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다리에서! 레깅스 열풍~
대한민국 여성 중 레깅스 한 벌 없는 사람이 있을까? 10대들은 그들이 우상시 하는 걸그룹을 따라 하느라 독특하고 캐주얼한 레깅스를 입는다. 20~30대는 다리라인을 그대로 드러내며 섹시함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레깅스를 찾는다. 40~50대는 ‘쫄바지’라는 보온의 개념에 약간의 색다른 패션연출을 위해 여전히 레깅스를 입는다. 이렇듯 레깅스는 나이대를 불문하고 모든 여성이 ‘신는’, 아니 ‘입는’ 옷으로 자리잡으며 돌풍을 일으킬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레깅스 시장은 전 유통 채널에 자리를 잡으면서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국내 레그웨어 전문 브랜드인 「비비안」 「비너스」 「싹스탑」 등은 물론이고 라이선스나 직수입 형태로 진행되는 「아메리칸어패럴」 「안나수이」 「월포드」 등도 마찬가지다. 모든 브랜드가 2006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더블로 매출 신장을 이뤄왔다. 패션 양말을 중심으로 전개해 오던 「싹스탑」은 레깅스의 매출이 늘어나자 이 아이템을 회사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바라보고 있다. 2007년 한해 매출이 9000만원선이던 이 브랜드는 이듬해에 1억 9000만원대로 뛰어올랐고 지난해에는 49% 신장한 2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2억6000만원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가 아닌 수입브랜드 역시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월포드」는 레깅스가 주목을 받기 시작할 무렵인 2006년 6000만원의 매출로 시작해 지난 겨울 1억1000만원대로 2배 가까이 신장했다. 이와 함께 레깅스 전문 브랜드인 「블루메노붐」 등이 서울 명동의 눈스퀘어와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등에 오픈하며 인기를 끌고 있고, 레깅스 전문 온라인 쇼핑몰까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마켓 사이즈는 급속도로 확대됐다.
「월포드」 등 레그웨어 마켓 1500억원대
이처럼 레깅스가 파죽지세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열풍은 2006년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서 시작됐다. 기존에 추위를 막기 위해 겨울 시즌 상품으로 선보이던 레깅스는 덥고 습한 여름에도 이효리 서인영 정려원 등 패셔니스타들이 드라마와 광고에서 즐겨 입으면서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됐다. 과도한 노출을 하지 않아도 몸매를 강조해 섹시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레깅스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어떤 옷에도 팬츠처럼 혹은 스타킹처럼 레이어드해 입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김소라 월비코머스 상품기획실 MD 겸 실장은 “레깅스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며 “예전처럼 상의를 고른 후 레깅스를 입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드는 레깅스를 입기 위해 어울리는 상의를 골라 코디네이션을 할 정도”라고 말한다.
스타들의 레깅스 패션이 미디어를 통해 자주 노출되면서 인기가 치솟았으며, 특히 걸그룹의 영향이 컸다. 2NE1, 포미닛 등 섹시 카리스마를 강조하는 걸그룹이 무대 의상으로 레깅스를 입으면서 컬러나 소재 등에서 한층 다양해졌다. 2NE1의 산다라박이 입은 멀티 컬러 레깅스부터 포미닛의 현아가 선택한 찢어진 레깅스까지….
2NE1·포미닛 등 섹시 카리스마 걸그룹 영향
김실장은 “작년까지 베이직하고 과장되지 않는 단순한 디자인이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걸그룹과 패셔니스타들이 착용했던 과감한 디자인과 화려한 장식의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걸그룹의 레깅스는 이번 시즌 트렌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1980년대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비드한 컬러와 과장된 디자인이 특징인 1980년대 스타일이 레깅스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팝아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프린트와 빈티지한 느낌의 옵티컬 무늬 등 독특하고 화려한 레깅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레깅스가 패션의 주 아이템이자 시즌리스 상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컬러 소재 디자인 등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에 원 컬러와 무지의 레깅스가 유행을 했다면 최근에는 좀 더 강렬한 컬러와 다소 파격적인 디테일이 부각된다. 디자인도 기존의 심플하고 베이직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레이스나 큐빅, 지퍼 등 다양한 장식으로 화려해졌다. 이 가운데 강세를 보이는 것은 ‘지퍼’ 디테일이다. 발목 끝부터 종아리 중간까지 혹은 발목부터 히프선까지 지퍼가 연결된 섹시한 디자인도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블랙 레깅스도 표면 디테일을 살려 멋을 냈다. 표면을 악어가죽 또는 뱀가죽처럼 처리한 것이 그 예다. 레깅스 전문 온라인 쇼핑몰 ‘허슬러’의 정용주 사장은 “특히 징이나 지퍼 장식이 달린 상품은 기본 스타일의 레깅스보다 2배 정도 매출이 더 높다”고 전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소재의 다양화다. 기존의 나일론이나 면 소재에서 데님 아크릴 인조가죽 비닐 레이스 니트 등으로 다양해졌다. 정사장은 “예전에는 스타킹처럼 실을 짜서 레깅스를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원단을 직접 이용한 다이마루 레깅스가 많이 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싹스탑」 「안나수이」 「아메리칸어패럴」 등
국내에서 스타킹으로 최고 매출을 자랑하던 남영비비안(대표 김진형)의 「비비안」은 매년 레깅스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4년 전 7000장 규모에서 시작해 매년 4배씩 성장해 왔다 . 김진복 스타킹사업부 부장은 “레깅스는 이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아이템을 넘어서 하나의 보편적이고 대중화된 상품으로 변모했다”며 “쌀쌀해진 날씨에만 보온용으로 찾던 것에서 벗어나 여름에도 레깅스를 찾는 고객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제 레깅스는 계절을 초월한 패션아이템이 됐고, 인기는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과거 블랙 그레이 브라운 등의 무채색 위주로 레깅스를 선보였던 이 브랜드는 점차 화이트 민트 라이트핑크 등의 밝고 화사한 컬러를 추가하고 있다. 또 기존의 밋밋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발목 부분에 리본 모양의 매듭을 달기도 하고 금색의 테두리를 두르는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양말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전개해온 제미유통(대표 김현린)의 「싹스탑」도 다양한 컬러의 레깅스로 열풍에 가담했다. 「싹스탑」은 바이올렛, 오렌지, 핑크 등 과감한 컬러를 제안한다. 현재는 실버와 골드 등 펄이 가미된 화려한 색상이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디자인은 주름을 주거나 토시 혹은 치마를 접목해 보온의 기능을 넘어선 하나의 패션으로 레깅스를 선보인다. 특히 레깅스와 스커트가 접목된 치마레깅스는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이다. 일반적으로 긴 상의와 매치해야 하는 레깅스와 달리 치마가 붙어 있어 길이에 구애받지 않고 코디가 가능하다. 현재 「싹스탑」은 마트 편의점 드럭스토어 등에서도 레깅스를 판매하면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레깅스로만 예상하는 매출액은 2억6000만원선이다.
「비비안」 등 스타킹 → 레깅스 턴어라운드
내셔널 브랜드뿐만 아니라 수입브랜드들도 레깅스로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 파코인터내셔날(대표 박준성)의 「월포드」는 지난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수입했던 모든 물량이 완판됐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물량을 40% 늘렸다. 트렌디한 상품보다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의 레깅스를 선보이는 「월포드」는 발레리나 슈즈 컨셉의 스트랩 레깅스와 오버사이즈 기장의 롱 레깅스를 이번 시즌 주력상품으로 내놨다. 방지희 상품기획실 대리는 “최근 출시되는 레깅스는 기존의 상품보다 신축성이 우수한 원사를 사용해 착용감이 편안하다. 또한 내구성이 뛰어나 올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월포드」는 매시즌 다양한 코브랜딩(co-branding) 전략으로 차별화된 상품을 제안한다. 「비비안웨스트우드」 「발렌티노」 「겐조」 등 세계적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와 작업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컬렉션은 레이스 디테일과 톤다운된 컬러를 사용해 매혹적이고 우아한 느낌을 표현한다. 컬러는 브라운 바이올렛 그린 베이지 네이비 등으로 다양하다. 방대리는 “「월포드」는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유니크함을 추구하고 있다”며 “디자이너 컬렉션은 희소성을 중시하는 패션마니아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메리칸어패럴코리아(대표 허봉재)의 「아메리칸어패럴」은 시즌당 500여 가지의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비비드한 컬러를 바탕으로 트렌디한 디자인의 상품을 꾸준히 생산하면서 하이웨이스트, 앞뒤가 대칭되는 독특한 스타일, 광택감을 더한 샤이니한 소재 등을 사용해 유니크함을 강조한다. 눈에 띄는 점은 유아와 아동을 위한 레깅스까지 구비돼 있다는 것이다. 실로 짜지 않고 원단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편안하게 입고 뛰어 놀아도 올이 나갈 염려가 없다. 레깅스 매출은 해마다 성장세를 거듭, 2009년에는 3억2000만원으로 전년대비 42% 신장했다.
월비코머스, 美 마텔사와 라이선스 계약
다양한 레그웨어 브랜드를 수입·제조해 전개하는 월비코머스(대표 이범진)는 20여년이 된 레깅스 전문업체다. 김소라 상품기획실 MD 겸 실장은 “벌룬 스타일, 풀오버 상의 등 상체가 부풀려진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하의는 타이트한 상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스키니진으로 연결됐고 스키니진보다 활동적이고 편안한 레깅스가 각광받기 시작했다”며 “과거 노멀한 스타킹 위주였던 브랜드들까지 최소 2~3가지 스타일의 레깅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전한다.
이 회사는 「막스마라」 「캘빈클라인」 「포갈」 「저브」 「군제」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레깅스를 선보인다. 그중에서 특히 「포갈」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을 비롯해 영국의 공주와 총리부인 등이 즐겨 찾는 브랜드다. 70여 가지 색상의 컬러풀한 레깅스를 제안하고 최상급의 울, 캐시미어 등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해 눈길을 끈다.
월비코머스는 지난해 미국 마텔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마텔사와 월비코머스가 「바비」 레그웨어의 어덜트 라인을 함께 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내수에 그쳤던 유통망은 글로벌 브랜드인 「바비」를 통해 해외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4년 전부터 「메트로시티」의 레그웨어도 전개해 온 만큼 탄탄히 실력을 쌓아 추후 자체적 브랜드도 런칭할 계획이다.
감성그림 「B.B.B」, 해외에서 먼저 주목!
현재 「바비」의 레깅스는 롯데백화점의 자체 편집숍인 패션 갤러리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패션 갤러리움은 스타킹, 레깅스 등의 다양한 레그웨어와 스카프 등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지난해 8월 오픈 이후 9월 4000만원, 10월 5000만~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개월 만에 22% 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 그중 레그웨어 매출이 70%를 차지한다. 이주형 롯데백화점 잡화 MD는 “레깅스의 판매가 높아 상품구성 비중을 다른 아이템에 비해 40%나 늘렸다”며 “계속적인 매출추이를 지켜보며 신규입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패션 갤러리움은 현재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 캐슬점에 오픈한 상태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청량리점 등에 매장을 추가하는 한편 신생 점포를 중심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국내 레깅스 역사를 새로 쓴 브랜드가 있다. 바로 감성그림(대표 권순형)의 「B.B.B」다. 2007년 9월에 런칭한 이 브랜드는 마치 매니큐어처럼 보디의 스킨튜닝 개념으로 다양한 컬러와 아이템을 제안한다. 나일론사로 만든 일반적인 스타킹부터 타이즈, 오버니삭스, 워머, 니앵클삭스, 다이마루 레깅스 등을 200여 가지 스타일로 선보이고 있다.
감성그림은 동대문시장의 유어스 도매쇼핑몰에서 「B.B.B」 유통을 시작했다. 오픈 한 달 만에 중국 홍콩 일본 등지의 해외 바이어가 몰려오며 전 세계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하루에 2000만원의 오더가 진행되기도 한다. 현재 유어스 매장에서만 월평균 5억원의 매출이 나온다. 지난해 2월에는 뉴욕컬렉션을 비롯해 매직쇼와 라스베이거스 페어전에 참가하며 전문 에이전시까지 생겼다.
「B.B.B」는 도매로만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를 보완한 고퀄리티의 하이엔드 브랜드 「블루메노붐」을 최근 런칭했다. 현대백화점 유플렉스와 미아점, 명동 눈스퀘어에 오픈해 레깅스 전문 브랜드로서 성장해 가고 있다.
박스기사 ==================================================================================================
INTERVIEW with 권순형 「감성그림」 대표
“레깅스는 패션의 마침표”
10여 년 전부터 쇼핑몰 디렉터로 일하며 1년에 2번씩 해외 유명쇼핑몰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다 5~6년 전 키 아이템을 발견했다. 바로 레깅스다. 의류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반면 패션의 마침표를 찍어주는 액세서리, 잡화가 특화된 브랜드는 부족했다. 특히 레그웨어는 매년 별다른 변화가 없이 심심하기까지 했다. 캐주얼한 레깅스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를 틈새시장으로 보고 「B.B.B」를 런칭했다.
트렌드를 반영한 핫한 레깅스를 컬러, 소재, 디자인별로 다양하게 제안할 예정이다.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베이직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레깅스는 현재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베이직한 아이템으로 자리잡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B.B.B」는 레그웨어 전문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10년 이상 동대문에서 쇼핑몰 기획을 해온 경험을 살려 실력있는 동대문 상인과 협력해 「자라」 「H&M」을 넘어서는 SPA브랜드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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