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착한 편집숍 ‘메르시’ 떴다

simyongseu|09.11.04 ∙ 조회수 14,729
Copy Link

너무 착한 편집숍 ‘메르시’ 떴다 3-Image



패션은 소모품이다? 아니다! 패션은 사치품이다? 아니다! 이제 파리의 핫숍 메르시를 방문한 사람은 패션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돌고 도는 사랑의 메신저,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 하이엔드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의 상품이 나란히 진열되는 기분 좋은 평등함, 콧대 높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파는 곳? 내가 쇼핑으로 쓴 돈의 일부가 자동으로 마다가스카르 불우 어린이를 돕는 기부금으로 쓰이게 만드는 곳? 바로 ‘메르시’다.

지난 3월 프랑스 파리 11구에 ‘파리의 가장 핫한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마레 지역의 콜레트’라고도 불리는 메르시가 오픈됐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의 메르시는 오픈하자마자 이미 언론과 쇼퍼들, 리테일 업계, 전 세계 바이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메르시는 프랑스의 럭셔리 아동복 브랜드 「봉푸앙」의 창립자 부부 베르나르 코헨과 마리프랑스 코헨이 소개하는 독특한 컨셉의 편집매장이다.

메르시는 차별화한 운영 프로젝트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의 쇼핑 문화를 완전히 뒤엎는 메르시는 내가 가진 것을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나누자는 ‘쇼핑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컨셉이 그 핵심이다. 메르시에서 거둬들이는 매출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초과한 수익은 마다가스카르의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쓰이는 시스템이다.




「이브생로랑」 「바네사 부르노」 「봉푸앙」 …

너무 착한 편집숍 ‘메르시’ 떴다 854-Image



이뿐 아니다. 메르시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다른 유통망과 비교했을 때 훨씬 저렴한 가격의 아이템을 자진해 공급하고 있다. 메르시에 제공되는 상품들은 브랜드 단독숍의 상품보다 30~40% 낮은 가격으로 내놓는다. 이런 거래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브랜드에는 「이브생로랑」 「봉푸앙」 「스텔라매카트니」 「제롬드레퓌스」 「바네사브루노」 등이 있다. 몇 가지의 디자인은 특별히 메르시만을 위해 제공되는 협력 아이템이다.

오픈 초기부터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몰려와 메르시를 북적이게 하는 방문객은 매우 다양하다. 1500㎡(약 455평)의 초대형 매장 메르시에서는 홈데코 패션 꽃 아동복 등을 쇼핑하고 서점과 카페에 들를 수 있다. 18세기에 지어진 공장을 리노베이션해 유독 천장이 높은 숍의 내부는 마치 뉴욕의 소호 거리를 프렌치 스타일로 재터치한 듯한 오픈 공간이다.

패션과 홈데코 판매 공간, 온통 초록의 이끼로 두텁게 덮여 있는 플라워숍, 마구잡이로 골라진 듯한 벤치와 의자들이 오히려 더 멋스러운 안락한 카페, 웰빙푸드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총 3층으로 구성돼 있는 건물은 심미적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세계적인 명품 아동복 브랜드를 만들어낸 「봉푸앙」의 창립자 부부가 공을 들였으니 높은 수준의 미학적 감각이 숍 구석구석에까지 스며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봉푸앙」은 최고급 소재와 최상의 디자인으로 현대적인 감각의 고급스러운 의상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패션홀릭에서 동네주민까지 다 모인다

“특정한 그룹을 위해 이 매장을 구상하지 않았다. 메르시의 방문객은 카페 벽장에 전시된 중고서적을 읽으며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노인, 「파올라나본느」의 927만원짜리 소파를 사러 온 주부, 트렌디한 「Acne」 진이나 핸드백을 구입하는 패션리더, 「크리스티앙토투」 꽃병이나 화분을 사러 오는 동네 주민 등 다양하다. 가장 트렌디하고 핫한 플레이스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편안한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작업했다.”

숍의 오너인 마리프랑스 코헨은 프랑스 유명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뮈리엘 바르디네,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드리엔 뒤베, 건축가 발레리 마제라와 손을 잡고 꿈만 같은 공간 메르시를 꾸몄다. 근사한 디자이너 브랜드 쇼룸은 물론 심플한 물컵과 단추를 파는 직물 코너까지 세심하게 신경썼다. 숍의 1층에 자리한 카페의 벽장에는 여러 언어로 출판된 중고책이 빽빽하게 진열돼 있다. 판매용이지만 커피를 마시러 온 고객들이 쉬면서 독서할 수 있도록 편의도 제공하고 있다.

제2의 콜레트? No! 편안한 리빙공간일 뿐

너무 착한 편집숍 ‘메르시’ 떴다 2288-Image



카페의 책장은 서점 역할도 하지만 숍의 데코레이션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숍 입구 마당에 전시돼 있는 작은 이탈리안 빈티지 자동차 피아트 킨케첸토, 숍 곳곳에 놓여진 펑키한 모양의 모던한 조각품들도 메르시만의 오리지널한 매력을 풍기는 데 중요한 몫을 한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포토그래퍼 팀 워커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숍 입구의 빈티지 자동차 장식으로 방문객들에게 친근감을 전달한다. 동시에 자동차를 찍은 3D 입체사진 광고 비주얼로 초자연적 이미지를 연출해 냈다.

‘마다가스카르 어린이를 위한 기부금’ ‘새로운 개념의 복합 편집매장’ ‘마레 지구의 콜레트’ ‘「봉푸앙」 창립자의 숍’ 등 메르시를 설명하는 형용사로 파리 리테일 업계는 들썩이고 있다. 메르시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일부에서는 ‘마레 지구의 콜레트’라는 별명으로 그 오리지널리티를 의심했다. 이런 일부 여론에 대한 마리프랑스 코헨의 의견은 어떨까.

“11년 전에 평범한 쇼핑거리였던 생토노레를 세계 패션 피플들의 머스트 고 플레이스로 단숨에 업그레이드시킨 콜레트의 오너 사라 레펠의 재능과 프로패셔널리즘을 존중한다. 세계 부호 또는 패션 트렌드 세터들이 원하는 유일한 고급 아이템을 한정적으로 판매하는 콜레트의 번성은 당연한 노력의 대가라고 본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 않은가. 제2의 콜레트가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메르시는 복합 편집숍이라는 것 외에는 콜레트와 공통점이 없다. 인간적이며 남녀노소 직업 나이 국적과 상관없이 부담없이 들러서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리빙 공간이 메르시다”라고 대답했다.

지난 7월 7일에는 19세기 때 동유럽에서 제작된 진귀한 빈티지 주얼리 & 장식품 전시회를 열어 메르시의 다양한 활동도 보여줬다. 반짝이는 색상의 페이스트(풀)를 이용한 동물 및 곤충 무늬의 빈티지 주얼리, 유리 염주 및 유리 막대로 만들어진 식물 로브스터, 유모차 등 천차만별의 모양을 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이 전시회에 소개됐다.

19세기 빈티지 주얼리 작품 전시회도 열어

너무 착한 편집숍 ‘메르시’ 떴다 3397-Image



메르시는 빈티지 주얼리 등 다양한 전시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19세기 후반부터 30년 동안 체코슬로바키아의 작은 마을인 가블론츠의 여성들에 의해 수공으로 제작되던 목걸이 귀걸이 팔찌 배지 등 주얼리는 아쉽게도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다수의 장인들과 함께 사라졌다.

다행스럽게도 몇 년 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트 비평가 다니엘 로젠츠로시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19세기에 생산된 이 공예품들을 수백 점 보유하고 있는 가블론츠 출신의 한 남성을 만났다. 이를 계기로 지난 여름 메르시에서 빈티지 주얼리 전시회가 열리게 됐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몽상에 젖게 하는 1900~1930년에 태어난 빈티지 주얼리와 장식품을 구입하기 위해 프랑스의 유명 저널리스트 예술가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리를 빛냈다.

3년 전에 30년 동안 몸 담고 있었던 아동복 회사 「봉푸앙」을 매각하고 코헨 부부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았다. 재산을 더욱 불리는 사업보다는 부부가 가진 것을 사회에 환원하고 뜻을 함께하는 여유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마다가스카르의 어린이와 그 아이들을 키우는 미혼모를 돕자는 자선사업이다. “세상에는 필요 이상의 돈을 손에 쥐고 놓지 않는 부자가 많다. 우리 부부는 지난 세월 동안 풍요롭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었다. 여생은 사회에 돌려주면서 보내고 싶다.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많은 브랜드가 이 자선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모두에게 윈윈 제시하는 고마운 편집숍(?!)

메르시는 모두에게 윈윈을 제시한다.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고객들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다. 자선에 참여할 수 있는 브랜드에는 뜻깊은 기회를 선사하는 셈이다. 기부금으로 지은 학교와 아틀리에에서 공부하고 일할 수 있게 된 마다가스카르의 어린이와 미혼모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행운이다.

「이브생로랑」 「바네사부르노」 「봉푸앙」 「스텔라매카트니」 등과 가구 브랜드들은 특별히 메르시만을 위한 상품을 제작하고 있다. 심지어 프랑스 고급 향수 브랜드 오너이며 마리프랑스 코헨의 여동생인 아니크 구탈은 라벨이 없는 일반 병에 향수를 담아 브랜드 로고로 패키징한 향수 제품에 비해 40% 낮은 가격의 향수를 판매하고 있다.

메르시는 명품 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 제품 옆에 놓여 있는 무명의 신인 디자이너 제품, 고가의 빈티지 아이템 옆에 매스 패션 브랜드 아이템, 고급 장식품 옆에 소박하고 실용적인 가정용품 등을 차별없이 나란히 진열해 두었다. 메르시는 모두에게 고마운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칵테일’ 같은 숍이다.

<박스기사>-----------------------------------------------------------------------------------------------------
INTERVIEW with 마리프랑스 코헨 메르시 CEO

“전 세계에 제2, 3의 메르시 오픈 희망”

너무 착한 편집숍 ‘메르시’ 떴다 4978-Image




메르시를 오픈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구상됐나.
1975년부터 30년 동안 우리 부부의 청춘을 보낸 「봉푸앙」을 3년 전에 매각했다. 우리가 지닌 열정을 마음껏 쏟아 부었고, 그 덕분에 돈도 벌었다.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싶었고, 이제는 사회에 보답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메르시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쇼핑몰도, 명품을 소개하는 부티크도 아니다. 가장 인간적이고 편안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제안하는 공간이다. 자선을 위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고가라도 구입하라는 압력이 아니라 고객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마음에 드는 상품을 구입하고, 쇼핑에 쓰인 돈이 자동적으로 기부금으로 쓰이는 컨셉이다.

메르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징적인 컨셉은.
아직 많은 브랜드가 이런 자선행사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다른 유통망보다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메르시에만 공급하는 것이 타 리테일러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적절한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는 내가 100벌의 상품을 주문하면 브랜드 측에서 10벌의 상품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 10벌의 판매로 생긴 수익 전체를 기부금으로 쓴다. 그리고 메르시의 의류 코너에는 자투리 천을 이용해 제작한 명품 드레스류를 판매하며, 생태계를 위협하는 산업 폐기물을 줄이자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 또한 재능있는 신인 디자이너들이 뻗어나갈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자선활동에 대해 설명해 달라.
손익분기점을 초과한 메르시의 모든 수익은 마다가스카르의 싱글맘과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금으로 내놓는다. 지난 30년 동안 「봉푸앙」 업무로 1년에 한 번 이상은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한 우리 부부는 최소 생계 수당을 벌기 위해 밤낮으로 직물을 짜는 젊은 미혼모들과 그 아이들의 생활고를 봐 왔다.

그곳에는 학교는커녕 책이나 연필도 사지 못하는 어린이가 너무 많다. 「봉푸앙」은 마다가스카르 제작소의 수공 작업으로 성장했고, 그들에게 꼭 보답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단순히 기부금을 전달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고 그들의 어머니가 스타일과 패턴 원자재 컬러 등 디자인과 제작의 기본을 익혀 그들 스스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인력이 될 수 있도록 워크숍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들에게 생선을 주기보다 생선 잡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파리로 시작했지만 우리 부부와 뜻을 함께하는 런던 뉴욕 도쿄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제2, 3의 메르시 숍을 열어 자선사업을 키워 나가는 것이다. 나눠주면 얻어지는 한계 없는 기쁨이 손에 쥔 돈보다 더 큰 기쁨이라는 것을 아는 이가 세상에 많다고 확신한다.
--------------------------------------------------------------------------------------------------------------

Comment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
댓글 0
로그인 시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