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로만손 사장<br>‘타이밍+혜안’ 갖춘 불도저 CEO... 로만손에서 제이에스티나까지

김숙경 발행인 (mizkim@fashionbiz.co.kr)
11.03.07 ∙ 조회수 1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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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퀸’으로 일약 전 세계인의 주목과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김연아. 그녀가 화면에 클로즈업될 때마다 그녀의 귀 끝에서 반짝이던 티아라 귀고리를 기억하는가? 바로 로만손의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다. 사실 ‘로만손(ROMANSON)’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시계다. 지난 1988년부터 전 세계 70여개국에 시계를 수출해 온 이 회사가 최근에는 「제이에스티나(J.ESTINA)」 브랜드로 대박을 쳤다.

「제이에스티나」는 주얼리 성공에 이어 핸드백까지 런칭하고 미국 소호까지 진출한다. 올해 로만손의 예상 매출액은 1200억원, 영업이익 117억원,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10.3%다. 이 중 시계 수출 부문이 2500만달러(약 300억원)를 차지한다. 2015년에는 3000억원을 내다본다. 이 같은 성공을 이끌어 낸 주인공은 바로 김기석 로만손 사장이다.

지인들은 그를 타고난 사업가라 평한다. 레드오션으로 보이는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 결국엔 블루오션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는 혜안을 「제이에스티나」로 검증했다. 김사장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로만손에서 탄생한 브랜드는 모두 토종이다. 이 때문에 로만손은 국내 패션계에 토종 브랜드의 가능성과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1988년 입사 → 2007년 사장으로 취임

또한 이 회사는 지난 1997년부터 세계 최대의 워치, 주얼리 박람회인 스위스 바젤월드 페어에 참가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유리 표면을 다이아몬드 형상으로 세공한 커팅 글라스 워치를 개발했고 또 국내 최초로 3.89mm의 초박형 슬림워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02년부터는 바젤월드 명품관에 유치되며 한국 브랜드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로만손의 오늘이 있게 한 주인공은 김기석 사장과 함께 이 회사를 창업한 김사장의 형 김기문 회장이다. 김기문•기석 형제를 포함한 총 직원 4명이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창업한 이 회사가 23년 만에 3000억원을 바라보는 패션 전문 기업으로 도약했다. 형과 시작한 첫 사회생활에서 그는 오너의 헌신과 열정, 그리고 아이디어를 함께했다.

김기문 회장은 무거운 샘플가방을 들고 세계를 누비다보니 오른팔이 늘어나 왼팔보다 2, 3㎝ 더 길 정도로 사업에 올인한 ‘무역계의 전설’이다. 이런 김회장과 함께 모든 것을 함께한 사람이 김사장이다. 김회장이 수출에 주력하던 지난 1995년 김사장은 로만손의 국내 사업부장을 거쳐 2000년에는 신규사업까지 맡았다. 다양한 도전 정신과 특히 「제이에스티나」의 성공, 「이에스돈나」 런칭 등의 화려한 성과를 거둔 김사장은 지난 2007년부터 로만손의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물론 김회장은 로만손의 회장으로서 김사장에게 영원한 멘토이다.

단독 경영에 나선 리더로서의 지난 4년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김사장은 결과물로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현재 로만손의 전개 브랜드는 「제이에스티나」 「이에스돈나」 「로만손」 등이다. 그 외 시계 편집숍 ‘더와치스’ 등 추가 사업들이 함께 추진 중이다. 김사장이 취임 이후 시작한 「제이에스티나」의 성장세, 그리고 또 한 번의 핸드백 신규사업과, 시계 편집숍 등의 새로운 도전! 무엇이 김사장을 도전하게 만들고 결과물을 영글게 하는 것일까?

2015년 3000억원 토털 패션으로 도전~

연애와 사업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타이밍일 것이다. 그 타이밍을 핸들링할 줄 아는 김사장의 자신감은 기발한 발상 그리고 절묘한 선택 등으로 이어졌다. 그중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슈는 김연아 선수의 캐스팅이 아닐까 싶다. 2008년 김연아 선수를 처음 발탁할 때도 패션 마케팅 업계는 의아해했다. 가수, 탤런트 등 연예인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대다수의 선택과 달리 스포츠 선수를 기용한다는 것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김사장은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스포츠가 당시 국내에선 널리 알려지지 않은 분야였지만 빙판이라는 환경 속에서 발산하는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이며 예술적인 감성으로 풀어낼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피겨스케이팅이다. 그중 김연아 선수는 티아라, 여왕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고 그 당시 국내를 넘어 해외 비즈니스의 물꼬를 터야 하는 타이밍이라 글로벌로 활동하는 김선수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으며 시너지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로만손의 주얼리 사업 부문은 2006년 220억원 수준이던 외형이 2009년에는 577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손연재 효과까지 중첩되면서 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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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스포츠 = 김연아 = 티아라 매출 견인

김 사장의 타이밍 적절한 결단은 뉴욕 비즈니스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토종브랜드의 해외 진출 순서가 대형 플래그십숍이나 현지의 유명 백화점에 입점해 이슈몰이를 기대하는 식이었다면 「제이에스티나」는 반대다. 여러 방송과 매체, 셀러브리티 등의 입소문을 타고 ‘도대체 정체(?)가 무얼까?’라는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물밑 작업(?)부터 시작했다. 입지 선정도 김사장이 선택한 수순이었다.

“‘해외에 매장을 연다’는 사실 하나를 국내 마케팅 도구로 이용하길 원하지 않는다. 실질적인 현지의 비즈니스를 원한다”는 것이 김사장의 설명이다. 3월에는 미국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메리칸 넥스트 톱 모델(America’s next top Model)’에서 「제이에스티나」를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를 가진다. 「제이에스티나」 심벌인 티아라를 특수 제작해 최종 승자와 출연자에게 수여하는 방식이다.

수여하기 전 「제이에스티나」에 대한 ‘공주 스토리’를 영상으로 시청자들에게 소개한 후 진행되는 순서이기에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김사장이 뉴욕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벌써부터 번지기 시작한 현지의 카피 문제 때문이다. 현재 미국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는 「제이에스티나」의 카피 제품이 확산되기 전에 서둘러 오리지널리티를 확고히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이 브랜드를 선호하던 유학생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구매하고 싶어도 구매하기 어려운 심리를 이용해 불법으로 만들어진 작은 시장이다. 김사장이 선택한 「제이에스티나」의 첫 매장은 뉴욕 소호(SOHO)가 될 예정이다. 4월에 문을 열며 내년 말에는 로스앤젤레스에 2호점을 열어 미국 동부와 서부를 동시에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제이에스티나」 뉴욕 진출, 핸드백까지

「제이에스티나」는 이처럼 미국 진출로 영토를 확장하는 것뿐 아니라 조심스럽게 핸드백 시장에도 노크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다. SLG(지갑 등 Small Leather Goods) 중심으로 시작한 「제이에스티나 백스(J.ESTINA BAGS)」는 아이폰케이스가 품절일 정도로 소품 구매력이 높다. 「이에스돈나」는 방향을 터닝해 파인 주얼리의 정수를 선보인다. 「로만손」은 국내 시계 시장의 컨디션에 맞게 단독숍보다 편집숍의 구성으로 다채로운 브랜드들과 조합해 힘을 합쳤다.

탄탄한 브랜드 스토리를 가진 「제이에스티나」는 서브 라이선시 러브콜도 쇄도한다. 이탈리아 공주 ‘조반나’에서 영감을 얻어 2030세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진 판타지를 절묘하게 자극했고 주얼리라는 아이템으로 연결했다. 이 같은 차별화된 DNA 때문에 「제이에스티나백스」의 행보도 기대를 모은다. 「제이에스티나백스」는 4월부터 백화점, 프레스를 대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제이에스티나」 매장 중 대형숍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시작한 소품의 소비자 반응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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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라 패션잡화 부문에서 손꼽히는 조보영 상무(전 「MCM」 디자인 디렉터)를 영입해 진정한 CD의 감투를 내주었다. 단순히 디자인 작업에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 MD, 프로모션, 영업까지 브랜드 운영에 필요한 A부터 Z까지 역할을 조상무에게 일임했다. ‘제이에스티나주얼리’ 사업부와 분리해 ‘제이에스티나백스사업부’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모 브랜드인 「로만손」은 국내 명품 시계를 이끌었으며 현재 로만손의 존재 이유기도 하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변한 오늘날 「로만손」은 동시대 패러다임의 맥락에 합류했다.

더 이상 「로만손」 하나로만 설 수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우리의 브랜드로 우뚝 서고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포부는 국내 유통 환경을 이기지 못했다. 수입 브랜드에 대한 요구가 높았고 갖고 있는 수입 브랜드가 없으며 유통 진입이 힘들었다. 결국 수입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으면 MD 환경에서 수입 브랜드에 좋은 자리를 다 내주고 ‘서브’가 되는 꼴밖에 안됐다. 수입 브랜드의 선택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고 김사장은 고백한다.

국내 유통 현실, ‘더와치스’로 윈윈 전략

이에 대한 김사장의 선택은 시계 전문 편집숍이다. 「로만손」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브랜드와 믹스해 좋은 자리도 차지하고 브랜드 가치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작년부터 준비한 ‘더와치스’(The Watches)는 세계적인 주얼리 & 시계 브랜드들의 축제이자 페어인 스위스 바젤월드(www.baselworld.com)에 「로만손」과 함께 구성한다. 구성 브랜드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특징인 「프리미어」, 여성미를 강조한 「제이에스티나」, 유로피안 디자인을 표방한 「트로피쉬」 등이 있으며 스위스 수입 브랜드로는 「모바도(MOVADO)」 「알펙스(ALFEX)」 「마빈(MARVIN)」 등이다.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군으로 20대부터 40대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와치스’는 지난해 11월 AK플라자 수원점을 시작으로 지난 2월 롯데 노원점과 전주점을 열었고 올해 롯데백화점을 중심으로 입점을 확대한다. ‘더와치스’는 로만손 시계가 처음으로 백화점에서 판매한다는 점과 스위스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한다는 의미를 지니기도 하다. 김사장은 지금껏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없는 리더다. 분명 선택의 순간에는 여러 경우의 수가 있었고 선택에 따른 예기치 않은 복병도 뒤따랐다. 해외 라이선스 비즈니스가 그랬고, 미국 진출이 그랬다.

신규사업 부담, 여유와 의연함으로 전환

이럴 바엔 직접하자’라는 의지가 앞섰고 의지를 실천하면서 유럽, 미국 등 진출국, 편집숍, 유명백화점, 단독 매장 등 업태 등 다양한 선택 앞에 섰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밝히기에 앞서 김사장은 「스와로브스키」의 사례를 꺼냈다. ‘패션’과 친해 보이지 않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전 세계인들을 사로잡은 원동력을 주목한다는 것이 그 요지다.

원석 하나로 다양한 버전의 발전과 발견을 거쳐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만 기억할 수 있는 정확한 브랜드 이미지, 그리고 과감한 투자라는 것. 그의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시점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브랜드가 가진 다양한 요소를 끄집어내 하나씩 발전시켜 간다는 방식이 김사장이 설명하는 ‘안정화’의 법칙이다. 새로운 도전에 인색하지 않은 김사장의 선택과 타이밍, 그 다음은 무엇이 될지 기대된다.

김숙경 발행인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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