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지고 글로벌 SPA 뜨고~

10.03.03 ∙ 조회수 1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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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5일 일본 도쿄 긴자의 주오도리에 아시아 최초의 「애버크롬비&피치」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했다. 고급 쇼핑거리로 잘 알려진 긴자는 「자라」 「H&M」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의 대규모 매장이 차례차례 들어서면서 럭셔리 브랜드와 글로벌 SPA형 브랜드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일본에서 급성장한 쇼핑센터형 상업 빌딩은 와코, 미쓰코시, 마쓰야, 마쓰자카야 등 오랫동안 긴자의 랜드마크로 있어 온 백화점을 위협한다. 이러한 긴자 상권의 변화에 따라 럭셔리 브랜드와 백화점을 고집하던 보수적인 소비자들로 이뤄진 긴자의 이미지도 글로벌 SPA 브랜드와 쇼핑센터를 찾는 새로운 젊은 소비자들의 유입으로 한층 달라지고 있다.
이와 같은 긴자의 변화 속에 럭셔리 브랜드가 고전하는 한편 「갭」이나 「유니클로」 「포에버21」 「H&M」같이 비교적 저렴한 브랜드가 공격적으로 확대 전략을 펼치는 양상이다. 12년 연속 백화점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한편 쇼핑센터가 새로운 주요 유통망으로 급성장하며 주목받는 등 현재의 일본 패션 및 유통 시장의 중요한 흐름을 요약해 보여 주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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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긴자 플래그십 자리에 「갭」이?
이를 증명하듯 내년에는 「갭」이 긴자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다. 입점이 예정된 곳은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휼릭스키야바시 빌딩(가칭).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빌딩은 「루이비통」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입점하기로 했다가 취소한 곳이다. 2000㎡가 넘는 세계 최대 규모(현재 파리의 최대 규모 매장이 1800㎡)로 계획된 이 매장은 지난 2008년 말 경기 침체와 소비 불황, 특히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 감소세를 이유로 백지화됐다.
지난해 3월 초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갭」의 새로운 긴자 플래스십 스토어는 「루이비통」의 계획과 비슷한 2062㎡ 규모로 지하 4층~지상 11층 건물의 1~4층에 자리잡을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7일 하라주쿠역 앞 「콤사」 브랜드 빌딩에 새롭게 오픈한 「갭」의 플래그십 하라주쿠점(1924㎡)보다도 큰 규모다. 휼릭스키야바시 빌딩은 「에르메스」 「구치」 「조르지오아르마니」 「디오르」 등 럭셔리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빌딩이 늘어선 긴자의 하루미도리에 위치한다.
비록 이 사건이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지금까지 고급 제품을 구입하던 일본 부유층이 소비를 축소하고 있는 현재 일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또한 기존에 럭셔리 브랜드로 가득 찼던 긴자의 변화 포인트를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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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센터형 상업빌딩, 랜드마크 백화점 위협
2003년 「자라」가 일본에 상륙함으로써 시작된 긴자의 양극화 경향은 2005년 「유니클로」의 긴자 진출로 이어졌고, 2008년 9월 「H&M」과 또 하나의 「자라」 매장이 잇달아 오픈하면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유니클로」가 매장 면적을 약 1.6배 확장했으며, 12월 15일에는 「애버크롬비&피치」가 오픈했다. 올 봄에는 마쓰자카야 백화점 내에 「포에버21」 매장 오픈이 예정돼 있으며, 내년에 「갭」까지 가세한다면 오래 세월 럭셔리 브랜드로 대변되던 긴자 이미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지도 모른다.
또한 이들 글로벌 SPA형 브랜드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스타일로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와의 지속적인 콜래보레이션으로 럭셔리 브랜드 소비자들마저도 흡수하려 하고 있다. 그동안 「칼라거펠트」 「스텔라매카트니」 「빅터&롤프」 「콤데가르송」 등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라인을 기획해 온 「H&M」은 지난해 가을 「지미추」와의 콜래보레이션 라인을 선보였다. 같은 시즌에 「스텔라매카트니」는 「갭키즈」와 「갭베이비」를 위해 디자인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유니클로」도 「질샌더」와의 제휴를 통해 탄생한 「+J」라인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15일 긴자에 오픈한 「애버크롬비&피치」 매장은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이 매장은 「애버크롬비&피치」의 공식적인 아시아 지역 첫 진출이며,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런던 밀라노에 이은 전 세계 다섯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다. 오픈 당일에는 오전 11시 오픈 전부터 주오도리를 따라 고객들의 긴 행렬이 만들어졌고, 취재진마저 몰려듦으로써 혼잡한 상황이 빚어지자 경찰이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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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버크롬비&피치」 아시아 첫 매장 오픈
오픈을 기다린 고객들은 약 800명으로, 세 블록에 걸쳐 300m가 넘는 줄이 만들어졌다. 선두에 선 고객은 전날 아침부터 꼬박 하루를 넘게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선착순 500명에게는 180cm에 이르는 대형포스터가 증정됐다.
개장 시간이 되자 고객들은 20명씩 나누어 매장 앞에서 1분 가량 촬영 시간을 가진 뒤 매장으로 입장했다. 입구 양쪽에는 스토어모델 두 명이 “헤이 가이즈”라고 인사하며 매장에 들어서는 고객들을 맞았다. 이들 스토어 모델은 점원으로서의 업무보다는 인사를 하거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등 고객들이 매장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오픈 5일 전부터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들 스토어모델 10여 명이 근육질의 상반신을 노출시킨 채 매장 밖으로 나와 포즈를 취하는 퍼포먼스가 펼쳐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애버크롬비&피치」는 기무라 다쿠야 등 인기 연예인이나 유명 운동선수들이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TV나 잡지를 통해서도 자주 소개돼 일본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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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일대서 가장 높은 빌딩 위용 ‘당당’
구매 대행 사이트에서도 높은 매출을 보이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이며, 하와이 등 미국을 여행할 때 꼭 둘러보아야 할 쇼핑 스폿으로 여행 책자에도 자주 언급된다. 일본 법인이 설립된 것은 2005년으로, 당시 긴자에 대형 광고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유럽 진출이 우선시돼 연기됐다가 2007년에 이번 긴자 매장 오픈이 정식 결정됐기에 일본 소비자들의 기대는 한층 더 고조돼 있었다.
「애버크롬비&피치」 빌딩은 지상 12층, 높이 56m로 긴자 일대에서 가장 높다. 매장은 1~11층이며, 매장 면적은 973.73㎡(약 300평)로 알려졌다. 1층은 입구 공간, 2층은 데님바, 3~6층은 남성 아이템, 7층은 믹스, 8~11층은 여성 아이템으로 각각 구성됐다. 이번 일본 첫 진출에서 키즈 라인은 제외됐다.
후각 청각 시각으로 고객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브랜드 컨셉에 맞게 매장 입구에서부터 「애버크롬비&피치」 오리지널 향수의 향기가 코를 자극했고, 매장 내에 흥겨운 음악이 귀를 즐겁게 했다. 또한 ‘애버크롬비 & 비치 12월15일 긴자 오픈’이라는 광고로 포장된 트럭이 음악으로 울리면서 긴자 거리를 순회하며 더 많은 고객을 끌어 모았다. 본고장인 미국에서 매출 하락세 1위를 맞고 있고, 일본 진출 시기가 조금 늦었다는 의견과 함께 미국과 비교해 20~30% 비싼 가격과 매장의 한 층이 좁은 것을 단점으로 지적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번 「애버크롬비&피치」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은 캐주얼화로 향하는 긴자의 변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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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버21」 상륙 8개월, 놀라운 신화 쓰다
지난해 4월 29일 하라주쿠에 첫 매장을 낸지 이제 겨우 8개월만에 「포에버21」이 만들어 내고 있는 임팩트는 놀랍다. 바로 옆의 「H&M」 하라주쿠점의 매출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72억엔(940억원)으로, 이 정도만 해도 상당한 숫자인데 「포에버21」의 경우 무려 그 3배가 넘는 240억엔(3120억원)으로 추정된다.
「포에버21」 오픈 이후 하라주쿠 거리에서는 노란색의 쇼핑백을 든 수많은 사람과 자주 마주치게 되는 것도 다 이 브랜드의 인기를 실감케 해 주는 요소다. 단 하나의 매장으로 일본 패션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포에버21」이 이번 봄에 긴자 마쓰자카야 백화점에도 입점한다.
현재 일본에서의 인기를 감안해 매출 증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계획된 매장 편성이기 때문에 「포에버21」의 긴자 마쓰자카야 매장은 복층으로 구성되며, 면적도 일본 1호점인 하라주쿠 매장(약 1750㎡)보다 더 넓을 것으로 알려졌다.
역신장 백화점, 정리해고 비용삭감 영업단축
일본 경제산업성 경제산업정책국 조사통계부에서 발간한 상업판매통계월보에 따르면 2007년 백화점 총매출은 8조4652억1800만엔(110조4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 11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 일본백화점협회 매출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감소세는 2008년까지도 이어져 12년 연속이며, 월 매출로는 2009년 11월 매출까지 21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 업계에서는 정리 해고, 영업 시간 단축, 비품의 공동 구입 등 비용 삭감 정책이 계속 이어져 온 가운데 지난해 12월 17일 마쓰야 백화점도 인원 10% 삭감을 결정했다. 이는 2006년 5월에 한 차례 실시한 100명의 정리해고 수를 웃돈다. 그러나 백화점 업계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러한 매출 감소세에서 비용 삭감에 의한 이익 유지는 이제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쇼핑센터협회가 200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쇼핑센터의 2007년 매출은 27조1683억엔(353조1880억원)으로 2003년부터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경제산업성의 상업통계표를 보면 소매 매출에서 쇼핑센터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1994년 15.5%, 1999년 18.9%, 2004년 19.8%, 2007년 20.2% 등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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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센터, 트렌드 민감 세대 유입 늘어 신바람
2008년 말 기준으로 쇼핑센터 수는 2980개, 테넌트 수는 14만3999개에 이른다. 처음에는 온 가족을 타깃으로 하는 교외형 대규모 쇼핑센터의 성장이 주목됐지만 최근에는 집중된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도심형 쇼핑센터가 늘고 있다. 교외형 쇼핑센터 규모가 평균 6만㎡(최대 규모는 사이타마현에 있는 이온레이크타운으로, 21만8483㎡) 되는 것에 반해 도심형 쇼핑센터는 평균 8000㎡로 집약된 매장 구성을 갖추고 있다.
최근 긴자 유라쿠초역을 중심으로 속속 들어선 쇼핑센터는 20대 초·중반의 소비자,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쇼핑센터는 젊은 일본 여성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입점 계획이 세워지고, 이들의 취향에 맞춘 레스토랑 카페 등이 함께 구성돼 있다. 2007년 가을 마로니에 게이트(9월 1일)와 이토시아(10월 12일)가 잇달아 개장했고, 2008년 4월에는 글라세가 오픈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민감 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토시아의 메인 테넌트로 입점한 마루이 백화점은 20대 여성, 프랭탕 백화점은 2007년 가을 리뉴얼을 통해 이전의 긴자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시부야 109계 브랜드를 위주로 20대를 각각 대상으로 캐주얼 브랜드를 집약시켰다. 이로써 마로니에 게이트 등과 함께 젊은 여성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데 시너지 효과를 보이고 있다.

마루이와 프랭탕 百, 20대 여성 겨냥 리뉴얼
도쿄 긴자에는 상품의 회전율을 높여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글로벌 SPA형 브랜드의 대형 매장과 쇼핑센터가 들어서면서 럭셔리 브랜드와 백화점으로 만들어진 고급스럽고 보수적인 긴자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긴자의 변화는 현재 「H&M」 「포에버21」 「애버크롬비&피치」의 본격적인 일본 진출로 재편되는 일본 패션 시장 움직임의 요약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긴자의 상권 변화에도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 의류 시장 규모가 축소된 이유가 실제로 경기 불황에 의해 소비자 구매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아이템 수가 감소했다기보다 구입 아이템의 평균 단가가 낮아짐에 따라 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즉 상대적으로 저렴한 글로벌 SPA형 브랜드가 일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른 현상이라는 것.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나의 아이템에 투자하는 금액 기준이 예전에 비해 내려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 내수 시장의 변화에 따라 일본의 의류 회사에서도 「H&M」이나 「포에버21」를 의식한 새로운 브랜드를 전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2008년 10월에는 「마우지」 「슬라이」 등을 전개하는 바로크재팬에서 「아줄바이무지(AZUL by mousy)」, 지난해 9월에는 「프리스숍」 「핑키앤다이안」 등을 전개하는 산에이인터내셔널에서 「프리스마트」를 런칭해 나름대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유니클로」를 제외하고 글로벌 SPA 브랜드의 매출이나 매장 규모 면에서 경쟁이 될 만한 일본 브랜드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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