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스퀘어, 절반의 성공?
bkpae|10.08.01 ∙ 조회수 1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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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국내에 쇼핑센터는 시기상조다.” “타임스퀘어 같은 곳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 초기부터 쇼핑센터 개념으로 지난해 9월에 문을 연 타임스퀘어(대표 김담)에 대한 패션계의 평은 지금까지 극과 극이다. 개발 기간 7년, 연간 총 매출 목표 1조3000억원, 총 투자비 1조2000억원(자사 소유 토지가치+공사비), 영업개시 즉시 흑자 모델, 6년이면 투자비 전액 회수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그동안 국내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타임스퀘어이기에 반응이 이처럼 첨예하게 갈리는 것은 다소 의외다.
타임스퀘어는 현재 9개월의 영업일 수를 넘겼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발생한 패션 매출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지난 9개월 동안 발생한 총매출은 7200억원이다. 이 가운데 키앵커로 입점한 신세계 영등포점은 3300억원, 이마트는 1200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이 두 앵커를 뺀 순수 타임스퀘어의 매출은 2700억원이다.
이곳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 수는 60개로 매출 비중은 40%다. 이를 토대로 하면 이곳에서 발생한 9개월 동안의 패션 브랜드 매출은 11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1500억원에 약간 못 미친다. 이를 백화점과 비교하면 이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연간 4000억원의 외형을 올리는 롯데 영등포점의 경우 패션 매출 비중은 70%로, 연간 2800억원이다. 신세계 영등포점의 리뉴얼 오픈 후 1년 간 목표는 4500억원이며, 패션 매출 비중은 65%로 연간 3000억원이다.
신세계百 제외한 쇼핑몰 매출은 2700억
언뜻 봐도 타임스퀘어에서 발생하는 패션 매출은 같은 상권에 포진한 백화점에 비해 외형이 절반 수준으로, 오픈 당시 숱한 기대를 저버리는(?) 실적을 보여 주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결과치를 위해 면적당 효율로 환산해 보자. 롯데 영등포점의 패션 부문 영업 면적은 1만6000㎡(약 5000평), 신세계 영등포점의 경우 2만㎡(6000평)다. 연간 3.3㎡당 매출은 각각 5억6000만원과 5억원이다. 10만㎡(3만평)의 패션 부문 영업 면적을 가져가는 타임스퀘어의 연간 3.3㎡당 매출은 5000만원으로 백화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금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 같은 데이터로 인해 타임스퀘어를 비롯한 국내 쇼핑센터의 ‘시기상조’나 ‘무용론’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한 패션 최고경영자(CEO)는 “백화점은 궁극적으로 임대수익으로 움직이나 매출과 외형이라는 확실한 핵심성과지표(KPI)로 움직인다. 이 지표는 결과적으로 브랜드와 함께 공유하는 것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유통 자사 점포마케팅과 그 안에 포함된 브랜드 매장 마케팅 등을 모두 병행한다. 이것이 아직까지 국내에서 백화점을 제1유통권으로 불리게 하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반면에 타임스퀘어는 이 KPI가 점포의 총 매출이 아닌 임대수익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매출과 효율 면에서 백화점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CEO는 “지금의 백화점은 과거에 비해 관리와 운영을 중시한다. 최근 신규 오픈 백화점을 기준으로 이 관리와 운영을 위해 한 점포에 투입되는 인력은 200명 안팎이다. 반면에 타임스퀘어를 비롯한 쇼핑센터의 경우 총 40~50명 수준으로 백화점의 4분의 1도 안 된다. 이 가운데 설비관리 인력을 제외한 실제 쇼핑과 고객을 위한 관리인력은 10명 안팎이다. 또한 백화점과 비교할 때 MD 교체라는 개념이 사실상 없어 조닝 운영과 구성 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애초에 임대가 아닌 분양 형식으로 움직였다면 오히려 이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관리인원 백화점의 1/20 수준?
과연 국내에 쇼핑센터는 이들의 말대로 시기상조인 것일까.
“타임스퀘어는 국내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로 기존 코엑스몰과 조만간 오픈할 일산 레이킨스몰과는 다르게 분양이 아닌 임대 형태를 띤다. 이 때문에 국내 대다수의 브랜드 관계자들에게 혼선을 빚을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다. 백화점에서는 마케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다. 이것에 길들여진 브랜드들에 타임스퀘어는 ‘미완의 대기’일 뿐이다. 또한 평 효율에 목숨을 거는(?) 백화점과는 달리 쇼핑센터는 외형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도 다른 점이다.”
이 CEO는 “백화점과 동일한 상품기획과 마케팅 등 쇼핑센터 체제에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은 채 타임스퀘어에 입점한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외국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현재 테넌트 운영을 하는 백화점은 한국이 유일하다. 국내의 백화점은 자체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매출을 발생케 해야 생존이 가능한 구조다. 여기에 익숙한 국내 브랜드들은 백화점 이외의 유통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이 약하다. 반대로 차세대 유통을 준비하고 백화점과는 다른 시각과 전략으로 접근한 브랜드들은 현재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라」 월평균 9억원대 ‘기대 이상’
타임스퀘어에서 시간이 갈수록 매출이 상승하거나 기대 이상으로 나오는 매장을 살펴보자. 대표적으로 「자라」와 「유니클로」가 있다. 1200㎡(370평) 규모로 타임스퀘어 1층에 입점한 「자라」는 지난해 오픈 초기(9~12월)에 월평균 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시즌오프에 들어간 올해 1월 14억원으로 꼭짓점을 찍었고 그 후로 다시 9억원대를 기록했다. 오픈 1년이 채 안되는 시점이어서 전년 대비 데이터는 없지만 객단가가 높은 F/W시즌과 상대적으로 낮은 S/S시즌의 매출 변동이 거의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패션계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F/W시즌과 S/S시즌의 매출 비중 6대4를 적용하면 사실상 매출 상승인 셈이다. 또한 「자라」의 경우 오픈 초기 기대치는 월평균 7억원이었다.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월평균 2억원이라는 기대 이상의 플러스 매출이 발생했다. 현재 이 매출에 고무돼 있는 「자라」는 이 매장에서 연간 1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1120㎡(340평) 규모로 올해 2월 말 타임스퀘어 지하 2층에 입점한 「유니클로」는 3~5월에 월평균 10억원을 기록했다. 이 3개월 간 매출 편차도 1억원 이상 나지 않아 안정적이다. 유일하게 9억원대를 기록한 올해 4월에는 물량 부족이 10억원의 매출을 가로막은 유일한 원인이었다. 「유니클로」가 입점한 위치는 상식적으로 이러한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 있어 다른 브랜드에서도 입점 자체를 꺼려 하던 자리라는 것이 더욱 놀랍다.
「유니클로」 오픈 3달 간 30억원 넘겨
「자라」와 「유니클로」는 세계적으로도 손꼽는 글로벌 SPA 브랜드로 이미 쇼핑센터 환경에 단련될 만큼 단련된 브랜드다. 이 브랜드들이 시사하는 바는 실로 크다. 이 밖에 「갭」은 오픈 초기 3억원대에서 현재 4억원대를 바라보고 있으며, 「망고」도 2억원대 초반에서 3억원대 후반으로 2배 가까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해외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준비된 브랜드들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필요해 하던 것은 단지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의 타임스퀘어 행보를 보면 글로벌 브랜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총 60개의 패션 브랜드 가운데 실적이 오픈 초기에 비해 20% 이상 상승한 브랜드는 40개, 매출 유지 상태인 브랜드는 10개였다. 나머지 10개 브랜드만이 오픈 초기에 비해 실적이 악화됐다. 이 실적이 악화된 10개 브랜드를 제외한 50개는 F/W시즌 전년 대비 데이터가 나오는 시점부터 실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사실상 80% 이상의 브랜드가 실적 향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데이터가 직접적으로 타임스퀘어를 비롯해 앞으로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임대형 쇼핑센터의 성공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백화점식 평 효율 계산법에 길들여진 국내 대다수의 브랜드 관계자들에게 쇼핑센터는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백화점에서 성공한 브랜드가 쇼핑센터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쇼핑센터에서 성공할 만한 브랜드는 백화점에서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한 가지 단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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