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필드’로 런던에 ‘한류 바람’

ocero17|09.09.18 ∙ 조회수 1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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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트와 디자인계에 젊은 한국 아티스트들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크로스필드(Crossfields) 전시 개막식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 개막식에서는 ‘경계를 뛰어넘는다’라는 의미의 크로스필드는 전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의 다양한 장르 간의 결합을 보여주는 전시회다. 현재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디자이너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9월12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에는 영국 아트와 디자인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약 중인 총 23명의 한국 영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영국의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이 전시는 지금까지 영국에서 열린 한국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전시들 중 최고 규모다.

전시는 크게 시각예술과 패션이라는 두 범주로 나눠진다. 시각예술 범주에는 순수미술, 건축,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설치미술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학교의 추천을 받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아티스트 15명의 작업이 전시된다. 이들은 마이너리티, 정체성과 중력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작업에 임했다.

런던 최고 예술기관 출신 영 아티스트들
최근 들어 한국 출신의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은 기술뿐만 아니라 창의성까지 겸비한 실력자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크로스필드 전시는 서울이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지정된 것에 이어 런던, 나아가 해외에서 날로 높아져 가는 한국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해소해줄 좋은 기회임이 틀림없다.

한자리에서 다양한 예술 분야 간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을 기념하기 위해 3명의 아티스트는 영국의 한국문화원 내관과 외관을 무대로 작업할 것이 요구됐다. 이 가운데 허산은 건설현장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는 센터 안에 위치한 두 기둥 사이로 미완성 상태의 기둥을 설치했다. 일시적으로 설치한 계단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 미완성의 건설현장이 과거와 미래 사이의 간극을 나타내는 작가의 의도임을 알아차리게 해준다.

신건우는 공간의 2차원적이고 3차원적인 묘사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놓인 정신적인 교차로를 표현한다. 그는 한국문화원의 건축 설계도와 형태를 서로 충돌하는 다각도의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권순학은 문화원 안의 맞은편 벽을 대상으로 특정 지점에서 찍은 초현실적인 사진들을 설치했다. 관객은 사진 속의 장소가 자신이 지나간 곳임을 발견하고 신기해하는 한편 아티스트와 경험을 공유한다.

미래 카림라시드, 미래 콤데가르송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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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티스트들은 무의식의 세계를 통해 다양한 시간대를 탐구한다. 강음윤의 경우 상상력을 통해 변화와 추상의 순간을 찾는다. 그녀의 작품에는 꿈꾸거나 먹는 행위에 빠진 의인화된 동물과 식물이 등장한다. 최안나는 초스피드의 그림 실력으로 두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의식 속의 세상을 그려낸다. 그녀의 붓놀림은 마치 몽유병 환자의 것과 같이 초현실주의 화풍의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박창완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 놓인 거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인류의 보편적인 감정에 호소한다. 그는 한국 민화의 전통 문양과 디즈니 만화 캐릭터를 섞는 시도를 했다. 홍정욱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살아가는 데 필수인 요소들을 다룬다. 중력을 포함한 자연의 힘을 기하학과 같은 자연법칙을 빌려 표현하려고 애쓴다. 수학적인 연산으로 보이는 과정은 감정적인 요소와 섞여 세상의 부조리를 나타낸다.

화인아트 부문 허산 신건우 등 15명 아티스트
이런 부조리는 박제의 세계관을 통해 강화된다. 박제는 가령 축구 경기에서 축구공을 지워 떼어놓는 등 분리하면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분리함으로써 인생의 공허함을 질문한다. 한국어에서 공은 축구공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공허함을 의미하는 공과 동음이의어다. 영상으로부터 공을 지우는 힘든 과정은 관객들에게는 생략되고 공개되지 않는다.

강음윤 박창완 등 상상력 전통 기하학 차용
규현영의 설치 작업은 이와 반대로 완전히 개방적이다. 그는 예술의 의미가 작가와 작품, 관객 사이에 놓인 매개 공간에 있다고 생각하며 연극과 같은 무대에 작품을 소개한다. 그의 작품은 실로 다큐멘터리와 퍼포먼스의 경계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류대현의 3D 자화상의 특징은 그의 얼굴을 온통 뒤덮고 있는 주민등록번호다. 마치 컴퓨터 픽셀 단위처럼 숫자들은 그의 초상화를 구성하는 기초 단위다.

김제민은 운하의 견본 제작을 통해 여우 또는 비닐봉지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 이야기의 완성은 보는 이의 상상력에 맡김으로써 관객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의 운하 견본은 유리 어항에 담겨 다소 신비감까지 풍긴다. 김동윤의 작품은 같은 장소를 다각도에서 촬영한 수많은 사진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화로운 풍경을 추구하는 그에게 나무는 영감의 대상으로 작용해 여러 국가에서 본 다양한 나무들이 그의 작품 속에 투영된 듯하다.

신혜정(에이미)은 다른 아티스트들에 비해 그녀가 겪은 경험을 보다 직접적으로 작업에 반영한다. 사회의 마이너리티인 소외된 자들을 인형 작업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풍부한 표정을 지닌 인형들은 인간의 창조와 파괴 능력, 때로는 다른 이들을 고립시키는 능력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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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수성과 현대기술 접목 ‘쇼킹’
인간의 감수성과 현대 기술이 접목됐을 때 그 결과가 주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윤준구는 최신 미디어 기술을 사용해 문화원 안의 명상 분위기가 흐르는 공간을 확보했다. 관객들은 눈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광경을 한여름에 체험함으로써 작품에 흠뻑 빠져든다.

신기원은 물질적으로 완성된 상태의 작품에 대항하거나 또는 이를 제거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그가 보여주는 특정 대상의 이미지 뒤에는 물질 만능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 아이팟부터 슈퍼맨 인형까지 모든 것을 분쇄한 그는 슈퍼맨 인형의 경우 사람들이 이를 통해 옛 영웅을 그리워하는 것인지, 단순히 소비사회의 허무주의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4명의 디자이너들은 조선시대(1392~1910)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김재한은 1970년대 영국 스트리트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과 조선시대의 사대부들이 쓰던 모자인 정자관을 매치했다. 그는 정자관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 형태와 사이즈를 변형시켰다. 이는 뱅 머리스타일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됐다.

최진우는 기하학적 형태를 한 한국의 전통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을 선보였다. 남은 천 조각을 모아 하나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조각보는 무시하기 쉬운 작은 것들에 대한 재발견이자 찬양이다.

‘전시 안의 전시’ 8명 실력파 디자이너 패션쇼
최은동의 컨셉은 스튜디오 54(1970년대 뉴욕의 전설적인 나이트클럽)에 놀러간 기생으로, 양반들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하던 교양 넘치는 상류층 기생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을 디자인했다.

이청청은 두정갑이라는 미늘(물고기 비늘 같은 쇠나 가죽조각)을 의복 안에 대고 머리가 둥근 쇠못으로 고정시킨 형태의 한국 전통 갑옷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의상을 선보였다. 고윤주(케이트)는 한국 전통 의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19세기 초 제한이 엄격했던 한국 여성들의 야외복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했다. 한국만의 독특한 텍스타일과 선명한 색상이 현대적인 디자인과 결합돼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현식(션)은 밤에 요를 적시는 아이들을 혼내는 전통 의상과 벌칙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이들은 벌칙으로 키(곡식을 까부르는 도구)를 쓰고 이웃집을 찾아가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가 있는 소금을 받아와야 했다. 이는 창피를 주는 의식의 일부였다. 허환의 ‘물에 뛰어든 여자’는 한국 역사에서 물에 뛰어드는 방법으로 목숨을 바친 여성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한 것이다. 한국 여성들이 가진 강한 심지를 의상으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박환성은 어렸을 때 즐겨보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와 이것이 어린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 등에서 영감을 받아 의상을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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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에서 영감을 받은 8명의 패션 디자이너
고윤주(케이트)

-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 석사
- 홍콩 패션 위크 참가
- 런던 패션 위크 ‘On/Off Reinvents’ 라는 전시에 참가(2009)
- 현재 Louise Goldin에서 재직 중


19세기 초 한국 여성들의 야외 활동복에서 영감을 받아 선명한 색상과 질감을 갖고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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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 센트럴 세인트 마틴 석사
- 2007년 브뤼셀, 벨기에 패션위크 최종 후보
- 2006년과 2008년 런던 Dunhill Bursary Award 수상자
- 칼라거펠트 팬디 캠페인 참여
(영국 보그)
1970년대 영국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과 조선시대의 계급의 차이를 나타내는 도구이기도 한 모자를 재창조해 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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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환성
- 센트럴 세인트 마틴 학사
- 톰 포드 런던(TFL) 남성복 디자인 보조
- 35회 중앙 패션 디자인 공모전 우승자
-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프로젝트 경쟁
어렸을 때 즐겨보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와 이것이 어린이들에게 미친 영향 등에서 영감을 받아 의상을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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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청
센트럴 세인트 마틴 학사
-이상봉 파리에서 일함


한국 전통 갑옷인 ‘두정갑’에서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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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식(a.k.a Sean)
- 센트럴 세인트 마틴 학사
- 2008~2009년 알렉산더 맥퀸에서 남성복 디자인 보조
- 2009년 마르탱 마르지엘라 옴므에서 스타일리스트 보조



밤에 요를 적시는 아이들을 혼내는 전통 의상과 벌칙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이들은 이웃들 앞에서 벌칙으로 키를 쓰고 창피를 당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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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돈
-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 석사
- 시에나 밀러가 운영하는Twenty8Twelve에서 여성복 시니어디자이너


양반의 엔터테이너 역할을 했던 교양 있는 한국 기생들을 찬양하는 의상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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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우
- 센트럴 세인트 마틴 학사
- 1999년 조선일보 광고 대상 최종 후보
- 2003년 MESA 패션 공모전 최종 후보
- 런던 Nico Didonna에서 첫 어시스턴트 디자이너

기하학적 형태를 한 한국의 전통 보자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천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보자기는 무시하기 쉬운 작은 것들에 대한 재발견이자 찬양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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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
-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 석사
- 2005년 UMBRO 스포츠웨어 프로젝트 우승자
- 2005년 Bower Roebuck 재단 프로젝트
- 2007년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 남성복쇼 피날레 장식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음. ‘물에 뛰어든 여자’는 한국 여성들의 굳은 심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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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수성을 선보인 비주얼 아티스트
아티스트 김동윤
제목 ‘Caged Tree’
작품 설명 그의 디지털 C-type 사진은 수많은 사진을 찍고 스캔한 후 겹치도록 배치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탄생된다. 그의 사진에는 테크니컬 드로잉의 요소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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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최안나
제목 a portrait of a dinosaur
with a bead necklace
작품 설명 눈을 감고 바라본 현실은 때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억압받고 소외된 것 등 눈을 뜬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인식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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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강음윤
제목 Happy Transformation
작품 설명 꿈꾸거나 먹는 행위에 빠진 의인화된 동물과 식물이 등장하는 등 상상력을 통해 변화와 추상의 순간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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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박제
제목 imensions variable
작품 설명 축구 경기에서 축구공을 지워 놓는 것처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분리함으로써 인생의 공허함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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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윤준구
제목 Super Man
작품 설명 분쇄된 슈퍼맨을 통해 옛 영웅을 그리워하는 우리를 발견하거나 소비사회에 대한 허무주의에 질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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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김제민
제목 Sample of Water
작품 설명 운하의 견본을 통해 유리 어항 안에서 여우 또는 비닐봉지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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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박창완
제목 Floating
작품 설명 한국 민화의 전통 문양과 디즈니 만화 캐릭터를 섞는 시도를 통해 현실과 이상 사이에 놓인 간극에 대해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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