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출신 영 디자이너 ‘제이슨 우’
jinsunie|09.04.02 ∙ 조회수 9,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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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재클린’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 훨친한 키와 근육으로 다져진 몸매를 갖춘 그녀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자신있는 모습으로 패션니스타로서 완벽한 기질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패션 아이콘으로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바로 그녀만의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매번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난 퍼스트 레이디들의 보수적인 성향과는 단연 차별화되는 것으로, 때론 지나치게(?) 일반적이면서도 때론 모험적이기까지 하다.
지난해 10월 제이 레노 토크쇼 출연 때는 총 300달러가 조금 넘는 저렴한 가격의 「제이크루」 앙상블을 착용해 화제가 됐다. 그녀의 소박한 성품을 그대로 보여 주어 오바마 지지자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이 앙상블은 곧 히트상품이 돼 순식간에 매진되기도 했다.
퍼스트레이디, 26살 아시안 디자이너를!
반면에 11월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확정 기념식에는 뉴욕 디자이너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2009 S/S컬렉션 런웨이에 소개된 레드원피스를 선택해 이슈가 됐다. 퍼스트 레이디의 전형적인 수트 착장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논쟁거리가 될 정도로 파격적인 디자인에 모험을 건 대사건이었다.
그녀는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으로서 미국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지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적 행정 방침을 모토로 삼고 있듯이 미셸 오바마 또한 젊고 프레시한 착장을 선보이는 새로운 마인드로 이 시대의 뉴제네레이션이 그들을 사랑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매번 그녀가 등장할 때면 과연 어떤 옷을 입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지난 1월 21일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식 무도회에 그녀가 선택한 원숄더 화이트 이브닝 가운은 뜨거운 화두의 절정을 이뤘다. 미셸 오바마는 단련된 검은 어깨가 아름답게 대조돼 그대로 드러나는 화이트 시폰 드레스를 하늘거리면서 등장했으며, 원피스 전면으로 수놓은 스와로브스키 비딩을 반짝이며 남편 버락 오바마와 춤춘 모습은 패션 히스토리에 화려하게 남을 만한 역사적인 신을 그렸다.
이 드레스의 주인공이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바로 대만 태생 뉴욕 디자이너 제이슨 우이다. 미국에서 이브닝 원피스로 잘 알려진 셀러브리티의 단골 디자이너인 오스카 드라렌타나 캐롤리나 허레라를 뒷전으로 한 채 미셸 오바마는 아직 26살밖에 안된 아시안계 신진 디자이너를 선택했다. 캠페인 때부터 오바마를 지지한 패션계 미디어들은 즉각 그녀의 선택에 찬사를 날렸으며, 그후 제이슨 우는 세계적인 스폿을 한몸에 받으며 스타덤에 올라섰다.
9살부터 마네킹 대신 인형으로 옷 만들다
제이슨 우는 뜻밖에도 미셸 오바마가 자신의 드레스를 입을 것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당시 자신의 뉴욕 미드타운 아파트에서 도미노피자를 주문하고 오바마 취임식을 시청하고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전혀 알지 못했다. 미셸이 내 옷을 입을 가능성은 알고 있었지만 세계가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알았을 뿐이다.” 그는 미셸 오바마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으며, 지난해 11월 미셸 오바마에게 디자인을 제출했는데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TV 스크린에서 미셸의 원피스를 보았을 때에도 자신의 것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대만에서 무역사업을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제이슨 우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경험을 가졌다. 5살 때부터 종종 웨딩스토어의 쇼윈도에 전시된 드레스를 스케치했고, 9살 때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떠나 그때부터 패턴메이킹과 바느질을 하기 시작해 마네킹 대신 인형의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14살에 일본 도쿄에서 조소를 공부했으며, 고등학교 마지막 해를 파리에서 보내면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뉴욕의 파슨스 뉴스쿨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아래에서 인턴 과정을 거쳤다.
버그도프 삭스피프스 니만마커스 이크람 등
2006년 2월에 그는 마침내 자신의 이름으로 라벨을 런칭해 뉴욕이 주목하는 새로운 탤런트로 떠올랐다. 지난해 패션 그룹 인터내셔널에서 매년 개최하는 ‘떠오르는 스타 어워드’에서 우먼스 레디투웨어 부문 우승자로 뽑혔으며, 세계적 스타를 발굴하는 CFDA/보그 패션 펀드 콘테스트에서는 10명의 파이널 리스트에 들기도 했다. 지난해 9월 2009 S/S 패션쇼에는 미국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가 출석해 자리를 빛내기도 했다.
맨해튼 패션 산업지역 37가에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그는 현재 자신을 포함해 5명으로 팀을 구성했다. 그의 이브닝 가운은 3000달러(약 465만원)부터 4700달러(728만 5000원)이며, 약 30개의 리테일러를 클라이언트로 갖고 있다. 현재 그의 컬렉션은 버그도프 굿맨, 삭스 피프스 에비뉴, 니먼 마커스 등의 하이엔드 백화점을 비롯해 뉴욕의 제프리, 보스턴의 루이스, 미셸 오바마의 단골인 시카고의 이크람 등 부티크 숍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셸 오바마의 스타일리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시카고의 이크람 부티크 운영자인 이크람 골드먼은 이 둘을 엮어준 주인공이다. 지난해 11월 미셸 오바마가 바버라 월터스와의 인터뷰에 입고 출현한 제이슨 우의 원피스는 이크람에서 구입한 것이 계기가 돼 골드먼은 그 후 제이슨 우에게 미셸 오바마를 위한 이브닝 가운을 요청했다. 단지 어떤 용도인지 정보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은 채 ‘반짝거려야 한다’는 유일한 조건으로 디자인 스케치를 부탁했으며, 그중 이 화이트 드레스가 채택됐다.
제이슨 우는 “미셸 오바마의 장점들을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았다. 그녀가 누구인지를 말하고자 했다. 포멀한 가운데 빛나기를 원했고 클래식한 가운데 무언가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했다. 화이트는 소프트하면서도 동시에 강렬한 컬러다. 에너제틱하면서도 로맨틱한 원피스를 비전으로 했다. 이것은 미셸 오바마가 상징하는 모든 것이다. 강한 스테이트먼트와 페미닌한 컬러의 밸런스를 성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3개월 동안 작업했다는 이 드레스는 화이트 오겐자 꽃과 함께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로 장식됐다. 작업하는 동안 그는 의도적으로 이것이 얼마나 역사적인 사건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써야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자신의 창의력을 막히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듯이 나는 퍼스트 레이디에게서 이례적인 선택이다. 아직 나의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가능성을 생각할수록 더욱 마음이 벅찬 시간들이었다.”
스타일리스트 이크람 골드만이 연결고리
취임식 이튿날 아침이 되자 제이슨 우의 이름은 NBC와 ABC의 모닝쇼를 비롯해 각종 신문과 인터넷 뉴스들을 통해 세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다이안 본 퍼스텐버그는 그에게 축하노트를 보내고, 파슨스 뉴스쿨은 제이슨 우를 비롯해 이사벨 톨레도와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등 그들의 졸업생들이 미셸 오바마의 디자이너로 채택되는 것을 기념하는 내용을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의 집과 휴대전화는 그칠 줄을 모르고 울려댔으며, 이메일 박스는 포화상태로 계속 쌓였다.
한편 대만에서는 자랑스러운 대만인의 업적을 환호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신문인 리버티타임스는 “대만인이 미셸의 이브닝 가운을 디자인하다!”라는 큰 글씨로 헤드라인을 장식했으며, 차이나타임스는 “미셸의 아름다움이 제이슨 우에게 ‘하룻밤 사이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라고 환호했다. 대만 패션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한 제이슨 우의 이름이 진정 ‘하룻밤 사이’에 셀러브리티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셸 오바마는 제이슨 우에게 또 한번의 러브콜을 보냈다. 미국 보그지가 미셸 오바마를 3월호 표지모델로 내세워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녀가 선택한 아웃핏은 바로 제이슨 우의 자홍색 실크 드레스였던 것이다. 보그는 그녀가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의상을 선택하기를 원했으며, 워싱턴에서 그녀를 촬영한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는 “그녀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말했다.
거물 패션피플 가득찬 패션쇼 후 상담 쇄도
제이슨 우는 이 모든 현상에 대해 자신의 행운을 얘기한다. “새로운 사람들을 고용해야 할 만큼 나의 비즈니스가 커질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하루 아침에 30명 고용인이 있는 회사가 될 수는 없겠지만 세계적으로 패션계에 알려진다는 것은 그 가치를 매김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옷 하나하나보다 스토어가 파는 라이프스타일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 미디어의 힘으로부터 이제 소비자들은 나의 이름을 알아보고 스토어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큰 재산이다.”
지난 2월 중순 뉴욕 패션위크 동안 열린 제이슨 우의 패션쇼에는 그 어느 때보다 거물급 패션 에디터와 바이어들로 가득참으로써(비록 미셸 오바마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지금 세계 패션은 이 젊은 아시안 디자이너에게 열광하고 있음이 증명됐다. 또한 리테일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켜 주는 쇼라며 갈채를 보냈다. 패션쇼 이후에는 전 시즌보다 3배나 많은 리테일러와의 미팅이 잡혀 있다는 제이슨 우는 올해 4억달러(약 6200억원)의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쿨하면서도 어여쁜 단정함’의 진가를 보여 주어 호평을 얻었다. 미셸 오바마가 그렇듯 제이슨 우의 디자인은 ‘업타우너(지위나 명성을 갖춘 여성)’와 ‘다운타우너(소박한 멋쟁이 소녀)’를 하나로 엮어 주는 특징을 띠고 있다. 패션쇼에서도 수트 차림에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힐을 신은 ‘업타운 럭셔리’, 플랫슈즈와 골드 뱅글을 착용한 ‘다운타운 시크’의 패션피플들이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쇼에서는 특히 미셸 오바마를 비롯한 고정 소셜리스트 고객을 만족시켜 줄 만한 원피스를 줄지어 선보이면서 경제가 어두울수록 자신의 특기를 고수하는 것이 스마트한 비즈니스임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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