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미트패킹 ‘제2 전성기’ 맞다

09.08.26 ∙ 조회수 14,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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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불황을 겪고 있는 미국은 현재의 부동산 현황을 ‘임파서블 드림(impossible dream)’이라 부르고 있다. 어려운 경제 여파로 인해 공사비용은 급등하는 반면 자금조달이 제한되면서 계획됐던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잦아지고, 완공된 빌딩조차 입주자를 구하기 힘들어 빌딩 오너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에서 쿵쾅거리는 소음과 함께 끊임없이 공사가 벌어지는 지역이 있다. 바로 맨해튼의 서쪽 지역이다. 허드슨강을 따라 서쪽 끝으로 지어지는 ‘하이라인 공원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그 주변으로 다양한 재개발 계획이 줄지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쪽 지역 중에서도 특히 하이라인 공원이 시작되는 미트패킹(Meat Packing)은 현재 가장 수요가 높은 개발지역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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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버려진 철도길 하이라인 프로젝트로 재탄생

미트패킹은 2000년을 기점으로 맨해튼의 가장 트렌디한 지역으로 급부상했지만, 대중교통 수단의 부족으로 인해 소호에 비하면 한적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하이라인 프로젝트는 수많은 인파를 모으는 목적지로서뿐 아니라 교통수단으로도 유용하게 돼 미트패킹을 더욱 번창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 아니라 하이라인 주변으로 새로 지어지는 리테일, 호텔, 뮤지엄 등의 다양한 문화산업 시설들로 인해 곧 최고의 쇼핑허브로 재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하이라인은 지난 20년간 폐쇄돼 버려졌던 고가 철도길을 재활용해 만들어지는 공원으로, 뉴욕 시민들은 물론 뉴욕을 찾는 전 세계 방문자들이 9m 상공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야외 공간이다. 2.3km의 이 지상공원은 미트패킹부터 34번가까지 약 20블록을 커버하게 된다. 오랜 공사 끝에 지난 6월부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현재 미트패킹의 갱스부르가부터 20번가까지 개장돼 미트패킹을 그 어느 때보다 붐비게 한다. 나머지 2구간은 2010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지난 1930년대 화물수송을 위해 건립됐다가 1980년대 운행을 멈췄던 철도는 조슈아 데이비드(Joshua David)와 로버트 해몬드(Robert Hammond)라는 두 시민의 주도로 되살아나게 됐다. 이들은 시민단체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을 결성해 이곳을 보행자 전용공간으로 꾸미고자 지난 10여년간 이 계획을 진행해 왔다.

3년 이상의 공사 기간을 거쳐 드디어 공개된 하이라인은 총 194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지난 6월8일 있었던 리본 커팅식에서 불룸버그 뉴욕 시장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철도의 역사와 생태환경을 재조성한 신개념 공원인 하이라인은 뉴욕시의 침체된 경제를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 및 웨스트 첼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00억원 투입 패션과 디자인 세계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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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인 공원의 디자인은 제임스 코너 필드(James Corner Field Operaions)와 딜러 스코피도 & 렌프로(Diller Scofidio + Renfro)가 합작했다. 오리지널 철로의 모습과 오랫동안 잡초투성이로 버려져 있던 역사를 최대한 살리는 데 역점을 두었다. 콘크리트 바닥의 직선적 형태, 자연스러운 들꽃풍의 가든 풍경, 뒤편으로 보이는 허드슨강의 전망이 한껏 어우러지는 모습은 경탄할 만한 조경 건축미를 자랑한다.

하이라인은 패션과도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지난해 9월 패션위크 때 캘빈 클라인사의 40주년 기념파티가 당시 공사중이던 하이라인에서 진행됐고, 6월15일 열린 하이라인 오프닝 기념식도 캘빈 클라인이 주최해 패션니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하이라인 개발을 위해 공헌해 온 다수의 셀러브리티와 소셜라이트(socialite : 사회적 명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랄프로렌, 오스카 드라렌타, 도나 카란 등의 디자이너들도 자리를 빛내 주었다.

또 이날의 호스트를 맡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는 그녀의 남편이자 AIC(InterActive Corp)의 회장 배리 딜러(Barry Diller)와 함께 1000만달러(약 130억원)를 기부한, 하이라인의 가장 영향력 있는 후원자 중 한 명이다. 현재 미국 패션을 대표하는 CFDA 단체의 최고 위원장이기도 한 그녀는 2년 전 하이라인 바로 아래편의 워싱턴가에 플래그십을 오픈해 미트패킹의 패션 리테일러 대열에 들어섰다.

「캘빈클라인」 40주년 기념파티 오픈전 ‘팡파르’

디자이너 부티크들이 밀집돼 있는 미트패킹 지역은 1990년대 초만 해도 250개 정도의 정육점들로 가득했다. 1999년 피비린내 나는 정육점 시설을 패션 스토어로 가장 처음 변신시킨 파이오니어는 현재 ‘머스트 고(must-go)’ 목적지로 손꼽히는 멀티숍 ‘제프리뉴욕’을 탄생시킨 제프리 칼린스키(Jeffrey Kalinsky)다. 곧이어 2005년에는 「알렉산더 매퀸」, 2007년에는 「스텔라 매카트니」가 오픈했다.

레스토랑으로는 1999년부터 패션리더들이 즐비한 프렌치 비스트로 ‘파스티스’에 이어서 스파이스 마켓, 델 포스토, 부다칸, 모리모토 등 힙한 레스토랑이 떼지어 생겨났다. 또 2003년에 회원제 온리 클럽하우스인 ‘소호하우스’가, 다음해에 ‘갱스부르트 호텔’이 지어졌다. 로터스, APT, 시엘로 등의 클럽과 비트라, 디자인 위딘 리치 등의 하이엔드 가구점들도 줄지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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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는 애플 스토어가 미트패킹의 랜드마크였던 ‘웨스턴 비프 스토어’의 명당자리에 거대한 3층짜리 플래그십을 오픈했다.

디자이너들은 최근에도 꾸준히 미트패킹으로 들어서고 있다. 올여름에는 「휴고 보스」 「모스키노」 「매슈 윌리엄슨」 「토리 버치」 등의 패션 부티크가 오픈했다. 또 「유니클로」 「랄프 로렌」 「돌체 가바나」 「아메리칸 어패럴」 「바니스 뉴욕」이 곧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지난해 가을부터 들려왔고 가장 최근에는 「H&M 」이 이 지역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외에도 하이라인의 등장으로 인해 다양한 복합문화 시설들이 계획 중에 있어 미트패킹 지역에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휴고보스」 「모스키노」 「유니클로」까지

첫째로 70가와 매디슨 애비뉴에 위치한 휘트니 뮤지엄이 미트패킹에 두번째 둥지를 트게 된다. 하이라인이 시작되는 지점 바로 옆쪽으로 12가 코너에 자리잡게 될 ‘휘트니 뮤지엄 다운타운’은 전과 같이 렌조 피아노(Renzo Piano)가 디자인 설계를 맡았으며 오는 2012년까지 지어질 예정이다.

하이라인 위로 우뚝 세워진 스탠더드 호텔은 이미 미트패킹의 정경을 바꿔 놓았을 정도로 강한 임펙트를 지닌다. 세계적 호텔리어 안드레 발라즈(Andre Balazs)의 스탠더드 호텔은 마이애미와 LA에 이어 뉴욕에도 상륙해 곧 맨해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각광받게 될 전망이다. 작년 겨울부터 천천히 오픈해 올여름 100% 완공돼 개장한다.

미트패킹 북쪽으로 하이라인 선상에 위치하는 17가의 칼레도니아(Caledonia)와 23가의 HL23은 맨해튼의 가장 핫한 럭셔리 아파트로 떠오르고 있다. 미트패킹과 웨스트 첼시의 갤러리 지역을 이웃으로 하며, 첼시마켓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 최고의 위치다. 그뿐 아니라 하이라인으로 직접 통하는 입구가 마련돼 있어 공원을 쉽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칼레도니아의 1층 공간에 들어선 스포츠 센터 이퀴녹스(Equinox)를 비롯해 다양한 생활문화의 채널로 가득 차게 될 전망이다.


휘트니 뮤지엄, 스탠더드 호텔, 이퀴녹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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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뜨겁게 떠오르는 미트패킹 지역의 땅값은 2005년 스퀘어 푸트당 65~70달러(약 8만5000원)에서 현재 500달러(약 65만원)로 치솟았다. 5년 전에는 반가격이었고 10년 전에는 불과 25달러(약 3만2000원)였다. 이 지역을 상징해 왔던 정육점들은 대부분 자릿세를 견디지 못하고 퀸즈나 브룩클린으로 떠난 지 오래며, 소규모의 스토어와 갤러리도 하나둘씩 모습을 감추는 대신 ‘HOT Space for Retailing’ 현수막이 윈도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미트패킹의 「띠오리」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CB 택지개발업체는 올가을 완공 예정인 ‘14가 450번지’의 11층 오피스 타워를 마케팅하고 있는 중이다. 공원 바로 아래편에 위치한 이 빌딩은 하이라인이 30m를 관통하며 파크로 직접 나갈 수 있는 입구를 지니게 된다. 현재 「헬무트 랭」이 오피스와 쇼룸의 용도로 2층 전체를 스퀘어 푸트당 350달러(약 45만원)로 계약한 상태다. “지난 한달 반 동안 많은 액션이 있었다. 하이라인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다시 스페이스를 찾고 있다”라고 부동산 측은 말한다.

미트패킹 중심가에 위치한 ‘9가 21-27번지’의 오로라 캐피털 오소시에이트(Aurora Capital Associates) 측은 “현재 대규모의 리테일러들이 흥미를 갖고 있다. 대부분 빌딩 전체를 원하는 명품 회사들이다. 그들은 미트패킹에 두번째 로케이션을 원하거나, 매디슨 애비뉴를 떠나 리로케이션을 원한다”라고 말한다. 이 빌딩은 2층을 허물어 6m의 천장을 지니게 되며, 총 2만 스퀘어피트(1860㎡)의 규모를 갖는다. 이 공간을 「루이뷔통」이 1년에 250만달러(32억원)에 빌리려 한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는 상태다.


「헬무트랭」 계약OK, 「루이뷔통」도 들어온다?

이토록 쟁쟁한 거물급 리테일러들이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오랫동안 미트패킹을 지켜온 거주민들은 서러움 반 노여움 반이다. 특히 지난 3월, 미트패킹의 전설적인 다이너로 알려진 *플로렌트(Florent)가 문을 닫는 날 밤에는 한자리에 모여 슬픔을 함께하기도 했다. 1985년 오픈해 로컬주민들에게 단골이 돼 준 이곳은 장기간의 리스 계약이 마감되면서 매달 6000달러(약 770만원)이던 렌트비가 5만달러(약 6400만원)로 뛰어오르자 더 이상 렌트값을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비워야 했다.

반면 월드클래스 건축가들의 손길을 이웃에서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미트패킹의 발전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하이라인의 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 휘트니 뮤지엄의 렌조 피아노, ‘14가 450번지’의 모리스 애드미 건축(Morris Adjmi Architects), 스탠더드 호텔의 폴세크 파트너(Polshek Partners)가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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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이라인을 따라 웨스트 첼시에는 장 누벨, 시게루 반과 같은 셀러브리티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럭셔리 콘도들이 한창 공사 중이며 18가에 위치한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남편 배리 딜러의 AIC빌딩은 프랭크 게리 작품이기도 하다.

한 가지 정확한 사실은 이 변화 속에서 다시 탄생될 미트패킹은 분명 매디슨가의 명품문화나 소호의 상업문화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미트패킹만의 예술적인 터치를 결코 잃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미 미트패킹은 ‘미트패킹 디스트릭 디자인’이라는 디자인 이벤트를 4년째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 열린 올해 이벤트는 체크인 시설을 스탠더드 호텔에서 설치하고 휘트니 뮤지엄 설계가 첫 공개되는 등 새롭게 변화하는 미트패킹을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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