 하나의 이미지로 통일감을 주기란 쉽지 않다. 여기 ‘컨셉=분위기=상품’의 등식을 성립시킨 셀렉트숍이 있다. 바로 ‘Wut베를린’이다. ‘Wut’는 독일어로 ‘화내다, 열 받다’라는 의미로 이 숍의 컨셉이자 인테리어 매뉴얼이었고 상품 바잉의 기준이기도 하다. 이 숍의 얀 대표는 파리, 베를린 등의 전시와 컬렉션을 보며 상품을 바잉해 아이템을 구성했다. 숍의 의미처럼 인테리어도 재미있다. 입구에서 보면 화이트 벽돌에 깨끗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깨부쉈다’! 벽면과 천장을 부숴 회색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났고 탈의실은 말굽모양으로 제대로 부쉈다. 이 같은 인테리어 구성은 아이템과도 맥을 같이한다. 입구에 걸린 옷들은 클래식하고 베이직한 스타일이 주를 이루고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과감하고 실험적인 스타일의 옷이 주를 이룬다. 방문했던 2월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인 「칼이석태」의 2010~2011 F/W가 행거에 걸려 있었다.
이석태 디자이너의 상품 바잉은 서울이 아닌 파리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개시한 지 이틀 만에 바잉한 양의 절반이 팔릴 정도로 꽤 인기 브랜드 중 하나라고. 얼마 전 인기 걸그룹 카라가 이디자이너의 옷을 입어 판매가 촉진된 이유 중 하나라는 후문이다. 이 숍에서 주목할 만한 ‘딴짓’은 바로 티셔츠와 향수였다. 티셔츠, 향수 각각만 파는 것이 아니다. 이 아이템을 제작한 아티스트의 무형의 가치도 함께 담아 판다. 티셔츠, CD, 책 이 세 가지가 하나의 패키지로 2만엔에 판매된다. CD는 아티스트가 왜 이 티셔츠를 디자인했고 어떤 것에서 영향을 받고 모티브로 활용했는지에 대한 영상을 담았다.
책은 그 과정 중에 있었던 디자인 스케치와 그 외 해당 아티스트의 작업이 이미지로 담겨 책으로 완성됐다. 향수도 마찬가지다. 각 아이템은 1000개씩만 제작해 시리얼넘버를 갖는다. 가수미 다카하시 매니저는 “20대부터 40대까지 구매 고객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소비자들은 2~3개씩 구매할 정도로 마니아 성향을 갖는다. 옷차림으로 미뤄봤을 때 패션이나 디자인, 예술계 종사자가 많고 여성보다는 남성의 소비가 높은 편이다”며 “이 아이템들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컬렉터 수준으로 발매 시일을 기다리며 찾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 클러빙까지 ‘도쿄걸즈컬렉션’
온전히 소비자를 위한 컬렉션이다! 이곳에 바이어와 프레스는 중요하지 않다. 패션 브랜드에 열광하고 모델이나 아이콘을 오마주로 삼고 그들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고 닮고자 하는 설렘으로 찾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2월 19일 일본 나고야의 나고야돔에서 열린 도쿄걸즈컬렉션에 방문한 여성들만 3만8000명! 오후 5시에 집계된 인원이 이 정도였다. 무엇이 이토록 도쿄걸즈컬렉션을 찾게 하는 걸까? 몇 가지 관전포인트를 짚어볼 수 있다.
먼저 ▲소비자의 의식과 문화의 차이 ▲한정판과 콜래보레이션 ▲모바일 연동 ▲지역 백화점과의 협업이다. 일본 소비자는 ‘동경’에 대한 코드가 강렬하다.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정도도 국내 팬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산업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좋아하는 모델이 무대에 올라 앙증맞고 매력적인 워킹과 퍼포먼스로 유혹하니 관객들은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고 두 손을 번쩍번쩍 올리며 환호한다. 스탠딩으로 모든 쇼를 관람하지만 지치는 기색이 없다.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소비자들에게 도쿄걸즈컬렉션이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한정판’이라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모델이 입은 옷은 이 무대에서만 입었다는 사실이 구매에 충분한 이유로 작용한다. 이 무대에 올랐던 한정 아이템은 ‘fashionwalker.com presents 한정 콜래보레이션 Collection’이란 이름으로 5개 브랜드의 콜래보레이션 상품을 선보였다.
이 컬렉션의 운영자 측은 “‘fashionwalker.com presents 한정 콜래보레이션 Collection’ 스테이지를 전개해 여기서만 볼 수 있는 S/S 최신 트렌드 아이템을 공개한다”며 “이 스테이지에서는 동해TV의 정보 프로 ‘피-칸(쾌청)TV’ ‘RESAT!’ ‘스타일플러스’와 이 지역 인기 패션지 「스파이걸」의 출연자•모델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도쿄걸즈컬렉션의 이색적인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모바일과 연동돼 구매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무대에 오른 브랜드와 아이템은 http://fashionwalker.com에 등록돼 있다. 소비자는 도쿄걸즈컬렉션에 방문하기 전 사이트를 통해 좋아하는 브랜드, 모델, 스타일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회장에 와서 원하는 아이템이 등장하면 휴대폰을 꺼내 해당 아이템을 바로 찾을 수 있다. 찾은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구매한 아이템은 발송 날짜에 맞춰 개인 정보에 등록되어 있는 주소로 발송된다. ▲지역 백화점과의 협업이다. 도쿄걸즈컬렉션, 백화점만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다. 지방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도쿄걸즈컬렉션 인 나고야 내에는 나고야의 지역 특산품 등이 부스로 참가했고 협업한 백화점의 부스와 브랜드들이 참가해 판매도 하고 QR코드를 이용한 이벤트 등을 실시했다.
도쿄걸즈컬렉션 운영자 측은 “나고야는 지역 특성상 백화점 영업이 활성화되어 있고 영향력이 있어 각 백화점 내에 베스트 브랜드를 선출해 ‘브랜드쇼’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며 “백화점은 스폰서의 역할을 하며 판매 촉진 차원에서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참여 백화점은 마루이(MARUEI) 마쓰자카야(Matsuzaksya) 파라코(PARCO)다. 그중 마쓰자카야 나고야점은 ‘마쓰자카야 나고야점 X TGC in 나고야 기간 한정 콜래보레이션숍’이라는 MD를 기간 중에 백화점 내 구성해 판매했다. 물론 행사 당일 도쿄걸즈컬렉션이 열린 나고야돔에서도 판매했다.
저 예산으로 감동 영상 「프로케즈」
1987년 미국에서 태어난 스니커즈 브랜드 「케즈」. 2011 S/S 브랜드를 대표하는 비주얼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캐주얼하고 웨어러블한 슈즈를 즐기는 여성들에게 안성맞춤인 스니커즈다. 하지만 이 같은 기호는 여성에 한정되지 않는다. 특히 「프로케즈(Pro-keds)」는 스케이트보드와 서브 컬처를 즐기는 전 세계 마니아로부터 꽤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 라인은 ‘프리미엄 패밀리’를 지향하지만 남성들에게 더욱 인기다. 이들의 인기는 동영상에 기인한다. 「프로케즈」의 동영상을 본 이들이라면 이 브랜드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케즈」의 동영상은 뉴욕 스트리트의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 이들의 동영상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동영상 제작을 지난 2009년부터 꾸준히 해왔으나 가장 최근 동영상인 ‘Old school meets New school 2011 Spring’ 영상을 살펴보자. 이 영상의 화면은 세로로 분할되어 있다. 오른쪽은 아메리칸 캐주얼 스타일의 남성, 왼쪽은 빈티지 캐주얼 스타일의 남성으로 배치됐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시작된 두 남성은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한다. 하루를 준비하는 아침, 씻고 머리를 매만지며 각자의 스타일대로 옷을 차려 입는다. 그리고 「프로케즈」를 신는다. 외출해서 친구들을 만난다. 친구들의 스타일도 그들과 비슷하다. 그들끼리 놀이 문화를 보여주며 그 속에는 「프로케즈」가 있다. 연속되는 에피소드 끝에 그 둘은 만난다. 그리고 화면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자막이 올라간다. 약 5분간의 동영상이 끝난다.
결국「프로케즈」는 영상을 통해 브랜드 스토리는 물론이고 어떤 사람들이 어떤 스타일로 신었으면 좋겠고, 어떤 상황에 신어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프로케즈」의 동영상과 인기는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를 지향하는 인물들에게 두드러진다. 「프로케즈」의 영상이 왜 좋으냐는 질문에 B 브랜드를 전개하는 관계자는 “저 예산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힘들 만큼 감각과 감성이 최고다”며 “등장인물 2명, 동네 돌아다니면서 찍은 정도로 보이는데 ‘정말 신고 싶은 스니커즈’일 만큼 감동적(?)이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네오미오(대표 조용노)라는 회사를 통해 선보이고, 앞으로 더 많은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기업이 「케즈」와 「프로케즈」를 국내에서 어떻게 이끌어갈지 사뭇 궁금해진다. 현재 현대 신촌점 미아점을 시작으로 ‘에이랜드’ ‘코즈니’ 등 셀렉트숍에서 판매 중인 「케즈」와 「프로케즈」 일부(콜래보레이션 라인은 아직 도입 안됐음)를 볼 수 있고 구매할 수 있다. 이 기업이 단순히 판매 채널의 확대뿐 아니라 브랜드를 깊숙이 이해하고 고리타분함을 넘어 현지의 DNA 그대로 「프로케즈」의 로망을 가진 마니아들에게 선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레일을 달리다! 가로수길 ‘매그앤매그’
신사동 가로수길 ‘매그앤매그’에서 레일을 발견했을 때 눈이 동그래졌다. 레일 위를 투명 아크릴 선반은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앞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 위에 물건을 집어 들고 만져보고 다시 내려놓기까지 한 걸음만 이동하면 될 정도의 속도다. 선반은 총 3개! 하나는 ‘매그앤매그’의 특별 제작(?) 상품으로 보이는 세컨드 백과 파우치, 옆 라인에 지퍼가 달린 레깅스였다. 하나는 아직 준비 중인데 아무 상품도 올리지 않은 채 레일을 돌고 있었다. 일렬종대로(?) 선 마네킹의 디스플레이도 의외였다. 매장 곳곳에 한두 개씩 세워두는 것이 대부분인데 6개의 마네킹을 2줄로 세웠으니 보통의 매뉴얼과 반대다. 모아진 마네킹 덕분에 이 숍이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을 대번에 알아챌 수 있다. 또한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소비자가 직접 비켜가야 하는 마네킹이 없으니 탁 트여 보기 좋다.
그 탁 트인 공간에 레일이 설치된 셈이니 일석이조인 듯싶다. ‘매그앤매그’를 꼽은 것은 단순히 매장 내 레일을 설치했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매그앤매그’를 접한 소비자라면 이구동성으로 꺼내는 얘기가 있다. ‘도대체 뭐야?’라는 질문이다. 브랜드도 아니고 온라인 쇼핑몰도 아니다. 막 거리로 나왔으니 숍이라고 이제야 말할 수 있다. ‘매그앤매그’는 특별한 범주를 두지 않았다. 덕분에 패션의 경계를 오묘하게 넘나들며 패션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오브제를 패션으로 끌어들였다. 외모(?)는 편집숍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의 1세대 편집숍들과 다른 구성을 엿볼 수 있다.
아직 패션 브랜드 구성은 다소 떨어진다. ‘매그앤매그’ 내의 제작 브랜드 「매그앤매그」의 의류 품목과 「아쉬」와 「클레이」 등의 수입 슈즈 브랜드, 「니탄」 등 양말 브랜드 등 어떤 브랜드는 인근에 위치한 ‘에이랜드’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고 가로수길의 또 하나의 편집숍 ‘G533’에서 볼 수 있는 중복 구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장 오픈부터 떠들썩하며 이슈몰이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온라인 채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깔끔한 바탕화면으로 시선을 편안하게 하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 패션뿐 아니라 2030세대가 영위하는 라이프스타일에 필요한 모든 것이 ‘매그앤매그’에 있다. 옷, 신발, 가방뿐 아니라 이어폰, 시계, 라디오, 외국 매거진 등 모든 게 다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아이템은 바로 픽시바이크다. 여기서 파는 픽시파이크는 DIY를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 바퀴와 프레임을 컬러와 두께, 간격 등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마우스를 갖다 대면 원하는 대로 완성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마음에 들면 그대로 구매! 가격은 62만원이고 제작 기간은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경쟁력 있는 구성이다. 이 모든 것들이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에 있으니 2030세대들이 매력적이라고 느낄 만하다.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