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마 겐스케
혼돈의 시대에 분명한 것은 소비자 요구에 의해 탄생한 SPA 브랜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페인의 「자라」와 일본의 「유니클로」 「포인트」 등은 고수익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현재는 물론 ‘다음’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 특히 바로크저팬을
주목해야 한다.
“패션 비즈니스를 아직도 크리에이션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제는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스토어 오퍼레이션으로 대응해야 한다!” 80년대부터 SPA를 주창하며 컨설팅한 대부분의 브랜드가 800억~2000억원의 매출을 자랑한다는 자부심이 가득찬 일본의 고지마 겐스케 SPAC 클럽의 대표. “한국의 현재 모습은 일본의 예전 모습과 흡사하며 따라서 한국은 일본의 시행착오를 극복해 더욱 진화된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일본 SPA 브랜드의 발전에는 고지마 대표가 중심이 되어 운영하고 있는 SPAC 클럽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SPA를 뛰어넘는 또 다른 전략을 강조한다. POST SPA에 대한 제안과 오리지널리티, 소싱력이 없이는 그 어떤 브랜드도 생존할 수 없음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그의 메시지는 많은 패션 마케터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일본 패션 마켓에서 10년 전에 백화점 등록 어패럴 브랜드가 360개이던 것에 반해 현재는 270개로 줄었고, 곧 200개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일본의 브랜드 수가 훨씬 증가했음에도 이 같은 결과는 브랜드들이 백화점 의존형이 아닌 새로운 유통 채널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 일본 소비자들의 변화는?
현재 일본에는 ‘럭셔리’ ‘트렌드’ ‘글로벌’ 등의 용어가 사라졌다. 럭셔리라고 불리는 명품 「루이비통」 「구치」 등의 매출은 마이너스 20~40%로 바닥을 치고 있으며, 일본 소비자들은 파리 밀라노 뉴욕에서 열리는 컬렉션에도 관심이 없다. 유럽과 미국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한 것이다. 럭셔리를 소비하기엔 너무 대중화한 브랜드와 카피 상품으로 희소가치를 상실했다. 일본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청빈’ ‘에코’ ‘내추럴’ ‘로컬’로 집약된다. 일본 패션 마켓이 진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쿄 긴자에 오픈한 「H&M」이 큰 호응을 얻는다고 하지만 이는 언론 플레이일 뿐이다. 물론 1년 정도는 ‘어라운드’ 차원의 관심이 있을 것이다. 실질적인 매출을 파악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멀지 않은 시기에 「H&M」은 철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본 여성 고객들의 패션 가치관과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 여성은 ‘가와이(귀엽다, 예쁘다, 사랑스럽다는 뜻)’가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는다. ‘가와이’가 바로 섹시하고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시하다는 의미다. 일본 여성에게 「H&M」은 촌스럽고 값싼 티가 나며 늙어보이는 옷이다. 「H&M」은 일본의 패션 리더들에게 다이애나 세이유 같은 양판점에 불과하다. 일본 여성은 레이어드를 즐기는데 「H&M」은 셋업류를 제안하거나 과잉된 디자인으로 레이어드조차 힘들게 한다.
예전처럼 「루이뷔통」 같은 해외 럭셔리 브랜드만을 추종하는 현상도 약화되고 있다. 일본에서의 최근 화두는 ‘안티글로벌’ ‘로컬라이징’이다. 세계적인 경기 악화의 이유가 미국 이익을 위한 글로벌화 때문이며, 이로 인해 일본이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아지면서 해외 브랜드 매출을 위해 굳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브랜드가 유럽 브랜드보다 더욱 세련됐다고 생각하는 자긍심과 함께 ‘MADE IN JAPAN’제품 선호도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멀지 않은 시기에 「루이뷔통」의 일본 철수도 예상된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대한 반감으로 로컬 브랜드 파워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일본 고객은 「자라」 「망고」보다 시부야 스트리트 브랜드가 더욱 감도 높고 세련됐다고 생각한다. 이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이 변했기 때문이다.
포스트 SPA, 일본형 SPA란?
A.90년대 후반부터 일본 마켓에는 글로벌 SPA 브랜드가 진출했고, 일본 역시 「유니클로」 등 글로벌에 성공한 SPA 브랜드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주요 어패럴 브랜드들은 각자의 강점을 파악해 기획부터 생산까지 직접 컨트롤하는 SPA 시스템의 일부만 적용하는 일본형 SPA를 개발해 냈다. 포인트나 바로크 저팬리미티드가 대표적이다. 포인트의 「로리즈팜」은 대표적인 일본형 SPA로 성공해 1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브랜드는 튀지 않는 보통 여성을 위한 크로스 코디네이션을 제안해 크게 성공한 브랜드로, 디자이너나 패턴사가 없고 오로지 바이어만 존재한다. 바이어가 외부 AMS(Apparel Manufacturing Service) 회사에 원하는 디자인의 이미지를 제시하면 이 회사에서 1주 내에 샘플을 제작해 준다. 그 후 제작 및 수정 과정을 거쳐 4주 후에 그 제품을 매장에 출시한다. 이 모든 과정이 6~8주면 해결된다.
컨슈머를 대표하는 카리스마 판매원의 제안을 본사의 디자인팀이 상품화하는 곳은 바로크 저팬이다. 일본의 젊은 여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마우지」 「슬라이」 같은 브랜드로, 이들은 6개월 전 제품 기획에 들어가 평균 네 번의 피팅 수정 과정을 거쳐 근접한 한 달 내에 스타일이 완성된다. 딜리버리는 위클리이다.
일본에서 인기있는 신유통은?
일본의 고급 백화점 수수료는 36~44%인 데 반해 ‘루미네EST’ ‘109’ ‘마루이’ 등 신개념 패션 전문점은 14~18%의 저렴한 수수료로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시부야 109’는 패션 비즈니스 모델의 보고이다. 포스트 리테일러의 모습이다. 이미 백화점이라는 독단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막을 내렸으며, 역사에 있는 쇼핑몰이 모두 차별화돼 있다.
일본에는 ‘에키나카(驛內)’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역 안에서 몰링이 가능하다. 이곳이 비싸지 않은 가치있는 상품들을 쇼핑하며 즐거움을 함께하는 공간으로 정착했기 때문이다. 고급 백화점을 앞서게 된 패션 전문점들이 명확한 컨셉을 갖고 역세권 빌딩, 지하 쇼핑 아케이드 등에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백화점과 역사 쇼핑몰의 구별이 없는 듯하다. 유통 혁신이 더디고 자본 분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마켓에서 활성화될 패션 유통 채널은?
네트 리테일링에 주목해야 한다. 홈쇼핑과 온라인은 물론 모바일 쇼핑 마켓이 확산될 것이다. 특히 한국의 세계적인 휴대전화 기술과 시장 잠재력을 볼 때 패션 산업에서 모바일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것이 한국 패션기업에 꼭 필요하다. 일본은‘도쿄 걸스 컬렉션’이 크게 성공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패션쇼 티켓을 구매하며, 하루 평균 2만명이 넘게 참관한다. 방금 전 무대에 오른 옷에 대한 설명과 구매 방법이 실시간으로 휴대전화에 뜨는 시스템을 갖춰 쇼를 보면서 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패션 마켓 활성화의 최적 모델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와의 경쟁력을 위한 전략은?
패션마켓에서 글로벌화는 성공한 결과일 뿐 처음부터 글로벌은 아니었다. 「자라」도 스페인의 작은 담요 공장이었고, 「유니클로」 역시 야마구치에서 출발했다. 「자라」는 디자인부터 시작해 소재 개발과 염색, 봉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스템과 공장을 갖추고 있어 완성도 높은 옷을 선보여 매장에 까지 도달한다. 다른 글로벌 SPA는 자체 디자인을 진행하지만 소재 개발, 염색 등 제작에 필요한 과정을 하청 업체에 맡기는 등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생산노하우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옷의 퀄리티로 직결되고 브랜드 수명을 단축할 수밖에 없는 독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는 어패럴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소싱에 치중해 퀄리티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일본 내에서 봉제까지 완료한 옷은 ‘일본 봉제=품질’로 가격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가 소비자보다 우월한 시기는 끝났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다. 스스로 레이어드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야 한다. 디자인 과잉은 버림을 받는다.
profile
1950년 일본 출생
1973년 일본 게이오대 졸업
1978년 고지마 패션마케팅 설립
2009년 한국패션협회 글로벌패션포럼 초청 강사
現 SPA 클럽인 ‘SPAC클럽’
204회째 세미나 운영
[주요 저서 및 활동]
Forecast the Fashion Industry. SPA 성공전략
패션비즈니스 및 유통 업계에서 SPA
관련 다양한 컨설팅
브랜드, 소매 업태에서의 매니징
경제신문·잡지·전문지 등 기고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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