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F그룹,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노스페이스」 「노티카」 「세븐 포 올 맨카인드」 등 잇달은 브랜드 인수로 급성장 기업으로 변모한 VF그룹(VF Corp.)은 미국 의류업체 중 인수합병(M&A)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1990년대 「리」 「랭글러」 등 중가 데님과 「배니티페어(Vanity fair)」 등 속옷 생산업체로 안정적인 사업을 꾸려간 VF그룹은 2000년 「노스페이스」를 시작으로 「잔스포츠」 「이스트팩」 「노티카」 「키플링」 「세븐포올맨카인드」 「루시(Lucy)」 등 다양한 브랜드를 인수해 혁신을 거듭했다.
이제 VF그룹은 올드한 제조업체가 아니다. 미국 내에서 알짜 브랜드, 뜨는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기업으로 변모한 VF그룹은 지난 몇 년간 괄목할 만한 실적으로 성공 기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성장률은 두 자릿수가 훌쩍 넘었고 2004년 처음으로 연간 60억달러(약 60억5500만달러, 6조7600억원) 매출을 달성한 이래 지난해에는 70억달러(약 72억1900만달러, 8조500억원)를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7%, 순익은 14% 각각 성장했다.
매키 맥도널드 VF그룹 회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보다 그것을 어떻게 실행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라고 자사의 성공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2000년 7500만달러(약 840억원)의 적자를 내던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인수해 VF그룹의 성장엔진으로 삼아 기업을 일군 것을 일컫는 말이다.
2007년 7조원 매출, 5년간 두 자릿수 성장
지난 12년 동안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을 역임한 맥도널드는 VF그룹의 혁신을 주도한 주인공이다. 2000년 당시 VF그룹은 「리」 「랭글러」 「배니티페어」 등 매스마켓 브랜드 성공으로 안정적인 기업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히 필요하던 정체된 기업이었다.
맥도널드 회장은 당시 VF그룹을 신선하고 젊은 기업으로 변신시켜야 할 막대한 책무에 봉착했다. 이슈는 두 가지로 압축됐다. ‘월스트리트가 요구하는 6~8% 성장률 기업의 기대치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와 ‘장기적 관점에서 포화상태의 의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 동력은 무엇인가’이다.
맥도널드 회장은 2000년 당시를 “VF그룹은 데님, 이너웨어, 이미지웨어(라이선스 유니폼 의류제품)를 주로 담당하는 생산업체였다”면서 “비즈니스는 매우 안정적이었고 좋은 브랜드를 생산한 기업이었지만 ‘성장성’이라는 문제에 부닥쳤다. VF그룹은 몇 년간 정체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고 회고했다.
월스트리트 요구 ‘미래 동력을 찾아라’
VF그룹이 보유한 매스마켓 중가 진브랜드 「리」 「랭글러」는 성공적인 브랜드였지만 더 이상의 마켓셰어를 늘린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당시 소비자들은 높은 물가 상승의 여파로 청바지를 여러 벌 사거나 의류소비에 선뜻 주머니를 열지 않는 소비행동을 나타냈다. 전반적인 불경기에 매스 청바지가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VF그룹은 소비자들이 의류의 전체 소비는 줄이지만 한 가지 아이템에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새로운 행동에 주목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알려진 컨셉이었지만 VF그룹은 이에 착안했다. 맥도널드 회장은 “당시 소비자들의 소비 행동에 변화가 있었다”면서 “주머니 사정이 악화된 소비자들은 전체 의류소비를 줄인 것은 틀림없었지만 하나의 제품에 대해서는 선뜻 비싼 가격을 지불했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자신을 표현하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과감한 지출을 아끼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소비자들의 새로운 소비 행동은 VF그룹의 혁신에 직결됐다. VF그룹의 성장엔진은 ‘고급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영업팀은 곧바로 잠재성 있는 브랜드 찾기에 들어갔으며 리테일러와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소비자, 소비행동, 인기 브랜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노스페이스」 M&A = VF 성공신화 주역
2000년 「노스페이스」의 인수는 이 같은 조사를 토대로 이뤄진 것으로, VF그룹이 지금처럼 성공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업체가 되는데 씨앗이 됐다. 「노스페이스」는 VF그룹이 찾던 몇 가지 기준에 합당했다. 우선 규모는 작지만 충성도 있는 고객층이 존재한다는 점, 아웃도어를 바탕으로 하지만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고 뚜렷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는 점, 미국시장에서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성장 가능하고 도매 및 소매에서 모두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VF그룹에 어필했다.
당시 「노스페이스」는 7500만달러(약 750억원)의 적자를 내던 브랜드였다. 그러나 VF그룹은 「노스페이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했으며 이 결과 2004년 25%, 2005년 38%, 2006년 35%의 잇따른 성장세로 2006년 매출 규모 18억7000만달러(약 2조900억원)를 기록했다. 이로써 「노스페이스」는 데님 부문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등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노스페이스」 성공에 힘입어 VF그룹은 2005년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아웃도어 부문 위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종전에 아웃도어 스포츠웨어 30%, 진스 이너웨어 이미지웨어 70%인 비즈니스 믹스를 향후 5년 안에 아웃도어 60%, 진스 이미지웨어 40%로 혁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웃도어 강화로 비즈니스 전략 변경
지난해 4월에는 「배니티페어」 「릴리오브프랑스」 「바사렛」 「베스트폼」 등의 속옷 부문을 프루트 오브 더 룸사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3억5000만달러(약 3900억원)였다. 성장세가 둔화된 속옷 부문을 정리하고 아웃도어 부문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었다.
8월에는 프리미엄 데님 부문의 선두주자 「세븐포올맨카인드」를 7억7500만달러(약 8650억원), 여성 캐주얼 브랜드 「루시」를 1억1000만달러(1230억원)에 각각 인수하고 컨템포러리 브랜드 부문을 신설했다. 이는 「노스페이스」 「잔스포츠」 「이스트팩」 「노티카」 등으로 구성된 아웃도어 부문의 성공을 다시 한 번 컨템포러리 부문에서도 시도하려는 전략이었다.
VF그룹 측은 「세븐」이 현재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이지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울 수 있는 브랜드이며, 전 세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로 평가했다. 이는 VF그룹이 컨템포러리 부문으로 진입하는 데 첫발을 내디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프리미엄 진 「세븐」 인수로 새 전략 구사
최근 VF그룹은 무엇보다 리테일 부문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노스페이스」 「세븐」 「루시」 등 브랜드의 리테일 점포 확장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460개 점포와 78개 아울렛 점포를 운영한 데 이어 올해에는 75~100개 리테일 점포 개점으로 점포망 확장에 전념하고 있다.
「노스페이스」의 성공을 계기로 「잔스포츠」 「이스트팩」 「노티카」 「키플링」을 포함한 아웃도어 부문을 확장하고 지난해 「세븐」 「루시」 인수로 컨템포러리 부문에 진입한 VF그룹. 이제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정체된 의류생산업체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업체로 진화했다.
매출 규모 7조원을 넘는 거대 의류 업체로서 매스마켓 데님의 대표주자이면서 아웃도어의 리더인 VF그룹이 다시 한 번 M&A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낼 것인지, 뒤이은 VF그룹의 새로운 성장 엔진 「세븐」 「루시」의 새로운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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