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상징하는 ‘픽시 패션’ 뜬다.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10.07.12 ∙ 조회수 4,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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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자전거가 그냥 커피라면 픽시는 TOP야’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픽시 열풍이 유럽 호주 일본을 거쳐 한국에 상륙했다.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구 압구정을 중심으로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던 픽시 라이더는 올해 급격히 늘어나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유명 커뮤니티에는 회원만도 2만5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심플한 차체에 바퀴와 싱글기어가 전부인 픽시는 뉴욕의 가난한 메신저들이 버려진 중고 자전거를 개조해 사용한 것에서 유래됐다. 브레이크도 없는 픽시에 몸을 싣고 뉴욕의 상징, 옐로캡(택시) 사이를 자유롭게 날듯이 달리는 그들의 모습은 젊은이들을 매혹시켰다. 둥둥 걷어올린 바지자락과 메신저백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뜨거운 패션으로 떠올랐고, 그들만의 스트리트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본지에서는 한국에 불어닥친 픽시 열풍과 해외의 모습을 짚어 보고 「NSW」 「스투시」 「슈프림」 「반스」 등 픽시 라이더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를 살펴본다.

겉멋 No! 픽시, 트렌드 이끌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캐주얼 패션 상품은 무엇일까. 스키니나 배기 팬츠, 백팩, 보드화? 전부 아니다. 오히려 이들 상품을 더욱 돋보이게 해 주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픽시(픽스드 바이크)다. 심플하기 짝이 없는 이 자전거가 옷깨나 입는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고 있다. 맥밀런 영어사전은 2008년 인터넷판에서 픽시의 정의를 ‘바퀴 달린 것 가운데 가장 쿨한 것은 페라리도, 람보르기니도 아닌 픽시’라고 내려놓았을 정도다.

우리나라 패션 1번지라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을 돌아다니다 보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알록달록한 픽시를 탄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심플한 디자인에 각양각색의 색깔을 하고 있는 픽시는 발견되는 족족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픽시를 타고 있거나 가지고 있는 이들의 패션 스타일이다.

스키니한 팬츠에 컬러풀한 티셔츠나 셔츠를 기본으로 개성을 드러낼 만한 액세서리를 하고 메신저백을 멘듯한 그들의 모습은 스타일리시함의 정석을 보여 주는 듯 하다. 픽시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픽시가 자전거라기보다 패션 상품으로 보일 정도다. 또 알고 보면 픽시를 즐기는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실제로 패션에 관심이 많고 이들이 처음 픽시를 접하게 된 이유도 예쁜 자전거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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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시 트랜디 아이템으로 자리잡다
이 때문에 픽시와 픽시를 타는 이에 대한 편견도 많다. 그 가운데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 편견은 ‘겉멋’이라는 것이다. 기어 변속을 하지 않으면 쉽게 달리기 어려운 우리나라 지형에서 픽시로 라이딩하기란 연습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이 이러한 편견을 더욱 부채질한다.

직접 픽시를 타는 라이더들도 이 편견에 대해 반은 수긍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처음 픽시를 접한 이유가 ‘겉멋’ 때문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그러나 타다 보면 쉽지 않은 라이딩 방법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꾸준히 타는 사람들은 마니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픽시 라이더를 겉멋 든 사람이라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항변한다.

원초적인 자전거의 모습으로 미니멀리즘 유행에 완벽하게 부합하며 타는 것이 아니라 갖고 다니거나 갖고 싶은 자전거로 자리 잡은 것이 픽시다. 픽시를 위험하고 겉멋에 치중하는 자전거라고 치부하는 이가 많지만 그들 역시 픽시가 우리나라 자전거 문화에 다양성을 불어 넣었다는 사실만은 인정할 것이다.

스포츠&캐주얼 브랜드, 픽시 패션 잡아라!
픽시가 있기 전의 국내 자전거 문화에는 MTB나 미니벨로를 이용한 출퇴근 및 산책과 같은 라이딩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 일부 액티브 아웃도어를 즐기는 이들이 험한 산자락에서 산악 자전거를 타거나 스트리트 익스트림 스포츠로 BMX를 타며 트랙을 즐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최근 자전거도로가 확장되고 친환경 마인드가 확산되면서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많이 늘었지만 우리나라 자전거 문화의 다양성은 확보되지 않았다.

그러나 픽시가 도입돼 인기를 얻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특히 픽시가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과 만남을 이루면서 다양성을 향한 움직임도 함께 시작됐다. 그 예쁜 모습에 반한 사람들이 라이딩용으로 타다가 깊이 빠져들면서 픽시를 이용한 트릭에 재미를 붙이고, 이런 사람들이 모여 크루를 형성하는 등 픽시를 바탕으로 한 문화를 만들어 가게 됐다.

패션업계에도 이 같은 움직임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특히 캐주얼과 스포츠 업체에는 절호의 기회다. 최근 들어 10대는 물론 정장을 주로 입던 20~30대가 스포츠와 캐주얼 착장에 무한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바탕에는 픽시 라이더들의 패션 스타일이 주는 신선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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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키포인트는? ‘깔맞춤’의 매력
픽시를 타고 다니든 가지고 다니든 픽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대부분 패션에 민감하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또 특징이나 개성이 뚜렷하다. 픽시가 뉴욕의 메신저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에 라이더들의 패션 역시 메신저들의 패션에서 착안된 것이 많다. 바지 끝단이 체인에 걸려 더러워지거나 위험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바지 끝을 끈으로 묶거나 둘둘 말아 올려 입고, 스키니한 팬츠를 입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자신의 픽시와 컬러를 맞춘 티셔츠를 매치하고 자전거 페달 스트랩에 발을 끼우기 편한 편평한 스니커즈를 신는 것이 정석이라 할 만한 스타일이다. 픽시를 즐기는 유형에 따라 패션 스타일도 약간 다르다. 일반적인 라이딩만 하는 이들은 화려하고 통통 튀는 컬러의 픽시를 타며, 메신저백 모자 등과 가죽팔찌 등 액세서리를 완벽하게 갖춘다. BMX 자전거처럼 픽시를 트릭(묘기)용으로 타는 이들 역시 패션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팔찌 등 액세서리 대신 손목보호대를 착용하며, 좀 더 간소한 스타일로 옷을 입는 것이 조금 다르다.

대부분 정장에 흥미를 잃은 이들은 입을 옷은 없는데 옷을 살 곳도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 이들에게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이 이 같은 픽시 라이더들의 패션이다. 특히 너무 캐주얼하지 않고 포멀하지도 않으면서 자유롭고 개성 넘치며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들의 스타일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픽시를 즐기는 주 연령대가 20~30대 초반이라는 것 또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히스토리·컬처 없는 브랜드는 외면 당해
픽시 라이더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대부분 브랜드 자체적으로 문화적 기반이 있고 색이 분명한 스트리트 캐주얼이다. 이런 색을 띠고 있는 국내 브랜드가 많지 않은 관계로 픽시 라이더 역시 ‘카시나’ 등 편집숍을 통해 해외 수입 브랜드의 옷을 즐겨 입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표방하고 10대를 겨냥한 「팬콧」 등 브랜드가 등장해 10대 청소년들에게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스토리와 문화적 기반을 중요시하는 픽시 라이더들에게는 외면당하고 있다.
또 올해 들어 「EXR」 「후부」 등 브랜드들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의 디자이너나 스트리트 아티스트들과의 조인을 통해 스트리트 캐주얼 색을 띠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효과나 영향력이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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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 도대체 정체가 뭐야?
싱글 기어에 바퀴와 몸통만 남은 픽시는 옛날 자전거 모습이다. 1896년 페달을 밟지 않고도 구르는 ‘프리휠’ 자전거가 나오기 전까지 모든 자전거는 픽시였다. 그러나 프리휠이 일반화되고 27단에 이르는 다단기어 자전거까지 나오면서 픽시는 경륜에만 사용하는 특수 자전거가 됐다.

픽시를 대중적으로 부활시킨 것은 미국 뉴욕의 메신저들이었다. ‘미국판 택배 기사’라 할 수 있는 이들은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자전거를 탄다. 당연히 가볍고 빠르면서 고장나도 쉽게 수리할 수 있는 자전거가 필요했는데 단순한 구조의 픽시가 알맞았다.

가난한 이들은 버려진 경륜 자전거를 구하거나 중고 자전거를 단순하게 개조했다. 그리고 브레이크도 없는 경륜용 자전거에 몸을 싣고 옐로캡(택시) 사이를 묘기하듯 달렸다. 젊은이들은 날 듯이 질주하는 모습에 매혹됐고, 서서히 픽시 마니아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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