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주 디자이너<br>「이카트리나뉴욕」
핸드백은 여성에게 손에 드는 액세서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기 과시와 로망이다. 「에르메스」의 켈리백을 소유하면서 자신을 그레이스 켈리와 동일시하고 재키백을 들면서 재클린 케네디가 된 듯한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시작점이자 마침표인 핸드백은 여성에게 있어 로망이다. 한편 그 로망을 위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치명적인 유혹에 시달리기도 한다.
할리우드 스타 니콜 리치의 마음을 사로잡은 핸드백 디자이너가 있다. 디자이너 이연주의 「이카트리나뉴욕(Ekatrina Newyork)」이다. 얼마 전 미국 패션 일간지 WWD는 액세서리의 매력을 잘 이해하는 디자이너로 이연주를 소개하면서 뉴욕 패셔니스타들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로 「이카트리나뉴욕」을 다뤘다. 패션 캐피털 뉴욕에서 뜨는 디자이너 반열에 이연주가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그녀의 모습에선 서슬 퍼런 독기를 찾아볼 수 없다. 편안한 아름다움만 있을 뿐이다. 이 부드러운 이미지의 능선 어디에 가멸찬 카리스마가 숨어 있을까. 그녀의 카리스마는 ‘여제’라는 고리로 연결된다. 브랜드명인 ‘이카트리나’는 러시아의 여제(女帝)다. 이카트리나 여제가 통치할 당시 러시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가장 강성하던 시대였다. 그 정신을 모티브로 한 브랜드 「이카트리나뉴욕」 역시 ‘우먼 파워’라는 메타포를 담고 있다. 그는 “「이카트리나뉴욕」 핸드백을 드는 모든 여성에게 카리스마를 우러나게 하는 마력을 준다는 의미에서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이름을 공부한다. 자신이 만든 핸드백에 이름을 짓기 위해서다. 리나 소피 아냐 아만다 등 다양하다. 이 이름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여제들의 이름이다. 그녀는 “내 손을 거친 모든 핸드백 제품이 자식 같은 작품이다. 엄마의 마음으로 영혼을 불어넣어 실제로 핸드백을 메는 사람이 ‘공주’로서 기쁨을 맛볼 수 있게끔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사장인 그녀 앞에서 고객은 즐거운 포로가 된다. 「이카트리나뉴욕」의 매력 코드는 기품이기 때문이다. 금빛이 우아하고 아르데코 장식과 보석을 촘촘히 박은 듯한 컬러가 고급스럽다. 그녀는 「이카트리나뉴욕」을 여성스럽지만 파워풀하고 실용적이어서 회사나 파티에 갈 때 모두 들 수 있는 핸드백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화려함과 뉴욕의 기능성이 만나 미국적인 실용주의로 태어난 셈이다.
메탈릭 골드 빛깔에는 진짜 금이 들어갔으며, 핸드백을 멜 때 착용감 또한 뛰어나다. 그녀는 “내 손과 어깨가 가방을 들었을 때 몸과 밀착되는 각도와 느낌을 고려했다. 또 가방에 대한 카운슬링이 가능해 맞춤형 핸드백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주 디자이너가 고집하는 첫째는 ‘퀄리티’다. 가죽을 활용해 가공하는 것은 물론 페인트를 손으로 칠하거나 프린트를 직접 찍어내고, 하나하나 손으로 수작업을 거쳐 스티치와 주름을 완성한다.
불혹에도 못 미친 젊은 나이에 일군 성과치고는 그녀의 이력이 다채롭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 애리조나로 이민을 떠나 로드아일랜드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첫 직장은 핸드백과는 무관한 IBM 컴퓨터 키보드를 디자인하는 회사였다. 그녀의 터닝포인트는 1998년 「갭」으로 자리를 옮길 때다. 그곳에서 디자인한 산책하거나 외출할 때 강아지를 넣고 들고 다닐 수 있는 애완견 가방과 소품은 대히트를 쳤다.
디자이너가 된 지 10년을 훌쩍 넘었지만 그녀는 10년 뒤의 모습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의 관록이 능금처럼 익었으니 꾀를 부리거나 자만할 법도 하건만 그는 멋쩍은 미소와 함께 손사래를 치며 부인했다. ‘프로페셔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 적어도 30년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담금질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녀는 핸드백 디자이너 명함 외에 명함이 하나 더 있다. 홍익대 액세서리디자인과 전임교수다. 그녀는 학교에서 디자인경영을 가르친다. 프로세스와 컨셉을 이해하고 어떻게 진화시켜 오리지널리티와 스토리를 만들어 경영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학생들과 씨름하는 교수라는 또 다른 이카트리나로 활약하고 있다.
2006년 3월 뉴욕에서 런칭한 「이카트리나뉴욕」은 현재 전 세계 78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제는 한국 시장이다. 국내 비즈니스는 그녀의 남편 홍성민 카넬리언링크 대표가 「이카트리나뉴욕」을 라이선스로 들여와 올해부터 전개한다. 현재 애비뉴엘, 부산 센텀시티, 가로수길 플로우 등에 입점해 있다.
국내 비즈니스를 앞두고 그녀는 남편과 의견 차이를 보였다. 남편은 뉴욕에서 더 성장해 이후 한국에서 동반 상승을 기대했으며, 그녀는 한국과 미국이 동시 패션 시대이기 때문에 함께 공략해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맞섰다. 결국 둘은 뉴욕과 국내 유통 환경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장 유사한 유통 채널인 멀티숍부터 공략하기로 합의를 봤다.
권력은 주어진 자리로부터만 나오는 건 아니다. 기품이 서려 있는 제품을 잉태한다는 자신감과 단단한 심지에서도 권력은 나온다. 이연주는 「이카트리나뉴욕」의 여제다. 또한 그녀는 영락없는 핸드백의 권력자다.
사진설명
이연주 「이카트리나뉴욕」
디자이너가 고집하는
첫째는 ‘퀄리티’다. 가죽을 활용해 가공하는 것은 물론 페인트를 손으로 칠하거나 프린트를 직접 찍어내고, 하나하나 손으로 수작업을 거쳐 스티치와 주름을
완성한다.
이연주 디자이너 프로필
·1997년 IBM Research Triangle Park,
North Carolina 컴퓨터 디자이너
·1998년 갭 New York 핸드백
액세서리 개발 및 디자이너
·2001년 리즈클레이본 액세서리 디자인실장
·2003년 앤테일러 뉴욕 핸드백 및 가죽 제품
액세서리, 주얼리 디자인 개발 및 생산,
디스플레이 총괄
·2005년 「이카트리나뉴욕」 런칭
·2007년 홍익대 아이다스(IDAS)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디자인경영&액세서리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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