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폴로」, 드디어 직진출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
10.02.08 ∙ 조회수 3,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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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폴로」의 직진출이 이뤄진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고 백화점 유통 입장에서는 그저 그렇다. 미국 본사의 풍부하고 원활한 물량과 다양한 상품으로 고객들은 훨씬 다양한 상품을 원하는 만큼 살 수 있어 만족스럽지만 백화점은 콧대 높은 미국 본사가 수수료 인하와 넓은 매장 등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할 것이 뻔하다.
그동안 직진출 여부로 말이 많던 「폴로」가 직진출 쪽으로 확실히 기울고 있다. 지난해 말 종결될지 모른다던 라이선스 계약은 일단 올해까지 두산의류가 연장했으며, 상품 발주까지 마쳤다. 예년 같으면 5년씩 장기 계약을 했을 테지만 단 1년이라는 기간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처럼 불안감을 조장한다. 이를 염두에 둔 탓인지 두산의류는 유례없는 대규모 할인행사로 재고를 소진하는가 하면 내부 인원들이 헤드헌팅 시장에 나온다는 설도 나돌았다.

콧대 높은 수입 브랜드 추가!, 백화점 시큰둥
「폴로」의 직진출 만큼이나 이슈가 되는 것은 수입 명품 조닝으로의 이동이다. 지난해 말 두산의류는 백화점 측에 황당한(?) 요구를 해 왔다. 「폴로」가 이제까지 트래디셔널(TD) 캐주얼존에 구성돼 이미지가 한쪽으로 굳어지는 결과를 낳았으며, 블랙라벨 퍼퓸라벨 등 컬렉션 라인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전체 컬렉션으로 꾸민 대형숍을 명품 브랜드와 함께 구성해 제대로 경쟁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두산의류 측은 앞으로 신규 입점하는 점포의 경우 이 점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기존 점포들은 1층 명품존까지 이동하기 힘들다면 적어도 수입 컨템포러리군과 나란히 하겠다고 전했다. 국내 TD 시장의 대명사로 30여 년 동안 명성을 이어온 「폴로」가 갑자기 명품이라니.

잘나가는 TD 시장에 찬물 끼얹나
이에 대해 백화점의 한 바이어는 “이때까지 「폴로」가 시장을 리드해 온 건 사실이지만 TD군에서 브랜드 로열티를 갖는 것이지 명품존에서도 통할지는 의문”이라면서 “현 시장에서 「폴로」를 위해 밀어낼 만한 명품 브랜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어는 “다른 나라에서는 몰라도 국내에서 「폴로」 하면 피케셔츠와 치노팬츠인데 명품 존에 들어가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두산의류 측은 새로 오픈하는 점포부터 시작해 명품 브랜드로 키울 계획으로 있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매장을 뺄 수도 있다고 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수입 조닝에서 ‘랄프로렌’ 디자이너의 이름으로 한 전 라인을 보여 주는 것은 새로운 MD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높인다. 이를 반영해 롯데백화점은 이번 MD에서 울산점 1층에 「랄프로렌폴로」의 토털숍을 열기로 했다. 또 스타시티점은 남성 TD군이 층을 이동하는데 「폴로」만 그대로 남겨뒀다. 그곳은 남성 수입 브랜드군이다.
신세계나 현대백화점은 아직 「폴로」의 조닝 이동에 구체적인 답변을 주지 않았지만 매출 파워를 갖고 있는 브랜드에 결국 끌려가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폴로」의 토털숍을 구성하려면 풀어야 할 문제점도 많다. 남성 여성 데님 아동복 등 쪼개져 있는 전 라인을 하나로 모으려면 기존 매장에 대체할 만한 브랜드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그만한 브랜드 충성도와 매출을 올릴 만한 데가 없다. 특히 남성 TD는 전체 시장에서 매출 25~3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어서 「폴로」가 빠지면 타격이 크다.
「폴로」의 행보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울 것 같은 「빈폴」은 의외로 담담하다. 「폴로」가 직진출한다 해서 시장 파괴력이 커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 본사의 자금 사정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태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긴장을 숨길 수 없는 것은 그동안 「폴로」 옆에 붙어 성장한 브랜드로서 TD에서 「폴로」가 빠져 나갈 경우 브랜드 레벨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게다가 「폴로」가 빠진 만큼의 매출을 「빈폴」과 나머지 브랜드들이 나눠 먹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팥소 빠져 나간 찐빵’처럼 밋밋한 TD군이 되지 않겠냐고 걱정스러워 한다.
TD존에서 「폴로」의 대체 브랜드로는 「라코스테」 「타미힐피거」 「헤지스」가 유력하다. 「빈폴」과 달리 이들은 위기이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빈폴」 옆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의 싸움이다. 지난해 매출 신장이 가장 높고 차별화한 유러피안 TD의 「라코스테」, 「폴로」 같은 아메리칸 스타일의 「타미힐피거」, 「빈폴」 같이 라인 익스텐션된 토종 TD 「헤지스」 가운데 어느 브랜드가 될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두산, 계약 연장에 안간힘 쓰며 속앓이
지난해 「폴로」는 전 라인을 포함해 172개점에서 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해외 브랜드 가운데 이만한 파워로는 유일무이하다. 남녀노소가 모두 입을 수 있는 패밀리형 브랜드인 데다 유행도 타지 않는 이 브랜드는 여러 업체가 탐낼 정도로 충분한 매력이 있다. 「폴로」의 직진출과 더불어 국내 전개사가 바뀌는 얘기도 오갔으나 직진출이 아닌 경우에는 두산의류와 계약을 이어가기로 했다.
두산은 이제 「폴로」와 어떻게 하면 기간을 연장할지로 고민에 싸였다. 이번에 명품존으로의 이동은 미국 「폴로」가 요구하는 바이다. 두산은 이 같은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면서 파트너십을 탄탄히 하려는 속셈을 깔고 있다. 또 백화점과 명품으로의 조닝 이동을 핑계로 기간을 최대한 끌어 남은 기간의 이득을 챙기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폴로」가 직진출하면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지금보다 업계에서 파워가 강해질 것이다. 먼저 원활하고 풍부한 물량 공급만으로도 매출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폴로」는 그동안 물량에 따른 매출이 들쭉날쭉했다. 직진출하면 이 부분은 확실히 개선돼 안정적인 매출이 일어날 전망이다. 또 더욱 다양한 상품 종류를 만날 수 있고, 본사의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까지 병행돼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된다. 국내 「폴로」 팬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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