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오」,「유니클로」잡을까?
「스파오(SPAO)」 매장에 가 봤나요?” 요즘 업계에서 나누는 인사말이다. 최근 이랜드그룹(대표 박성수)이 부천소풍점에 이어 명동점에서 선보일 「스파오(SPAO)」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여성복 업체 B 사장은 “「스파오」는 「유니클로」보다 훨씬 한국 시장에 맞는다. 「유니클로」는 대표 착장으로 가장 좋은 제품을 싸게 팔겠다는 전략을 펼친다. 「스파오」는 좀더 브랜드 전략에 가깝다”고 말했다. 캐주얼 기업의 한 사장은 “1년차에 이 정도인데 2, 3년차에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국내 SPA 브랜드 관계자는 “모든 상품 가격이 일명 매대(?) 가격 수준이다. 소싱에 강한 이랜드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 같다. 마진은 볼 것만 보고 나머지는 모두 소비자에게 돌려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평가는 ‘성공적’, 매출은 ‘아직’
업계의 뜨거운 반응과는 달리 소비자는 ‘생소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히 이랜드가 조용히 오픈한 부천소풍점에서는 매출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린다. 부천소풍점 숍매니저는 “「스파오」를 오픈할 당시 특별한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았다. 손님들이 구경 삼아 많이 방문하고 있다. 점차 구매고객이나 방문고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을 찾은 박나영(29세)씨는 “처음 보는 브랜드인데 저렴해서 좋다”면서 “마음에 드는 상품이 사이즈가 없어 구매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스파오」는 「유니클로」보다 넓은 공간에서, 「유니클로」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브랜드 전략이 펼쳐진다. 11월중 오픈 예정인 명동점은 무려 3300㎡(약 1000평)대 규모이다. 「유니클로」 명동점이 2100㎡(700평)이므로 일단 외형상은 「스파오」가 앞선 셈이다.
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스파오」의 성공 가능성에 한 표를 던지는 이유는 매장 규모만큼이나 놀라울 정도로 촘촘한(?) 상품 구성력이다. 스페인의 「자라」, 일본의 「유니클로」도 더 이상 「스파오」에는 무서울 것이 없어 보인다. 여성 남성 아동을 위한 토털 패션이 한 공간에서 모두 이뤄진다. 크게는 남녀 캐주얼군, 데님군, 정장 캐릭터군, 아웃도어 스포츠군, 이너웨어군으로 나뉜다. 또 각 조닝 내에는 잡화와 액세서리류가 포함된다. 이는 국내 80여 개 브랜드를 보유한 이랜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상품은 「스파오」 라인과 더불어 「더데이」 「헌트」 등 기존 자사 상품군이 함께 입점돼 더욱 풍성함을 자랑한다.
「유니클로」보다 20% 저렴한 판매 전략
참한 가격은 놀라울 정도이다.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유니클로」에 비해 10~50% 싸다. 청바지가 1만9000~2만9000원으로 「유니클로」보다 50% 이상 저렴하다. 남성수트는 한 벌에 9만9000원이다. 히트택을 능가하는 웜히트는 9900~1만2900원, 레깅스는 7900원, 이너웨어는 7900원이다. 티셔츠나 후드티셔츠는 7900~3만원선이다. 여성용 트렌치 하프코트는 5만9000원이다. 이랜드가 대놓고 ‘「유니클로」 따라잡기’ 전략을 펼치는 바람에 정작 「유니클로」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유니클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색다른 경쟁력도 눈여겨볼 점이다. 섹션별 잡화 & 액세서리가 가장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캐주얼 부문의 잡화 & 액세서리 부문은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캔버스 운동화부터 가방 머플러 장갑 모자가 한자리에 구성된다. 가격은 캐주얼 가방이 2만9000~4만9000원, 캔버스 운동화가 1만5900원이다. 아직 여성용이나 남성 정장용에서는 매출이 많지 않지만 향후 고급화에 초점을 맞춰 스타일 수를 늘려간다는 것이 이랜드의 계획이다.
두 번째 경쟁력은 어느 나라 SPA 브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웃도어’군이 별도로 구성된 것이다. 전문 산악인을 위한 남녀 토털 웨어가 구성된다. 가격은 초경량 구스다운이 9만9000원, 등산점퍼가 5만9000원, 그래픽 티셔츠 7900원이다. 이와 함께 등산을 위한 각종 액세서리나 잡화류가 한자리에 모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 가격에 등산복을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은 없다”면서 “대기업의 어쩔 수 없는 힘(소싱파워)이다”고 토로했다.
한 유통 관계자는 “외형이나 형태적인 부분을 충분히 갖췄지만 소비자에게 형태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 장의 옷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준다”면서 “외형 만큼이나 상품에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소녀시대와 함께 한 콜래보레이션은 홍보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같은 마케팅 금액이 들어간다면 더욱 강력한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국내 패션 유통 패러다임 바꾼다!
이번 「스파오」의 향방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작게는 국내를 대표하는 첫 번째 SPA 브랜드가 런칭한다는 점, 크게는 앞으로 국내 패션유통의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점이다. 여성복 기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 사장은 “앞으로 유통 패러다임은 크게 바뀐다. 소비자의 변화를 이제야 감지한 한국 패션 기업들이 바뀌고 있다. 유통과 브랜드의 정점에 위치한 SPA 「스파오」는 변화의 중심축에 있다”고 말했다.
「스파오」는 올해 명동 강남 등 5개점에서 15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한다. 2012년까지 국내 시장에서 100개 매장, 1조원 매출, 2012년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해 2015년까지 전 세계 매출 2조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한편 이랜드는 「스파오」 이밖에도 또 다른 멀티유통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는 현재 80개 브랜드를 통합해 멀티화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속옷 브랜드를 통합해 ‘우먼시크릿’과 같은 편집숍 형태로 선보인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아울렛에 자사 브랜드를 넣는다는 것만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타 브랜드도 바잉한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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