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물상자 「앙투앙에릴리」 점프
simyongseu|09.09.22 ∙ 조회수 17,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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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보보스족(bobo)*이 몰래 숨겨둔 꿀단지 같은 브랜드인 「앙투앙에릴리(Antoine et Lili)」. 생마르탱 운하 지역과 몽마르트 언덕의 마르티르 거리 등지에 「앙투앙에릴리」 부티크가 들어서면 집값이 훌쩍 뛴다고 할 만큼 명성이 대단하다.
놀랍게도 「앙투앙에릴리」는 파리 보보스족을 겨냥해 런칭했거나 보보스족이 거주하는 지역을 쫓아가 숍을 오픈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보스족이 그들의 부티크를 좇아와 이사한다는 얘기까지 있다. 보보스족은 젊은 변호사, 명품 브랜드 마케팅 디렉터, 피아니스트, 은행가 등 소위 고학력 고소득의 전문직에 종사하며 경제적인 면에서 풍요로운 부르주아지만 감수성 면에서 보헤미안의 자유 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소비자들을 말한다.
고급스러운 예술적 가치를 즐기지만 돈을 목표가 아니라 수단으로 여기는 보보스족은 자신의 지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명품 브랜드와 같은 형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들은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행복과 만족감을 더 중요시한다. 따라서 이들이 옷을 고르는 기준도 명품 브랜드보다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우선시한다. 이들은 면으로 만든 편안한 티셔츠나 자연스러운 느낌의 베이직한 니트웨어, 양털로 짠 조끼 등 천연 질감의 옷을 좋아한다.
광고나 스타 마케팅 안해도 조용히 잘 된다!
패션 잡지보다 여행자들의 바이블로 칭송을 받는 론리 플레넷이나 타임 아웃 같은 베스트셀러 여행지에 ‘머스트 고 플레이스(must go place)’로 소개되는 「앙투앙에릴리」는 패션을 대표하기 이전에 현재의 프랑스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브랜드로 인정을 받고 있다. 매장은 여성복 아동복 데코 등 3개 카테고리로 나뉜다. 태국 인도 터키 러시아 등의 디자이너가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사들이거나 각국 파트너들로부터 구입한다. 몇 개의 피스는 직접 제작하는 실내 장식품으로 파리 보보스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집안 꾸미기를 좋아하는 파리지앙들의 테이스트에 딱 맞다. 여성복과 아동복 메인 라인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워크숍에서 제작한다. 니트웨어와 액세서리는 프랑스, 그 외 상의는 이탈리아, 슈즈라인은 스페인 제작소에서 각각 만들고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쿠튀르는 가격을 적정선에 맞추기 위해 동유럽이나 아시아에 맡긴다. 몇 가지 피스들은 「안티크바티크」의 아이템들과 스타일 면에서 일치하기도 하지만 가격은 바지 한 벌에 90유로(약 15만원)로 리즈너블하다.
로코코 스타일로 장식된 부티크 인테리어에 파우더 핑크(여성복숍), 싱싱한 초록색 사과(아동복숍), 머스태드 옐로(데코숍) 색으로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부티크 색상의 개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가 그대로 전해지는 「앙투앙에릴리」는 1994년 파리에서 런칭됐다.
경영자인 알렉산더 가테뇨와 아티스틱 디렉터인 마르탱 세나가 손잡고 여성복으로 출발했다. 브랜드를 런칭하고 그들은 파리 부티크를 열기도 전에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대만 한국 등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1995년에는 일본 재계에서 비중 있는 계열 기업인 스미토모(住友)그룹과 계약하고 당시 연매출의 40%를 일본시장에서 거둬들일 만큼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1997~1999년 아시아의 경제 위기로 인해 이 지역의 수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시장 매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앙투앙에릴리」는 일본을 비롯해 한국 홍콩 대만 시장의 유통을 중지시켰다. 곧 아티스틱 디렉터인 마르탱 세나는 세계 여행을 결심했다. 그녀가 긴 여행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온 후에 브랜드의 전반적인 컨셉이 튼튼하게 다시 틀을 잡았다. 브랜드 컬러와 오리지널리티가 더욱 분명해진 것이다.
1997년 첫 부티크가 몽마르트 언덕 마르티르 거리에 오픈되고 그 후 다시 급성장했다. 현재 파리 리옹 보르도 릴 트루즈 엑상프로방스 등 프랑스의 주요 도시에 직영 매장 14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 후반기에는 낭트 마르세유 스트라스부르에 3개점이 추가 오픈될 예정이다.
디렉터 1년 동안 여행 후 변화 몰고 컴백
리뉴얼 후 국제무대에서 프랑스 내수 타깃으로 알렉산더 가테뇨 사장은 “수출 위주 방식에서 국내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것으로 에너지가 모아져 고객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브랜드 개발면에서 효율성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요구하는 아이템을 이해하고 컬렉션이 더욱 풍성해졌다. 피드백을 통해 변화와 발전이 훨씬 빨라져 브랜드 「앙투앙에릴리」에는 참으로 유익한 지난 10년이었다.
마르탱 세나는 “부티크에 들어오기 전에 브랜드가 너무 고가이지 않을까 짐작하고 아예 들어오지 못하는 고객도 있다. 그러나 한 단위에서 100단위 유로까지 가격의 폭이 넓다. 「안티크바티크」와 비슷한 스타일의 팬츠와 스커트도 있지만 가격은 오히려 한 단계 아래다”라고 설명했다. 세나는 “가격에서 매스 브랜드와 고가 브랜드 사이에 있는 「아네스베」와 비슷하게 포지셔닝된 「앙투앙에릴리」는 실루엣이 타이트하지 않아 체형과 상관 없이 멋스럽게 입을 수 있지만 색상이나 원자재 면에서 특이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프랑스의 주요 도시를 타깃으로 하지만 소도시까지 유통 채널을 넓힐 계획은 없다. 이들은 “우리는 프랑스 시장을 장악했다. 이제 해외시장을 찾아 나설 차례다”라면서 “유럽 아시아 미주 중동 등 순서는 상관이 없다. 마음에 맞는 파트너를 찾는 순서대로 진출할 생각이다. 우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시장 포지셔닝과 같은 상업적으로 짜여진 기계적 전략을 세운 적이 없다. 전반적인 아웃라인을 가지고 그때그때 우리가 좋아하는 아이템을 만들고 사정대로 찾을 수 있는 부티크를 오픈했다”고 강조했다.
佛 정복. 이제 해외에서 뛸 만반의 준비 땅!
그들은 부자연스럽거나 억지스러운 전략으로 성공을 바라지는 않았다. 마르탱 세나는 「앙투앙에릴리」의 성공 요인을 “패션 브랜드가 사랑받는 것은 요리법과 같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섞고 얼마동안 끓이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처럼 컬렉션의 성공 여부도 한두 개의 요소만으로 갈리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소개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과 상황이 모두 복합된 결과가 도출된다”고 덧붙였다.
비교적 심플하고 단정한 디자인에 태국 인도 일본 몽골 등 전통의상의 느낌과 직물을 기본으로 두고 그 위에 프렌치 터치를 적용해 탄생된 컬렉션에 프랑스 소비자들은 강한 매력을 느낀다. 마르탱 세나는 컬렉션마다 일단 색상으로 컨셉을 잡은 다음에 디자인을 구상하며, 다양한 서적이나 사진에서 영감을 받는다. 놀랍게도 그녀는 패션을 전혀 공부한 적이 없는 가수지망생이었다. 대학교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파리로 올라와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1980년 초반에 현재 「앙투앙에릴리」 사장 알렉산더 가테뇨의 삼촌이 경영하던 패션회사에 취직해 비서로 일한 평범한 여사원이었다.
1994년에 알렉산더 가테뇨의 삼촌이 퇴직하고 회사의 경영권을 가테뇨에게 넘겼다. 가테뇨는 삼촌 회사의 비서였던 마르탱 세나를 디자이너로 초청하고 1994년에 그녀와 함께 신규 브랜드 「앙투앙에릴리」를 런칭했다. 패션을 공부한 적이 없지만 프레타포르테(기성복)가 등장하기 이전 시대를 산 마르탱 세나에게는 디자인 일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천을 시장에서 사와 집에서 직접 옷을 해 입거나 양장점에서 옷을 맞춰 입던 시절을 살았던 우리 시대 프랑스 여성들에게 옷을 만드는 일은 요리하는 것과 같은 가정살림의 일부”라고 말했다.
2010년 매출목표는 700만유로(120억원)
유독 높은 브랜드 로열티(브랜드 충실도. 소비자는 습관적으로 특정한 브랜드를 고정적으로 선호하고 그것을 계속적으로 구입한다) 덕분에 「앙투앙에릴리」는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 신기하게도 엄마 딸 이모 고모 할머니 등 가족 전체가 함께 쇼핑을 온다. 시끄러운 광고나 행사 없이 거둔 놀라운 결과이다. 알렉산더 가테뇨와 마르탱 세나는 “오히려 광고가 없어서 성장한 것이다. 특히 상류층 프랑스인들은 요란하게 떠드는 브랜드에 대해 반감을 갖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앙투앙에릴리」는 젊은 부르주아층의 선호도와 정기적인 구매 덕분에 독점적인 시장을 획득하고 있다. “시장조사를 통해 제품 개발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제안하는 아이템과 스타일에 고객들은 대부분 동의한다. 실패하는 아이템이 있으면 세일 제품으로 판매하거나 조금 더 기다렸다가 적당한 타이밍이 오면 다시 내놓는다.”
경제적으로 편안하며 삶 자체가 예술인 사람들로 자유분방하면서도 독특한 취향을 지니고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앙투앙에릴리」는 보보스족을 위해 태어난 브랜드가 아니라고 말한다. 보보스족을 쫓아가는 브랜드도 아니다. 그들이 추구하고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동의하는 파리 보보스들이 찾아낸 보물상자와 같은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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